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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건축(가)이 개척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이희원, 유종수, 김샛별, 윤성영, 황은, 전상규, 조윤희

초대 건축가들과의 인터뷰 가운데 ‘이 시대 건축(가)이 개척해야 할 역할’에 대해 이야기해준 다섯 팀의 말을 한데 모았다. 건축 기획 단계부터 도시계획, 신기술의 접목까지 건축이 개척할 수 있는 분야의 가능성을 고민한다. 이들은 건축의 업역을 넓히는 동시에 순수한 건축의 발전을 위해 건축가가 해야 할 일 또한 잊지 않는다. 건축의 새로운 시도와 탄탄한 기초,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희원(오드투에이) 우리가 졸업할 때(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접목한 무언가를 하는 건축 업역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면서 큰 흥미를 느꼈다. 단순히 벽돌이나 콘크리트로 건물을 쌓아 올리는 게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재료로 건물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서 그 가능성을 깨달았다. 요즘은 학교에서도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것이 실제 설계에 적용되어 건물로 완성되는 경우는 아직까지 별로 없다. 오히려 전시나 공공예술 분야에서 더 활발히 사용되고, 그러면서 우리 업역도 넓어지는 것 같다. 앞으로 일을 해나가다 보면 작은 규모든 큰 규모든, 실제로 적용할 기회가 올 거라 기대한다.

유종수(코어건축) 건축의 진정한 발전을 위해 건축가가 할 역할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순수한 건축의 발전도 필요한데 상황이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지금은 한쪽(도시재생이나 공유주택 등)으로 치우쳐 있는 것 같다. 여러 가지가 공존, 병행되어야 하는데, 한쪽으로 방향으로 휩쓸려 가는 현실이 아쉽다.

건축의 발전은 자본과도 관계있는 부분이다. 나는 누군가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전혀 안 쓰던 재료를 쓴다든지,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도입한다든지, 다른 분야와 결합을 시도한다든지 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지금의 젊은 건축가들에게는 그런 시도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김샛별, 윤성영(아에아) 지속 가능한 도시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막대한 자본과 에너지를 지출하면서 개발 이익에만 집중해왔다. 현재 지방의 신도시는 북적이는 사람들 대신 ‘임대합니다’ 플래카드가 펄럭일 뿐이다. 공공공간도 빈약하다. 이제는 외곽 개발을 억제하고 도시 중심으로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환경 오염에 영향을 끼치는, 철거 후 새로 짓는 방식보다 있는 건물을 잘 관리하거나 용도 변경을 통해 공간을 재활용하는 일에 가치를 두어야 한다. 시간의 켜를 덧붙이려는 고민이 있어야 퇴색된 지역성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황은(보.건.소.) 개인적으로는 요즘 젊은 건축가들이 택한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기획하는 사람 따로, 부동산 개발하는 사람 따로, 시행사 따로였다면, 요즘 친구들은 작은 규모의 리모델링이더라도 공간의 기획부터 설계, 시공까지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도 사실 건축가가 할 수 있는 영역이고 건축가의 전문 분야에 포함되어 있는 건데, 지금까지 너무 설계 위주로만 좁게 생각했다. 그 틀을 깨고 점점 저변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지난 평창올림픽 개회식 연출을 처음 맡았던 사람도 패션 디자이너 출신의 정구호 씨였다. 문화적 안목과 조예가 깊었기 때문에 그 큰 행사를 총괄할 수 있었다. 건축가라고 그런 일을 못 하란 법은 없다. 우리도 시야를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건축가가 기획 단계부터 참여를 하는 게 맞다. 그럴 능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데, 건축가가 그 단계에 참여하지 않으니까 현장에서 괴리가 생긴다. 단순히 기획 단계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해주는 기술자로 인식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전상규(보.건.소.) 요즘 건축이나 공간에 관심은 있는데 그걸 실제로 구현해 낼 실행 능력이 없는 사람을 공간 디자이너 혹은 스페이스 코디네이터 같은 명칭으로 부르면서 전문가처럼 대우하곤 한다. 그런데 그런 알 수 없는 명칭들 때문에 건축가가 기능인으로 인식되고 있다. 건축가는 큰 방향이나 주제 의식을 설정할 충분한 능력과 바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실무 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기능인 취급을 받는 거다.

조윤희(구보건축) 우리는 새로운 영역이나 역할을 찾기보다는 건축의 기본에 더 집중하는 편이다. 건축의 영역을 다양화하는 것이 우리가 갈 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구보건축이 아니라 우리 건축계로 봤을 때는 다양한 것들에 더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건축계가 업역을 넓히는 게 결국 우리에게 더 큰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기 때문에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힘을 보태고 싶지만, 아직은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건축에 집중하려는 이유는 우리 건축가들이 내부적으로 전문성을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외부의 규제를 받게 된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기 때문이다. 건축가의 자율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건축가로서 전문성을 더 키우는 방법을 고민하고, 그 전문성을 가지고 다른 업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결국 우리 자유를 지키는 일이고, 더 좋은 설계를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업역 확장은 기본을 탄탄하게 갖추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결국 건축가에게 가장 핵심이 되는 건 건축설계라고 생각한다. 좋은 건물을 설계하고, 그걸 실제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 시대 건축(가)이 개척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분량2,331자 / 4분

발행일2019년 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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