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
박창현
분량1,661자 / 3분
발행일2022년 10월 28일
유형인터뷰
한국성은 아주 오래전부터 건축계 내에서 자주 회자되는 단어임에도 누구도 그 질문에 대해 답을 하기 어렵고, 피하고 싶지만 항상 우리에게 질문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로서는 ‘이건 한국성이야’라고 규정할 수 있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든 한국성을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다양한 관점의 한국성을 모았을 때 ‘대략 이런 것들이 한국성으로 읽힌다’고 정의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왜냐하면 다양한 생각과 문화가 합쳐져서 한국성을 이루는 것이지, 순수한 결정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것을 같이 논의할 수 있는 그룹이 적고, 결과도 미약하다고 생각한다. 몇몇 사람이 말하는 한국성은 그 사람의 생각일 뿐, 그것이 대표성을 띨 수는 없다. 이런 문제의식이 어쩌면 한국에서 건축을 하는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국성도 결국 아이덴티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DNA는 타자인 유럽이나 미국, 인도네시아 건축가와 다르다. 그 차이를 찾다 보면 자연히 한국성에 대한 부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지역 건축가 인터뷰를 해보니 각자의 국가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드러내는지 형식과 방법이 각 나라마다 다르다. 일본은 일본성이라는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면서 이야기하는 젊은 건축가가 거의 없다. 그들이 작업을 하면 서구에서는 일본적인 것, 일본의 성격을 대변하는 결과물로 보기 때문에 의식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이 오랜 기간 이어온 깊이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만들어진 덕택이다. 그래서 일본 건축가들은 하고 싶은 걸 하기만 하면 일본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들에게 직접 물어보아도 일본성을 의식한 적 없고, 그런 질문이 이상하다고 반문할 정도다. 반면, 동남아시아 건축가는 각자 자기 지역의 지역적 특성이 반영되는 결과물을 만들고 있고, 전통의 현대화에 관심이 많다. 전통으로부터 자신들만의 특징을 더욱 끌어내어 유럽이나 다른 문화 강대 국가의 건축가와 대별될 수 있는 장점으로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중간하다. 그래서 이 시점에서 한국성, 한국적 건축에 대한 부분을 의식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지금까지 만들어 둔 토대가 없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건축가들이 노력하는 그런 유의 접근법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그런 준비가 미흡하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전통을 바탕으로 한국성을 대변하고 싶진 않다. 전통을 어느 시점으로부터 끌고 올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차라리 우리가 처한 현실과 싸우면서 드러나는 결과물이 한국성을 대표하거나 대변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의 물결을 타고 넘어가는 생존 게임의 결과로 한국성을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그건 의지가 아니라 주어진 조건에 의해 드러나는 처절함이다. 그러한 연유로 세련된 한국성을 표현하는 결과에 이르고 싶진 않다. ‘그 결과가 좋은 것인가?’라는 의문이 따르기 때문이다. 최근 포스트 모던의 형식을 띄어서 여러 내용으로 한국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결과가 한국성의 대표로 내세울만한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또는 내가 생각하는 한국성을 표현할 수 있는 근거와 그걸로 이야기할 수 있는 단어들이 아직까지 없는 것 같다. 아니, 있긴 있는데, 그들을 한 단어 아래 모으는 비평의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터뷰이 박창현 / 인터뷰어 김상호 /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한국성
분량1,661자 / 3분
발행일2022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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