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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획을 위한 아카이브 플랫폼, 미팅룸

황정인 × 이경희

미팅룸 미팅룸meetingroom.co.kr은 큐레이팅과 아카이브에 관한 정보검색에 초점을 맞춘 온라인 큐레이토리얼 리서치 플랫폼이자, 황정인, 홍이지, 지가은 현직 큐레이터 3인이 모여 활동하는 콜렉티브 Curatorial Collective이다. 지난 3월 문을 열어 큐레이팅, 아카이브, 기록학, 작품보존수복에 관한 정보를 다루고 있으며, 담당 에디터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인터뷰 이경희 본지 편집인

*이 인터뷰는 미팅룸의 황정인과 진행했다.


이경희 큐레이터를 위한 리서치 플랫폼을 표방한 미팅룸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황정인 예전에 기관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공허함을 직면하게 됐어요. 작가는 작품이, 미술관은 도록과 전시 연혁이 남지만, 큐레이터는 (이건 단순한 명예욕이 아니라) 전시파일과 경력 몇 줄뿐이거든요. 기획 단계의 생각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형태는 없지만 그나마도 남을 수 있는 것조차 버려지는 것 같아서 그들을 한 곳에 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데이터 매니지먼트에도 관심이 있었고요. 큐레이터는 항상 자료를 리서치하고 정리하는 연결고리 속에서 또 다른 전시를 만들잖아요. 아카이브와 항상 친해져야 하는 큐레이터의 숙명이 자연스럽게 미팅룸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이경희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포럼이나 목소리는 계속되는데 실천은 미흡한 것 같습니다. 왜 지속적으로 작동하지 못할까요?

황정인 아카이브란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에 준하는 자료나 작품 외적으로 사료적 연구가치가 있는 자료들을 모아놓은 기록 자체 혹은 보관소를 말하는데, 작품 제작이나 전시 준비 과정에서 나오는 기록, 어떻게 보면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죠. 부차적이라는 인상 때문에 전문인이 필요하다는 인식도 안 하는 것 같아요. 미술관 전문인력 중 전문성이 간과되던 에듀케이터와 미술품전문해설사는 차차 중요성이 대두되어 인력 지원이 이루어져 지난 10년 간 확장된 반면, 아키비스트는 그러질 못했어요. 그리고 그 일을 큐레이터가 일인다역으로 전담해서 짊어지는 게 현실이고요. 저희가 기획만 하는 게 아니라 기금 마련을 위한 행정과 홍보업무도 하기 때문에 아카이빙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현실적으로 매우 부족해요. 아카이브는 실제 매우 전문적인 영역인 데다 프로세스 자체가 물리적으로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거든요.

기록 보관에는 항온항습 등의 소장품 보관과 똑같은 환경도 필수적이죠. 그러한 시설 지원이 가능한 미술관이 몇 곳이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역시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엔 인력과 시설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예요. 과거 ‘자립형미술관네트워크’가 ‘한국사립미술관협회’로 거듭나면서 이제 겨우 전국의 사립미술관들이 국가의 인력지원을 받으면서 과거보다는 상황이 조금은 나아졌지만, 이것이 아카이브 지원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요.

그리고 인력과 시설에 필요한 자금도 문제겠지만, 결국엔 인식 부족이죠. 현재 국립자료원에서 예술기록 및 구술채록에 관한 전문인력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한국아카이브협회에 관련 전문가들이 아카이브와 전문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인식 확장을 도모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여전히 아카이브를 구축, 운영, 활용하는 모습은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해요.

이경희 보존에 대한 섹션도 있는 것을 보고 제가 예상한 것보다 깊고 멀게 접근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이 이에 대한 논의를 실천적으로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그리고 컨템포러리 작품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조차도 아카이브는 곧 라이브러리는 인식에 익숙해져서 그런 듯합니다.

황정인 김달진미술연구소와 네오룩이 전시 소식, 동정, 인명사전, 동시대 이벤트 및 작가 정보 수집으로 자리를 잡았죠. 하지만 전시기획자를 위한 이론, 방법론, 참고 서적이라던가, 혹은 실무적인 것, 전시철학적인 것을 효과적으로 얻을 수 있는 채널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현재 미팅룸이 다루는 이슈는 크게 큐레이팅과 아카이브인데, 작품보존과 수복도 아카이브와 맞닿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큐레이터의 기본 역할 중 하나가 작품 수집인데, 수집된 작품 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조차 없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마침 미팅룸에서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자 하는 한 보존전문가 conservator와의 협업으로 9월부터는 미술품보존 및 수복에 관한 지식도 나누고 있어요. 미팅룸은 작가를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전시기획이나 미술이론에 관심 있는 분들이 전문지식을 얻는 데 한 번쯤은 들러보면 좋을 사이트가 되고자 했어요.

이경희 큐레이터 관련 학과 출신이나 큐레이터가 되고자 하는 이는 많지만, 실제 현장에서 뛰는 사람은 매우 한정적이고 교류 범위도 좁습니다. 방문할 수 있는 온라인이 있는 건 좋지만, 온오프 모두에서 교류하는 계기도 필요할 것 같아요.

