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협동조합의 개념과 추진 방향
기노채
분량5,252자 / 10분
발행일2013년 10월 17일
유형칼럼
주택협동조합의 개념과 발전역사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의 본격적인 시행과 2013년 7월 국내 최초의 주택소비자협동조합인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의 설립으로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루어진 지난 수십 년간 주택협동조합에 의한 주택공급 사례나 관련 연구가 턱없이 부족해 주택분야 전문가들조차도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전문 지식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국내는 20세대 이상의 주택공급시 일반공개분양제도를 통한 주택공급이 의무화되어 있다. 때문에 20세대 이상이 모여 주택협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외적으로 주택협동조합과 이름이 비슷한 지역 또는 직장주택조합에 의한 주택공급은 허용된다. 물론 기존의 주택조합도 역시 ‘함께 모여 집을 짓는다’는 측면에서는 주택협동조합이 가진 일부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조합의 개념과 조직운영의 기본원칙에서는 주택협동조합과 큰 차이를 가지고 있다.
국제협동조합연맹에 따르면 ‘주택협동조합이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면서 주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결성한 법인체’로 정의된다. 다른 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1.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2.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3.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4. 자율과 독립, 5. 교육, 훈련 및 정보제공, 6. 협동조합간의 협동, 7.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 ‘주택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지불가능하고 좋은 주택제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약속을 전제로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편, 주택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개인소유의 주택공급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주택건축협동조합과 조합이 특정 지역 또는 주거단지 내에 주택을 계획, 건축, 소유, 운영하는 주택관리협동조합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20세기 초 극심한 주택부족 시기에 서구에서 공공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것은 일반적으로 주택관리협동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서구에서 주택협동조합은 대략 19세기 중반 소비자협동조합의 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주택을 건축하고자하는 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함께 주택을 건설하는 주택건축협동조합의 형태로 발생했다. 주택협동조합이 공공의 지원을 받아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20세기 전반이다. 서구에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전반은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어 도시의 주택수요가 급증하고, 세계대전으로 인한 대규모 주택파괴와 주택공급지연으로 주택의 양적부족이 심각하여 커다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던 시기였다. 이 시기는 도시근로자에게 소득대비 적정 가격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매우 필요했다. 주택협동조합은 토지, 금융, 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의 지원을 받아 이러한 주택의 양적 부족 문제해결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주택의 양적부족이 해소된 20세기 중반 이후, 국가와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공의 주택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이 줄게 되면서 주택협동조합은 영향력은 점차 위축된다.
서구와 다른 주택협동조합 추진환경
전세가 폭등, 월세 비중의 확대 등으로 인해 서민들의 주거불안정이 확대되고 아파트 가격을 포함한 부동산 경기가 심각한 불황에 빠져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주택의 신규공급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2012년은 주택보급률이 전국 평균 115.4% (신주택보급률로 102.7%), 수도권평균은 106.0% (신주택보급률로 99.0%)에 달해, 수도권 일부지역을 제외하고 주택의 양적부족문제는 상당히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주택의 양적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주택협동조합이 발전한 20세기 전반의 서구사회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1
또한 20세기 전반 서구에서는 택지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그리 높지 않았고 또한 공공이 저렴한 택지가 많이 보유하고 있어 주택협동조합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택지를 공급해 도시 근로자에게 저렴한 주택을 공급할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대도시 기존 택지 가격은 중저소득층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높고, 택지로 개발 가능한 저렴한 공공보유 토지와 민간보유 토지도 거의 없다. 이런 이유로 저렴한 공공택지공급을 통한 국내 주택협동조합 활성화가 쉽지 않은 것이다.
