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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도시건축박물관 – 전시

김성홍, 전진홍, 최윤희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은 도시건축 유산의 아카이브, 전시, 교육, 연구를 아우르는 국내 최초, 최대 박물관으로, 세종시 국립박물관단지 내에 위치한다. 2020년 2단계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AZPML과 UKST의 ‘재활용집합체’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현재 UKST와 심플렉스가 건축 프로젝트를 담당하여 진행중이다. 건축, 전시기획, 소장품 구입이 동시에 이뤄지는 전례없는 모델의 프로젝트로, 전시감독 김성홍, 전시부감독 전진홍, 최윤희가 전시 기획 연구 단계부터 참여하여 개관전까지 준비하고 있다. 2025년 개관 예정이다.

  • 설계자 발표: 김유경(UKST 대표), 박정환(심플렉스 대표)
  • 개관전 기획자 발표: 김성홍(감독,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전진홍·최윤희(부감독, BARE 공동대표)

2020~2022

김성홍 2020년 건축공간연구원(auri)이 수립한 국립도시건축박물관 국제설계공모의 비전과 정체성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도시 건축 역사적 유산을 ‘아카이브-전시-교육-연구거점’ 총 네 가지 기능으로 묶는다. 둘째, 유물 중심에서 자체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동하는 박물관’을 만든다. 셋째, 도시 건축을 매개로 하는 ‘소통참여 플랫폼’을 만든다. 2020년 AZPML와 UKST의 당선작 ‘재활용 집합체’의 설계 개념은 ‘박물관 자체가 전시물’이 되는 것이다. 건축의 실물을 담고, 건축물을 올려놓는 비계와 선반(scaffold & shelf)처럼 건물을 만든다.

발주처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고, 건축가는 여기와 계약했다. 건물이 완공되면 어린이박물관과 디자인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로, 디지털문화유산센터는 문화재청, 국가기록원은 행정안전부로 이관되지만,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은 국토교통부로 이관되는 유일한 박물관이 될 예정이다. 사전에 국토교통부가 건축공간연구원(auri)과 여러 차례 사전 연구 보고서를 냈고, 건물이 지어지기 전 그 안에 담을 콘텐츠를 먼저 기획해야 한다는 의견이 수렴되었다. 그것이 반영되어 와이즈건축의 전숙희 소장이 총괄 건축가로 위촉되었고, 전문위원 열 명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전문위원회에서 감독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2021년 3월 공모를 통해 내가 감독으로 위촉됐다. 국토교통부 산하의 추진위원회는 모든 추진 과정을 자문하고 국토도시실의 건축정책국이 결정한다.

2021년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국에 도시건축박물관 추진팀이 만들어졌고 올해 소장품 수집 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내가 2021년 6월~12월 바래(BARE)의 전진홍, 최윤희 소장과 함께 전시 기획 연구를 수행했다. 기획이 끝나고 나서 국토교통부가 전진홍, 최윤희 소장을 부감독으로 위촉했다. 이렇게 감독, 부감독의 체제가 구성되었고, 2022년 7월 전시 설계 제작자로 시공테크 컨소시엄이 공모에 의해 당선되어 다음 단계를 진행 중이다. 사업구조가 복잡하다. 전시 감독, 부감독은 2025년에 임기가 끝날 예정인데 개관, 전시, 기획안의 수립 및 전시 총괄, 전시물 조사, 수집, 관리, 방안, 자문, 건축 기본설계 및 인허가, 전시 기획, 반영 및 협의, 전시 설계 공사, 용역, 감독, 국내 홍보 등 향후 박물관 전시 체계 방안 과정까지 모든 일이 과업이다. 이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을 짓다, 한국 도시건축 1953~2008’

김성홍 개관전의 주제는 ‘삶을 짓다, 한국 도시건축 1953~2008(Korean Urban Architecture, 1953-2008, Building Life after the Korean War)’이다. 영문 제목의 ‘Building Life’는 중의적인 뜻인데 물리적 구조물을 구축한다는 의미와 우리 삶이 전개되는 공간을 만든다는 의미를 지닌다. 

