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고다
권이철, 최윤영
분량9,564자 / 19분 / 도판 5장
발행일2023년 7월 6일
유형인터뷰
일을 놓고 찾은 길
최윤영 희림건축에 신입으로 입사해서 10년 정도, 권이철 소장은 해안건축에서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15년을 있었다. 둘 다 기본적으로 주거본부에서 대규모 아파트 설계를 했고, 나는 주로 규모검토, 기획설계, 현상설계를 했다. 실무 10년 동안 현장이나 프로젝트 준공을 거의 경험하지 못했고, 소규모 건축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기 때문에 ‘내 사무소’ 혹은 ‘우리 사무소’ 오픈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서 회사 생활을 이어가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했는데, 하루 2~3시간 쪽잠 자는 생활을 이어가다가 결국 건강에 문제가 생겨 갑작스럽게 퇴사하게 되었다. 퇴사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궁리하다 어린 시절 꿈을 다시 꺼내 보기로 마음먹고 취미미술학원에 등록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덕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점차 치유되었고, 좋은 기회를 얻어 전시까지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다 한 아트페어로부터 외부 공간을 같이 기획해 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그쪽에서도 내 커리어를 신기하게 본 것 같다.) 조금씩 일을 진행하던 차에 자금난으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그 안을 실현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일을 계기로 건축과 미술 중간 어디쯤에 우리가 몰랐던 시장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라크랩(LACLAB)이라는 스튜디오를 개설해 공공미술, 전시기획, 연구 프로젝트, 기획설계, 법규검토 등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2년 정도 열심히 일을 찾고, 작은 프로젝트들을 시도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권 소장도 드디어 독립을 생각하게 되었다.
권이철 당시 나는 연차가 쌓여서 실무에서 손을 떼고 영업을 하는 입장이었다. 난 여든까지 설계하고 싶은 사람인지라 돌파구를 고민하던 차였는데, 최 소장이 뭔가 새로운 시장을 발견했다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도 힘을 보태서 현실적인 길을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개월 정도 마음의 준비만 하고 바로 시작했다.
최윤영 불현듯, 둘 다 설계하는데 굳이 다른 회사에서 회사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건축주와 건축가를 잇는 건축 플랫폼이 다수 열려서 수주가 아예 불가능하진 않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이런저런 여건 속에서 우리 둘이 현장에 뛰어들어 답을 찾다 보면 길이 열리겠다 싶었고, 그렇게 갓고다를 시작했다.
공공미술로 시작한 꿈
최윤영 개소 초반에는 여기저기서 규모 검토해달라는 일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언제까지 이걸 할 것인가?’와 ‘무엇을 하더라도 우리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는 생각에, 라크랩 시절에 알게 된 공공미술 분야에 기웃기웃했다. 그때 건축계에도 파빌리온 공모와 같은 이슈가 많았는데, 지명도 높은 프로젝트에 도전해 봤으나 한계가 있었고, 포트폴리오가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미술 분야에서는 우리가 뭔가를 실현해 줄 수 있는 존재로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작가 공모에 거듭 지원했고, 부산 사하구 예술촌 공공미술 공모에 당선됐다. 설치비만 500만 원 주어진 아주 작은 프로젝트였다. 그래도 우리 이름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볼 수 있는 첫 번째 프로젝트여서 부산에서 거의 한 달을 상주하며 직접 재료를 구하고 공사까지 했다. 그 후에 도봉구청에서 발주한 창동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당선했다. 이건 공사비 1억 원 규모였다. 워낙 규모도 크고, 공사량도, 단계도 많아 우리를 비롯해 일용직 작업자와 아르바이트생까지 엄청난 노동력을 투입했다. 만약 우리가 경험이 많았거나 파빌리온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많이 고생했다. 당시에는 우리에게 소규모 시공사 풀도 없어서, 이런 조형물 공사를 해 줄 시공사가 있을 거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점이 좀 아쉽지만, 우리가 만들어 낸 것에 대한 자부심과 추억이 있다.
