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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윤근주, 김희정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서울 도봉구 창동에 공사중인 국내 최초 근현대 사진・영상 특화 공공 미술관이다. 창동 상계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바탕으로 플랫폼창동61(2015년 완료), 로봇과학관(현 로봇인공지능과학관, 공사중), 서울아레나(착공 예정) 등과 함께 클러스터 개발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2019년 공개 공모를 진행했으며 믈라덴 야드리치와 일구구공도시건축의 안이 당선되었다. 2024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한다.

  • 설계자 발표: 윤근주 일구구공도시건축 대표
  • 운영자 발표: 김희정 서울시 문화본부 박물관과

조리개에서 착안한 당선안

윤근주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프로젝트는 오스트리아 건축가 믈라덴 야드리치(Mladen Jadric)1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진행해 왔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대표로 소개하게 되어 약간의 부담과 미안함이 있다. 이 자리에서는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 당선안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이 포럼의 제목처럼 당선안이 안녕한지 살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불같이 화려했던 당선의 순간 이후 얼마나 불같은 지옥의 순간을 보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2019년 처음 공모 공고가 났을 때, 믈라덴 야드리치 측에서 연락이 왔다.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보여주며 같이 해보자는 제안이었는데, 아이디어에 완벽하게 동의했고 이 프로젝트에 몰두하기로 결정했다. 통상적으로 미술관이라고 하면 화이트 큐브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최대한 확보된 면적 안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담을 수 있어야 하며, 조명을 통해 사람의 시선을 의도대로 작품에 도달하게 하려면 개구부가 없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으로 건축가에게는 조형적 실험이 가능한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개구부 디자인을 많이 고민했는데, 카메라의 조리개가 열리고 닫히는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바닥에 붙어 있는 매스를 살짝 회전시키면서 한쪽 부분을 들어 올려 출입이 가능한 자연스러운 개구부를 형성하고, 다른 한쪽은 땅으로 깔리면서 이벤트가 펼쳐지는 외부 공간을 계획했다. 바닥에 붙은 외피를 살짝 열어젖혔을 뿐인데 벽이 사라지고 개구부와 광장이 동시에 만들어졌다. 결과적으로 건물의 면적을 늘리지 않고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는 표면적이 늘어났다.

공모 초기안에서는 콘크리트 루버 사이에 다이오드와 같은 발광체를 삽입하여 콘텐츠에 따라 입면이 새롭게 디자인되도록 계획했다. 공간이 운영되는 낮 동안만이 아니라 밤에도 전시 콘텐츠나 전시 정보를 건축물 외부 입면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후 디자인을 발전시키면서 낮에도 인식될 수 있는 빛 장치를 계획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반영하지 못했다. 

그 외에는 초기안이 최종안까지 잘 반영된 편인데, 계획이 바뀌지 않도록 큰 노력을 해야 했다. 초기 계획안 단계에서는 디자인 콘셉트와 방향 설정에 집중하다 보니, 구조적으로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는 완벽하게 스터디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구조를 풀다 보니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매우 많았다. 초기안에서 매스가 비틀리며 생성된 저층부가 호리병처럼 매우 좁은데, 사용 가능한 유효면적이 건축면적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공건축에서 필요로 하는 로비 면적을 충족시키기 위해 덜 잘록한 모습이 됐다. 어쨌든 가분수의 형태였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많은 숙제를 풀어야 했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조감도 / 자료 제공: 서울시

난제들: 콘크리트, 온·습도, 지하층

윤근주 공모 과업을 숫자로 표현해 보자면 이렇다. 과업기간에서 공식적인 설계 기간은 542일(당선일로부터 계산하면 약 700일)이다. 심의 참여 주체를 세어보면 247명이다. 내부 실무 회의를 포함한 회의 및 심의 횟수는 약 230회다. 납품한 설계도서 분량은 A4 용지 기준으로 약 3만 장인데, 이를 쌓으면 약 3.3m 높이다. 건축 면적 약 2,100㎡, 연면적 약 7,000㎡인 규모에 비하면 도면 분량이 많은 편이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경우 통상적인 벽과 바닥이 수직으로 만나는 것이 아닌, 곡선을 타고 올라가는 형태이다 보니 이를 구축하기 위한 철근 배근 방식, 거푸집 형태에 대한 많은 논의가 필요했다. 수평 콘크리트 루버와 몇 개의 이형 루버가 결착되는 방식을 넘버링하여 도면에 표현했다. 콘크리트 구조체에 외단열로, 외부에서 단열재가 보이지 않도록 처리하고 외부로 나온 고정 철물에 콘크리트 루버가 끼워지는 방식이다. 유지 보수가 가능한 결착 방식 역시 논의가 필요했다. 여러 콘크리트 타입을 스터디하고 제안했지만, 예산 문제로 최상의 시공 방식을 택하지 못했다.

