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예산으로 두 배로 크고 밝은 공간
라카통 & 바살 × 이아람
분량10,944자 / 22분 / 도판 7장
발행일2013년 3월 20일
유형인터뷰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거나 공간의 내부에서부터 시작하는 방법론은 이들의 건축을 이해하는 키워드가 된다. 적은 예산으로도 장소의 특성을 살려 자유로우면서 열린, 다양하고 유연한 공간을 만드는 프랑스 건축가 그룹인 장 필립 바살Jean Philippe Vassal과 안느 라카통Anne Lacaton을 인터뷰했다.
라카통 & 바살 1987년 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라카통 & 바살은 절제된 미학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건축작업을 선보인다.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지역계획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극심한 기후조건에서도 건물이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들, 건축 기법을 상황에 맞게 제공하는 방법 등의 노하우를 쌓았다.
인터뷰 이아람 자율도시활동가
번역과 정리 신경미 건축가
이아람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는 라카통 & 바살 건축사무소의 가장 최근 작업입니다. 1937 년에 지어진 이 건물을 2000년과 2012년에 각각 리노베이션 했는데요. 같은 건물을 10여 년의 시간차를 두고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각각 어떤 차이가 있었고, 또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는지 궁금합니다.

라카통 & 바살 2000년의 첫 번째 작업은 이전의 대규모 리노베이션 공사가 중단되어 버려진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빈 공간이었음에도 내부 공간이 건축적으로 풍부한 가치를 담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빛과 공간을 잘 드러내는 환상적인 장소였습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단기간의 설치나 퍼포먼스가 있는 현대미술 작업도 가능한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면, 건물의 안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기본 설비, 그리고 철거된 계단의 재시공을 위한 보수작업을 명확한 방법론과 함께 제안했습니다. 건물이 원래 가지고 있는 잠재된 역량 그리고 공간, 깊이, 크기 등을 보존하면서 공사가 진행되었습니다. 기술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작업이었지만 최대한 가볍고 효율적으로 진행했는데, 이는 기둥 보강과 노출 천장 설비 작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습니다. 비록 모두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건축물로서 가져야할 기본 필수 사항들을 보완했습니다. 프로젝트의 예산은 300만 유로로 규모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었지만, 총 7,800m²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중 5,000m²는 전시용으로 관객에게 개방했습니다. 재개관 후 <팔레 드 도쿄>는 긴 시간을 머물어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으며, 재방문율도 높았습니다.
이후 2010년에 정부는 이 독특한 건물의 빈 공간을 다시 정비하고자 했습니다. 이미 현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우리 사무소는 다행히 당시 현상설계에 당선되어 9개월 동안 또다시 재정비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두 번째 리노베이션은 10년 전의 연장선상에서 작업하고자 했기 때문에, 공간의 질과 규모를 해치지 않으면서 남아 있는 모든 공간들을 정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즉, 관객이 사용하는 모든 공간을 볼 수 있게 수직으로 건물 전체를 이용해 지층의 가장 어두운 부분부터 유리 천창天窓 아래의 가장 밝은 공간까지, 이 모두가 작업의 재료가 되었습니다. 관객들은 이곳에서 각각 다른 공간을 발견하고 경험하게 되는데, 건물의 면적과 높이 모두를 활용해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특별한 산책을 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공간의 다양함이란 공간의 운영이 유연하고, 사용을 하는 때도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빛도 지붕의 유리 천창이나 다른 대형 창을 통해 몇몇 장소는 자연광이 풍부하게 들어오도록 했는데, 동시에 내부 차양이나 외부의 불투명 방수천을 사용해 빛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기존 공간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 고정된 가벽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열려있는 거대한 공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조립식 전시 가벽이 갖춰져 있어 다양한 공간 계획도 가능합니다. 두 번째 리노베이션의 예산은 약 1,300만 유로로 이전에 비해 많이 늘어났습니다. 프로젝트 면적은 16,500m²이었고, 2,800m² 이상의 모든 지붕을 유리창으로 교체했습니다. 또 큰 규모의 기계설비장치 교체와 같은 광범위한 기술공사 등도 프로젝트의 일환이었습니다. 2012년 4월 또 한 번의 개관을 하면서 <팔레 드 도쿄>는 전체 22,000m² 이상의 규모로, 이중 16,000m²가 전시, 영화관, 강연실, 레스토랑, 서점으로 방문객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아람 라카통 & 바살 사무소의 작업들을 보면 어떤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연채광을 집안으로 최대한 들여온 ‘온실serre’ 개념으로 확장된 발코니 공간입니다. 이 발코니 공간에 대해 두 분께선 “기후를 느끼는 것feeling climate” 이라고 설명하신 적이 있는데요. 실내에서 외부 공간과 기후를 느끼는 것이 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시나요?
