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속 건축
정현아
분량2,606자 / 5분
발행일2022년 5월 19일
유형인터뷰
공공이라는 구호
공공성, 공공(이 발주하는) 건축, 공공건축가제도, 이 세 가지를 분리해볼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에 공공건축이라고 하면 공공이 발주하는 건물이다. 그런데 겪어보니까 공공이 발주하더라도 발주처의 관리 편이를 중요시하거나, 시장님의 치적 쌓기로 수렴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반드시 공공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민간 건축물 같은 경우에도 건축가는 항상 공공성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은 분명히 공공의 본질과 무관하지 않다. 따라서 공공이 발주하는 건축과 공공성을 갖는 건축은 구분되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여러 가치를 두루 포섭하며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오피스 공간을 사용할 때도 공공성을 고려해야 하는 영역은 존재한다. 사장님을 제외한 직원 공간이나, 외부인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 또는 모두가 같이 쓰는 공간은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공공성을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해야 한다.
한편, 건물의 공공성을 건축가가 만들 수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건축의 프로그램이 공공적인 것과 공간이 공공성을 띠는 것, 또 그와 별개로 나는 건물 자체가 좋으면 공공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레이어가 다양하다고 본다. 그런데 그게 “공공이 중요하다!”고 논의만 앞세우는 것은 건축적이라기보다 굉장히 정치적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건물을 잘 짓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다. 건물을 ‘잘’ 짓는다는 것에서 ‘잘’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돈을 낭비하지 않아야 하고, 작업자들이 쓸데없는 일로 힘들지 않아야 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배타적이지 않아야 하고 편안해야 한다. 건축가가 그런 것을 고려하고 설계한다면, 그 결과로서 지어진 건물에는 이미 공공성, 사회성이 깔려있다.
공공건축가제도의 취약성
기존 공공건축이 갖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에 자문 역할로 총괄건축가 제도를 만들고 많은 건축가가 개입했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 권력체와 가이드를 만드는 것은 가능성과 한계를 둘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엘리트나 권력자가 이끌면서 개선하는 방법은 사회를 빠르게 바꿀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 권력이 엉뚱한 사람에게 주어지면 더 악화할 수도 있다. 제도가 마련된 후 지금까지 훌륭한 분들이 총괄건축가로 활동했지만 정해진 임기가 있다. 앞으로 다른 사람에게 자리가 넘어갈 때 그만한 역량을 가진 이들에게 돌아갈 것인가? 최근 총괄건축가 제도가 만들어진 지방 도시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마치 심의제도와 비슷하다. 인허가, 심의할 때 위원마다 자질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간혹 관심사나 시각이 전혀 다른 심의위원을 만나면 이상한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그래서 그런 제도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능력자보다는 사회 전반에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같이 가꿔나갈 것인지를 함께 논의해나가는 것이 좀 더 건강한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물론 시간은 많이 걸릴 것이다.
열악한 건축 문화
건축이 사회 전반에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는 정림건축문화재단과 같은 단체나 매체에서, 혹은 건축계에서 직접 건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건축이라는 주제가 예전보다는 훨씬 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긴 했지만, 이미지 소비라는 측면이 없진 않다. 그래서 좀 더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개별적인 노력은 근근이 이어져 왔을 텐데, 건축을 이야기하려면 건축계 내부의 주제 인식이나 특정 건물을 여러 시각으로 읽어내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역할을 해야 할 연구자나 매체도 설계만큼이나 열악하고 인력난이 심하다. 각자 전문성을 쌓아서 깊이를 가지기에는 파이도 작고, 내공도 짧고, 전수되지 않는다.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잡지나 포럼을 표방한다는 것은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시장이 작아지고 책을 사거나 관심을 두는 사람의 수가 적어진다는 것인데, 그게 지속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이슈가 있으면 메아리가 있어야 활성화되는데 그게 아예 없거나 호흡이 짧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그 일을 하는 사람도 지치는 것 같다. 좋은 인재들이 모이고 능력 있는 사람이 쌓여야 하는데 계속 사라진다. 신참이 그 깊이를 읽어내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가볍고 넓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매체는 강점을 살려서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가 그룹과 건축가 그룹, 건축가와 비평가가 만나는 자리가 지속해서 마련되면 깊이 있는 이야기를 생산할 토대가 될 것이다.
건축 비엔날레 같은 경우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처음 시작됐을 때는 이걸 왜 하는지 의문을 가졌었다. 나를 포함한 여러 건축가는 사무소 운영하기에도 바쁘고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갑자기 전시에 참여해 뭔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그만큼 콘텐츠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는데 그걸 메꾸는 것에 급급했다. 다만 이런 큰 행사를 통해 시민을 교육하고, 건축을 문화로 누리고, 담론을 만들고, 사회의 시선을 나누는 시도라는 취지는 공감했다. 그러나 시에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있는 민간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조건으로 행사가 이뤄질 수 있다면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행사도 마찬가지로 천천히 내실 있게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터뷰이 정현아 / 인터뷰어 김상호 /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사회 속 건축
분량2,606자 / 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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