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신문

김중업

건축가 김중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건축가이다. 1922년 3월 평양에 태어나 일본 요코하마 고등공업학교 건축과에서 건축교육을 받고 설계 실무를 익혔다. 1941년 12월 졸업 후 국내에 들어와 서울대학교를 비롯하여 한양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였다. 1952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유네스코 주최 제1회 세계 예술가 대회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것을 계기로 세계적인 거장 르 코르뷔지에를 만나, 한국인 최초로 르 코르뷔지에 건축연구소에서 실무적 일을 하며 건축가로서 역량을 키웠다. 서양의 현대건축을 직접 체험한 그는 1955년 12월 귀국하여 시대를 앞선 건축물들을 만들어 냈다.

치열한 작가의식을 가지고 끝없는 본원적 가치 탐구를 추구한 그의 건축은 본인의 영혼이 함축된 표현물이자 강렬한 작품성을 지니고 있어 마음의 시적 울림이 존재한다. 투철한 작가의식에서 비롯된 건축적 사고와 작품성은 그의 작품이 세계적인 수준의 건축물로 인정받기에 충분했으며 초기 작품들은 한국 근현대 건축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1922. 3. 9. 평양시 진향리 출생
1938. 평양 고등 보통학교 졸업
1941. 12. 요코하마 관립 고등공업학교 건축학부 졸업
1942. 5 .12. 부인 김병례 여사와 결혼
1944. 4. 귀국
1947. 서울대학교 전임강사, 한양대학교 강사
1948. 서울대학교 조교수
1952. 7. 제1회 세계예술가대회 한국대표 참석 (이탈리아 베니스) 르 코르뷔지에와의 만남
1952. 9. 프랑스 파리의 르 코르뷔지에 건축·도시계획 연구소 입소 및 17개국 여행, 제9회 근대건축국제회의 (C.I.A.M) 국제 청년 대표, 핀란드의 알바 알토 교수 초청으로 북유럽 강연
1956. 3. 김중업 건축연구소 개설
1962. 12. 3. 서울특별시 문화상
1965. 12. 프랑스 국가 공로훈장 Chevalier de l’Ordre National du Mérite Française 수훈
1968. 3. 홍익대학교 건축·도시·국토계획 연구소 소장
1971. 11. 프랑스로 강제 출국, 파리 건축대학 명예 석사 학위
1974. 프랑스 공인건축가(DPLG)로 인정
1976.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R.I.S.D) 강의
1977. 하버드대학 강의
1979. 귀국
1982. 12. 6. 서울특별시 건축상 (동상)
1985. 6. 18. 대한민국 산업포장 수훈
1988. 3. 서울특별시 건축상 (금상)
1988. 5. 10. 타계
1988. 10. 20. 은관문화훈장 수훈

주한 프랑스 대사관, 1960

<주한 프랑스 대사관>은 1961년 완공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김중업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김중업과 프랑스 건축가 7명의 설계경기를 통해 진행되었다고 전해지며, 김중업은 르 코르뷔지에의 추천을 받아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건물의 가장 특징적은 부분은 한국 전통건축의 여러 요소를 김중업만의 건축언어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표현하였다는 것이다. 특히 주한 프랑스 대사관의 ‘지붕’이나, 경사진 대지의 높낮이에 따른 배치, 살짝 틀어져 배치된 건물들이 그러하다. 김중업은 이 건물을 설계하며 단순한 건축적 재해석을 넘어, 동시대의 서구 건축을 직접적으로 수용하면서도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정서를 풍부하게 표출시켰다. 그렇기에 그가 평생을 추구한 ‘시적 울림’이 있는 ‘건축’으로서 현재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남기고 있다.

서산부인과 병원, 1965

<서산부인과 병원>은 서울 중구 퇴계로와 을지로가 접하는 길모퉁이의 삼각형의 좁은 땅에 세워진 병원이다. 좁은 대지에 세워진 건물이지만 다양한 곡선의 조형미와 노출 콘크리트의 매스와 유리의 대비로 인하여 다른 어떤 건물보다 풍부한 표정을 갖고 있다. 김중업은 <서산부인과 병원>을 설계하며 이 건물은 “삶의 희열과 태어나는 새 생명에 대한 찬가”라고 이야기할 만큼 생동하는 작품을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이 건물을 보면 풍성하고 자유로운 곡선을 사용한 건축가의 능력과 더불어 건축주에 대한 설득력이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당시 시공기술의 문제로 유리 매스가 지붕까지 돌아가는 원래의 설계는 실현되지 못했으나, 원설계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모형에서는 그가 실현하고자 했던 건축적 의도를 잘 읽어낼 수 있다.

제주대학교 본관, 1966

<제주대학교 본관>은 <주한 프랑스 대사관>과 함께 김중업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건축이다. 특히 김중업은 이 작품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꿈과 이상을 심어주고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비행기 같기도 하고 호화 유람선을 닮기도 한 <제주대학교 본관>은 1966년 설계되었으나, 당시 21세기를 연출하는 건축이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시대를 뛰어넘는 김중업 건축의 ‘낭만성’을 가장 잘 표현한 건물이라 할 수 있다. 바닷가에 있던 <제주대학교 본관>은 안타깝게도 해풍으로 인한 철골 부식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1996년 철거되어 직접 경험해 볼 수 없다. 그러나 이곳을 직접 거닐어본 사람들의 기록에 따르면, 바다를 바라보면 길게 돌아가는 램프와 하늘을 향하여 뚫린 개구부를 통해 시시각각 극적인 시각적 경험을 선사하는 건물이었음이 틀림없다.

김중업박물관

올해 3월 28일 개관한 김중업박물관은 안양 석수동 옛 유유산업 부지에 각종 전시, 교육, 문화 프로그램을 포괄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안양문화예술재단이 건립했다. 2011년 12월 안양시의 ‘유유 부지 문화공간 조성계획 수립’에서 시작된 본 박물관은 (대지 1만6243㎡, 연면적 4천596㎡) 6개의 건물로 이루어져있다.

주요 공간인 ‘김중업관’에는 1988년에 작고한 김중업 건축가의 도면 및 주요 건축물 모형 등 100여 점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어 한국 근현대건축계 큰 업적을 남긴 그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으며, ‘안양사지관’은 안양시의 시 이름인 ‘안양安養’이라는 낱말의 유래가 된 고찰 안양사安養寺의 유물이 해당 부지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각종 유물 및 자료를 전시한다.

이밖에도 김중업이 설계한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한 문화누리관, 어울마당은 특별전시, 어린이 성인 교육프로그램 운영, 소규모 공연 및 체험 공간이 있으며, 편의시설(레스토랑, 카페, 뮤지업숍)이 있는 문화누리관이 있다. 안양 지명의 역사적 유래와 한국 건축계 거장의 혼이 담겨있는, 역사와 문화를 품은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지는 김중업박물관은 오래된 건물을 새로운 도시재생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