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과 연대의 접촉점, 독립 건축 저널
박성태
분량1,794자 / 5분
발행일2014년 9월 30일
유형서문
건축 저널들이 서로 비슷할 때가 있었다. 건축에 대한 내용과 접근 방식에 큰 차이가 없었다. 그달에 주목하는 건축가도 같고 사진과 간단한 소개까지 비슷해, “제호를 가리면 어느 매체인지 분간하기 어렵다”는 자조 섞인 말이 돌 정도였다. 건축가를 만나고, 사진을 찍고, 비평을 받아 매달 마감을 하지만, 동어반복 속에서 본질에는 접근을 못 할 때였다. 그 시절 작은 위안이자 가능성은 몇몇 독립 저널들에 있었다. 소수의 인원이 모여 한두 개의 주제를 깊게 파고 있는 그들은 단순한 정보 전달자의 입장 보다는, 주관적인 관점을 드러내며 생각이 같은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언어, 이미지 그리고 편집 디자인으로도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중적인 매체도 아니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기획도 있었지만, 그 ‘다름’으로 인해 충성도 높은 독자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건축계에는 《와이드AR》, 《도큐멘텀》, 《건축신문》 같은 독립 매체가 있다. 이들은 각자의 관점과 방식을 갖고 건축을 다룬다. 누군가는 비평 중심의 새로운 건축 매체도 준비 중이라고 하니, 한국 건축에 대한 풍성한 논의의 장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은 좋아지고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가령 하나의 건축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기록하거나, 혹은 자발적인 건축평론가들의 전문지와 같은 저마다의 특성은 분명 서로 다른 건축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은 새로운 한국 건축의 만남과 대화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 가운데 《건축신문》은 건축 밖의 사람들과 연대를 모색해 왔다. 건축가는 물론 학자, 활동가, 예술가 등 분야와 세대를 넘어 하나의 주제를 좀 더 다각적으로 깊이 있게 논의하고 지면화 하는 시도를 이어왔다. 하나의 작품보다는 작가를, 눈에 띄는 트렌드보다는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몇몇 주제를 시리즈로 다루었다. 《건축신문》은 앞으로도 건축을 주요 콘텐츠로 다루면서, 동시에 ‘자본주의의 한계 봉착’, ‘생태계 파괴’, ‘포퓰리즘의 증대’, ‘부실한 공동체’ 등의 이슈를 공통의 과제로 논의하려 한다. 이러한 주제는 우리 건축과 도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회적 환경이고, 우리 삶의 공간과도 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독립 저널의 환경은 어렵다. 출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독자 수도 급감하고 있다. 당연하게 광고나 후원자도 줄고 있다. 아무리 소수의 인원으로 최소의 제작비를 들여 만든다 해도, 말처럼 쉽지 않은 작업이다. 《건축신문》도 매번 큰 비용이 들어가다 보니 마감 때마다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묻고 또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독립 매체들도 비슷한 고민 속에서 매 호 내부적으로 손실을 떠안으며 -고료나 급여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으로- 저널을 발간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왜 이들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발간을 이어가고 있을까? 그것은 그 매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독자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을 통해 다양한 협력과 연대의 접촉점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기 때문이다.
이번 호는 기획부터 원고 마감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김중업 선생을 오늘날의 관점에서 다루어보자는 기획은 좌충우돌하면서 겨우 키워드를 뽑았고, 주요 기획의 청탁은 거절당했으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인터뷰는 다음 호로 미뤄지게 됐다. 온몸을 짜내서 겨우 마감을 하다 보니 이 가을을 마감으로 지새며 보낸 독립 저널 사람들이 생각났다. 공통의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곳에 사진을 제공하거나, 원고를 쓰는 분 모두와 11호를 함께 마감한 나와 편집자들에게도.
박성태 본지 편집인
협력과 연대의 접촉점, 독립 건축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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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2014년 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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