한편으로 여러 건축 플랫폼에서 작은 프로젝트 공모에 많이 지원했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가 건축주를 만날 방법은 그 길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계속 기획안을 냈지만 뽑히지 않았다. 현상 설계도 한번 해봤다. 우리의 팀워크를 실험할 목적으로 제출물이 가장 적은 걸 골라서 지원했고, 떨어졌다. 우리에게 공공미술 프로젝트마저 없었다면 앞날이 걱정스럽고 우울했을 것이다.
건강하게 일하는 법
권이철 건축 분야는 경기에 따라 기복이 큰 업종이다. 2008년 금융 위기, 2015년 세계적인 경기 둔화 추세에 재차 꺾였다. 코로나 판데믹 등의 요인으로 또 내려앉았고…. 그래서 일이 없을 때 시간을 보낼 뭔가가 필요했다. 어떻게 보면 매우 실질적인 문제다. 해안건축에 다니면서 12~13년 차에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과학대학원에 진학했고, 박철수 교수님 지도를 받게 됐다. 대학원에 가기 전까지는 연구나 글쓰기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글 쓰는 것을 어려워했다. 아파트로 역사 논문을 쓰겠다는 생각도 전혀 없었다. 연구 주제를 찾다가 최 소장이 쓴 60년대 아파트 논문을 보았고, 당시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이슈도 있었고, 계속 관심이 가던 차에 박 교수님이 불을 딱 지펴 주셨다. 그렇게 논문을 썼다. 사무소를 차린 즈음, 박 교수님이 서울역사박물관에서 하는 반포본동 연구를 같이하자고 연락 주셨다. 석사 논문에 반포 주공을 일부 다루었기 때문에 그 내용을 다시 정리해서 박 교수님과 『반포본동』을 썼다. 그 후에도 박 교수님, 황세원 중앙대학교 교수님과 함께 연구 모임을 이어오다가 결과물을 책으로 만들기로 했고, 『경성의 아파트』 책이 나왔다. 연이어 서울시 관련 연구도 하게 됐다. 지금은 아파트에 완전히 빠져있다. 100여 개의 아파트 자료를 계속 모으고 있다. 그게 나중에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또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결실을 맺으리라 생각한다.
최윤영 만약 일이 없으면 내가 하고자 하는 일보다는 먹고 살기 위한 일을 찾게 되고, 자꾸 다른 길로 가게 될 것이다. 그럴 때 그림과 글, 공공 미술 프로젝트와 같은 각자의 취미가 힘든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권 소장의 책이 출판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내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어졌고, 첫 책으로 어려운 연구나 건축 이야기를 다루기엔 부담스러워 우리 이야기를 써 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별다른 영업 활동을 안 하니 그림으로, 글로 우리를 소개해 보자는 의도였는데, 그 내면에는 ‘그림을 좋아하는 건축주, 진지한 연구를 좋아하는 건축주, 글을 좋아하는 건축주를 만날 길은 없을까’란 생각도 있었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글을 엮어 책으로 출간했다. (『어떻게든 해 보려고요』, 탐미룸, 2022)
우리의 취미 생활이 건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많이들 묻는다. 아직은 연결 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내가 그린 그림이나 내가 쓴 책은 내 이야기이고, 권 소장이 쓰는 책이나 연구는 옛날 아파트라는 구체적인 대상이 있다. 근데 건축은 건축주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다. 우리의 가치관이나 관심사를 주입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생각과 일상을 담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연구를 깊이 한다. 그러다 보니까 취미 생활과 건축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고,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 위치하게 될까 두렵기도 하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두 제대로, 열심히 하고 싶다.
권이철 결과적으로 건축으로 다 수렴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자도 아니고 그저 시간 날 때 소일거리 삼아 관심사를 연구하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이런 연구 활동과 건축 설계가 내 삶 속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루기를 바라고, 궁극적으로는 건축을 잘하고 싶다.

