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공극: 입체적 도시 영농
황두진, 김태권, 박기철
분량2,625자 / 5분 / 도판 4장
발행일2015년 2월 10일
유형작업설명
시나리오: 황두진·김태권·박기철
아파트에 혼자 살게 된 어떤 사람이 있다. 남아도는 공간을 임대를 주려고 보니 구조상 여의치 않다. 그래서 일부를 아예 외부화하여 거기에 도시농업을 적용, 주민들에게 텃밭으로 임대하거나 수확물을 판매하거나 도시농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세미나를 여는 것이다. 본인이 살 영역만 남기고 나머지 부분은 이렇게 경작지 내지는 카페, 사랑방, 가게, 세미나실 등 복합적으로 운용한다. 물론 이 도시농업은 종래의 수평적 방식이 아니며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건축적으로 보면 ‘녹색의 공극’이라고 할 만한 것인데, 이것이 점점 더 퍼져나가면 공극률이 0에 육박하는 현재 아파트 단지의 획일성을 점차로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즉 개인의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변화가 사회적 변화로 확산하는 것을 기대한다.

인터뷰
전시 주제인 ‘협력적 주거 공동체’를 어떻게 해석했나?
이번 전시는 전체적인 분위기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소프트하지만, 그 안에 담겨 있는 메시지는 (조금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과격할 수 있습니다. 저는 궁극적으로는 ‘주거’는 사라질 것이고 동일한 용도에 의한 지역 구분제와 같은 것도 갈수록 무의미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도시를 구성하는 두 개의 키워드는 ‘밀도’와 ‘복합’인데 제 프로젝트의 배경인 아파트 단지는 밀도는 문제가 없지만, 프로그램 구성 방식에 있어서 과거로부터 답습해왔던 상황이 연속되고 있어요. 5층이 됐건, 10, 15, 30층이 됐건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다 주거만 있는 그러한 건물들은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가 없을 겁니다. 지금까지는 건물의 용도를 주거, 상업, 업무 등으로 나눴는데 가면 갈수록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를 좀 더 정밀하게 쪼개서 그 개별 행위들이 조합되는 방식에 따라 건물의 용도가 이렇게든 저렇게든 변할 수 있는 상황이 올 거라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에서는 주거의 일부에서 농업 행위가 일어났을 때 그것이 한 개인의 삶을 넘어서 커뮤니티 전체, 나아가서 아파트 단지, 그다음 나중에 도시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문제들을 고민해보고, 거기에 질문을 던지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앞으로 ‘협력적 주거 공동체’가 일반화될 것으로 보는가?
지금까지는 ‘협력’이라고 하는 단어를 선택의 문제인 듯한 언어 감각으로 많이 사용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이것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갈수록 자원도 줄어들고, 에너지도 귀해지다보면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각자가 따로따로 갖고 있었던 것들을 공동으로 관리하거나 소유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다만 공유하고 나누고 함께 관리하고 하는 것을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열심히 궁리해서 지금껏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오늘의 주거 문제는 무엇이고, 새로운 가능성은 무엇일까?
이번에 저희가 다룬 프로젝트의 배경인 아파트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집중되어 있죠. 그런데 제가 보기에 아파트의 가장 큰 문제는 평수와 상관없이 모두가 기본적으로 입구가 하나라는 것입니다.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 안에서는 내가 남과 공유할 것이 없다는 태도, 이것이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이는 단지 내 다른 사람들이 못 들어가게 하는 것처럼 전체 단지계획에서도 드러나죠. 결국 매우 이기적인 사회를 계속해서 만들게 되는데, 이것은 흔히들 지적하는 형태의 획일성 이상으로 아파트가 갖는 패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또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뭔가 나누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데, 그것들 또한 지금까지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그래서 가급적이면 안 나누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강요나 필요 때문에 할 수 없이 나눌 수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하지만 아까 말씀 드렸다시피 이것은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제부터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이왕 나누려면 어떻게 해야 가급적 재미있고 즐겁게, 미학적으로 근사하게 나눌까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황두진
건축가. 서울대학교와 예일대학교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 현대건축의 지평을 넓히는 건축가로 평가 받고 있다. 한옥을 현대건축의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일련의 작업을 해오고 있기도 하다. 다공성과 기하학이 주요 건축적 주제로, 공간과 구조, 형태에 있어서 기하학을 조작하고 중첩시키는 것에 관심이 있다. 건축 외에도 전쟁사에 관심이 많고 여유가 있을 때 마당을 가꾼다.
김태권
만화가. 대학에서 미학과 서양고전문학을 공부했다. 『십자군 이야기』 만화와 『장정일 삼국지』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데뷔했다. 하고 싶은 일 두 가지는 재미있게 사는 것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는 것. 하지만 둘 다 만만치 않다. 지금은 클레이를 빚고 글을 써 <한겨레> 신문 ‘김태권의 인간극장’과 월간 <디자인> ‘비주얼 에세이’를 연재 중이다.
박기철
‘식물의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가드닝 컨설턴트이다. 개인 사옥, 갤러리, 백화점, 기업 내부의 식물 디스플레이를 담당했고 때때로 전시, 팝업숍, 워크숍을 통해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얻은 영감을 통해 소재의 느낌을 재해석하고 식물 본연의 아름다움과 공간의 어울림을 생각하며 가드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녹색의 공극: 입체적 도시 영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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