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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공사와 감리

권혁찬, 임종률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은 서울 도봉구 창동에 공사중인 국내 최초의 로봇인공지능과학관이다. 창동‧상계 신경제중심지에 위치할 4차산업 기술 교육‧체험 거점시설로써, 2019년 2월 국제설계경기공모에서 터키의 멜리케 알티니시크 아키텍처(Melike Altinisik Architecture, MAA)의 안이 당선되었다. 이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정형 건축설계사인 위드웍스가 국내 파트너로 합류해 설계를 완성하였다. 

  • 설계자 발표: 권혁찬(위드웍스건축 대표)
  • CM 단장 발표: 임종률(근정건축)

외장 패널 공사의 분리 발주

권혁찬  비정형 외장 패널 공사는 공사 난이도가 높아 시공 품질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므로 시공사의 입찰 과정에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는 공사 규모에 따라 적격 심사 후 설계 예가 금액의 85% 전후 선에서 낙찰을 받게되고, 각 분야별 하도급 업체의 공사 금액은 저가 경쟁으로 인해 이보다 더 적은, 설계 예가 금액의 60% 전후 선까지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곧 공사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게 되고 피해는 고스란히 발주처의 몫이 된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장 패널 공사 부분을 본공사(건축)에서 분리하여 지명 경쟁 방식(관급)을 발주처 및 감리단에 제안했다. 알루미늄 커튼월 공사와 같이 물품 공급(관급 자재) 발주 방식에 지명 경쟁이라는 과정을 더해 전문 업체의 보유 기술 및 실적 등의 입찰 참여자격 기준으로 정해 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에 다섯 곳 이내의 검증된 업체를 추천받아 조달 지명 입찰을 진행했다. 지명 경쟁 입찰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업체를 엄선할 수 있다는 점과 기술의 난이도가 높기도 하고, 다섯 개 이내 업체의 지명 경쟁이다 보니 낙찰금액이 대부분 설계 예가 금액의 90% 전후에서 결정되므로 적정한 공사 금액을 확보하게 되어 자연스럽게 공사의 품질과 완성도가 높아진다.

발주처(공공) 입장에서 지명 경쟁 입찰의 부담 때문에 썩 달가와 하지 않는 방식이고, CM 측에서도 보통은 관리해야 할 대상이 많아지기 때문에 대부분 이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부분의 비정형 건축물은 시공 과정에서 디자인을 쉽게 변경하거나 품질을 담보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CM 단장이 이 방식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었고, 도시기반시설본부 측에서도 처음엔 꺼려하는 눈치였지만 CM 단장의 설득으로 이 지명경쟁입찰(관급) 방식을 승인해주었다.

임종률  대형 시공사가 아닌 이상, 시공사가 전문적인 기술을 모두 완벽히 갖추고 있기 어렵다. 대부분 이윤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지출을 아껴가며 공사를 진행한다. 특히 외장 공사에서 DDP 정도의 품질을 내려면 경험 없는 시공사로는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대부분의 감리단은 시공사에게 일괄 발주하는 것을 선호한다. 나 역시 웬만한 경우라면 1군 업체에게 맡기자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1군 업체들은 이런 공사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3~4군 업체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품질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논의 끝에 우리가 모두 책임 감리를 하기로 하고 별도 발주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발주처들은 이런 경험이 없어 감리단에게 발주 방식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권 소장이 알려준 예전 사례를 바탕으로 금속패널협동조합에 있는 경험 있는 업체들을 지명 경쟁 입찰로 선정하기로 했다. 직접 시공 경험이 있는 업체 5곳을 추천받아 조달청을 통해 발주를 받았다. 수고스럽긴 하지만, 시공사를 통해 일괄 발주를 했다면 원하는 품질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 결정은 우리가 했던 결정 중 손꼽히게 좋은 사례였다고 생각한다.

외장 패널 공사 품질 관리 계획

예산, 공사 기간, 입찰 제도의 적정성 문제

권혁찬  설계 과정에서 여러 변수들이 발생했기도 하고, 공사비는 초기 서울시의 예정 공사비(218억)보다 약 110억이 늘어난 330억으로 설계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설계비는 면적이 증가된 부분(지하 1개층 추가)에 대해서만 증액되었을 뿐, 공사 난이도(비정형 건축)가 고려된 공사비(설계 예가)의 증가분에 대해서는 설계비 증액 없이 과업을 진행해야 했다. 실제 집행된 설계비를 분석한 내용(도판 참고)을 보면 증액된 공사비(설계 예가)를 기준으로 설계비를 산정하는 것이 맞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엔 설계자가 이를 악물고 작업을 하거나, 아니면 설계 도서의 품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한편, 이렇게 최종 납품된 공사비도 결국엔 계약 심사를 거치며 30억 정도 감액되어 최종 300억 정도로 입찰이 진행됐다. 물론 중복된 금액이나 불합리한 금액은 조정되어야 하겠지만 대부분 현실(시장) 단가들이 고려되지 않은 채 숫자만 조정하는 식으로 이루어지고, 이것이 나중에 건설사와의 분쟁 또는 품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 염려된다.

