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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브릿지 파고라 (2020년 수상작)

이정훈

심사평

김종성건축상은 ‘테크놀로지와 건축’이라는 관점에서 수상작을 결정한다. 테크놀로지 자체가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 관점은 필연적으로 끊임없이 재정의 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테크놀로지를 합목적적으로 활용하는 태도를 넘어, 테크놀로지를 미학의 최전방으로 끌어 올릴 것이 요구된다. 또한 김종성건축상은 건축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수많은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례와 균형, 질서 등 건축의 기본적 덕목을 끝까지 놓지 않고 추구하였는가는 이 상의 심사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해왔다.

격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김종성건축상은 이번으로 6회 차를 맞았다. 그간 5회의 심사를 거쳐 배출된 수상자는 3명이다. 수상자를 결정하지 않은 경우가 절반이었다는 것은 출품작 못지않게 상 자체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그만큼 많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서류심사 결과 이번에는 거르지 않고 수상작을 낼 수 있겠다는 다섯 명 심사위원 전원의 의견이었다.

올해의 수상작은 이정훈(조호건축사사무소)의 나인브릿지 파고라다. 골프장이라는 쾌적한 입지와 대기업 건축주의 풍부한 지원, 그리고 프로그램의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은 좋은 조건이었던 반면, 전체 프로젝트 기간이 7개월에 불과했다는 것은 상당한 현실적 제약이었다. 이정훈은 국제적 네트워크와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활용을 통해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해 나갔고, 이 과정에서 보여준 신선한 패기와 도전정신은 이 프로젝트를 높게 평가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인접한 보호수를 은유적으로 재해석하여 ‘숨 쉬는 파빌리온’이라는 건축적 개념을 만들고, 구조와 설비를 긴밀하게 결합했으며, 제작 과정과 조형 언어 간에도 유기적 관계를 형성했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과정에서 미학적 통제를 집요하게 유지했다.

이러한 심사과정에서는 개별 작업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 상이 한국 건축계에 던지는 메시지라는 두 개의 축이 공존하고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나인브릿지 파고라가 그러한 기준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하고 이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 황두진(심사위원장, 황두진건축사사무소)
  • 우의정(건축사사무소 메타)
  • 전성은(전아키텍츠)
  • 박흥균(호서대학교)
  • 정인하(한양대학교)

나인브릿지 파고라

클럽 나인브릿지 파고라의 건축은 오래된 고목을 중심으로 공간을 재편하고자 시작되었다. 600여 년은 족히 된 제주의 팽나무는 골프장이 건설되기 훨씬 전부터 그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나 그곳의 팽나무는 골프클럽 내의 건축적 배치와 구축 논리를 지배하는 일종의 장소가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골프 클럽하우스의 공간 확장과 더불어 고목의 편안함을 재구축하는데 큰 목적이 있었다. 팽나무의 그 시간성과 장소성을 품고 유기적으로 형성된 매스는 주변과 편안하게 상호 교류하는 듯하다.

구축체계의 통합을 통한 새로운 질서

자연과 건축을 굳이 구분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건축이 지닌 구조적 속성과 설비적 공간 사이의 통합과 분리일 것이다. 즉, 자연은 그 자체로서 구조이며 설비이자 하나의 공간적 영역인 반면, 건축은 구축을 위한 구조와 이를 기능적으로 보완하는 설비가 분할되어 공간을 구성한다. 이러한 건축적 영역 구분의 구축체계는 루이스 칸이 말한 “Servant space” 와 “Served space”의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본 프로젝트에서 제시하는 파빌리온은 하나의 형태가 그 자체로서 구조와 설비이며 내외 공간을 구분 짓는 볼륨이다. 자연적 형상을 닮고자 하는 형태일 뿐 아니라, 자연의 속성이 지닌 본질적인 요소를 담아내고 그것들을 기술적으로 구현해낸 건축적 자연을 의미한다. 

비정형 건축, 기술적 완결성

자연 그 자체로서의 속성을 지닌 나인브릿지 파고라는 3차원 벤딩을 기반으로 한 비정형 건축이다. 파빌리온의 제작과정은 제주도 골프장의 현실적 여건상, 서울근교의 공장에서 제작, 분해 후 다시 제주도로 운송, 재조립을 거쳐야하는 복잡한 과정이다. 이러한 정교한 공사를 위해 각 제작 부재들은 제작과정에서 카티아) 및 3D 스캐너를 통하여 제작해야 했으며, 다시 현장에서 최종 설치되었다. 6개의 메인 구조, 19개의 서브 구조는 한국 공장에서 제작되었지만, 165장의 유리(곡면 89장 + 평면 76장)는 중국 공장에서 제작되었다. 이중 한국의 법적 단열 기준을 충족시키는 복층 로이 유리를 중국에서 제작하고, 이를 한국 제작 기반의 구조체에 결합시키는 일은 정교한 작업과정을 필요로 했다. 특히 메인 구조체는 공조시 공기 흐름을 위한 이중관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사이는 결로 방지를 위한 단열재로 메워져 있다. 이 이중관로는 구조 부재이자 설비 덕트인 부재들로, 48개의 원형 공조팬을 통해 공기를 순환시키고 내부공간의 온도를 제어한다.

디자인 프로세스
구조 액소노메트릭
설비 개념 다이어그램.
나인브릿지 파고라는 나뭇잎의 잎맥(물관 등)을 통하여 영양분이 공급되듯이 설비와 구조가 일체화된 공간을 구현하고자 했다. 급·배기용 덕트와 전기 등 인프라를 건물 외측 구간에 형성된 공동구를 통하여 메인 구조체(철골)에 연결했다. 공조 방식으로는 당초 40개의 천장형 디퓨저로 급기를 계획하였으나, 건물 규모에 적합한 부재 크기를 유지하기 위하여 천장형 40개와 바닥형 12개의 디퓨저로 최적화했다.
‘숨 쉬는 파빌리온’인 나인브릿지 파고라는 설비, 구조, 외장재가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일체로 통합되었다.
평면도
단면도

건축 개요

  • 위치: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광평로 34-156
  • 용도: 클럽하우스
  • 대지면적: 481,238㎡
  • 건축면적: 264.60㎡
  • 연면적: 320.79㎡
  • 규모: 지상 1층, 지하 1층
  • 높이: 6.48m
  • 구조: 철골조
  • 외부마감: 로이 복층유리, 제주 현무암
  • 설계기간: 2015.11 – 2016.5
  • 시공기간: 2016.12 – 2017.8
  • 사진: 아크프레임

이정훈

이정훈은 성균관대학교에서 건축과 철학을 공부하고 프랑스 낭시 건축학교 및 파리 라빌레트 건축대학에서 건축재료 석사 및 프랑스 건축사를 취득했다. 파리 시게루 반 사무소, 런던 자하 하디드 오피스를 거쳐 2009년 서울에 조호건축을 개설했다. 젊은건축가상, 미국 『아키텍처럴 레코드』 Design Vanguard(차세대 세계건축을 이끌 10인의 건축가상), 독일 프리츠 회거 건축상, 서울시건축상, 이탈리아 The plan award, 영국 『월페이퍼』 Architect Directory, 독일 레드닷 어워드, 한국건축가협회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미국 시카고 아테나움 건축상등 국내외 다수의 건축상을 수상하였다. 대표작으로 헤르마주차장, 곡선이 있는집, 플랫폼엘 아트센터, 선유재 등이 있다.

나인브릿지 파고라 (2020년 수상작)

분량3,194자 / 6분 / 도판 9장

발행일2022년 1월 20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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