숲 인 숲 01, 72.7×90.9, oil on canvas, 2016 
숲 인 숲 03, 91.0×116.8, oil on canvas, 2016
이천 단독주택 오롯한가, 성남 다세대 주택
최윤영 2023년 6월 현재 세 번째 프로젝트 준공을 앞두고 있다. 개소 이후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일이 중단되었거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그래서 준공작과 준공을 앞둔 작업, 두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다.
이천 단독주택 오롯한가는 신혼부부가 생애 첫 주택을 결심하며 찾아온 집인데, 예산이 대단히 빠듯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오기 전 여러 건축사사무소로부터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상심했는데, 우리가 ‘어떻게든 잘해보자’고 용기를 북돋우며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예산 문제로 디자인에 한계가 있었고, 외장재도 고를 수 없는 상황에서 건축주의 요구가 많아 어려운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큰 비용을 투입해야만 좋은 집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어 오히려 세세하게 설계했다. 여기엔 도면 품질이 좋으면 어떤 시공사가 와도 웬만한 수준으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공사는 어쩔 수 없이 말도 안 되는 낮은 금액으로 계약해 진행하게 되었고, 예상대로 현장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도면이 정확하고 디테일하면 결과물이 평균 이상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2023년 6월 준공을 앞둔 성남 다세대 주택 프로젝트는 건축주 아버지와 대리인 아들 사이에서 우리의 역할을 생각해 보았다는 의미가 있다. 아버지는 소위 집장사에게 맡겨서 쉽게 끝내고 싶었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설득해서 우리와 설계하고 공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허가 지연, 설계 변경, 공사비 상승 등 문제가 생길 때마다 건축주가 일을 중단했다. 그때마다 우리는 우리의 진심을 담은 편지를 전하거나, 아들과 합심하여 아버지를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 공사에 들어갔다. 이 일은 건축가는 도면만 그려주는 사람이 아닌, 중재자, 매개자, 사업 전반에서의 리더로서 역할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삼게 됐다.


따로 또 같이 일하기
최윤영 소장이 둘 이상인 경우,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나누는데, 우리는 각자 잘하는 분야가 완전히 달라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같이 해야 시너지가 나온다. 나는 기획력과 추진력으로 아이디어를 빠르게 만드는 앞 단계에 주력한다. 계획은 둘이 같이 한다. 그리고 권 소장은 집요하게 풀어내는 걸 좋아하고, 잘해서 허가나 실시설계를 집중적으로 한다. 굳이 역할을 나누어 보자면, 권 소장은 도면 작성과 디테일을 푸는 작업을 하고, 나는 자재나 공간 색감, 인테리어 설계 등을 맡아서 기획 단계에서의 콘셉트가 스타일링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디자인한다. 각자 하나씩 프로젝트를 맡는다면 완전히 다른 집이 나올 것 같다.
첫 2~3년은 서로 대화 방법이나 일하는 방식을 몰라서 많이 싸웠다. 건축에 대한 가치관도 다르고, 일하는 방식, 일에 대한 태도도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우리만의 스타일을 찾았다. 돌이켜보면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조직에는 사수가 따로 없었다. 그러다가 권 소장과 회사를 차리고 같이 일하면서 처음으로 사수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둘의 연차 차이도 있는 데다가 내가 관심 없었던 부분들을 권 소장이 많이 알고 있기에 많이 배웠고, 지금 팀워크에 만족한다.