공사비 구성을 보면 총공사비의 40%는 기계, 전기, 설비, 소방 공사가 차지하고, 외장 패널과 건축 공사가 각각 20%, 40%를 차지한다. 모두 분리 발주 형태로 진행되지만, 공사의 주관이 되어야 할 건설사의 비율이 40%밖에 안 되는 구조를 개선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게다가 건설사(건축 부분)는 이마저 약 81%의 비율로 낙찰받았기에 총계약 금액이 120억이 채 되지 않는다. 또한 세 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응했기에 결국엔 각각 시공 능력이 30~50억 정도밖에 안 되는 소형 건설사가 공사 난이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숫자(공사단가)만 보고 일을 수주하는 꼴이 되었다. 이렇게 어려운 공사를 40%밖에 안 되는 비율의 영세 건설사가 공사를 리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다. 결국 품질 문제와 시공사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형 공사의 경우 건축 공사의 품질을 높이고 좋은 건축물을 얻기 위해 기술 제안 입찰 방식 등을 취하고는 있지만, 이 역시 공사비 절감에 초점을 맞추는 현실은 여전하다. 실제로 공사비 절감 방안이 입찰 점수의 30%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아픈 현실이다. 이런 환경에서 세계를 대표하는 고품질의 건축물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최고 가치 낙찰 제도를 통해 어떤 업체가 최고의 가치를 가진 건축물을 만들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둔다.

사업비 증감 내역

임종률  공사 기간과 금액 문제는 발주처가 이를 사전에 확정한 뒤에 감리단에 넘기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번에도 원래 주어진 공사 기간이 25개월이었다. 그 기간으로는 절대 제대로 완공할 수 없다. 하지만 발주처는 무조건 25개월에 맞추라고 요구했고, 어쩔 수 없이 그에 맞춰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사 기간을 4개월 연장했지만, 추가 연장이 필요하다. 발주처를 설득하기 위해 설계사, 감리단, 시공사가 협력하고 있으며, 공사 기간 연장과 공사 금액 조정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금액도 발주처가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추라고 요구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건축물과 설계 의도를 구현할 수가 없다. 감독관이나 관련 담당자들도 1~2년마다 교체되기 때문에 발주처에서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결국 설계사와 감리단이 모든 책임을 지게 되는 것도 프로젝트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산적한 과제들

임종률  현재(2023년 7월) 공사 진행률은 약 85%이며, 순조롭지는 않지만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설계사, CM, 감리단, 그리고 발주처가 협력하고 설득하면서 잘 진행해온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설계 단계에서 발생한 여러 문제를 설계사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사전에 해결한 것이 주요했다. 설계 단계에서 권 소장과 함께 많은 논의를 하며 설계사들도 발주에 대한 부분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설계 단계에서 발주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나는 공항 쪽 일을 많이 했다. 처음으로 비정형 건물을 맡았던 것도 인천공항 관제탑이었다. 높이 100.4m의 관제탑을 공사 차장 시절에 담당했던 경험이 이번 프로젝트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건설사에서 거의 28년을 일한 후 감리 분야로 옮겨왔다. 단장을 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현재는 로봇과학관과 사진미술관의 통합 감리를 맡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비정형 건축 업무를 맡는 것이 해볼 만한 일이라 생각했다. 쉽지 않지만 보람찬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토목 공사: PHC, CIP, SGR, 지열 천공

임종률  PHC 파일 공사는 6월부터 한 달 동안 221회 타설했다. 이 부분은 기본적인 공사였기에 큰 문제가 없었다. 폐기물 처리도 21억 원을 들여 별도로 발주했다. CIP 공사는 총 216회 타설하여 진행했다. 차수 역할을 위해 뒤쪽에 SGR 차수 공법을 사용했는데, CIP 사이를 SGR로 채워 주변 아파트의 안전을 확보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지열 천공 공사였다. 관급 공사는 일괄 발주가 아닌 분리 발주여서 건축, 토목, 조경이 묶여 건축 공사로 발주되었고, 지열 공사는 설비 쪽에 따로 발주되었다. 이로 인해 전체 프로젝트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건축 공사에서 주관을 하면 좋은데 분리가 되어 있다보니, 지열 공사가 진행되면 건축 공사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이를 둘러싸고 공사 기간 산정과 추가 비용에 대한 조율에 어려움이 많았다. 지열 공사도 관급 발주로 진행되다보니 우리가 모든 감독을 맡게 되었다. 