콘크리트 스터디를 하면서는 GFRC(Glass Fiber Reinforced Concrete)2를 관심 있게 보았다. GFRC는 글라스파이버(유리 섬유)를 섞어 성형하기 때문에 강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하중은 낮아지기 때문에 일반 콘크리트보다 훨씬 가볍고 길게 뽑을 수 있다. 표면처리 역시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최종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했다.  

설비도 신경을 많이 썼다. 미술관 건축의 설비는 매우 중요한데, 특히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수장고는 필름 보관에 적합한 온⋅습도 관리가 필요해 정밀한 작업을 요했다. 복사열로 온도 조절이 가능한 온돌 난방 방식을 활용하고 싶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미술관의 콘텐츠에 영향을 미칠 환경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설계했다.

토목 부분에서의 화두도 있었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주변 일대는 클러스터 개발계획3을 기반으로 대지가 조성되어 있었다. 미술관 옆으로 로봇인공지능과학관 프로젝트가 먼저 진행되고 있었는데, 지하를 통합 개발할 수 있다는 최초 사업 주관 부서의 의견에 따라 설계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로봇인공지능과학관과 토목 구조 공사 일정이 6개월 이상 차이가 나 동시에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과 로봇인공지능과학관이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통합된 지하 공간이 만들어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사이 벽만 트면 양쪽 공간이 이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하 공간을 통합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례로 미술관의 경우 지하 3층으로 이루어졌는데, 지하 1, 2층과 지하 3층은 층고가 달랐고, 과학관과도 맞을 리 없었다. 벽을 터보니 옆 건물의 슬래브가 허리에 오는 상황이었다. 지하를 잇기 위해 실을 재배치하고 슬라브 높이를 재조정해야 했다. 실의 재배치는 지상의 매스 형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는데, 디자인을 유지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부분들을 발주처에서 어느 정도 수용했기에 가능했다. 

공모안 응모와 수습

윤근주 공공 프로젝트는 민간 프로젝트와는 의사결정 과정이 다르다. 이를테면 박물관 사업이 발생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사업 타당성 확보, 사업비 배정, 설계공모를 위한 사전 기획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공간의 콘셉트, 주 콘텐츠, 운영 주체와 방식, 선례와 새로운 모델을 위한 연구, 건축법과 도시계획법에 의한 공간 계획 등이 도출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2~3년의 이러한 연구 기간을 거쳐 공모 지침서가 마련되고 공모가 시작되었다.

이에 비해 공모에 응모하는 건축가들은 몇 개월 만에 계획안을 제시해야 한다. 공모 지침을 숙지하고 따르기는 하지만, 그 지침서가 나오게 된 배경이나 논의 등을 충분히 고려할 시간 없이 뛰어들기 때문에, 공모에 당선된 후에야 회의를 하면서 지침서 뒤에 깔려 있던 수많은 내용을 하나씩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심의나 자문을 통해 초기 계획안에 대한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조치 가능 여부를 회신한다. 그것이 한 차례 정도 논의를 통해 정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2~3차로 길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계속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많은 주체들의 동의를 얻으며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지만, 같은 얘기를 열 번 이상 반복하면 매우 지친다.

우리 계획안에 대한 막연한 자신감보다는 개별적 사안에 대해 충분히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 같다. 포기하지 않고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동료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미술관 건립의 최근 동향

김희정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을 포함해 현재 다이나믹한 배경 속에서 새로운 미술관 건립 프로젝트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재 모든 지자체에서 미술관을 건립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미술관의 시대임이 분명하고,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미술관이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양적 확장만큼 내용적 측면이 따라가지 못하는 위기를 맞고 있기도 하다. 최근 건립 혹은 리노베이션되고 있는 새로운 미술관의 등장 배경과 그 안에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은 어떻게 건축과 만나고 있는지 먼저 이야기하려 한다.

