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earch close
https://archnews.manualgraphics.com/vol18-cover/
문단구분
글자크기
  1. -
  2. +
배경
  1. 종이
글꼴스타일
출력
  1. 출력
목차

소수자 일반화의 오류

박성태

자신이 살던 땅에서 내몰린 신원 미상의 존재에 대한 전시 두 개가 8월 7일까지 동숭동 아르코미술관 1, 2관에서 열린다. 《홈리스의 도시》와 《New Shelters: 난민을 위한 건축적 제안들》이 그것이다. 이 전시에서는 여기 분명히 있음에도 투명한 존재로 여겨지거나, 경계 밖으로 밀려난 줄 알았지만 여전히 이곳에 봉인되어 있으며, 제도권과 무관해 보이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하는 존재들의 아슬아슬한 삶을 조명한다.

전쟁과 박해로 어쩔 수 없이 국경을 넘은 사람들이나 비자발적으로 거리로 내몰린 사람들에게 시급한 것은 삶터와 공동체다. 그러나 공간을 둘러싼 가진 자들의 탐욕은 빼앗긴 자의 생존마저 위협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 확대 재생산 방식은 세계화됐으나 자본 축적은 국경이라는 공간에 한정되어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연결된 권력과 자본은, 뿌리 뽑히고 가난한 사람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는다. “너희 나라로 가” “저리 가”란 모욕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더는 내몰릴 곳이 없는 사람들의 울부짖음이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유다.

소수자에 대한 공격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메갈리아를 둘러싼 폭력과 혐오는 도를 넘어섰다. 여성과 청년에 대한 기울어진 시선은 점점 단단해지고 섬뜩해져 사회 공동체를 가르는 벽을 만들었다. 외국인 노동자, 탈북자, 성소수자는 새로운 아파르트헤이트의 대상으로, 다수는 그들의 ‘다름’이 마치 자신들의 삶을 오염시키고 해를 줄 거라는 두려움으로 그들을 악마화 한다. 소수자들의 개별적인 삶을 구체적으로 보기도 전에 일반화한 역겨움과 근거 없는 공포, 그리고 이것을 기반으로 한 배제와 폭력이 정당화되고 있다.

다수만이 득세하고 주류만이 인정받는 한국 사회의 지루한 민낯이 떠오른다. 돈 없고 힘없는 이들, 젊은이들, 여성들이 체제에 순응하고자 하면 할수록 체제 밖으로 밀려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소수자성은 삭제한다고 없어지는 파일이 아니다. 오히려 긍정하고 사회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재현해야 할 것이다.

이주민이건 소수자이건 간에 그들이 가진 취약함이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거나, 어느 날 갑자기 닥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모두가 예비 소수자, 예비 난민이다. 그래서 난민과 소수자를 위해 자리를 내어주는 것, 이것이 문화인류학자 김현미가 말한 대로 “한국 사회의 공적 영역을 좀 더 평등하고 공정하게 만드는 가장 가까운 길”일지도 모른다.

박성태 건축신문 편집인

소수자 일반화의 오류

분량1,194자 / 3분

발행일2016년 7월 31일

유형서문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