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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동네 계획, 마을만들기

박성태

걷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듯이 걷기 좋은 도시는 기능적인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게 하고, 새로운 시간과 공간을 만나게 한다. 스스로 루트를 짤 수 없는 옆길 없는 길은 그래서 재미없다. 잘 가꾼 길이라고 해도 일직선의 길은 한두 번 걷고 나면 ‘이제 됐다’는 생각에 그 길로 걷기를 멈춘다. 아무리 유명 건축가와 조경가 그리고 예술가가 참여했다고 해도, 엄청난 재원이 투입되었다고 해도, 그 길에선 조미료의 냄새가 난다. 목적지를 향한 길은 풍미는 약하고 시각만 자극한다.

나는 종종 사무실 근처를 정처 없이 걸어 다닌다. 사무실이 있는 서촌 지역은 오래된 골목길과 경복궁이 근처에 있어 그날의 기분에 따라 방향을 정한다. 아담하고 색다른 공간들이 겹겹이 쌓인 동네이다 보니 좋아하는 골목길과 가게 목록이 있고, 서로 알고 지내며 내 집 드나들 듯 가는 곳도 몇 군데 생겼다. 길을 나서면 언제나 절감하듯이 산책은 느닷없는 일이다. 멈추기를 반복하고 옆길로 새는 것이 다반사다. 우연히 이웃을 만나 나누는 대화는 쉼도 되고 놀이도 된다. 다양한 골목길을 이리저리 걷다 보면 다른 삶을 그리게 된다.

서울시는 걷기 좋은 도시로의 전환을 위해 정책적 시도를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좋은 평가를 받은 여러 해외 사례가 언급되고 있고, 실제로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걷는 도시, 서울’ 사업이 진행 중이다. 열차와 자동차가 다니던 길이 걷는 길로 바뀌고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사대문 안은 보행 중심 지역으로 바꾸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 서울역 7017 프로젝트와 북촌에서 혜화까지 연결하는 노무현 길도 추진 중이다. 더욱 눈여겨보고 있는 것은 도심권, 부도심권 중심으로 시행해 온 도로 다이어트1를 일상생활권으로 확대하려는 시도다.

걷는 도시로의 전환은 올바른 정책적 방향이다. 미술관, 공연장, 도서관, 공원 등 공공공간은 물론 식료품점, 병원, 커뮤니티 시설 등 마을의 주요 공간들을 걸어갈 수 있어야 좋은 동네가 만들어진다. 걷는 삶은 뒤집어 보면 자동차 중심의 생활 방식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 한다. 자동차는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고 사람 관계와 장소성마저도 왜곡한다. 사회적 다양성과 실험정신이 살아서 교류하는 공공공간이 지역 변화의 열쇠이고, 이런 공간들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일상생활권의 도로 다이어트 정책과 마을만들기 사업이 통합적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걷기 좋은 동네가 동네 계획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박성태 건축신문 편집인

걷는 동네 계획, 마을만들기

분량1,268자 / 3분

발행일2016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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