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search close
https://archnews.manualgraphics.com/bk-tt-cover/
문단구분
글자크기
  1. -
  2. +
배경
  1. 종이
글꼴스타일
출력
  1. 출력
목차

바다를 안고 달에 잠들다

박윤빈, 서윤주


박윤빈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서연주 세종대학교 건축학과


코로나19 팬데믹은 MZ세대에게 자기관리, 특히 건강관리 열풍을 일으켰다. 불확실성이 점점 높아지는 엔데믹 시대. 통제 불가능한 사회 속에서,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나 자신에 관심을 두는 현상은 일시적 유행이 아닌 지속적 트렌드가 될 것이다. 이에 따라 편안한 휴식과 즐거움을 목적으로 하는 일차원적인 여행보다는 정신적, 육체적 케어를 통해 자신을 돌보는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며 자기관리에 집중하는 MZ세대를 위한 바다 위의 스테이를 제안한다. 블루 스페이스는 심리학적으로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치유효과를 가진다. 잔잔하고 조용한 갈남마을, 인적이 닿지 않는 바다 위에서 그들은 오로지 자신에게 집중해 몸과 마음을 다듬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편안하게 쉬는 것을 넘어 일상 속에서 쉽게 마주할 수 없는, 현실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경험이 담긴 스테이, ‘바다를 안고 달에 잠들다’.


페르소나

운동을 취미로 하는 MZ세대 직장인 커플 

30세, 남성, 웹개발자
“경제적 압박에 따른 스트레스와 불안감”
남성은 퇴근 후에 헬스를 다니며, 주말에는 해양레저 스포츠를 즐기러 서울 근교로 나가거나 조기축구회 모임에 나간다. 그는 액티비티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선호한다.

29세, 여성, 디자이너 
“프리랜서의 불안정성에 대한 무기력감”
여성은 퇴근 후에 필라테스를 다니며, 주말에는 예쁜 카페를 가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진을 찍어 SNS에 업로드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녀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선호한다.

여행지

갈남 해변 앞 바다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리)

장호항과 갈남항 사이에 위치한 갈남해변 부근의 바다는 에메랄드빛의 아름다움을 지닐 뿐만 아니라 잔잔하고 조용한 매력을 가진다. 갈남항 좌측에 200m 남짓의 작은 백사장이 바로 갈남해변이다. 갯바위들 사이에는 고운 모래 바닥이 깔려 있어 물놀이하기 좋으며, 이곳은 다른 동해안과 달리 수심이 얕으며 주변의 장호항, 갈남항과 같은 관광지에 가려져 조용하며 한적한 곳이다.

갈남마을 

  • 조용한 어촌마을: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최북단. 야트막한 산과 너른 바다 사이에 위치한 조용한 어촌 마을. 옛날 갈남마을은 근방에서 가장 번성한 어촌이었다. 40~50년대에는 명태, 60~70년대에는 미역이 배마다 그득했고, 외지에서 일하러 들어온 사람들이 몰려 마을에 빈방이 없을 정도였다고 갈남 사람들은 자랑스레 말한다. 그때 일하던 해녀, 머구리 잠수부, 어민이 지금은 70~80대 어르신이 되었고,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한적한 바닷마을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갈남마을 사람들은 바다와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 이야기가 있는 마을: 오랜 어촌마을로 자연을 벗삼아 살아온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켜켜이 쌓여있는 마을. 갈남마을은 물양장이 생기고 조명이 설치되는 등 조금씩 현대화되고 있지만, 곳곳에는 여전히 옛 모습이 남아 있다. 삼척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삼척해수욕장이나 장호항에 관련된 이야기는 많지만, 갈남에 다녀왔다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긴 시간을 들여 찾아와야 매력을 알 수 있는 곳이며, 마을 안에서는 오랜 세월이 켜켜이 쌓여 만들어진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볼 수 있다.

블루 스페이스의 치유효과

심리학적으로 블루 스페이스는 자율 신경계를 안정화해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일상 생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뇌를 쉴 수 있게 한다. 물은 소리만으로도 비자발적 집중을 부드럽게 이끌어내 우리의 정신을 쉬게 해준다. 물에 들어가는 것 역시 자연환경과 연결되어 있거나 자연의 일부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치유 효과가 있다. 블루 스페이스는 본능적으로 본인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의 본성에 부합하는 장소이다.

해양건축의 발전 가능성

인류가 밟고 있는 땅이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되면서 찾은 대안이 바로 바다를 활용한 ‘해양건축’이다. 전세계적으로 해양건축에 대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토지 부족 현상 때문은 아니며, 해양이 주는 다양한 매력과 발달된 기술의 결합이 가져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플로팅 건축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으며, 국토면적에 비해 해안선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사회적, 경제적 여건만 조성된다면 플로팅 건축의 잠재력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해양 환경

삼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 해양 건축이 위치하기 좋은 바다는 어디일까. 조수간만의 차는 서해가 가장 크고 남해 동해로 갈수록 작아지게 된다. 서해나 남해와 같이 조차 조석으로 인한 물 높이차가 큰 지역은 많은 물이 이동해야 하므로 조류가 빠르다. 또한 지형이 복잡하여 좁은 수로가 많고 강한 조류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해양건축이 위치하기 좋은 동해 바다에 스테이를 위치시키고자 한다.

스테이

모형


심사위원 질의응답

노경록 이 사이트는 어떻게 알게 되었고, 왜 선정하게 되었나? 굉장히 넓은 범위의 동해 바다 중에서도 이곳을 선정한 동기와 과정에 대해 더 듣고 싶다.