제도적 측면에서 서구는 주택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세금 및 자금지원 등의 각종 지원제도가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정책적 지원제도는 고사하고 분양주택을 제외한 20세대 이상 주택공급시 일반공개분양 의무제도, 과밀억제권역내 5년 이하 법인의 부동산 취득시 취등록세 3배중과 규정과 같이 주택협동조합 활성화를 제한하는 제도까지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주택시장은 공급자시장이어서 주택수요자가 자발적으로 모여 주택문제를 해결하고자하는 소비자의식과 조직이 비교적 발달하지 않았다. 소비자들도 그동안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주택의 이용권보다는 소유권에 대한 집착이 큰 점도 주택협동조합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주택협동조합 성장에 위협이 되는 많은 요인에도 불구하고 주민참여형 재생사업, 중소규모의 주택공급 및 도시재생을 위한 새로운 주체와 공동체를 파괴하지 않는 주택환경 개선, 주택 소비자의 권리의식 확대, 협동조합에 대한 공공과 대중의 관심과 기대 증진, 주택의 사용가치, 이웃과 함께 생활하는 공동체적 가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증가는 주택협동조합 성장에 기회가 되는 다양한 요인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유주택과 주택협동조합
공유주택은 주택 실내외 주택기능의 일부를 이웃과 함께 공유하며 사용하는 주택을 말한다. 식당, 거실, 세탁실 등의 공동시설을 공유하는 방식과 각 단위주택의 필수구성 요소 중 일부까지도 공유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공유주택은 주택협동조합주택과는 다른 개념의 주택이지만 우리나라 주택협동조합 추진방향에 매우 중요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서구에서는 주택의 양적부족이 해소된 20세기 중반 이후, 대규모 집합주택에의 거주가 일반화되고, 핵가족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웃과의 단절로 인한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게 되었다. 점차 과거 커뮤니티에 대한 향수가 커지면서 이를 새로운 주거방식을 통해 극복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예를 들어 1968년 덴마크에서는 전문직 맞벌이 가족들이 모여서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공감하고 공동양육과 공동저녁식사를 통해 양육부담과 가사노동을 줄이기 위한 공유주택을 건설한 바 있다. 이것이 거주자의 독립적인 단위 주거생활과 커뮤니티 활성의 이점을 결합시킨 세계 최초의 공유주택이다. 이후 이러한 새로운 주택방식의 이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되면서 현재는 덴마크에서만 300개 이상의 공유주택이 건설되어 운영 중이다. 또한 이러한 공유주택은 점차 스웨덴, 독일,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리아,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등 많은 나라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최근 성미산의 소행주, 부산의 일오집, 성남의 태평동락 등 다양한 목적의 공유주택이 자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공유주택은 20세기 전반 서구에서 많이 공급한 협동조합주택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선 추진주체 측면에서 공유주택은 대부분 공공의 지원 없이 민간이 주도하는 반면, 조합주택은 공공지원을 받은 협동조합이나 공공이 주도한다. 소유권 측면에서 공유주택은 주로 개인의 지분소유가 많으나 조합주택은 조합소유나 공공소유가 많다. 참여동기 측면에서 공유주택은 커뮤니티에 대한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나 조합주택은 소득대비 적정주거비Affordability가 중요하다. 규모 측면에서 공유주택은 구성원들이 서로 알며 지내면서 적정규모의 공유공간을 만들 수 있는 보통 15~50세대 규모로 건설되지만 조합주택은 중소규모에서 대규모 단지까지 다양한 크기로 공급된다. 협동조합이 자본보다 인본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측면에서 주택협동조합에 있어서도 커뮤니티에 대한 배려가 매우 중요한 원칙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협동조합 주택도 공유주택이 가진 커뮤니티에 대한 가치 철학을 일부 공유해야 한다. 즉 향후 공급주체로서의 주택협동조합의 역할은 ‘커뮤니티가 살아 있는 소득대비 적정주거비를 부담할 수 있는 좋은 품질의 주택공급’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주택협동조합의 이점과 추진방향
소비자가 주택개발업체나 건설업체와 같은 공급업체가 아닌 주택협동조합을 통해 주택을 공급받을 경우 많은 경제적, 사회문화적으로 많은 이점이 있다. 우선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개발이익의 조합귀속으로 인한 구입비용 절감과 고단열 주택공급을 통한 에너지비용의 절감을 들 수 있다. 또한 필요원가수준의 관리비용발생으로 관리비용이 절감되며, 소비자 공동명의로 건축시 취등록세를 절감할 수 있다. 소득수준에 맞는 적정수준의 품질 결정할 수 있으며 커뮤니티의 활성화로 공동구매 및 마을기업 활성화도 주요 이점 가운데 하나이다.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거주자 상호간 긴밀한 소통과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한 주거만족도 제고와 커뮤니티에 대한 기여는 그 첫 번째 이점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교류 활동을 통한 민주주의 의식고양과 리더십 개발, 설계 및 시공과정에의 능동적 참여를 통해 본인이 꿈꾸는 주택 마련, 주택협동조합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한 주택마련이 가능함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주택협동조합 공급주택의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은 주택공급 4대 기본원칙을 발표한 바 있다. 1. 계층별로 부담 가능한 경제적인 주택, 2. 참여를 통한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담는 주택, 3. 커뮤니티 그리고 이웃과 공존하는 주택, 4. 지속 가능한 친환경 주택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주택협동조합의 출발은 서구에 비해 매우 늦었고, 현재 주택공급시장 환경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양한 교육활동을 통해 주택에 대한 기본 가치를 바로 세우고,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주택협동조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과 지원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건설협동조합과 같은 다른 협동조합과의 교류와 협력 확대 및 체계적이고 투명한 협동조합 사업관리가 뒤따른다면 향후 우리나라 주택협동조합은 주거복지 향상과 상생의 인본주의적 경제 환경 조성을 위해 매우 가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노채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이사장. 서울대에서 건축학을 고려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형건설업체에서 건설프로젝트 실무를 경험했다. 2000년 이후 (사)새건축사협의회에 의해 건축명장 건축회사로 선정된 아틀리에㈜를 경영 중이다. 다양한 건설경험, 주택협동조합과 주택정책과 관련한 연구, 포럼, 강연 및 정책자문활동을 바탕으로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을 설립하여 이사장에 취임했으며 주택협동조합의 기본가치와 미래비전을 전파하고 있다.
주택협동조합의 개념과 추진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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