라카통 & 바살 <라타피 주택Latapie House>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라타피 부부와 이야기하면서부터 이 주택에서 좁다고 느껴지는 기존의 정형화된 주거공간을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보니 프로젝트의 주된 목적이 일반 주거 면적을 두 배로 확대하는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크고 자유로운 열린 공간’이 우리 사무소의 공동주거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집의 내부라도 쾌적한 기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자연채광, 하늘, 구름과 같은 자연 요소들을 집 안으로 최대한 끌어들이고자 했는데, 이 요소들은 자연이 주는 무상의 에너지이자 자원일 뿐만 아니라, 즐거움도 주고 만족감도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감각sensations과 쾌감plasir이 주거공간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부차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아람 온실과 발코니를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투명한 자재는 무엇인가요? 이 투명 파사드가 거주자에게 에너지 절감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나요?
라카통 & 바살당시 우리는 ‘비닐하우스 온실des serres horticoles’ 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이 비닐하우스 온실이 상당히 지능적으로 디자인된 것인 동시에 매우 경제적인 건축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라타피 주택>에서도 온실의 원리를 차용했고 공간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단열과 난방이 되고 거실, 부엌, 침실이 있는 일반적인 공간이며, 다른 하나는 온실 공간입니다. 이 온실은 주택 내의 여러 방들을 외부로 연결시킴으로써 주택의 활용공간을 크게 확장시켰습니다. 게다가 겨울에는 자연스럽게 외부와 내부 사이에 약 7도의 온도 차로 중간기후가 영성되면서 단열된 부분의 난방이 줄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던 1992년 당시, 우리는 ‘이중공간espace double’을 실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사전에 계획된 동일 면적을 사용자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활용이 가능하도록 면적을 추가하는 것인데, 같은 시기의 <라타피 주택>에서도 이를 실험해보고 싶었던 것은, 공간 확장이 무엇보다 매우 필요한 요소였기 때문입니다.
<라타피 주택>에서 추가적인 공간으로서 온실은 가족들에게 평범한 방들 보다 더욱 자유로운 공간이자, 그들의 삶이 잘 드러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공간의 용도와 가구가 계절과 기분에 따라 바뀔 수 있고, 방음이 된 방은 조용한 데 반해 비 오는 날의 빗소리는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적정온도와 에너지효율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입면의 과도한 단열이나 외부와의 과도한 차단, 또는 유리 면적의 감소는 그다지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자연 요소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요한 방향으로 바뀌었습니다. 주택에서 온실정원 공간은 단열 표피처럼 기능하는 동시에 공간 용도의 범위를 확장하기 때문에 자유로운 활동과 움직임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리고 삶의 질을 위해서도 자연채광이나 따뜻한 햇살 그리고 기후를 지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쾌적함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주택에서 꼭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개념은 <라타피 주택>에 도입한 주거공간에 대한 철학을 유지하면서 성능에 대한 규제, 친환경 인증에도 완벽하게 대응하는 기술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뮐루즈 혁신단지의 공동주택 logements collectifs de la cit manifeste Mulhouse과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이 개념을 이용하여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아람 두 분의 건축은 건축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미적인esthetics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평도 있습니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작업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인가요? 특히 리노베이션 작업에서 건축가는 고유한 미적 특수성을 어떻게 작업에 반영할 수 있을까요?