‘도시건축’이란 표현은 우리나라 건축계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도시 분야는 상당히 거부감을 느끼는 용어다. 이 용어가 도시‘와’ 건축인지, 도시가 형용사인지 논란이 되고 학계에서도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를 건축과 도시가 교차하는 부분이라고 정의내리고, 그 스케일을 사람이 인지하고 경험할 수 있는 크기(Inseparable physical entity encompassing urban form and architecture)로 정해 건축(building form)과 도시(urban form)의 접점의 크기로 정의했다. 1:20,000, 1:100,000의 광역 도시계획과 광장, 길과 건물이 만나는 1:50~1:5 스케일까지 다루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시간적 범위는 한국 전쟁이 끝나고 전후 복구기부터 1960~1970년대 고도성장기, 1980년대의 격변기, 1990년대,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까지 총 56년이다. 2025년 개관 이후에는 2009년 이후, 일제강점기 조선시대까지 시간적 범위를 확장하기로 설정했다. 공간적 범위는 현재는 남한이지만 개관 이후에는 한반도에서 동아시아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최윤희 개관전의 큰 주제 아래 10개의 소주제로 전시가 구성된다. 전시 공간은 크게 지하층, 지상층, 야외공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하층에는 개관특별전을 비롯한 상설 및 기획 전시 공간으로, 지상층에는 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수장 및 아카이브 전시와 야외 목업 전시가 되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북쪽과 남쪽 두 개의 야외 마당은 ‘생동하는 박물관’ 컨셉에 맞게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실험의 장’으로 설정했다. 

김성홍 주요 전시품은 소장품으로 계획 중이며, 전시품을 수집해야 하는 상황이다. 작품 수집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원본이어야 하고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둘째, 시대적 대표성이 있어야 한다. 셋째, 논란과 담론의 중심이 되면서 대중성을 지녀야 한다.

최윤희 국토교통부 추진팀은 박물관 유물 수집을 2022년 초부터 시작했다. 2025년 개관 전까지 소장품 수집(collection)과 함께 주제별 연구와 전시 기획 및 연출(curation)을 병행해야 한다. 동시에 ‘임시 수장 파빌리온’을 구상 중인데, 수집되는 소장품들을 보관하고, 프리뷰 행사, 심포지엄, 워크숍 등을 개최하여 박물관 준비 과정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시의 시작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까지 연결된 아트리움 공간에 있는 개관특별전이다.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의 정체성과 비전을 전달하는 동시에, 21세기 도시건축박물관의 의미를 포함하여 글로벌한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상설 전시는 1953년부터 2008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함께 만드는 한국 도시건축 연대기’와 한국 도시의 형성 과정을 상세하게 담은 ‘한국 전후 도시,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가 있다. 기획 전시로는 한국 대표 주거 유형을 1:1 스케일로 체험할 수 있는 ‘집 속의 방’, 시대적 변화에 따른 ‘건축 구법의 기술과 재료’, 도시 인프라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길 위와 아래’, ‘인물과 비전’ 등이 있다. 올해 초에 도시건축박물관에서 보고 싶은 콘텐츠에 대한 설문 조사를 했는데, 주거 관련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았다. 

개관전 기본 공간 구성도 / 자료 제공: BARE
개관전 기본 방향 개념도 / 자료 제공: BARE

가변적 생산 공간과 고도의 큐레이팅 조직

전진홍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은 ‘한국 건축 역사의 위키피디아’ 역할을 할 예정이다. 누군가에 의해 쓰인 역사, 한 번에 올려진 데이터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 나가고 디지털을 접목하여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며 확장해 나가는 오픈 플랫폼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전통적인 유물 중심의 박물관은 고정된 내용의 상설 전시로 인해 다소 정적인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기존 시스템을 따르게 되면 박물관이 ‘건물의 무덤’처럼 될 수 있다. 전시되는 순간 건물이 박제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변적이고 유동적인 전시 환경과 교육, 연구 등의 프로그램으로 변화하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팹랩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여 생산의 장이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하고, 스튜디오, 워크숍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바깥마당으로 생산품이 이동하는 동선을 계획하려 한다. 또한 전시 가구, 전시 구성에도 가변적인 시스템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가령, 적재 보관과 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식이다. 현재 실시설계를 마무리 짓고 실질적인 공사를 진행하기까지 4개월이 남았다. 그 기간 동안 협의를 통해 담당자들의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는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현재 맞닥뜨린 가장 큰 과제는 리서치, 큐레이팅 팀을 꾸리는 것이다. 연구자, 큐레이터, 분야별 전문가를 10개 세분화된 섹션으로 모집하려 한다. 이와 더불어 연구, 수집, 아카이브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 건축의 아카이빙과 그 중요성이 근래 10년간 많이 대두되었고 여러 노력이 있었다. 건축공간연구원은 전시, 소장품 조사 연구를 꾸준히 지속해 왔고 공공 건축물의 아카이브 작업을 건축자산과 연동해 진행 중이기에, 민간 발주된 건축물을 함께 살펴야 한다. 목록 작업이 중요한데 개별 도시, 건축가뿐 아니라 운동, 출판, 심지어 건축물의 모습을 하지 않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을 수집의 범주로 보아야 하며, 전통적인 도면, 문자, 사진, 영상을 포함해 다양한 매체를 포괄해야 한다. 전시 예산으로 제작할 전시품을 비롯하여 유물 수집 위원회에서 별도 예산으로 수집 진행 중인 소장품 등이 어떻게 아카이브 되고 전시될 수 있는지 조율하는 것 또한 우리의 중요한 역할이다. 