황정인 9월부터는 ‘미팅룸 1.5’라고 해서 현직 아키비스트와 컨서베이터가 객원으로 참여하는 형식으로 변화했어요. 유용한 자료가 쌓이려면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해를 거듭하다보면 출판, 전시, 콜라보레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나올 것 같아요.

8월 말에는 미팅룸으로서는 첫 기획전시도 가져요. 공연예술 전문서점 옆에 버려진 한 평짜리 윈도우 공간을 전시공간으로 바꿔보는 거죠. 서점의 유휴 공간에서 전시를 하고, 서점에는 북큐레이팅을 시도해서 현대미술작품을 공연예술 맥락에서 자유롭게 살펴보는 전시에요. 그 어떤 정답도 없고, 다만 공연예술로 특화된 대학로에 시각예술을 은근 슬쩍 끼워 넣어 색다른 해석을 해보았으면 해요. 그 외 작가그룹인 에펜딕스 Appendix와 함께 <on meeting: 장면과 단상> 이란 제목으로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어요. 관련 사진을 수집하고 그에 대한 단상을 교대로 적는 프로젝트에요. 자료가 모이면 전시나 출판형태로 보여드릴 예정이고요. 조금씩 외연을 넓히는 시도를 하는 중이에요.

미팅룸의 첫 기획전시인 «meeting on stage 01: 이문호»가 열리고 있는 프로젝트 스페이스 ‘stage3x3’. 이곳은 대학로예술극장 1층에 위치한 공연예술전문서점 ‘북+스테이지’가 운영하는 소규모 프로젝트 전시공간이다. 북+스테이지가 보유한 예술서적과 현대미술작품을 각각 북큐레이팅과 전시기획을 통해 함께 소개함으로써, 미술에 대한 보다 다양한 해석적 관점을 제시하는 전시기획 프로젝트이다. 10월 말, 구현모 작가가 참여하는 두 번째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 사진 제공: 미팅룸 meetingroom

이경희 홈페이지를 보면 ‘큐레이팅 브랜드’라는 말이 나오는데, 구체적으로 좀 더 설명해 주세요.

황정인 큐레이팅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단순히 특정 주제에 끼워 맞추기 식으로 작가들을 모아 보여주기보다는, 미술계 현장과 흐름에서 이 전시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제시해주는 통찰력 있는 전시가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저도 기관 큐레이터 초반에는 소속 기관이 추구하는 성격을 따라야 하기에 한계를 느꼈는데, 그러다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서 작가의 생각을 공유하면서 문제의식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하고 싶었어요. 어떤 문제에 대해 정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질 수 있는 전시 말이죠. 근무 환경만 탓할 게 아니라 스스로가 어떤 관심사를 갖고 있고, 발전시키고, 큐레이팅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경희 네트워크와 협업의 지점을 좀 더 원활히 하기 위해 각 큐레이터의 특징을 잘 정리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겠습니다.

황정인 카테고리 중 큐레이팅에서는 ‘큐레이팅/피플’ 이라는 주제로 매주 한 명의 큐레이터를 선정해, 그가 어떤 전공을 토대도 관심사를 발전시키는지 다루고 있어요. 실무자의 모범 선례를 통해 인식을 넓히면 좋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요. 단순히 그가 어디에서 일 했느냐가 아니라, 그의 전공과 관심사가 어떤 이론과 닿았고, 그의 전시가 호평과 혹평 사이를 어떻게 뚫고나갔는지를 보여주고자 하거든요. 그러한 독자적인 여러 전시기획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국내에도 더 잘 인식되지 않을까 해요. 이는 해외에만 해당하진 않고요, 국내의 훌륭한 선배 큐레이터도 소개해서 많은 이들이 참고하면 앞으로 더 좋은 전시들을 자주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이경희 큐레이터의 국내외 교류도 중요한 지점일 텐데요.

황정인 90년대부터 비엔날레를 통해 교류가 있었지만, 최근엔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서 반가워요. 이러한 움직임에 좀 더 힘을 보태기 위해서는 국내에 자기만의 비전을 가지고 좋은 전시를 기획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자체적으로 파악이 되어야 해요.

이경희 지금은 블로그로 운영하고 있지만, 자료가 쌓이다보면 언젠가는 포털의 성격도 지니게 될 것 같아요. 호완과 접근성도 감안을 하고 있나요?

황정인 저희는 비영리고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포털이 아닌 블로그 형태에서 시작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쌓아 놓은 자료들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이트가 필요해지겠죠. 자료 간에도 서로 네트워크가 돼서 이용자가 유용하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고요. 일단은 미팅룸 구성원 모두가 짬을 내어 공부하고 검색한 자료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에 만족해요. 서두르지 않으려고요. 멋진 디자인도 좋지만, 콘텐츠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해요.

이경희 모델로 삼은 온라인 사이트가 있나요?

