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교에서 자라는 우리
강태성, 김주안, 김준겸, 조현우, 최인섭
분량4,350자 / 9분 / 도판 1장
발행일2025년 6월 27일
유형인터뷰
건축학교의 중심에는 언제나 어린이가 있었다. 이들은 건축학교의 출발점이자, 그 안에서 배움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다. 2024년 6월 1일, 한강공원에서 야외 수업을 마친 뒤, 4주 간의 새싹꿈 과정에 참여한 초등학교 4-6학년 어린이 5명을 대상으로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건축학교 수업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건축’이라는 단어가 각자의 마음속에서 어떤 감각과 의미로 자라났는지를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살펴본다.
어떤 수업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김준겸 <신문지 공간 만들기>요. 신문지를 기둥처럼 써서 크게 구축하는 수업이라 다 만들고 나니 정말 공간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느낌이 좋았어요. 신문지를 직접 일일이 말아야 해서 손이 아프긴 했지만 (웃음) 보람찼어요.
최인섭 저는 <검은 문> 수업이요. 커다란 판을 잘라서 문을 만들어야 하다보니 스스로 서 있을 수 있게 구조를 생각하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친구마다 문을 다양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다 다른 문을 보는 게 재밌었어요. 그 문이 열리고 닫히는 것도 재밌었고요.
강태성 저는 1주 차에 했던 <나의 집을 지어줘>가 가장 좋았어요. 특히 요구 조건에 맞추는 게 재밌었어요. 대충 시작했지만, 하나하나씩 만들다보니까 서로 연관 지어지는 게 재밌었어요.
김주안 저도 <나의 집을 지어줘>가 기억에 남아요. 그 수업 자체가 캐릭터 카드를 뽑고, 거기에 쓰인 특징을 충족하는 집을 지어야 했잖아요. 그게 마치 게임처럼 재밌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요구사항에 전부 맞게 만드는 게 어려워서 고민을 많이 해야 하기도 했는데, 하다 보니까 뭔가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고 하면서 한층 재밌었어요. 제가 뭔가 조그맣게 만들어보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요.
조현우 저는 3주 차에 했었던 <면.면.면> 수업이 가장 재밌었어요. 풀이나 가위 없이 종이 한 장을 접어서 공간을 만든다는 게 신기했어요.
건축학교를 다니고 달라진 일상 속의 경험이 있다면?
김주안 길을 걷다가도 건축물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것 같고, 궁금증이 더 생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 건물은 어떻게 많은 사람의 무게를 버틸까?’ 아니면 ‘왜 저렇게 공간이 나뉘어졌을까’, ‘저 벽을 왜 저기에 세웠을까?’ 등 이런 질문이나 궁금증이 예전보다 더 많아졌어요.
최인섭 제가 이탈리아랑 프랑스 여행 갔을 때, 거기에서 마주한 오래된 건축물을 보고 건축학교에서 배운 건축적인 원리를 생각해봤어요. 평소였다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은데, 배우고 보니 건축물의 매력이 잘 보였어요.
강태성 옛날부터 건축에 관심이 많고 좋아했는데, 건축학교 다니면서 일상 속에 있는 건물들을 유심히 보게 된 것 같아요. 원래도 유명한 건축물의 원리나 배경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도시에서 지나가다 보이는 건물도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조현우 건축학교를 다니면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편의시설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데도 잘 버티는 걸 보면서 이 건물은 얼마나 튼튼한가 혹은 뼈대는 어떻게 잘 세워졌나 이런 게 궁금해졌어요.
김준겸 이제 건축물을 보면 건축가의 마음이나 생각이 건축물 안에 들어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건축물의 외형을 보고서 의도를 짐작하게 되었달까? 예전보다 공간이나 건축물을 보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는 건축은 무엇인가요?
수업을 듣기 전과 같은가요? 달라졌나요?
최인섭 건축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저기 편의점도 건축이잖아요. 그 안에서 사람들이 맛있는 걸 사고 행복감을 느끼죠. 또 아파트를 생각하면, 그 안에서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고 행복하게 지내고요. 그래서 유명한 건축물이 아니어도 사람들이 그 안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살게 해주니까, 건축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이 생각은 건축학교 수업을 듣고 나서 들기 시작했어요.
강태성 저는 건축학교 전과 후가 똑같아요. 건축은 목적에 맞게 창조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운동장은 운동 경기를 진행해야 되기 때문에 굉장히 넓고 커야 하는 반면, 편의점은 굳이 클 필요가 없고 목적에 맞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 둘의 쓰임과 공간의 생김새가 상반되면 쓰는 사람이 굉장히 불편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건축이란 목적에 맞게 만드는 창조하는 것으로 생각해요.