먼저 국내외 미술관 건립 프로젝트의 몇 가지 유형을 살펴볼 수 있겠다. 첫 번째로 새롭게 요구되는 프로그램을 담아내기 위해 증축 또는 신축하는 미술관이 있다. 최근 개관한 송은아트스페이스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송은문화재단은 그간 미술상, 전시 공모, 신진 작가 지원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어왔는데, 이러한 프로그램에 맞게 변주할 수 있는 전시 공간과 폭넓은 동시대 미술을 조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건립했다고 할 수 있다. 홍콩의 M+(엠플러스) 또한 아시아 시각 문화의 새로운 시도를 꾀하며 개관한 미술관이다. 국제사진기관인 ICP(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는 본래 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전시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미디어와 실험적 매체를 수용하기 위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하기도 했다. 멤버십과 부대 프로그램을 수용하기 위해 헤르조그 드 뫼롱이 증축 설계한 영국의 테이트 모던 스위치 하우스(Tate Modern Switch House), 확장되는 프로그램을 수용하고 인큐베이팅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부속동을 만든 뉴욕의 뉴 뮤지엄도 같은 맥락 안에 있다. 

반면, 각각 독립적인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분관을 만드는 시도도 있다. 세계적으로도 분관 체계의 미술관이 늘어나는 추세다. 뮤지엄 운영에 보수적이었던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V&A)도 얼마 전 스코틀랜드에 V&A Dundee를 개관했고, 런던에 V&A East를 개관 준비 중이다. 파리 퐁피두센터는 프랑스 예술 지역 분산화 정책에 따라 지역 사회 문화 접근의 실천으로 프랑스 동부 지역을 비롯하여 스페인, 벨기에, 중국 등 국외에도 분관을 설치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소문 본관을 중심으로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SeMA 벙커, SeMA 창고, 백남준 기념관이 분관으로 있고, 현재 사진미술관과 서서울미술관이 개관을 준비 중에 있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개관하는 시점이 되면 총 10개의 분관으로 완성된다. 

<아트선재 공간 프로젝트 #3: 니콜라우스 히르쉬 / 미헬 뮐러 – 건축과 전시/전시로서의 건축, 새로운 아트선재센터> 대화에서 “미술관 건축은 단순히 전시를 담는 그릇인가? 아니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예술적 실천과 큐레토리얼 실천에 필요한 안정적인 프레임 그 이상인가? 점점 더 다양해지는 프로그램의 혼합 양상을 수용하기 위해 전시 공간 내부를 재건축하고 재조정한다는 논리가 가능한가? 지속 가능하고 성장하는 미술기관을 창조하기 위해 여기에서는 해체와 (재)건축을 반복하는 논리 대신 순차적인 전시 리듬의 원리가 사용된다”며 “건축은 곧 전시가 되고 전시는 곧 건축이 된다”고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경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건축은 곧 건축과 전시, 혹은 건축과 콘텐츠를 별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수용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미술관 개관 및 리노베이션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는 전시 관람을 위한 공간에서 총체적 경험과 체험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지역 미술관이라 할지라도 국제적인 콘텐츠와 충돌하고 조화를 이루며, 과거⋅현재⋅미래를 공존시키고, 동시대 의제를 교육⋅홍보⋅연구⋅수집을 통해 다양하고 다층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콘텐츠의 확장과 2차 생산에 보다 적극적이며, 이에 대한 접근 방식의 확장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공간의 재분배를 통해 전시 관람을 넘어선 교류, 명상, 휴식 등 미술관 공간의 사회적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창동 문화산업지구의 시립 사진미술관

김희정 내가 2019년 6월 서울시 문화본부 박물관과에 합류했을 당시 2014년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건립 프로젝트의 기본 계획, 운영 방향 등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는 상황이었고, 이를 토대로 설계공모를 위한 과업내용서를 작성해야 하는 것이 내 임무였다. 2014년 런던의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와 같이 작은 규모지만 내실 있는 사진 미술관이 서울에도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요청으로 이 사업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의 일환으로 조금 더 구체화된 방향과 계획을 갖게 되었다. 현재 문화산업지구 클러스터로 조성되고 있는 도봉구 창동 지역으로 부지가 선정되면서 건립이 본격화되었고, 행정 절차 이후 2019년 설계공모가 발표되었다. 