기본적으로 사무소를 크게 키울 생각은 없다. 이전 회사에서 워낙 큰 프로젝트를 한 15년 정도 했으니까 작은 일을 한 15년 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일이 커질수록 내가 상대하는 클라이언트도 어느 조직의 직원이거나 대리인이고, 그러면 재미가 없어진다. 이야기가 절실하지 않기도 하다. 아직은 개인 건축주와 만들어 나가는 케미스트리가 너무 재밌고, 한 집 한 집 최대한 정성을 다해서 하자는 게 모토라서 당분간은 이 체제를 유지할 것 같다. 이제 5년 차인데, 7년 차쯤 팀을 만들자고 생각하다가도, 최근 생활이 무료하고 일에 진척이 없음을 느껴 조직을 키워봐야 하나,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권이철 직원을 뽑는다면, 각자의 역할이 너무 분명하니까 나와 맞는 사람 한 명, 최 소장과 맞는 사람 한 명, 이렇게 둘을 뽑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당장은 좀 이르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우리도 침체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와 무관하게 이전 회사에서 배운 프로젝트 관리 방식은 유지하고 싶다. 큰 회사에서 1~2천 세대에 이르는 사업의 프로젝트 매니징을 하다보면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항목이 있다. 인력 투입에 대한 단가를 일 단위로 계산하고, 업무일지를 써야 한다. 지금도 계속 그 작업을 하고 있다. 큰 회사에 있을 땐 유사한 성격과 규모의 프로젝트를 반복하기 때문에 여러 비용 기준을 금방 찾는데, 우리와 같은 소규모 회사는 프로젝트 유형도 워낙 다양하고, 임금이나 투입되는 비용도 차이가 많으므로 손해나지 않는 기준을 파악하고 데이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일의 기준단가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최윤영 우리가 받는 설계비가 합당한지 점검하는 것은 건축계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본다. 당장 일이 수주가 안 되더라도, 업무 내용에 상응하거나 건축계에서 ‘그래도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비용 기준에는 어떻게든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또한 건축주가 생각하는 비용 기준과 우리가 제시하는 금액에는 언제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근거를 가지고 건축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젊어지고, 작아지고, 다양해진 시장
권이철 선배 건축가들을 만나면 ‘요즘은 굳이 설계하지 않아도 다 먹고 살더라’ 이런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보면 옛날에는 건축가의 역할이 아니었던 감리나 기획 같은 다양한 분야의 일이 건축가에게 돌아오고 있다. 설계 시장이 다시 확장되어 가는 분위기를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각자의 역할을 인정할 필요가 있고,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들 모두가 건축이라는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활동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최윤영 소규모 민간 시장에는 평범한 개인이 건축의 주체가 되는 일이 늘어난 것 같다. 특히 2017~8년경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고 코로나 판데믹을 겪으면서 주택을 찾는 수요가 상당히 많아졌고, 30~40년 된 구옥을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식 세대가 건축주가 되어 찾아오는 경우도 늘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또다시 소규모 주택 시장이 얼어붙고, 대규모 카페나 스테이 등 상업 공간 수요가 많아지는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난 건축주는 대부분 30대 후반에서 40대다. 굉장히 젊다. 이들은 일생에 한 번 짓는 집인데 당연히 건축가에게 제대로 설계해야 하고, 공사비가 비싸더라도 잘 짓는 사람들에게 가야 한다는 생각이 확실하다. 이것도 새로운 흐름인 것 같다. 그러나 결국 계약이나 견적 단계에 가면 원하는 건축사, 시공사가 있음에도 최저가를 제시한 업체를 찾는다. 이런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 아쉽다.
공공 영역에서는 정책에 따라서 특정 일감이 쏟아지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한참 그린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많다가 그린 스마트 미래학교, 키움센터처럼 특화된 분야의 일이 특정 기간 연이어 나오는 현상이 눈에 띈다.
