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주되는 젊음
심미선
분량1,589자 / 3분
발행일2024년 2월 23일
유형서문
등장하는 건축가들을 만나며 이 세대를 지칭하는 다른 수식어, ‘젊은(젊음)’을 되새긴다. 이 표현을 향한 여러 갈래의 의문, 해석, 비평, 비판이 다양한 지면을 통해 지속되었으므로 굳이 다시 꺼낼 필요는 없을 것이나, 시즌마다 도돌이표처럼 자꾸만 되돌아오는 이 모호한 수식을 곱씹어보게 된다. 그리고 만남을 거듭할 때마다 그 의미는 미묘하게 변주된다.
다섯 번째 시즌의 여섯 팀으로부터 느낀 젊음은, 건축이 건물 짓는 일로 쪼그라드는 압축력에 반하는 에너지였다. 새삼스럽지만, 그 양상이 더 구체적이고 본격적이다. 섭외 단계에서는 폭넓은 의미의 건축을 하고 있는 세 팀, ATELIER KHJ, 폼앤펑션, 플로라앤파우나에게서 그러한 관심사와 지향점을 확신할 수 있었는데, 인터뷰와 포럼을 통해 다른 세 팀, 마니, 라이프, 일상에게도 내면화된 갈증과 실천을 전제로 한 계획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플로라앤파우나가 던지는 질문 ‘건물을 지을 수 있을까?’, 마니가 바라보는 토탈 디자인으로서의 건축, ATELIER KHJ가 말하는 사회 문화와 예술로서의 건축, 폼앤펑션이 통합 디자인으로 실천하고 있는 공감각적 경험, 일상이 삶 속에 스며들기 위한 노력, 라이프가 문 연 건축 문화 공간까지 하나하나 살피면 각자의 손발이 닿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건축을 넓히고 있다. 이들은 지금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미루지 않고 스스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편, 최근 민간 건축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자, 세대를 막론하고 수많은 건축가가 공공 현상설계로 눈을 돌리면서 여러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고, 그에 대한 젊은 세대의 생각이 이번 시즌 기록 곳곳에 남았다. 해묵은 병폐의 실체를 비로소 마주하며 느끼는 답답함과 좌절감, 기약 없는 일에 투입되는 인력 자원의 낭비 등을 비롯하여, 지금의 현상설계 시스템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능력을 갖춘 건축가를 선발하는 데 유효적절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지적하고, 의문을 표했다. 기시감이 든다. 젊은 세대가 포착한 문제는 그저 제기될 뿐 해결되지 않고 대물림되고 있다. 우리는 언제까지 제자리걸음을 해야 할까?
그리고 이번 시즌에 이르러 두드러진 지점은 다음 세대와의 차별성을 인지하는 팀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들이 언급한 세대 구분의 기점은 건축학 교육 인증제의 도입이다. 4년제 졸업자와 5년제 졸업자 간의 가장 큰 차이는 실무 수련 기간 단축으로 인한 면허 취득 시기로, 더 젊은 세대가 더 빨리 개소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어 시장 분위기와 인력 구조에 변화가 일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유의미한 지표인지는 꾸준한 관찰과 추가 취재가 필요하겠으나,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시즌에도 비슷한 세대라는 것 외에는 관심사, 활동 영역, 작업 모두 매우 다른 여섯 팀을 만났다. 팀 섭외부터 사전 인터뷰, 포럼까지 이인삼각으로 뛰어준 박세미 기자 덕분에 완주할 수 있었다. <등장하는 건축가들>이 다루는 세대가 어느덧 ‘그다음’ 세대이자 ‘우리’ 세대에 당도했으므로 당분간 그의 넓은 시야에 기대어 볼 요량이다. 돌아오는 계절에는 각자의 방향으로 에너지를 펼쳐 나가는 이들을 만날 것이다. 이들과 만나고 나면 ‘젊은(젊음)’의 의미는 또 달라질 것이다.
심미선 건축신문 편집자
변주되는 젊음
분량1,589자 / 3분
발행일2024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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