황정인 영국의 국제시각예술연구소 이니바Institute of International Visual Arts, Iniva가 운영하는 사이트인데, 정보에 대한 치밀한 연계성과 이를 깔끔하게 구현하는 방법이 좋아요. 이니바는 콘텐츠 하나를 보여주더라도, 관련 링크가 잘 되어 있어서 유용한 정보를 짜임새 있고 신속하게 검색할 수 있어서, 이용자 스스로가 리서치의 깊이를 만들 수 있어요. 큐레이터의 전시, 인터뷰, 도서, 도록, 또 그와 연결해서 보면 좋은 자료들을 함께 찾아볼 수 있어요.

여기에 더해 저희는 스크롤의 압박이 없는 정도의 분량으로 글을 정리하고, 거기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사람은 관련 링크를 타고갈 수 있게끔 하고 있고요.

이경희 검색하고 읽어보고 정리하고 퇴고하고… 포스팅도 잦은 편이라 셋이 하기엔 실제 투여되는 시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수익성을 예상하기도 했나요?

황정인 요일별로 주제를 나누어 지금은 어느 정도 틀이 잡혀있는 상태예요. 월요일에는 큐레이팅, 목요일에는 아카이브와 기록학, 토요일에는 작품보존과 수복, 주말에는 전시기획 등의 협업 프로젝트를 연재해요. 각각의 카테고리별로 온라인 회의실을 열어서 원고의 방향, 퇴고의 과정 등도 체크하고요. 그리고 매번 새로운 글을 올릴 때마다 기존의 글과 연결이 되게 해요. 그렇게 메타데이터로 가다보면 관련 내용이 특정 범위 안에서 함께 읽혀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격이 유지되면서 업데이트가 되겠죠.

이런 과정을 거친 내용들이 모이면 다른 방식의 수익모델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일단은 저희와 같은 성격의 모임을 지원해줄 기금을 모색해 볼 예정이에요. 처음부터 수익성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서, 후일에도 온라인 정보플랫폼은 비영리형태로 계속 운영하려고요. 다른 프로젝트의 자료로 활용하면서 기획안을 낼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거니까 좀 더 크게 보고 있어요.

이경희 미팅룸으로서 혹은 개인적으로 어떤 작가, 작품, 현상을 통해 ‘무슨’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요?

황정인 공동 운영자인 큐레이터 세 명의 관심사가 모두 달라요. 제 경우에는 도시 공간의 폐허, 재생, 전용에, 홍이지 씨는 예술가의 노동에, 지가은 씨는 현대미술 작가의 아카이빙 방법론에 관심이 있어요. 미팅룸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전시는 큐레이팅과 아카이브를 전시의 중심 이슈로 가져갈 예정이고, 주제는 다양해질 수 있겠죠. 하지만 자료를 나열하는 식이 아니라 아카이브를 기획의 소재나 출발점으로 잡게 될 것 같아요. 전시 역시 하나의 생각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의 지점들을 제시하는 거죠. 답을 제시하는 것보다는 답을 함께 찾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전시가 될 것 같습니다.

이경희 작가들은 작품에 대한 리뷰를 받지만, 전시기획에 대한 리뷰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요. 미팅룸이 서로의 전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도 될 수도 있겠어요.

황정인 네, 맞아요. 저희도 하고 싶은 활동 중 하나가 기획자들 간의 자유로운 이야기가 오가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에요. 기획자 역시 하나의 기획을 접근할 때 단순히 미술 내부가 아니라 미술 외연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을 때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는 노련함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서 기획자와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경희 미팅룸도 콜렉티브로서 혼자서는 한계를 느끼고 여럿이 문제를 발견/발전시키고자 했을 텐데, 미팅룸을 넘어선 네트워킹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황정인 혼자보다는 여럿이 낫죠. 더구나 독립기획자들이 발 딛고 설 수 없는 국내의 미술계 현실에서는 이러한 움직임들이 결코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연스러운 것이죠. 씁쓸한 현실을 자주 마주하지만 언제까지 불평만 늘어놓을 수는 없잖아요. 미팅룸 구성원 모두가 바쁜 시간을 쪼개어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면서도 즐거운 것은, 본인의 말과 생각이 공기 중에 흩어지지 않고 글이 되어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형태가 되는 것, 또 그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거에요. 하나의 생각으로 모여 각자의 생각에 깊이를 더하고, 여럿이 모여 다양한 생각을 나눔으로써 더 큰 생각을 만들어 가는 것이 미팅룸의 기본 방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 로고처럼요. 그래서 미팅룸 내외로 더 많은 형태의 미팅을 만들어가려고 계획 중이에요. 네트워크는 목적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남과 실천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것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인지 앞으로 어떤 형태의 만남들이 저희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그 때까지 미팅룸을 잘 이끌어 가는 게 중요하겠죠? (웃음)

미팅룸 로고. 디자인 김수희 Suhee Kim

전시기획을 위한 아카이브 플랫폼, 미팅룸

분량6,875자 / 14분 / 도판 2장

발행일2013년 10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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