바다달 스테이에서 어떤 경험을 했으면 좋겠는지 고민하다 ‘바다’ 이야기가 나왔고, 해양 건축이 위치하기 좋은 동해 바다로 좁혀서 사이트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MZ 세대를 타겟으로 하는 스테이이기 때문에 매력적이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나만 아는 곳’을 기준으로 찾아보았다. 

지도를 살펴보다 ‘갈남 해변’이 풍광이 아름다운데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없어서 지리적 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변에 장호항이나 갈남항 같은 관광지가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조용하고 한적한데, 오래된 어촌 마을답게 이야기가 쌓여 있어 나름의 문화도 있고 특색도 있는 장소이다. 그래서 이곳을 사이트로 선정했고, 그 이후에 이곳의 장소성을 바탕으로 여행의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갔다. 

박중현 그러면 해양 건축이라는 컨셉을 먼저 잡고 사이트를 찾은 셈인가?

바다달 그렇다.

박중현 평소에도 건강에 관심이 많고 이와 관련된 활동을 즐기는 편인가?

바다달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관심이 많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이런 쪽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아진 것 같다. 

노경록 혼자 혹은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프라이빗한 입지라는 점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을 것 같다. 일반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 있을까? 이런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더 고민한 지점이 있나? 바다이다보니 태풍이 오거나 하는 위급 상황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바다달 ‘스테이 보트 서비스’를 별도로 마련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마을 어민과 연계하여 마치 택시 앱을 사용하는 것처럼 어선을 호출하는 서비스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조금 더 자유롭게 스테이를 오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태풍이나 기상 악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스테이라는 특성상 전액 환불을 해주거나 날짜를 변경하게 해주고자 한다.

박중현 이게 정말 현실화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의문이 크다. 이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를 미래의 기술에 맡겨야하는 부분인 것 같다. 설명해준 내용과 프로그램, 시나리오 모두 흥미로웠지만 지역에 대한 이야기가 적은 것이 아쉬웠다. 

이상묵 이번 출품작 중에 사이트를 수중이나 해변과 같이 물을 다룬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그중에서 이 팀을 공개 심사에 부른 것은 나름의 해석을 통해 사이트를 정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출한 시각 자료도 그렇고 공간 디자인에도 동그라미를 굉장히 사용했다. 이런 기하학적인 형태를 택한 것은 개인적인 선호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이 프로젝트에서 원이라는 형태가 중요한 것인지도 궁금했다. 마지막으로 이게 단순한 하나의 유닛을 제안한 것인지, 아니면 여러 유닛의 집합으로 확장되는 것까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도 묻고 싶다.

바다달 우선 기하학적인 요소의 경우, 우리 스테이의 이름이 ‘바다를 안고 달에 잠들다’이고, 바다 위에 떠 있기 때문에 파도와 달에서 찾아볼 수 있는 곡선을 내외부 디자인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하였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늑함을 느끼는 데에도 딱딱한 직선보다는 부드럽고 온화한 곡선이 더 적합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유닛에 대한 질문에 답하자면, 지금은 하나의 동으로 계획을 했지만 만약 미래에 기술적으로 가능해지고 사회경제적인 여건이 조성된다면 얼마든지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플로팅 건축, 해양 건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상묵 건물이 땅이 아닌 바다 위에 띄워져 있는데, 바다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을 상상했는지 궁금하다. 바다가 좀 멀리 보이는 곳인가? 

바다달 해변에서도 스테이를 바라보며 저기 한번 묵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거리를 생각했다. 그래서 디자인을 할 때에도 해변에서 사람들에게 보일 만한 공간은 벽으로 막아두고, 아닌 부분은 유리로 열어두어 그를 통해 바다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육안으로 확인은 가능하지만 배를 타야 갈 수 있는 정도의 위치를 생각하고 설계했다.

노경록 참고 문헌 목록에 『바다를 안고 달에 잠들다』라는 일본 장편 소설이 있는데 제목만 참고한 것인가? 아니면 책 내용에서도 모티브를 얻었나? 

바다달 책 내용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고, 스테이에서 주고 싶은 경험을 이미지화했을 때 달빛이 비추는 바다 위에 앉아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장면이 떠올랐다. 제목에도 이 이미지가 잘 드러났으면 했는데, 제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이 책 제목을 알게 되어 인용하게 되었다. 

노경록 마지막으로 스테이를 설명하는 한 문장의 멋진 글, 이 스테이의 가격에 대한 기준과 이유에 대해 듣고 싶다.

바다달 스테이를 설명하는 한 문장은 ‘물 위에서 노닐고 달 아래에서 사색하다’이다. 그리고 스테이의 1박 가격은 2인 기준으로 비수기는 67만 원, 성수기는 77만 원이며 주말에는 5만 원이 추가된다. 48평 기준 기본 숙박비를 45만 원으로 하고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22만 원으로 책정해서 합산한 값이다. 우리 스테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비일상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스테이 내에서 할 수 있는 경험을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해 보았다. 22만 원이라는 가격은 다도 5만 원, AI 헬스케어 서비스 7만 원, 요가 5만 원, 사운드 테라피 5만 원을 합친 가격으로 1회 평균 클래스 가격을 참고하여 책정하였다. 

정림학생건축상 2023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 입선 바다를 안고 달에 잠들다 공개 심사 영상

원고화 및 편집 최정원

바다를 안고 달에 잠들다

분량5,167자 / 10분 / 도판 8장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유형작업설명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