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돌셔츠 VS 하와이언셔츠
안데스
분량1,933자 / 4분 / 도판 1장
발행일2012년 6월 20일
유형작업설명
물가안정 점검품목의 단골품목
건축에는 일자무식인 나이지만 이거 하나는 늘 궁금했었다. 벽돌은 왜 갈색일까. 주택이나 작은 빌딩은 왜 대부분 이 적벽돌로 지어졌을까? 음식으로 치자면 김밥천국의 원조김밥 같은 것인가? 적당히 영양도 있고 맛도 있으면서 싸기 때문에? 끼니를 해결하기에 가장 싼 음식으로 치자면 김밥보다는 짜장면이 원조였다. 그러나 얼마 전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을 먹고 낸 가격은 4,500원이었다. 최저 음식료 자리를 김밥에 내준 것이다. 최저 대중음식료 가격이 물가인지 기준이 되는 것과 같이 건축에서의 김밥은 바로 ‘적벽돌’이다. 적벽돌은 대중음식료와 같이 정부의 물가안정 점검품목의 단골품목이다. 그래서 적벽돌은 주택에서부터 공공건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건축에 쓰인다.
서울의 색, 적벽돌
이미 언급한 것과 같이 수많은 벽돌이 존재함에도 적벽돌이 널리 쓰이는 이유는 가격이 싸면서도 실용적이고 외벽용으로 쓰기에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색깔이 우리가 흔히 12색 크레파스 중에서 ‘나무색’이라 부르는 색이다. 자연의 색을 닮아 있는 바로 그 색. 제조과정을 조사해보니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적벽돌의 색은 주로 산화철에 의해 결정되는데, 점토의 4% 정도의 산화철을 넣으면 붉은색을 띤다고 한다. (적색을 내려고 일부러 산화철을 주입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미국에서 적벽돌 제조 기술을 도입하면서 널리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이전의 건축물에는 검은색 기와를 비롯해 주로 검은색 벽돌이 사용되었다. 적벽돌을 도입한 이후로 한국의 도시 색깔은 검은색에서 갈색으로 변했다고 할 만큼, 적벽돌이 널리 사용되었다. 한 도시에서 건축에 주로 사용되는 재료는 그 도시의 색깔을 결정하기도 한다. 12년 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 런던 히드로 공항 하늘에서 보았던 도시의 색깔은 오렌지빛이었다. 런던의 집들은 대부분 오렌지색 벽돌로 지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베니스도 주로 오렌지빛의 붉은 기와로 지붕을 덮는데, 하늘에서 베니스를 내려다본다면 아마 오렌지빛 도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서바이벌오브젝트, 적벽돌
특정 건축물이나 스타 건축가가 만든 건물이 랜드마크가 될 수는 있겠지만, 도시를 구성하는 건 이름 모를 건축가들의 집들이다. 건축가 김수근은 건축을 “빛과 벽돌이 짓는 시”라고 했을 만큼, 적벽돌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한 시대를 주름잡은 건축가가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재료를 사랑했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내가 적벽돌을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보편성에 있다. 누구나 알지만,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무명 디자이너의 상품들.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은 사람뿐만이 아니다. 도시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물건도 자신을 계속 변형시키면서 <신상품>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경쟁하고 있다. 새로 나온 상품들을 쇼윈도에 전시하기도 바쁜 사이, ‘몸빼’나 삼선슬리퍼처럼 최저의 가격으로 오랫동안 원형을 유지하며 살아남은 물건들이 있는데, 나는 이 물건들을 ‘서바이벌오브젝트’라 부른다. 음식계의 서바이벌오브젝트로는 라면을 들 수 있겠다. 라면은 몸빼처럼 일본에서 건너왔지만, 한국형으로 맵고 싸게 자신을 변형시켜 꾸준히 이 땅에서 사랑받고 있다. 여러 분야의 서바이벌오브젝트가 존재하고 있고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내가 나에게 낸 숙제 중의 하나인데, 건축계에서 찾은 것은 바로 ‘적벽돌’이었다. 적벽돌을 또 하나의 서바이벌오브젝트로 등록하는 기념으로 만든 적벽돌셔츠를 입고 사진 한 장! 김치~.

안데스
안데스는 자신의 창작을 기록하는 사이트 dailycodi.com1을 7년째 운영하고 있으며, 본인이 입던 옷으로 몇 차례 패션쇼를 선보였다. 참가자들을 안데스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혀 주는 파티 데일리코디 나이트 Dailycodi Night를 서울에 이어 최근 아르헨티나에서 열기도 했다. 또한 밴드 부추라마를 이끌고 있으며, 쌈지의 아트디렉터를 역임한 바 있다.
적벽돌셔츠 VS 하와이언셔츠
분량1,933자 / 4분 / 도판 1장
발행일2012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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