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c
신주영, 황현혜
분량5,025자 / 10분 / 도판 8장
발행일2020년 2월 29일
유형인터뷰
사무소는 10여 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 선후배로 같은 시기에 공부했고, 부부가 되어 함께 건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이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다른 사무소에서 실무를 경험했기에 피할 수 없는 의견 차이는 있고, 아직은 특별히 정해진 것 없는 유연한 상태로 건축가가 되어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건축가입니까?’라는 질문이 매우 어색하고, 우리도 우리가 어떤 건축가가 될지 무척 궁금하다.
가끔 ‘어떤 건축가를 좋아하냐?’, ‘어떤 건축을 하고 싶냐?’ 같은 질문을 받는데, 그때마다 분명하게 답을 하지 못 했던 것 같다. 예컨대, 어떨 땐 자연 속에 텐트를 쳐놓고 멍하니 앉아 있길 좋아하다가도 어느 날엔 빠른 변화를 놓치기 싫어 서울 구경을 가고, 생강 향이 가득하고 세월의 흔적이 쌓인 동네 찻집이 좋다가도 세련된 도심 카페에서 감흥을 받기도 한다. 뚜렷한 취향이 없어 보이는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어떤 기준에 따라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보다는 그때의 상황과 감정에 따라 좋음의 종류가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태도 때문인지 스타일이 뚜렷한 건축보다 주어진 조건과 맥락 속에서 쉽게 이해되는 ‘적정한’ 건축을 하고 싶다.
르코르뷔제와 미스의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건축 공법이나 디테일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요즘 도시가 더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에 있고 건물에도 복합적인 기능이 요구되다 보니, 건축가로서 이런 어지러움을 정리하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적절한 이성적 판단과 건축가의 욕심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잘 해내게 됐을 때 비로소 우리가 어떤 건축가인지 답할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막 시작한 우리로서는 실무적, 현실적 문제에 이리저리 끌려다닐 때도 있지만 그것도 과정으로 즐길 수 있기에, 앞으로가 기대되는 건축가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moc
moc는 신주영과 황현혜가 2018년에 부산을 기반으로 시작한 건축설계 사무소다. 스케일과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으며, 동시에 복잡하고 불완전한 이슈를 바로잡아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고자 노력한다. 두 사람은 국립부경대학교 건축학부를 졸업 후 신주영은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와 사무소효자동에서, 황현혜는 홍익대학교 실내건축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AI건축사사무소에서 각각 실무 경험을 쌓았다. 둘은 현재 국립부경대학교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moc-architects.com

앞선 실무 경험에서 얻은 것은?: 조심성, 인테리어
신주영 간삼은 논리적 근거를 토대로 보편타당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곳이었고, 사무소효자동은 섬세한 감각으로 매우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곳이었다. 과감하고 멋진 디자인으로 화제가 되는 건물을 보고 부러워하기도 하지만, 우리 성향상 ‘적절한’ 건물에 더 감흥을 받는 편이다. ‘우리 너무 무난하고 조심스럽게 건축을 하는 게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황 소장과 나눈 적 있다. 새로운 시도에 겁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꼭 이래야만 좋을까’라는 질문에 스스로 설득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 우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보다 스스로 검증하고 실무적인 부분에 충실하는 것이 먼저다.
황현혜 에이아이(AI)건축은 건축과 인테리어가 같은 비중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무소였다. 대학원에서 실내건축을 전공한 덕분에 건축 팀과 인테리어 팀을 오가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할 수 있었다. 그 경험 때문인지 개념적이고 논리적이기보다는 직관적이고 구체적인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자연스레 신 소장이 계획한 큰 틀의 공간을 채우고 다듬는 역할을 내가 맡는데, 나름대로 조합이 잘 맞는 것 같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분리: 이해와 비용의 문제
김상호 인테리어 디자인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왜 건축과 인테리어는 분리될 수밖에 없는 건가? 건축과 인테리어를 아우르는 사무소에 있었으니 이 문제를 물어보면 좋을 것 같다. 건축 분야는 왜 세밀한 인테리어 영역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인테리어 분야는 왜 건축까지 아우르지 못할까?
황현혜 이전 사무소에서 경험한 바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 건축 팀에서는 건물이 어떻게 채워질지 모르고 비어있는 상황을 전제로 설계하는 반면, 인테리어 팀은 실제로 사용될 구체적인 상황을 전제로 설계하는 데서 갈등이 시작된다. 영화 제목처럼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릴 수 있는 데서 생기는 현상이다. 에이아이 건축에서는 기업 연수원이나 클럽하우스 같이 용도가 뚜렷한 작업을 주로 하다 보니 설계 초기부터 인테리어 팀과 협업이 잦았는데, 당연히 논쟁은 불가피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구석구석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건축과 인테리어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주영 우리가 생각하는 인테리어 디자인은 단순히 재료 선택의 차원은 아니다. 예를 들면, 방의 비례를 정하는 데서부터 문손잡이를 디자인하느냐 마느냐 같은 지점에 있다. 그것은 사무소 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한데, 사무소효자동은 건축과 인테리어 사이에 경계가 없었다. 반면 간삼건축은 건축 팀과 인테리어 팀이 분리되어 있어 건축 팀이 인테리어 설계를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구조였다. 업무 범위가 분리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었다.
