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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壽 만수 ONE MANY EMPTINESS

최원준

언제부터인가 북한은 비가시적인 대상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북한을 신비롭기까지 한 존재로 대상화시키는데, 이것은 이국성과는 다른 차원으로 극장국가만이 할 수 있는 이미지 메이킹 때문일 것이다.

북한의 국가이미지 그리고 ‘김씨 일가’의 이미지 메이킹에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는 곳은 ‘만수대창작사’라 불리는 곳으로, 고故 김일성 주석의 교시敎示에 의해 1959년 조선노동당 중앙당위원회의 직속 조직으로 창립되었다. 고 김일성 주석 동상과 고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 등을 전문으로 만드는 만수대창작사는 북한 전역에 약 3만 8천여 개의 동상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만수대창작사의 해외개발 부서인 ‘만수대해외개발사’는 1969년 에티오피아의 <혁명승리탑>을 무상으로 지은 것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약 12개국에 걸쳐 기념비와 공공건축물을 건설하였는데, 북한이 아프리카에 기념비와 건축물을 건설해 벌어들인 외화는 2000년 이후의 통계만도 약 1억 6천만 달러(1천 791억 원)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실은 2010년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세워진 기념비인 <아프리카 르네상스>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세네갈의 압둘라이 와데 대통령의 의뢰로 만수대창작사와 세네갈의 대형 건설회사 아테파그룹이 합작하여 만든 이 대형 기념비는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보다 6m가 높으며 기념비의 손가락은 대서양, 즉 미국을 가리키고 있다.

우리로선 북한 방문이 자유롭지 못하기에 비록 아프리카에서라도 그들의 건축물과 기념비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것에 기대를 가졌고, 아프리카의 토속적 색채와 북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어떤 식으로든 혼성, 혼합되었을 것이라는 단순한 추측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이들 건축물과 기념비는 각 나라의 역사를 상징하는 기념비와 동상이기에 북한을 표상하지 않는다. 다만 아프리카의 색채보다 북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형식 -주체예술 형식- 이 강하게 드러나기에 흔히 미디어에서 봐오던 평양의 조각과 건축을 쉽게 연상할 수 있다.

지면에서 소개하는 몇 개의 이미지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구성하는 영화, 사진, 설치미술의 한 부분이다. 이 프로젝트는 아프리카와 북한의 비교문화 작업이 아니라, 아프리카에 있는 북한 건축과 기념비 등을 통해 북한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남한의 미술가가 북한의 흔적을 찾아 아프리카까지 간다는 것은 조금 과장하면 ‘비극’ 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극적 현실에서도 북한에 존재하는 혹은 그들이 창조한 모든 것들은 어떻게든 남한과 연결되어 해석된다.

이 작업은 아프리카를 통해 분단국가의 현실과 북한을 추상화시키기보다는, 아프리카라는 이국적인 타자의 땅을 통해 분단의 현실을 반추하고자 한다. 이는 북한과 대화하는 새로운 방법이자 북한의 문화를 다르게 보는 시도가 될 것이다.


최원준

의무경찰 시절 채증사진가로 복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진작업을 시작했다. 2010년 한진 일우재단 사진상을 수상하였고, 2011~2012 파리의 팔레드도쿄미술관 르파비용 소속작가, 파리 케브랑리미술관 2013년 사진작가 지원프로그램 최종수상자로 선정되었다. 2001년 쌈지스페이스를 시작으로 대안공간 풀 개인전 언더쿨드(2008), 타이페이 비엔날레(2008), 국립현대미술관 젊은모색(2009), 에르메스 미술상 3인전(2011), 팔레 드 도쿄 미술관 모듈(2012) 외 40여 회의 국내외 전시를 하였고 현재 첫 장편영화를 준비중이다.

萬壽 만수 ONE MANY EMPTINESS

분량2,201자 / 4분 / 도판 9장

발행일2013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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