김주안 건축학교 수업 듣기 전에는 건축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거고, 지루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서 건축을 알게 되니까, 건축이 조금 더 재미있게 다가온 것 같아요. 이제는 건축이 큰 힘을 가지고 있고, 많은 걸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목적에 따라서 사용할 수도 있고, 외형이 예쁘거나 내부 목적에 맞게 만들어지면 사람들도 특이하다고 생각하면서 좋아할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보는 사람들도 특이하다고 생각하고, 신기하다는 느낌을 받으면 뭔가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는 게 건축인 것 같아요. 건축학교 수업 시간 중에 듣거나 본 예시들을 돌이켜 보면 ‘와 누가 저런 생각을 했을까?’ 그랬었어요. 예를 들어 종이로 만든 건물은 도대체 누가 생각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조현우 제가 생각하는 건축은 ‘사람들이 만든’ 공간인 것 같아요. 건축학교 다니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건축학교에서 건축을 배우면서 생각한 것은, 파도가 만든 동굴은 건축이 아니지만, 누군가가 그 사람만의 생각으로 만든 게 건축이라고 생각해요.
김준겸 건축학교 다니기 전에는 건축은 사람이 사는 집 같은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건축이 ‘건축가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왜냐하면 ‘대체 왜 이런 건물이 만들어졌지?’라고 생각을 해보면 건축가에게는 해답이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결국 건축물은 건축가의 마음을 제일 잘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건축학교에 다시 오게 된다면 어떤 수업을 들어보고 싶나요?
김준겸 야외에서 스케일이 큰 건축물을 만드는 수업을 해보고 싶어요. 딱딱하고 어려운 재료가 아닌 걸로요. 재료가 아주 위험하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으면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까 자기만의 생각을 담아서 나만의 건축물을 만들어보는 수업이 어떨지 생각해봤어요.
김주안 여기는 건축학교니까 재미있으면서도 팀워크를 필요로 하는 그런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얼마 전에 유튜브에서 스파게티 면으로 가장 튼튼한 다리를 만드는 영상을 본 적이 있어요. 마침, 학교에서도 4학년 때 스파게티 면이랑 마시멜로로 건축물 만드는 걸 해봤거든요. 지진 공부하면서요. 그래서 건축학교에서 같은 재료로 더 큰 사이즈의 강한 구조물을 만들어보는 수업을 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강태성 친한 친구랑 같이한다면 긴 수업을 해보고 싶어요. 매주 새로운 것을 만드는 수업도 재밌지만, 4주 동안 하나의 프로젝트를 조별로 작업하는 거예요. 그래서 1-2주 차에는 개념을 생각해 보고, 3-4주 차에는 그걸 표현해 보는 식으로 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리고 건축학교에서 답사도 가는 걸 봤거든요. 답사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최인섭 저는 이탈리아 답사를 가고 싶어요! 그래서 건축가 선생님과 직접 건물을 보면서 어떤 구조로 지어졌는지, 어떻게 힘이 분산되는지, 왜 이렇게 지었는지 알려주는 수업을 듣고 싶어요.
조현우 저는 레고로 친구들과 각 나라의 건축물을 만든 적이 있는데 재밌었거든요. 건축학교에서도 레고 같은 블록으로 재미있는 건축물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만약 건축학교만의 공간이 있다면, 어떤 공간이 좋을까요?
김주안 한옥 보면 문이 열리고 닫히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건축학교 공간도 그렇게 막 열리고 닫히고 그래서 큰 공간으로 바뀌는 곳이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건축에 관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어린이들이 건축에 대한 책을 만나기가 어려워요. 어른들이 읽는 어려운 건축 책밖에 없어요. 그래서 건축학교에 가는 김에 책 읽으면서 지식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조현우 저는 운동장같이 큰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럼 굳이 오늘처럼 한강공원에 오지 않더라도 거기서 만들 수 있잖아요. 전시도 할 수 있고 보관까지 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어요.
김준겸 비 올 때를 대비해서 일단 지붕이 있는 큰 공간이 하나 있으면 좋겠고, 또 오늘처럼 야외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친구랑 같이 1:1 스케일 같은 큰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어요.
최인섭 큰 공간요. 넓고, 층고 높은 곳이면 좋겠어요. 다양한 재료가 상시로 많이 놓여 있고요. 그런 걸로 만들거나 실험하고 싶어요.
강태성 교실이라고 하면 크게 공용 공간이 있고, 조별 활동을 하는, 어느 정도 나눠진 공간이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안에 분위기는… 슬프지만 않으면 되지 않을까요? (웃음) 그리고 카페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원고화 및 편집 김보현
건축학교에서 자라는 우리
분량4,350자 / 9분 / 도판 1장
발행일2025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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