현실적으로 인테리어 설계에 비용이 따른다는 것을 이해하는 건축주가 드문 것도 원인이다.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건축과 인테리어 설계를 포함한 설계비를 요청하기도 하는데, ‘공사하면 인테리어 디자인은 당연히 해준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구조적인 문제도 한몫하는 것 같다.
사무소를 연 계기는?: 아직도 과정 속에
신주영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한번 해볼까’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사무실을 열었다. 일을 주겠다는 지인도,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없었지만, 고향에 온 김에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어떤 건축을 하고 싶은지, 사무소를 어떻게 꾸려나갈지 고민 않고 무턱대고 시작했다.
이제 서른 중반을 넘겼는데, 40대 초반에는 우리 사무소의 방향을 설정하고 싶다. 우리는 여러 유형의 사무소를 경험했다. 그 유형들 중에서 우리 이야기를 잘 담을 수 있는 모델이 어느 것인지 탐색하는 과정이다. 간삼건축에서 익힌 현상설계 경험으로 공모에 도전한다거나, 사무소효자동에서의 소규모 설계 경험을 끌어모아 비슷한 규모의 일을 해보고 있다. 아직은 예전 경험을 토대로 알음알음 발을 넓히고 있다.
김상호 발표 때 보니 완공 후에 일찍 아쉬움을 느끼는 것 같던데, 왜 그런가?
신주영 가끔 후배들이 “이렇게 이른 시기에 설계사무소를 열면 어때요?” 하고 물어보곤 하는데, 나는 이렇게 빨리 개소를 결정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막상 다니던 회사를 나와서 내 사무소를 운영하다 보니까 그동안 한 일들은 아무 일도 아닐 만큼 큰 책임감이 느껴졌다. 굉장히 많은 부분을 더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했다. 그러다 보니 반성의 속도가 매우 빨라진 것 같다. (웃음) 이왕 사무소를 열었으니 오래 잘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만족에 취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빨리 반성하고, 만족의 경계를 스스로 정해두려고 한다.
SNS: 취향의 통로
청중A 나도 moc를 SNS를 통해서 처음 알았는데, SNS를 보고 프로젝트를 의뢰한 사람도 있다고 하니 실제로 영향력이 큰 것 같다. SNS 운영을 어떤 식으로 하는지 궁금하다.
황현혜 단순히 건물 사진만 보고 연락해오는 건 아니고, 우리랑 취향이 맞았을 때 이어지는 것 같다. 우리는 백패킹을 즐기고, 자연을 좋아하고, 시골을 즐겨 간다. 도시의 유흥과 거리가 멀다. 일상을 공유하다 보면 처음 만나도 이야깃거리가 있다. “캠핑하시던데 저도 캠핑 좋아해요.” 여기서부터 편하게 마음이 열린다. 그래서 일반적인 건물 사진보다는 우리가 좋아하는 공간을 함께 보여주려고 한다. ‘나도 여기 가봤는데’, ‘나도 여기 좋아하는데’ 그런 코드를 공유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띄우는 거다. 그런데 신 소장은 하지 말라고 말한다. (웃음)
신주영 조금 자제하라는 뜻이었다. (웃음) 우리에게 SNS의 영향력은 꽤 크다. SNS로 일이 성사되는 비율은 높지 않지만, 사무소 문을 두드리는 좋은 도구가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NS는 변두리 이야기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이제는 공식적인 루트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최근엔 큰 설계사무소들도 공식 계정을 만들기 시작했다.
구상하고 있는 조직의 모습은?: 중립적인 소형 팀
신주영 많은 인원이 체계적으로 일하는 대규모 사무소부터 건축과 인테리어 설계를 함께 진행하는 사무소, 한두 사람이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사무소까지. 그 모든 경험이 우리 사무소를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앞으로의 모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는지, 잘하는 것이 있다고 해서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함 때문이기도 하다.
가능하다면 앞서 경험한 사무소들의 장점을 모두 갖추고 싶다. 개성이 강하거나 특정 규모나 용도에 집중된 사무소보다는 꾸준히 좋은 결과물을 내놓는 사무소를 만들고 싶다. 규모 면에서는 이전 사무소에 있을 때 10여 명의 팀으로 큰 빌딩을 설계한 경험이 있으니, 10명 이하의 조직으로 크고 작은 작업을 다양하게 소화하는 것을 어렴풋이 기대한다.
황현혜 이전 사무소처럼 건축 팀과 인테리어 팀이 협업하는 것이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이라 생각하지만, 지금은 팀원 모두가 두 영역 모두를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한두 사람이 한 프로젝트 전체를 이끌 수 있는 소규모 팀을 지향한다.
인터뷰어 & 패널
- 김상호(정림건축문화재단 실장)
여수 카페







건축 개요
- 위치: 전라남도 여수시 만흥동
- 용도: 근린생활시설(카페)
- 대지면적: 1,352.00㎡
- 건축면적: 267.57㎡
- 연면적: 698.49㎡
- 건폐율: 19.79%
- 용적률: 36.89%
- 층수: 지하 1층, 지상 2층
-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 마감: 노출콘크리트, 남선시스템창호
- 의뢰방식: SNS를 통한 수의계약
- 설계기간: 2019.1–4
- 공사기간: 2019.5–10
- 설계: 신주영, 황현혜
- 구조설계: 은구조
- 전기·기계설계: 한국나이스기술단
- 시공: 영만건설
- 건축주: 개인
-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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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5,025자 / 10분 / 도판 8장
발행일2020년 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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