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록
강재현, 박지훈
분량3,490자 / 7분 / 도판 15장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유형작업설명
강재현 조선대학교 건축학과
박지훈 조선대학교 건축학과

짧은 순간 반짝이고 휘발되는 기억이지만, 그 잠깐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 두근거림이 기분 좋은 온도로 몸을 적당히 데워 주는 것, 여행은 좋은 꿈을 꾸는 것이다.
따라서 일상의 레이어에 한발 걸쳐 있지 않고 완벽히 꿈같은 비일상으로의 여행을 보낼 수 있는 온전한 쉼이 있는 공간, 온 힘을 다하여 쉬고 한껏 여유 부릴 수 있는 아늑한 공간, 일상에서 닿는 것들이 닿지 않기에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꿈속에서처럼 온전히 지금을 즐기는 공간, 어쩌면 당신의 가장 솔직한 이야기가 쓰일 수 있는, 아늑하고 몽롱한 공간, 비일상의 다양한 가능성이 쓰여 나갈 수 있는 공간 ‘몽유록’을 제안한다.
여행지
용유도
분주히 움직이는 인천에서 조금 벗어나 여행의 설레임을 간직하고 있는 곳, 영종도. 그 영종도에서 인천공항을 뒤로 하고 바다가 보이는 서쪽으로 묵묵히 향하다보면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바다를 한아름 안고 있는 용유도를 만나게 된다.
도시의 삭막함에서 시골의 느슨함으로 바뀌어가는 풍경과 연안에 가득한 굴과 조개 껍데기의 기분 좋은 잘박거림을 넘어 용유도 더 깊은 곳으로 접어들며 가다보면 안락함이 느껴지는 소나무 군락 속에서 간조와 만조가 만들어내는 두 가지의 풍경이 몽환적인 조름섬을 바라보는, 바다 위에 잔잔히 놓여진 용유도 사이트에 도착하게 된다.
용유도 그리고 조름섬
꾸벅꾸벅 조는 모습과 같아보여 이름지어진 작은 무인도, 조름섬. 하루에 두 번 썰물때가 다가오면 조름섬으로 향하는 잠겨 있던 길이 드러나게 된다.
깊은 곳에서도 더 들어가야 하는 깊고 특별한 곳에서 쓰여질 게스트들만의 비밀스러운 추억이 만들어지는 곳, 일상의 레이어에서 벗어나 비일상의 꿈을 꾸다 잠시 깨어도 몽롱함을 간직한 졸음과 함께 다시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해주는 곳. 아련히 서로를 바라보고만 있던 두 섬에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며 연결해보려고 한다.


페르소나
- 시골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하고 시간이 흘러 첫째는 아이를 낳고 서울에서 가정을 꾸려 살고 있고, 둘째는 외국에서 거주중. 각자 바쁜 삶 속에서 시골에서의 복닥거림을 그리워 하던 때에 들려온 어머니의 생일을 맞아 잠시 한국에 머물다가 간다는 둘째의 소식에 어머니와 딸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떠나는 두 자매의 꿈 같은 휴가.

- 졸업하면 둘이서 온종일 같이 있자고 대학생 때 약속했지만 취업 준비에, 취업하곤 회사 업무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오히려 전보다 더 둘이 오롯이 같이 있는 시간이 부족해져 가던 20대 후반의 두 연인. 일상의 환기를 위해서, 결혼 전에 애인으로써 남을 서로의 기억에 조금 더 특별한 기억들을 새기고자 신선한 가을 손을 잡고 여행을 떠났다.

