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주제) 건축 교육
강승현, 권이철, 김나운, 김종서, 최윤영
분량2,064자 / 4분
발행일2023년 7월 6일
유형인터뷰
설계 교육, 본질을 강화해야
김종서(제로리미츠) 한동안 모교에서 강의를 하다가 지금은 쉬고 있다. 강의를 시작할 때 굉장히 큰 기대가 있었는데, 수업을 거듭할수록 5년제 인증 시스템에 단점이 분명히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과연 학교를 5년 다니는 것이 4년제 졸업 후 실무를 1년 더 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소장 입장에서 졸업생이 우리 회사 신입사원으로 온다는 가정을 했을 때, 수업 내용에 빈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보다는 시스템이 먼저인 분위기고, 학생도 시스템에 충족하는 걸 최우선으로 여기므로 가르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설계 수업에서 계획안의 본질적인 의미와 가치에 대한 것들을 강조해도 그런 게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학생들이 너무나 어려워했다. 한편으론 시각적인 아웃풋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물론 과제 결과물이 이미지로 만들어지고, 그것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 내에 공간적인 가치나 시퀀스까지 고민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건축의 본질은 변하는 게 아니므로, 결국 실무를 하다 보면 그 문제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고, 현장에서 건축적 가치를 리마인드하는 별도의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학교 교육에 아쉬움이 많다.
건축교육,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최윤영(갓고다) 3년제 대학에서 캐드나 표현 관련 강의를 하다가, 2023년에 5년제 대학으로 옮겨 설계 수업을 했다. 건축학과에서 설계는 1학년 4학점, 2학년부터는 6학점 이상이며, 수업 시수도 12시간이다. 단일 수업으로는 정말 긴 시간이지만, 설계 수업에서 알려주어야 할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건축은 무엇인가’부터 ‘좋은 건축’, ‘바람직한 건축가’, 공간 만드는 법, 제도하는 법, 프로그램 다루는 법, 공사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까지 다루려고 하다 보면, 개인 크리틱에 주어지는 시간은 길어야 30분이다. 학생들의 요청으로 개선 방법을 찾아 보지만 선생이 10명이 아닌 이상 방법이 전무해 보인다. 이 많은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 주고 공감하고 토론하고 논의해야 하는지가 원초적인 숙제이며 과제다.
권이철(갓고다) 실무를 하다 보면 건축주와 소통하는 능력,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이 중심이기 때문에 사고력이 가장 중요한데, 다들 설계 과제 하느라 바쁘다. 생각하는 훈련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착된 설계 교육 방법론
김나운(인로코) 둘 다 건축학교에서 설계 수업을 가르치면서 이야기를 서로 자주 나누곤 한다. 우리가 설계 수업을 처음 맡고 나서 깨달은 것은, 대부분의 건축가가 건축을 배우긴 했지만, 건축을 가르치는 방법은 배운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각자 건축가가 자기가 실무 해온 방식으로, 아니면 본인이 설계 교육받았던 내용을 따라 가르친다. 나는 처음 설계를 배울 때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어떻게 건축적으로 풀어가야 할지 몰라서 막연했고 교수님에게 질문하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가르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막막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을 만나면 비교적 구체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편이다. 강 소장은 본인이 알고 있는 건축적인 지식이라든지 좋은 레퍼런스를 충분히 알려준다.
강승현(인로코) 내가 경험한 학부 설계수업은 5년제나 스튜디오 체제도 아니었고 한 반에 15명이라 팀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졸업 설계도 최종 발표 없이 패널만 제출했다. (우리 학부가 특히 그랬다.) 졸업해서 실무한 후 네덜란드에서 대학원 교육을 2년 받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학부 4년과 직장생활 4년을 겪으면서 얻지 못한 자신감이 생겼다. 직접 적용가능한 실제적인 내용을 배웠다는 뜻만은 아니다. 건축 설계를 할 때, 자신이 관찰하고 분석한 도시적 논점에 근거해 주체적인 이론을 만들고, 이에 기반해 공간의 이야기를 풀어가며 배치계획에서 디테일까지 다룬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게 하는 건축 교육은 굉장한 힘이 있고, 잘 마치고 나면 실무에서 일할 준비가 된 건축가로 학교를 벗어날 수 있다. 여러 학교에서 가르치고 게스트 크리틱으로 학기말 발표를 참관해보니 이제는 제법 오래된 5년제 제도 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치고 있는 것 같다.
(공통 주제) 건축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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