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주제) 시장 변화
강승현, 권이철, 김나운, 김종서, 백상훈, 신민지, 이복기, 조세연, 최민욱, 최윤영
분량4,465자 / 9분
발행일2023년 7월 6일
유형인터뷰
높아진 기준
조세연(노말) 클라이언트의 보는 눈이 높아졌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이 더 많아지기도 했고 정보에 접근하기가 더 쉬워졌다. 인스타그램처럼 이미지 위주로 소통하는 플랫폼이 가장 많이 쓰이는 매체가 됐기 때문에 상업공간을 설계할 경우에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 한 샷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최민욱(노말) 한편으로 클라이언트가 이미지 레퍼런스를 많이 들고 온다. 건축가마다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우리는 결론적으로 우리 아이디어로 끌고 간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클라이언트 생각을 수용하는 입장에서 듣고 판단하는 편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우리 식으로 재해석해 반영하려 한다.
이복기(노말) 개개인의 취향과 기호가 뚜렷해졌고, 잘 만든 것에 대한 기준은 더 높아졌다. 젊은 세대의 공간에 대한 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좋은 건축과 공간을 원하는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만나는 클라이언트만 하더라도 단순히 임대를 위한 공간을 짓는 수준을 넘어서서 건축과 인테리어, 외부공간과 조경, 가구, 그래픽 사인까지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같은 건축가들도 더 날을 벼려야 할 것이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설계 시장
김나운(인로코) 하나의 프로젝트가 시작돼서 완성되기까지 굉장히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요즘에는 건축물이 정말 많이, 빠르게 만들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렇게 생겨나는 카페나 공공공간, 오래된 건물을 재생한 공간들의 퀄리티가 매우 높아졌고, 또 특정한 도시만이 아니라 곳곳에 무수히 자리 잡고 있다. 이런 현상 바탕에는 소셜미디어가 있어서, 새로운 공간이 생겨난 순간을 즉각적으로 포착한 이미지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 같다. 이런 이미지들을 통해 필요한 레퍼런스나 디테일, 재료 사용법을 빠르게 알 기회가 많아진 건 좋지만, 직접 가서 경험해 보고 내가 어디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 주체적으로 알고 결정하려면 더 부지런하고 치열해야 한다. 내가 온전히 파악하기도 전에 주변에서는 끊임없이 신(scene)이 바뀌고, 그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고 느낀다.
강승현(인로코) 소셜미디어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학교 수업에서는 핀터레스트 이미지로 레퍼런스를 삼기도 하고, 건축주에게 상상하는 공간을 이미지로 수집해 보기를 권하기도 한다. 실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특히 개인 주택 같은 개인의 공간을 이야기할 때는 너무 막연할 수도 있고, 건축주 생각과 건축가의 생각에 온도 차이가 크면 차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즘 건축 시장 변화는 양극화되는 경향이 있어서 한쪽에서는 다양해지는 라이프 스타일을 따라 다품종 소량 생산에 대한 니즈가 분명해지는 반면, 부동산 상품으로서의 아파트 수요는 여전하다. 아파트 시장은 절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굳건해서 아파트 설계를 하는 건축사사무소의 규모도 양극화 혹은 다양화 되어있다. 내가 실무 할 때만 해도 30~50명 규모 사무소가 있었는데, 요즘은 10명 이하거나 100명이 훌쩍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주거 건물 작업에 일정 수준의 보편성을 가질 수 있는 해법을 담아보려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도심형 다가구 주택에서 우리가 제안한 유형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지 실험한다.
책임과 비용
백상훈(씨드하우스) 건축가의 책임은 훨씬 커졌고, 설계비는 오르지 않았고, 대우는 나빠졌다. 요즘은 현장에 문제가 발생하면 건축가는 절대 약자가 된다. 시공사들도 분쟁이 생기면 건축가 탓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설계 실수에 대한 책임을 지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받아야 하는데, 설계비는 지금도 현실적으로 건설비의 몇 % 또는 한국엔지니어링 협회가 정한 인건비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그런 것들이 사실은 불합리하다. 우리의 하루 인건비가 많아야 30만원 정도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의 인건비를 비교해 봐도 적은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서 무료로 견적을 내주고, 저가의 설계비를 받고 시공까지 해주는 업체들도 많다. 그들은 무슨 근거로 비용을 산정하는지, 왜 그렇게 시장을 오염시키는지 모르겠다.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시장이 열린 게 이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잘못된 업체를 만났을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건축주에게 돌아가고, 누군가가 제대로 설계할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결국 남겨진 건축물은 도시의 일부가 되어서 흉물스럽게 존재하게 된다.