AI 건축 설계
권이철 요즘 랜드북, 하우빌드, 밸류맵 등이 선도하는 AI 건축 설계 시장이 상당히 커지고 있다고 본다.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이 시장을 누가 챙기는가가 문제지, 건축가에게 위협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학생을 만나면 이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장은 기술 개발이 주춤한 것 같긴 하다. 현재 주어진 조건에 맞는 평면을 짜는 수준으로 공개되어 있고, 한참 동안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어디까지 치고 올라올지 모르는 게 기술이다. 계속 지켜보고 그에 맞는 대응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책임을 다하는 것부터
최윤영 적어도 우리 프로젝트를 통해서 건축계에서 겪을 수 있는 부정한 일을 하나라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게 건축가의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는 시작점이 아닐까. 당장 나부터 심사하러 가서 불합리한 일을 하지 않아야 할 것 같고, 특검을 나가거나 감리를 나갈 때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무소 현장에 감리를 나가보면 건축가가 직무 유기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건축가 스스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공공 건축물을 설계하고 거기서 뭔가를 실현해야만 사회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민간 일을 하더라도, 아주 작은 집을 하나 설계하더라도 집이 지어지는 동네가 좀더 나아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부분을 건축주에게 잘 설득해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원론적이긴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건축교육,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최윤영 3년제 대학에서 캐드나 표현 관련 강의를 하다가, 2023년에 5년제 대학으로 옮겨 설계 수업을 했다. 건축학과에서 설계는 1학년 4학점, 2학년부터는 6학점 이상이며, 수업 시수도 12시간이다. 단일 수업으로는 정말 긴 시간이지만, 설계 수업에서 알려주어야 할 내용이 너무 많기 때문에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건축은 무엇인가’부터 ‘좋은 건축’, ‘바람직한 건축가’, 공간 만드는 법, 제도하는 법, 프로그램 다루는 법, 공사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까지 다루려고 하다 보면, 개인 크리틱에 주어지는 시간은 길어야 30분이다. 학생들의 요청으로 개선 방법을 찾아 보지만 선생이 10명이 아닌 이상 방법이 전무해 보인다. 이 많은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 주고 공감하고 토론하고 논의해야 하는지가 원초적인 숙제이며 과제다.
권이철 실무를 하다 보면 건축주와 소통하는 능력, 문제를 풀어내는 방법이 중심이기 때문에 사고력이 가장 중요한데, 다들 설계 과제 하느라 바쁘다. 생각하는 훈련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뷰 심미선 /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갓고다
갓고다는 가꾸다의 옛말로 ‘건축과 그 밖의 것들로 도시와 건축을 가꿀 수는 없을까’란 스스로의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시작한 건축사사무소다. 건축주의 요구를 주어진 대지에 맞게 공간과 취향으로 편집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탐구한다. 건축주를 설계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을 중요시하며 참여 프로세스를 통해 ‘맞춤 건축’을 하려 한다. 그리고 건축을 글과 그림, 공공미술로도 옮겨 연구가, 작가, 화가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시흥 ‘당근집(2019)’, 성남 ‘해달집(2023)’, 부여 ‘등불집(공사중)’, 이천 ‘오롯한가(2022)’, 직주일치를 실험한 ‘탐미헌(2021)’, 공공미술 ‘쉬다가3(2018)’, ‘Sounds 4rest(2019)’ 등이 있다.
권이철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해안건축에서 실무를 한 후 갓고다를 설립했다.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관심으로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가며 『경성의 아파트』를 공저했다. 현재 서울시 공공/마을건축가, 양주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며, 동양미래대에 출강하고 있다.
최윤영은 국민대학교 건축학과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희림건축에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수행한 후 갓고다를 설립하였고, 숭실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분위기, 재료, 질감, 및 색에 대한 관심으로 건축과 숲을 그리는 회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ASYAAF(2016)에 선정되었으며, ‘MONAD전(2017)’, ‘숲 아닌 숲(2017)’ 등 다수의 개인전을 했다. 갓고다와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어떻게든 해 보려고요』(2022)를 출간했다.
- 개소 연도: 2017년
- 주로 활동하는 도시: 서울 및 수도권
- 현재 인원: 2명
- 프로젝트 수주 비율 현황과 희망:
(현황) 민간설계 40%, 공공설계 20%, 건축기획 20%, 학술연구 10%, 공공미술설치 10%
(희망) 민간설계 50%, 공공설계 20%, 건축기획 10%, 학술연구 10%, 공공미술설치 10% - 웹사이트: http://www.gaggoda.com
- 인스타그램: @gaggoda_architects
갓고다
분량9,564자 / 19분 / 도판 5장
발행일2023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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