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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차이를 만드는 기준은?

김헌, 김현종, 이다미, 전연재, 최정인, 한지영, 황수용

윤리의식

이다미(플로라앤파우나) 세대 감각과 관련해서는 나이가 달라도 디자인툴이나 디자인 방식, 작업을 다루는 관점이 비슷하면 동시대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출생연도 기준으로 윗세대와 느끼는 차이점은 윤리의식이다. 자신이 설계공모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말하는 윗세대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도 슬프지만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다니 끔찍하고 의아하다. 여전히 인맥과 같은 영향이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특혜와 로비가 자랑은 아닌 시대 아닌가. 또 우리 세대는 어떤 건축가의 제자도 아니고 어떤 건축가의 정신도 이어받지 않는 것 같다. 어떤 건축적 맥을 이어가겠다는 태도보다는, 했을 때 내가 행복할 만한 작업을 하려는 느낌이다.

생존지향 현실주의

김헌(일상) 이제는 유학 경험이나 유명 사무소의 실무 경험이 설계사무소 운영에 도움이 되는 시대가 지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을 막론하고 개소하는 모든 이들이 다 생존지향 현실주의자다. 차라리 건축판에 빨리 뛰어들어서 산전수전 겪고, 내가 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드는 현실적인 자세가 필요한 세대가 됐다. 그리고 이제는 설계가 사업자등록증에 쓰여 있는 것처럼 100% 서비스업이 된 것 같고, 다들 일정 수준의 설계를 하며,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마인드를 갖추고 있다. 최대한 도면과 각종 결과물로 정리하고, 시공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건축주와 상의하자는 생각이 앞세대에 비해 확고하다.

최정인(일상) 우리(세대)는 끊임없이 소통한다. 그것이 가장 건축적인 방법이라고도 생각한다. 주택 설계할 때 건축주에게 주는 설문지도 그 일환이다. 이렇게 건축주와 이야기 나눈 내용을 완성도 높게 만들어 내려면 현장과의 대화도 지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현장을 자주 가려고 한다. 우리가 도면을 꼼꼼하게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자재의 스펙을 건축주와 함께 지정하는 모든 과정이 소통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자체가 우리가 추구하는 ‘일상’과 맞닿아 있다. 

디테일로 표현하는 우리 세대

황수용(라이프) 앞세대와의 차이점은 건축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 건축가는 좀더 일상적인 차원에서 건축을 생각하고, 구체적으로 짚어서 설명하지 않으면 잘 모를 만한 디테일까지도 관심을 둔다. 나는 그런 디테일보다는 큰 유형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제는 디테일을 챙기지 않으면 스스로가 실력 없는 건축가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런 데에 관심 많은 친구들과 교류하고 있다. 앞세대 건축가들이 썼던 디테일은 그 건물을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만들기 위한, 안정적으로 짓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요즘 건축가들은 건물의 표현 자체를 디테일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부분이 많이 발전했다는 느낌도 들고, 우리도 다방면에서 보려고 노력한다. 

한지영(라이프) 근데 나는 아틀리에서 일을 시작해서 그런지, 디테일을 늘 중요하게 생각했다. 새로운 디테일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당연히 많았다. 그런 지점에서 나는 앞세대와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에 대한 방법론과 표현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본다.

나만의 것을 찾는 우리 세대

김현종(ATELIER KHJ) 내가 유학을 갈 당시만 해도 여전히 인터넷만으로는 건축에 대한 정보를 얻기 부족해 퐁피두 센터나 건축 도서관에 직접 가서 자료들을 찾아봤다. 지금은 다양한 건축 플랫폼들이 많아져 손쉽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이런 정보량의 차이가 세대 차이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확실히 우리 세대 건축가들은 건축이라는 단어 안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드는 시도를 하고, 앞세대보다 조금 더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같다. 강의를 나가 대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해외 건축가와 한국 건축가를 구분 짓지 않더라. 내가 학생일 때는 당연하게 해외 건축가를 선망하고 그들의 작업을 보러 다녔는데, 요즘은 해외 건축가와 한국 건축가를 동등한 입장으로 바라보는 친구들이 많아진 듯하다. 전반적인 건축 문화 수준이 높아져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흡수하는 정보량이 많기에 선망의 대상을 특정하지 않는 것도 같다. 그래서인지 같은 세대 건축가들은 선망의 대상을 따르기보다는 다양한 건축가들의 작업 사이에서 나의 언어를 찾는 것에 더 집중하는 듯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작업이 도상학적으로 태어나길 바라는 마음도 대부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더 젊은 세대의 등장

전연재(마니) 나와 같은 세대가 누구인지를 규정하기는 어렵고, 나보다 젊은 세대가 누구인지는 알 것 같다. 기준은 5년제의 도입이다. 5년제가 되며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독립 시점이다. 4년제를 졸업한 세대는 예비사 시험에 합격하고 5년의 경력이 있어야 건축사 시험 자격이 주어졌기 때문에, 독립 시점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이었다. 그런데 5년제 도입 후 3년만 실무를 쌓으면 시험을 볼 수 있게 되면서 20대 후반의 건축사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개인’을 중시하는 특성과 맞물려 다수가 30대 초, 중반에 독립하면서 세대교체가 일어났다. 나는 조성룡 선생님 사무소에서 실무를 시작했고, 도제식으로 일을 익혔다. 이 때문에 앞세대가 갖고 있었던 건축에 대한 진지함과 책임감에 일정 부분 영향을 받았는데, 나보다 젊은 세대는 개인의 차원에서 보다 가볍게 접근하는 듯하다. 

앞세대와는 거대한 건축적 담론에 매달려 있지 않다는 점에서 분명 다르다. 앞세대는 국가 자체가 새롭게 건설되는 시기다 보니 거대 담론이 필요했던 시대였고, 지금은 도시가 자리잡힌 상태에서 그를 정비하고 보완해 가는 시대다. 10~20년 전 일본의 젊은 건축가층이 급격히 두터워졌던 계기가 작은 주택 시장의 확대였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10~15년 전 정도부터 소규모 건축과 주택 수요가 커졌고, 젊은 건축사의 증가와 맞물려 시장이 돌아가는 것 같다. 건축 설계 시장의 한계를 느낀 이들이 브랜딩, 공간기획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운영자로 공간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등 영리한 행보도 눈에 띈다.

세대 차이를 만드는 기준은?

분량2,924자 / 6분

발행일2024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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