라카통 & 바살 건축에서의 미적 성취는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가치나 목적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하나의 프로젝트는 건축가의 의도와 건축물이 위치하는 장소의 특성, 공간의 질적 사용에 대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기술적으로 선택한 것들의 결과물입니다. 프로젝트의 미적인 부분은 그 프로젝트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사용 범위, 디자인의 일관성, 각각의 공간들이 주변환경과 갖는 관계의 성격에 의해 정해진다고 봅니다. 때문에 건축은 단순히 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복잡하고 흥미롭습니다. 기존의 건축물을 유지하면서 리노베이션하는 작업에서 문제는 미적 문제나 미적 대립이 아닙니다.
우리는 리노베이션을 할 때 기존 건축물에 이미 존재하는 것들에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서 모든 장점들을 찾아내어 그것들을 다시 새로운 장소로 만드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산의 문제도 그 자체로는 제한 요소가 되지 않습니다. 프로젝트에 있어 경제성은 당연히 중요한 문제이고 설계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염두에 두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오히려 제한된 예산은 프로젝트의 자원을 관리해주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주며, 불필요한 것을 정리해 거짓된 것을 제거해주는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라타피 주택>은 적은 예산으로 시작했지만 그곳에서 가능한 최대치의 삶의 질을 제공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아주 호화로운 주택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아람 보르도 지역구의 요청으로 들어온 시민광장 리노베이션을 거절한 이유도 흥미롭습니다. 시민들이 잘 관리만 하면 지금으로서도 괜찮다는, 즉 굳이 손을 델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는데요,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시겠어요.
라카통 & 바살 보르도 시의 레옹 오콕 광장place L on Aucoc Bordeaux의 발주 내용은 ‘광장 미화’였습니다. 우리가 처음부터 그 프로젝트를 거절한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제안을 하기 위해 주어진 4개월 동안 다양한 시간대를 선택해 여러 차례 답사를 갔고, 사이트에 대한 정확한 관찰의 결과로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전조사를 통해서 이 광장이 미화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운 공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광장을 아름답게 하는 구성요소들을 설득력 있게 발전시키는 것과 동시에, 기존에 공간 기능을 잘 활용하지 못했던 몇몇을 개선하는 것 이외는 공사를 하지 않을 것을 제안한 것입니다. 왜냐면 바닥, 벤치, 가로등 등의 교체가 광장의 사용을 질적으로 향상시키는 요인이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시공이나 대수선을 가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프로젝트는 던져진 질문을 잘 이해하는 것을 기반으로 신중하고 정확하게 대지를 관찰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그에 대한 답을 정의하고 이미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놓치지 않는 선에서 세심하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적용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생각은 보르도의 광장뿐만 아니라 카프 페레Cap Ferret에 있는 주택 대지의 모든 나무들을 보존했던 것, 파리의 <부아 르 프렛 타워Tour Bois-le-Pr tre>를 철거하지 않고 개조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물을 멀리서 보는 것이 아니라 더 밀접하게 바라보는 방식에 근거하는 것이죠.
따라서 건축을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특정 상황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가지는 복잡성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이것과 저것을 계속해서 비교해 보고, 건강하게 고민하기 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자신의 위치와 자세를 정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의 물질적인 결과물은 이 모든 것에 의한 것입니다.
이아람 <부아 르 프렛 타워>의 하우징 블록 작업은 이미 만들어진 집의 구조체를 모듈화하여 블록을 쌓듯 건축했습니다. 어떤 아이디어에서 이런 방법을 실제화하게 되었나요?
라카통 & 바살 이 프로젝트는 프레데릭 드루오Fr d ric Druot 건축사무소와 협업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우리는 1960~1970년대의 근대 주거단지 개조를 가지고 프레데릭과 함께 10년 넘게 연구를 해왔는데요. <부아 르 프렛 타워>는 프랑스 정부가 강구하려 한 ‘철거 신축 프로그램’이 가진 문제점에 대한 대응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철거보다는 거주자를 배려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동시에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안으로서의 개조를 제안하는 것이었죠.