개관 예정인 2025년까지는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이다. 건축, 수집 및 아카이빙, 전시, 국토교통부 추진팀 이렇게 네 주체가 있다. 건축은 설계 단계를 마무리한 뒤 입찰과 계약을 통해 2023년 공사를 발주할 예정이다. 현재는 예산이 증액되어 약 800억 규모로 진행된다. 수집 및 아카이빙은 컬렉션에 관한 논의가 리서치 단계를 거쳐 2022년부터 연차별 계획으로 수집 중이다. 전시는 2022년 7월 선정된 시공테크 컨소시엄(바래, 엑스오비스, 세운 아트 컴퍼니, 건축공간연구원, 위촉 연구 전문가들)과 함께 설계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후 4개월간 기획 내용을 구체화하고, 건축과 전시 공사의 조율이 진행될 예정이다. 실질적인 제작 설치에 289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여기에 수집 및 아카이브 파트의 예산 216억 원을 합하면 500억 원에 육박하는 예산이기에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도시건축 전문기관 건립에 공공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토교통부 추진팀이 궁극적으로 하나의 법인체가 되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

수집-큐레이션-인큐베이션 순환 개념도 / 자료 제공: BARE

대중의 공감과 비평적 시선 사이에서

김성홍  마지막으로 남은 주요 과제가 많다. 첫 번째는 선례 없는 사업 모델 구조다. 기존의 미술관, 박물관은 학예연구직(큐레이터, 아키비스트), 행정직, 시설관리팀이 있지만 우리는 전문 인력과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는 상태로 일을 시작했다. 국토교통부의 추진팀은 온전한 독립 기구이기보다 일종의 작은 임시 조직으로 만들어진 상태다. 엑스포처럼 건물과 전시를 일회성으로 진행한 후 없애거나, 비엔날레처럼 별도의 사무국이 있어 일을 해내는 구조가 아니다. 또 국토발전전시관이나 항공박물관과 같이 콘텐츠가 구체적이고 범위가 좁은 모델이 아니라 복합적인 구조를 가진다. 소장품을 모으기 시작했으나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전시를 단기적, 중기적으로 꾸려나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박물관 전담 조직을 구성하여 기획, 설계, 시공을 동시다발적으로 해야 하는 복합적인 사업 구조는 단점인 한편 백지상태에서 해낼 수 있는 구조라고도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의 주요 대상에 관한 고민이다. 전문가 집단을 주요하게 염두에 둘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할지, 또한 세종시 지역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 작년 국토교통부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 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일반 대중이 관심 갖는 전시 주제는 주거문화 발전과 변화, 도시 인프라, 한국 도시건축 변천사, 건축 재료, 전후 도시건축 사업, 한국 도시건축의 선구적 인물 순이었다. 자신의 삶과 관련된 주거문화에 관심이 많고 건축가에 대한 관심은 가장 적었다. 또한 전시 콘텐츠의 네 가지 선택지를 주었더니 원본 도면·모형·사진 및 설계 도구, 실물 크기의 건축 모형, 국내외 파빌리온 공모 전시, 함께 만드는 한국 도시 건축 연대기 순으로 선택했다. 도시 건축 연대기의 선호도가 제일 낮다는 것은 역사적인 것보다 본인의 손에 닿는 실질적인 것, 텍토닉한 것에 관심이 많다는 의미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도시건축박물관이 과연 무엇이냐는 궁극적인 질문이다. 관람객이 미술관에 전시된 예술 작품 앞에서 느끼는 것처럼, 도시건축박물관에서도 작가와 작품에 감정을 몰입(empathy)하는 것이 가능할까? 건축 전시는 설명적이고 교훈적인 성격이 강하다. 진품이 아닌 도면, 모형 등 스케일을 축소한 재생산물을 제한된 내부 공간에 가져다 두는 것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도 끊임없이 뒤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량 재활용 같은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가 제안한 국립도시건축박물관의 개념이 100%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대중의 공감과 비평적 시선의 균형, 통시적⋅공시적 역사 해석, 도시건축 요소의 크기와 축척의 변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도시 인프라 체험, 자연광이 들어오고 정원이 보이는 높은 천장고를 활용하는 전시 전략 등을 준비하고 있다. 후발주자, 지역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도시건축박물관의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 

*각 전시의 주제어와 내용은 최종이 아니라 개관 직전까지 변동되며, 상기 주제어는 발표 당시(2022.8.31) 기준입니다.

원고화 및 편집 박세미

국립도시건축박물관 – 전시

분량6,695자 / 13분 / 도판 3장

발행일2023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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