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건축
고석홍, 김미희
분량5,103자 / 10분 / 도판 16장
발행일2020년 2월 29일
유형인터뷰
소수건축에서 유연성은 중요한 개념이다. 소수건축의 사무실은 고정된 벽체로 구획되지 않는다. 이러한 사무실의 공간 개념은 소수건축의 수평적 소통을 위함이다. 우리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내외부로 생각을 확장하고, 공유와 공감의 장을 넓히려고 한다.
공간의 유연성은 사무실 이곳저곳에 놓여 있는 각양각색의 식물을 통해서 표현된다. 식물들은 종류에 따라 저마다 다른 공간 영역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다. 식물들이 계절에 따라 변하고, 시간에 따라 자라나면서 만들어내는 의도하지 않은 공간감은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준다.
우리의 건축도 일상 공간에서의 작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러한 여백의 공간들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위를 각양각색으로 담아내면서 의도하지 않은 일상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경험하게 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내부에서 외부로 확장되고, 도시와 접점을 만들어가게 하고, 작은 건물이 도시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소수건축
소수 건축사사무소는 건축과 공간을 매개로 한 일련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디자인 그룹이다. 일상 공간의 경험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관계의 가치를 중시하며, 이를 통해 더불어 함께하는 건축을 지향한다. 일시적 유행의 디자인이 아닌 소수의 특별함을 담아내는 정성스러운 공간을 만들어 가고자 하며, 일련의 전문적인 구축 과정을 클라이언트와 공유하고 공감하고자 한다. 김미희는 한양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건축이상과 삼우건축에서 실무를 했다. 고석홍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가와건축과 아이아크에서 실무를 했다. sosu2357.com

사무소를 연 계기는?: 광주 폴리
고석홍 나는 아이아크에서 유걸 선생님과 일했다. 김 소장은 삼우건축에 있었다. 우리는 대학원 선후배로 알게 된 사이다. 학교에서 서로의 작업을 관심 있게 지켜보면서 생각의 결이 비슷한 김 소장과 함께 사무소를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부부건축가가 됐다.
각자 실무를 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과외 프로젝트에 자주 도전했었다. 그중 하나가 광주 폴리 프로젝트였는데, ‘기억의 상자’로 당선됐다. 시민의 기억을 보관하는 장치를 도시에 설치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그 작업을 계기로 사무소를 시작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섰고, 우리 사무소를 열었다.
현재 관심사는?: 건물의 상품화
고석홍 건물을 상품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물의 완성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범위가 요즘 많이 넓어졌다. 건물만 잘 지어서 되는 게 아니라, 짓기 전부터 건물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부터 완공 후에 건물을 CI로 포장해서 내보내는 일까지 우리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건축주가 건물을 잘 지어놓고도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식이나 통로가 다시 부동산의 것이 된다. 기존의 부동산 논리가 싫어서 우리에게 왔는데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보면서, 건물의 좋은 점을 소개하는 홍보물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서 건축주한테 주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우리에게 홍보물을 처음부터 주문하는 건축주도 생기기 시작했다.

김미희 잘 지은 집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해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서 시작한 일이다. 그래서 좋은 건물을 잘 소개하는 별도의 웹사이트를 만들어 보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우리 작업뿐 아니라 건축가들의 집을 모아 놓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집을 구할 때 건축가가 디자인한 좋은 집부터 찾아보게 했으면 좋겠다.
한편, 건축가가 과제를 만드는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처음부터 최소한의 품질을 확보할 바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건축계에서 나오고 있다. 단순히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과제를 설정하는 일에 건축가가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석홍 최근 용인에 진행하고 있는 한 프로젝트를 그런 방식으로 계획하고 있다. 막 시작한 단계라서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통합된 브랜딩 계획 안에서 공간적 고민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리테일들을 공간적으로 어떻게 관계 맺게 할지, 전체 건물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 등을 하나하나 풀어가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동선 계획이나 출입 방식, 이용 시간 같은 요소로 드러나게 된다. 이런 프로젝트는 건축가의 눈으로만 바라보면 현실적인 측면을 놓치기 쉽다. 많은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이야기해가면 서로가 놓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다.