여러 문제와 어려움이 있지만 이 지역의 내부에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관찰을 하면서 더 좋게 할 수 있는 역량이자 가능성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리노베이션을 출발점으로 주거적 접근을 기초로 한 조사와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좀 더 부연하면, 주거를 한 단계 위로 끌어 올리는 것으로서 주거의 즐거움을 형성하는 규격, 편안함, 자연채광, 방음, 조망 등을 통해 현 주거의 부족한 점들을 채워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들과 함께 기술적인 정비를 실행했습니다. 결국 이와 같은 프로세스는 어떤 상황에서도 개선방안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철거 후 신축을 하는 것보다 이 방법이 3~4배 정도 경제적이었고, 거주자들은 자신의 주거공간이나 동네를 떠나지 않아도 됐습니다.
이 임대주택 건물의 개조 현상설계에 프레데릭과 우리는 두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첫 번째는 1980년대에 이루어진 재정비 및 단열공사로 줄어든 자연채광과 조망을 다시 돌려주기 위해 주거공간을 확장하면서도 에너지를 절약하고 단열 성능을 만족시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모든 거주민들이 입주해 있는 상태에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리노베이션 작업에서 이 두 가지 제안은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정비에 대한 근본적인 요구에는 주거공간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겠다는 의도를 포함합니다. 기술적인 리노베이션만 하는 것은 적절하지도 않을뿐더러 지속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이 거주한 상태에서 건물 증축이 시행되었기 때문에, 주민들을 방해하는 시간을 최소화 하고 가능한 한 가볍고 빠른 공사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시공 기간을 단축하고 모듈의 고층설치가 수월하도록 철골조 형태의 조립식 모듈(슬라브와 기둥)을 이용한 시공방법을 연구했습니다.
<부아 르 프렛 타워>는 온실정원 방식으로 난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추가 주거면적이 되는 확장 부분을 건물의 외곽 둘레 전체에 만들어 각 층의 바닥면적을 배로 증가시켰습니다. 이는 각 주거공간 확장 및 주거 유형의 종류를 다양하게 했고, 새로 설치한 유리면과 결합된 온실 정원의 효율성을 확보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반으로 절감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임대료의 인상이 없었기 때문에 거주자들에게 부담을 주지도 않았습니다. 이러한 리노베이션은 삶의 질과 주거공간의 변화만으로 기존의 공간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한 것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건물의 형태를 리모델링하거나 입면 디자인을 리노베이션 하는 것과는 다른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아람 거주자들의 요구사항이 매우 다양했을 텐데요. 의견을 조정하고 작업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한국에서는 세입자의 의견를 조정하는 과정 자체가 흔치 않아서 특히나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라카통 & 바살 현상설계에 당선된 후, 거주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건물에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리고 원하는 경우에는 거주하던 곳에 계속 지낼 수 있도록 건물주인 파리 시 주거부Paris Habitat와 협의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주민들과의 대화가 이루어졌는데, 첫 번째 회의에서는 프로젝트 전반과 각 요소에 대해 소개하였습니다. 그 이후 각 주거를 직접 관찰하기 위해 모든 호수들을 방문해서 거주자들을 만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전체회의에서는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추가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그러면서 프로젝트가 실제로 수용해야 하는 양과 주민들의 요구에 실질적으로 응하는 리노베이션이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아람 같은 공간을 두 배로 증축했는데도 건물주가 세입자들의 월세를 올리지 않도록 합의한 점도 놀랍습니다.
라카통 & 바살 좀 더 넓은 면적을 갖는 것은 삶에 즐거움과 만족plaisir을 주는 것의 전제조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이 넓어졌다고 임대료가 같이 올라야 하는 이유는 없습니다. 특히 대상이 임대주택(공공지원주택)일 경우는 더더군다나 그렇고, 현실적으로 해당 거주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건축주와 논의를 했고 또 지금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습니다. 뮐루즈 혁신단지의 공동주택, 생 나제르St Nazaire 지역의 주거 건물 증축 프로젝트는 이런 부분들을 존중하면서 진행했습니다. <부아 르 프렛 타워>의 경우는 거주자들이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리노베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조금 다른 상황이기는 했죠.