스테이






브로셔


모형


심사위원 질의응답
박중현 조름섬이라는 이름을 가진 섬을 발견한 것부터 시작해서 스토리를 단단하게 잘 만들어온 것 같다. 호스트의 존재를 평면에 넣고 건물에 배치하여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이 스테이에서 호스트의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몽유록 기존의 숙소에서는 호스트의 존재가 뒤에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사실 여행을 떠나 비일상의 레이어로 들어왔을 때, 게스트가 머무르는 공간은 호스트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공간이다. 여행지에서 생기는 이야기가 호스트가 만들어둔 이야기와 만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호스트와 게스트가 함께 비일상을 경험하는 것이 더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화되는 시대에 각자의 경험을 하는 여행도 좋지만, 우리는 취향을 제시하는 호스트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상호작용하며 경험을 만들어내는 여행을 기획했다.
노경록 덧잠과 한잠은 영종도에 있고, 스테이 조름은 조름섬에 따로 있는 구성이다. 조름섬이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자 가장 핵심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조름섬에 본 스테이를 두지 않고 별채 하나만 배치한 이유가 있나?
몽유록 실제로 조름섬에 답사를 다녀왔을 때, 크기가 그리 크지 않기도 했고 조름섬 안에 있는 것보다 지평에 서서 무인도를 바라보았을 때 작은 캐빈이 있는 것이 더 호기심을 자아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름을 본채에 두지 않고 무인도에서 한 번 자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게 되었다.
또한 이렇게 공간을 구획하면 기상 악화 등의 이유로 조름섬에 들어가지 못할 때에도 안전한 본채에 머무르면서 여전히 조름섬을 바라볼 수 있다. 용유도에 메인 스테이를 만들고 조름섬을 바라보며 기다리다, 물길이 열리면 직접 걸어가서 그 공간을 향유하고 돌아오는 것이 더 풍부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상묵 아무래도 자유롭게 오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제한이 있을 것 같다. 또 한 가지 궁금한 것이, 거의 평지붕으로 디자인을 했는데 어떤 의도인가?
몽유록 스테이가 절벽 위에 위치해 있어 아래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숲을 건너서 들어오는 시퀀스 상 외관이 화려해도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자연에 둘러싸인 공간에 과하게 멋을 부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가 컸다. 외관으로 감탄을 자아내지는 못하겠지만, 겉모습에서 상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안에서 펼쳐졌을 때 탄성이 터지는 경험이 더 극적으로 다가오리라는 생각도 있었다.
이상묵 브로셔가 굉장히 미니멀하다. 여기에도 의도가 있는 건가?
몽유록 브로셔를 만들 때 고민을 많이 했다. 어디를 다녀 오면 기념으로 브로셔를 가지고 오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걸 돌아와서 다시 꺼내보거나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브로셔에 경험자의 기억이 담긴다면 다시 꺼내보며 추억을 되새기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추천을 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정보는 줄이고 감각적인 지도만 넣는 방식으로 디자인을 했다.
노경록 잠이라는 아이디어와 컨셉으로 시작해서 이 사이트를 찾고, 설계를 하고, 네이밍을 한 것인가? 아니면 사이트를 먼저 찾고 컨셉을 그로부터 정하게 되었나?
몽유록 네이밍은 사이트의 첫 인상에서 비롯되었다. 공모전 공고가 나오고 나서, 자동차로 하는 빠른 여행이 아닌 자전거나 도보 여행이 가능한 비일상의 장소들을 찾아갔을 때, 영종도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조름섬에서 도보 5분 이내 거리에는 세 번을 왔다갔다 하는 동안 아무도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조름섬이라는 이름도 사람이 누워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모양 같아서 붙여졌고, 용유도 또한 사람들이 아무도 찾지 않고 조용히 잠들어 있는 섬 같다는 인상을 받아서 이렇게 잠들어 있는 섬에서 비일상의 꿈을 꾸는 공간으로 기획하게 되었다.
박중현 마지막으로 설정한 가격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
몽유록 모든 스테이는 숙박 기간을 2박 3일로 잡아두었다. 덧잠은 1박 기준 55-60만 원인데, 가족형 스테이이기 때문에 4인에게는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한잠은 1박에 28-35만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2박 3일로 숙박을 예약하면 그 중에 하루를 선택하여 조름을 사용할 수 있는데 그 비용이 포함된 가격이다.
원고화 및 편집 최정원
몽유록
분량3,490자 / 7분 / 도판 15장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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