현재 관심사는?: 알 수 있는 재료
고석홍 우리는 가능한 한 국내에서 생산된 재료를 쓰려고 한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외장재가 그리 많지 않은데, 대부분이 수입 제품이다. 외국에서 생산된 재료는 어떤 원료로 생산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장에 도착하는지 확인할 수가 없어서 사용을 꺼린다. 제품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재료를 쓰고 싶다.
벽돌은 삼한씨원 것을 주로 쓰는데, 어떤 흙으로 벽돌을 굽는지, 어떤 빛깔을 더 도드라지게 할 수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성능, 강도, 원산지, 가공 과정 등 확실한 정보는 그 재료를 건축주에게 자신 있게 권하는 힘이 된다. 안타깝게도 그런 재료가 국내에 많지 않다.
벽돌을 많이 쓰게 되는 것은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구조재로도 쓰이고, 단열 성능도 우수해서 활용 범위가 넓다. 예를 들어 현재 목동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는 벽돌을 이용해 만들 수 있는 창문 루버를 디자인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조적공의 노하우도 매우 중요한데, 다양한 방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람을 만나면 아이디어가 쉽게 구체화된다. 여러 면에서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는 재료다.
지향점이 있다면?: 결정판 다세대다가구
김미희 ‘이제 다세대다가구 그만하고, 뭔가 다른 걸 해봐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종종 듣는다. 옛날 건축가의 생각의 전형이다. 난립한 아파트와 다세대다가구를 우리 도시의 문제로 언급하곤 하는 그들에게 건축가로서 어떤 해법을 냈는지 되묻고 싶다. 우리 세대는 이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건축가로서 외면해선 안 될 영역이다. 여러 방법으로 다세대다가구에 대한 관심과 메시지를 건축계에 던지고 싶다. 터부시할 일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문제고, 그것을 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그 노력이 어떤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우리 작업의 지향점도 다세대다가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확하게는 ‘지향점’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아직 끝까지 가보지 못한 지점인 것 같다. 다세대다가구의 짜여진 틀 때문에 건축 계획의 측면에서는 이제 한계에 부딪힌다. 그래서 요즘은 공간으로 뭔가를 해내려고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서, 한계를 만들어낸 법규를 들여다보고 있다. 다세대다가구를 사회 시스템의 차원으로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석홍 다세대다가구는 결국 소규모 단일 필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작은 필지를 가진 건축주가 우리 같은 건축가를 찾지 않았지만, 지금은 의뢰가 많아졌다. 건축가의 집에서 다른 가치와 차이, 사회적 기여 등을 인식하게 되었다. 한편, 지금은 주택 시장이 유지되고 있어서 그 필지들이 주택으로 개발되고 임대되지만, 이 패러다임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그때는 다세대다가구가 아닌 어떤 것이 될지도 모른다.
지향점이 있다면?: 나빠지지 않게
김미희 이번에 ‘당신은 어떤 건축가입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당황했음을 고백해야겠다. 질문을 받고서야 그런 생각을 안 한 지 오래됐다는 걸 깨달았다. 요 몇 년간은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던 것 같다. 이번 포럼이 우리가 어떤 건축가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우리를 찾아오는 건축주들의 상황을 보면, 우리의 건축적 욕망은 잠시 접어두고 그들의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게끔 하는 일이 시급한 경우가 많았다. 아직은 그것이 우리의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청중A 포럼 전에 소수건축의 작업을 이미지로만 봤을 때는 다른 젊은 건축가들의 건물과 별 차이를 못 느꼈다. 발표를 들으면서 ‘참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유를 김 소장의 말에서 찾은 것 같다. 사무소의 색깔을 드러내거나 조형성을 강조하기보다 건축주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서 맞춰주는 접근법이 건물에서도 드러나고, 그게 소수건축의 언어가 되는 것 같다. 특히 여러 명의 건축주를 상대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 같이 집을 지으면 서로 싸우는 일이 다반사인데 되려 사이가 좋아진 것 같다.
구상하고 있는 조직의 모습은?: 수평적인 조직
고석홍 ‘수평적인 조직’을 만들고 싶다. 지금 사무실에는 별도의 방을 만들지 않았다. 최소한의 구획을 위해서 식물을 조금 놓은 정도다. 위계 없이 자리 배치를 하고, 직급도 없앴다. 그런 장치들을 통해서 자유로운 소통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소수건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면 좋겠다. 설립 초기에는 우리 이름을 가리는 게 중요한 목표이기도 했다. 조직은 있지만 주인은 따로 없는 회사가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언제든 합류해서 일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한 시점이 오면 우리가 아닌 다른 사람도 소수건축의 이름으로 회사를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김미희 조직도 회사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외부 전문가(팀)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조직이 되었으면 한다. 예를 들면, 인테리어 디자인, 조명 디자인, 브랜딩 분야, 그래픽디자인 팀들이다. 이를 모두 내부 조직에 두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건축가는 예전에는 프로젝트를 끌어가는 선장 같은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건축가가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는 시대다. 지금은 수평적이고 유연해야 한다. 외부 연결을 많이 필요로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도 수평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인터뷰어
- 김상호(정림건축문화재단 실장)
3/1빌딩





건축 개요
- 위치: 서울시 성동구 연무장7가길
- 주용도: 근린생활시설, 다가구주택
- 대지면적: 138.02㎡
- 건축면적: 82.46㎡
- 연면적: 477.55㎡
- 건폐율: 59.74%
- 용적률: 346%
- 층수: 지상 7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외부마감: 치장벽돌(삼한씨원: SH3205 미장토담)
- 내부마감: 원목형 합판마루, 천연 벽지
- 의뢰방식: 지역 건축가를 인터넷으로 검색
- 설계기간: 2017.4–9
- 공사기간: 2017.9–2018.10
- 설계: 고석홍, 황예슬, 박윤선, 김선아, 양형원
- 구조설계: 터구조
- 기계설계: 건창기술단
- 전기설계: 엘림전설
- 시공: 수림종합건설
- 건축주: 개인
- 사진: 노경
소수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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