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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건축가의 시작: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

하태석

2006년 신인건축가상을 받고 나서 상의 명칭을 ‘젊은건축가상’으로 바꾸자고 제안했었다. ‘젊은건축가’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흔히  쓰지 않는 단어이기도 했지만, 우리 사회에 젊은 건축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나에게 젊은 건축가는 새로운 방법으로 건축을 하고 새로운 방식의 삶을 제안하고 도시를 바꿔나가는 사람을 의미했다.

몇 년 뒤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011, 2012년에 걸쳐 거의 2주에 한 번씩 서래마을에서 저녁 회의를 했다. 초기에 모였던 멤버들은 건축가 이정훈, 유현준, 전숙희, 이기용, 신승수 씨였고, 곧 건축가 서승모, 기자 구본준, 큐레이터 정다영 씨가 합류했다. (신승수 씨는 실제 초대 멤버로 활동하지는 않았다.) 이어서 건축가 국형걸, 기획자 임진영, 임여진 씨가 초대 멤버로 합류했다. 우리가 한 첫 번째 일은  젊은 건축가를 정의하는 것이었다.

“만 45세 이하 중 작품 발표, 전시, 수상 등을 통해 등단한 건축 저작자”가 초기의 정의였다. (이 정의의 진화는 지금의 젊은 건축가들의 몫이다.) 기성 건축가들이 젊었을 때는 일이 꽤 많았다. 1997년 겨울을 넘어 2000년대가 오자 젊은 건축인들은 모두 대형사무소로 향했다. 2000년대 젊은 건축가는 흔한 종족이 아니었다. 우리는 뭔가 스스로 나서야 할 때 임을 감지하고 있었다.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의 결성은 순전히 자발성에 있었다. 누군가 상을 차려 주기 전에 스스로 나서야 할 것, 이 사회적 자발성이 포럼의 근원이다. 

건축가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회와 도시 문제에 개입하여 질문을 제기하기보다는 제기된 질문에 답을 하는 역할에 순응해왔다. 우리가 직면한 도시문제를 정의하기보다는 누군가가 만든 문제에 답을 하기 바빴다. 당대의 도시와 사회 이슈에 대한 문제를 정의하는 역할이 건축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스스로 행동하는 건축가, 나는 이런 건축가를 ‘인디 건축가(independent architect)’라고 부른다. 이런 건축가들이 활동하는 도시는 정말 멋진 도시일 거라 생각했다.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는 인디 건축가의 시작이었다. 젊은 건축가는 나이로 정의되곤 하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태도다. 기성의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도시를 혁신하고, 주어진 문제에 정답을 쓰기보다는 문제를 새로 정의 내리고, 기성 건축가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답을 내는, 도시에 대한 태도. 이런 태도들이 모인 도시, 이것이 젊은 건축가들의 도시다.

우리는 기념비와 거대 담론이 아니라 동네 건축과 삶의 이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첫 행사를 마을의 모습이 아직 존재했던 성산동 마을회관에서 열었다. 주제는 ‘일상 건축’으로 잡았다. 일상성의 화두를 발전시킨 건 일상에서의 색다름이었다. 일상이 지루하기보다는 풍부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가정이었다. 이 화두는 중요한 씨앗이었다. 무거웠던 건축을 대중성(pop)과 재미(fun)로 가볍게 만들고, 우리 삶의 한가운데로 가져온 기분이었다. 이런 아젠다들은 기성 건축가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젊은 건축가들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시대가 변했고 우리는 옳았다. 나는 미래의 젊은 건축가들의 생각도 또한 옳으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시대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건축을 일상성에 집중하고, 건축에 없었던 ‘pop’과 ‘fun’으로 건축에 접근하는 젊은 건축가들의 모임, 누군가 차려준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차린 플랫폼, 이 젊은 건축가들의 포럼은 도시 스타트업이 되어 우리 도시를 변화시키는 주역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이 플랫폼에서 수많은 인디 건축가의 미래 건축이 출발하기를 기대한다. 


하태석은 성균관대학교와 AA스쿨을 졸업했으며 영국왕립건축사다. 2005년부터 7년간 아이아크 공동대표로 디지털 기반의 혁신적 디자인을 주도했다. 2006년 신인건축가상을 수상하였으며, 2012년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를 설립하여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2012년 건축설계 및 건축소프트웨어 회사인 스케일(SCALe)을 설립했고, 2017년 과학기술과 인문예술의 협업을 통해 미래 도시를 준비하는 단체 퓨쳐시티 소사이어티(Future City Society)를 설립했고, 2019년 인천 서구 스마트에코시티 총괄건축가로 위촉되었다. 최근 집이 알아서 주인의 삶에 맞춰 적응하는 주거 IMhouse 리빙랩을 완성하면서 포지티브섬 시티와 어댑터블 건축이라는 개념을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미래도시 변화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인디 건축가의 시작: 젊은건축가포럼코리아

분량2,193자 / 4분

발행일2019년 3월 25일

유형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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