서울시립미술관 사진미술관의 경우 ‘매체 특화’와 ‘지역 거점’ 두 가지 중요한 맥락을 지닌다. 국내 최초의 공공 사진미술관으로서 미디어 친화적인 미술관이면서 동북권 문화기반 조성을 위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미사진미술관, 고은사진미술관, 동강사진박물관 등 기존 사진 관련 기관과의 차별성과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으로서의 역할을 두루 고려하며 비전을 구체화하는 과정에 있다.

자료를 살펴보다가 ‘건립의 과정’이라는 표를 발견했다. 기획과 건립에 관한 계획, 조정과 자문, 설계, 건축, 감리, 준공, 검사, 개관과 운영 항목이 있었는데, 실상 콘텐츠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건축은 공공 프로젝트에서 가장 표면적이고 큰 트랙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 채워지는 콘텐츠 역시 동시에 비슷한 밀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연구, 수집, 출판, 개관 전시와 프로그램 기획, 홍보, 교육, 운영 행정 등 모든 계획이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사업의 주체가 되는 건축가, 연구자, 건립추진위원회, 소자문위원회, 운영자문위원회를 포함해 수많은 행정 분과와 수시로 소통한다. 

상보적 수집⋅전시⋅교육

김희정 건축의 추진과 동시에 이곳에 채워질 수집,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개관 전까지 모든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구축할 수는 없지만, 수집⋅전시⋅교육이 각각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구도로 계획 중이다. 가령 수집에 있어서 140년 사진사 정립이라는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의 큰 목표 아래 시대별로 균형 있는 컬렉션을 만들되,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으로서 기존 서울시립미술관의 컬렉션을 보완하는 방식을 계획했다. 이에 더해 동시대적이고 가벼운 구성의 전시와 교육을 기획하여 프로그램들이 톱니바퀴처럼 굴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 보유 현황은 우리에게 중요한 지표다. 1980~90년대부터 현재까지 현대에 초점이 맞춰진 컬렉션은 앞부분이 많이 비어있는 상태다. 이런 부분들을 채워가는 것을 시작으로 3차 수집까지 완료한 상황이다. 기존 미술관들은 작가를 중심으로 한 분류체계를 갖고 있는데, 주제와 내용으로 분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교육의 경우, 사진이라는 매체의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확장함에 따라 이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존에 서울시에서 진행했던 서울사진축제를 이제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시립 사진미술관이 개관하면 이 축제를 변형하여 운영할 계획이다. 축제는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중적인 매체이지만, 단편적인 운영으로 인해 축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대한 대안들도 고민 중이다. 

공공 프로젝트의 특성 상 계획을 공론화하고 동의를 얻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2021년 가을에 건립 세미나를 온오프라인에서 진행하고, 워크숍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이를 통해 사업에 관련된 수많은 주체가 각자의 영역과 위치를 가늠하기도 했다. 

2021년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건립 세미나 <불완전한 미술관> / 자료 제공: 김희정

소회

김희정 ‘당선작들 안녕하십니까’를 통해 아직 완공되지 않은 시점에서 프로젝트에 관해 돌아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완공의 전과 후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한 건축가와 사업 주체의 양쪽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는 매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2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헤르조그 앤 드뫼롱이 선보인 <Elbphilharmonie – The construction site as a common ground of diverging interests> 전시를 좋아한다. 함부르크에 위치한 엘필하모니는 바텀업(bottom-up) 방식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인데, 이 과정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펼쳐 보인 전시였다. 건립 이후 결과에 대한 단순한 평가나 운영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논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완공 이후에도 더 세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

원고화 및 편집 박세미

서울시립 사진미술관

분량8,329자 / 16분 / 도판 2장

발행일2023년 9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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