비용 절감의 요구
최민욱(노말)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시공 비용이 크게 치솟았다. 이러한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더 좋은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고민보다 시공 비용 절감이 우선 과제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젊은 클라이언트의 등장
김종서(제로리미츠) 예전에는 주택이 자산의 개념에 가까웠다. 집값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주택의 어메니티나 하드웨어가 부족하더라도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인식이 바뀌어서 주택을 삶을 누리는 공간으로 여기는 문화가 생겼다는 게 느껴진다. 특히 클라이언트의 나이대가 30대로 낮아진 영향이 있는 것인지, 그런 경향이 점점 더 강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젊은 세대가 자력으로 집을 마련하는 경우가 드물고 대체로 부모님으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받는데, 부모님이 함께 살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세대 간의 가치관이 부딪히는 경우가 꽤 많다.
그런 한편,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연령대도 낮아지면서 건물의 공간적 가치와 부동산적 가치를 모두 고려하는 일도 많이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거주 공간과 부동산 수익을 고려한 임대 공간을 같이 마련한다든지, 상가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그 예다. 이런 일은 내가 사무소를 시작할 때만 해도 흔치 않았던 유형이다. 그래서 이제 막 개소한 사무소 입장에서는 이런 측면으로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덩달아 예전에 비해 공격적인 제안을 수용하는 분이 더 늘어나는 것 같다. 그게 결국은 건축을 의뢰하는 세대가 젊어졌고, 정보가 많아졌고, 인식이 높아졌고, 그걸 할 수 있는 설계사무소도 많아지면서 시너지가 난 게 아닐까 싶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들 상향평준화되고, 시공사의 역량도 같이 높아지는 것 같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우리의 일이 정량화되지 않기 때문에 업무 단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중의 인식이 높아졌다 하더라도 그런 게 실질적인 비용에 반영되지 않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작업 효율을 높이다 보면 딜레마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방 현장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감리를 가야 한다. 그런데 비용 때문에 가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눈에 훤하다. 그래서 더 자주 가게 되고, 그러다 보면 출혈이 생긴다. 이런 부가적인 지출을 클라이언트가 비용에 반영해주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그래서 요즘에는 계약서를 쓸 때부터 감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이야기하고 반영하려 한다.
젊어지고, 작아지고, 다양해진 시장
최윤영(갓고다) 소규모 민간 시장에는 평범한 개인이 건축의 주체가 되는 일이 늘어난 것 같다. 특히 2017~8년경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코로나 판데믹을 겪으면서 주택을 찾는 수요가 상당히 많아졌고, 30~40년 된 구옥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식 세대가 건축주가 되어 찾아오는 경우도 늘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또다시 소규모 주택 시장이 얼어붙고, 대규모 카페나 스테이 등 상업 공간 수요가 많아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난 건축주는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다. 굉장히 젊다. 이들은 일생에 한 번 짓는 집인데 당연히 건축가에게 제대로 설계해야 하고, 공사비가 비싸더라도 잘 짓는 사람들에게 가야 한다는 생각이 확실하다. 이것도 새로운 흐름인 것 같다. 그러나 결국 계약이나 견적 단계에 가면 원하는 건축사, 시공사가 있음에도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를 찾는다. 이런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아쉽다.
공공 영역에서는 정책에 따라서 특정 일감이 쏟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한참 그린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많다가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키움센터처럼 특화된 분야의 일이 특정 기간 연이어 나오는 현상이 눈에 띈다.
권이철(갓고다) 선배 건축가들을 만나면 ‘요즘은 굳이 설계하지 않아도 다 먹고 살더라’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보면 옛날에는 건축가의 역할이 아니었던 감리나 기획 같은 다양한 분야의 일이 건축가에게 돌아오고 있다. 설계 시장이 다시 확장되어 가는 분위기를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 모두가 건축이라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활동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공간 디자이너의 업역 확대
신민지(공기정원) 건축의 규모가 작을수록 클라이언트가 공간 디자이너를 찾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다. 공간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인 내부를 중점적으로 구현하는데, 점차 업역이 확장되면서 건축까지 아우르는 작업을 많이 하게 되었다.
(공통 주제) 시장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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