공공임대인인 파리 시의 주거부와 주민친목회 사이에서 이런 논의를 진행했는데, 파리 시 내에서 같은 타입의 신축주거 기준에 최대한 맞춰 임대료를 결정했습니다. 주거지의 이동이 없었던 임차인 입장에서는 리노베이션으로 월별 관리비가 건물의 보수와 설비의 교체로 많이 절감되어 전체 임대료의 상승치는 거의 제로라고 해도 될 정도로 미미했습니다. 물론 호수를 변경한 거주자들의 경우는 공간이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것에 상응하는 비율에서 임대료가 조율되었고요.
이아람 프랑크푸르트의 독일 건축 박물관Deutsches Architektur Museum에서 열렸던 «Transformation of a 1960s Residential Highrise» 전시에서는 비록 이미지로 재현된 것이지만, 관객이 전시장 내에서 가상의 거주자가 되어 확장된 풍경을 모듈로서 경험하게 했습니다.
라카통 & 바살 우리는 그 전시를 프레데릭과 기획하면서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주거공간의 내부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떻게 기존의 공간을 확장했고, 거주자에게 더 많은 자유와 가능성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으며 그리고 빛과 조망을 가능하게 하는 것들을 이야기하고자 했습니다. 생활공간, 즉 살기 위한 공간의 장점을 잘 드러내는 것이 신축이건 리노베이션이건 간에 주거와 관련된 프로젝트에서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와 커미셔너인 일카 & 안드레아 루비Ilka & Andreas Ruby는 전시 관람객을 실제 크기의 주거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내부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우리 프로젝트에 대한 방법론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아람 프랑스도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도시 재생, 재개발, 그리고 1인 가구 증가가 주요 이슈인 것으로 압니다. 이에 대해 프랑스는, 그리고 두 분은 건축가로서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가요?
라카통 & 바살 도시에서는 주택을 건축하기 위한 새로운 대지를 찾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가 완성되기까지도 꽤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리고 주택은 건설 분야 가운데에서도 가장 규격화되고 규범화된 분야입니다. 이러한 규범들은 주거의 혁신적인 발전을 이끌지도 못하며, 프로젝트의 실현을 갈수록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새로운 주택을 건축하는 것을 가지고 우리는 여러 작업들을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연구해왔습니다.
첫 번째는 ‘조밀화’입니다. 이는 단순히 획일적이고 일반화된 조밀화가 아닌, 더 흥미롭게 조율된 ‘질적 조밀화’를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거주자들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추가로 건축이 가능한 대지를 세심하게 물색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질적 조밀화는 마스터플랜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의 내부에서부터 이미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기존에 소유하고 있는 대지에 신속하게 신축할 수 있는 경우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생 나제르에서 했던 <라 쉐네La Chesnaie> 개조 작업에서는 질적 조밀화를 통해 5~6년 이내 보르도 시 권역에 50,000호의 주택을 추가로 신축할 수 있는 전략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두 번째는 ‘철거하지 않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여럿 강조했다시피, 기본적으로 철거-재건축은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철거-재건축은 수년 후에 재정의 낭비와 초기의 주거 수를 유지하는 것을 어렵게 합니다. 이와 반대로 질적인 조밀화와 연계된 리노베이션은 새로운 주거공간을 창출하고 기존의 주택이 가진 질을 향상시키는데, 이 두 가지는 우리에게 중요한 이슈입니다.
마지막은 ‘더 높이 짓기’입니다. 파리의 건축상한선인 37m는 1980년대의 기준인데, 2000년대인 지금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런 여건에서, 예외적인 높이를 말하기보다는 50~100m 사이에서 가능한 양질의 주거를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의 대도시는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확연하게 나은 주거공간을 제안하지 않는다면 도시의 질적 조밀화는 결코 담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양질의 주거공간과 더 넓은 공간 확보는 조밀화의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전제조건이 됩니다. 서비스의 질 그리고 동네의 인접 시설들도 이에 포함됩니다.
같은 예산으로 두 배로 크고 밝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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