건물이 좁아 지열 천공을 건물 밑으로 209m까지 뚫었다. 지열 공사를 우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정 관리가 굉장히 힘들었다. 일반 민간 공사나 턴키 공사와는 달리, 관 공사의 경우 한 시공사가 모든 스케줄을 조정하기 어렵고, 분리 발주된 전기, 통신, 소방까지 CM이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많다. 흙막이 가시설은 토목으로 따로 발주하지 않고 건축공사의 일부로 진행했으며, 콘크리트 아래 하수 관로도 큰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골조 공사

임종률  골조 공사는 코어 부분만 선행 공사로 진행했다. 시공사는 철골을 먼저 작업하고, 코어를 나중에 철골 속에 집어넣을 계획이었으나, 우리가 코어를 먼저 선행해 지붕을 철골로 덮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이를 받아들이면서 공사 순서를 정리할 수 있었다.

철골 작업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처음에 선정한 철골 업체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진행 중에 공사를 포기하는 바람에 한 달간 공사가 중단되었다. 새로운 업체를 선정해 진행했지만, 기존에 주문해둔 철골 밴딩이 전혀 맞지 않아 모두 폐기했다. 처음에 밴딩 작업을 많이 하지 않았기에 다행이었지만, 일부 기둥 철근은 길이가 부족해 모두 폐기하고 다시 제작할 수밖에 없었다. 밴딩 각도와 위치도 워낙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새로 바뀐 철골 업체가 잘 할지 걱정되어 공장까지 가서 검측을 했는데 모두 잘 맞추어서 제작해주었다. 당연히 현장에서도 모두 정확하게 시공됐다.

철골 조립 때 일부를 자키로 끼워 맞췄다. 모든 부분이 3D로 제작되었다고 해도 100% 정확할 수는 없었기에, 코어 부분과 지붕 쪽 파이프 트러스는 32톤의 자키로 밴딩을 맞춰 조립했다. 지금 설명은 간단하지만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다. 이런 비정형 구조는 설계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시공 때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거터와 방수

임종률  건물이 동그란 형태여서 비가 오면 물이 밑으로 흘러내린다. 이 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그리고 강수량에 따라 거터를 1, 2차로 나눌지 통합할지 결정해야 했다. 시공상으로는 거터를 없애는 것이 가장 좋다. 거터에 물이 차면 오버플로로 인해 하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1, 2차 거터를 하나로 합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하나의 거터만 있을 경우 거기에서 오버플로가 발생하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기존 설계대로 1, 2차 거터로 나누기로 했다.

장비 운영 계획도 감리단에서 신중하게 검토했다. 처음에는 크레인과 렌탈(고소작업대)을 사용하려 했으나, 시공사와 협의한 끝에 안전을 우선 고려해 렌탈 대신 시스템 비계을 사용하기로 했다. 슬라브에 렌탈을 올려두고 장비를 사용할 경우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품질 관리와 외장 패널 방수 역시 외장 공사의 일부였다. 우리는 EPDM 방수를 적용했다. 공항 공사에서도 주로 EPDM을 사용하기 때문에 경험을 바탕으로 이 공법의 하자 문제와 유지 관리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EPDM 방수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시했고, 설계팀도 동의했다.

로봇과학관과 사진미술관 연결 통로도 숙제다. 가장 큰 문제는 지하 바닥의 레벨 차이와 연결 통로의 방수 문제다. 레벨 차이는 설계사들과 함께 단차를 최소화하면서 해결했고, 연결 통로 방수 문제는 시공사와 감리단의 협력으로 해결하는 중이다.

유지보수

임종률  나중에는 유지보수가 가장 큰 과제로 남는다. 비정형 건물이다 보니 외부 청소와 보수, 특히 경관 조명에 하자가 생겼을 때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아직 고민이다. 구형 구조물에서 외부 작업은 장비에 한계가 있어서 사람이 직접 나가야 한다. 이러한 문제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경관 조명 공사를 위해서는 EPDM 방수층에 타공을 해야 한다. 이 부분의 방수 처리를 어떻게 할지도  고민이다. 실리콘이나 패킹은 영구적이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는 교체나 보수를 해야 하는데, 건물의 형태 상 사람이 직접 작업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이 부분은 설계사와 함께 더 고민해봐야 한다.

현재 공사가 아직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보면 아쉬운 점이 더 발견될 수도 있지만, 일단은 이 정도다. 설계사와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고,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즐거운 부분이기도 하다. 좋은 파트너십 덕분에 어려운 부분을 재미있게 헤쳐나가고 있다.

원고화 최정원 / 편집 김상호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 공사와 감리

분량6,651자 / 13분 / 도판 11장

발행일2025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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