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월여정
오창경, 이민재
분량3,506자 / 7분 / 도판 22장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유형작업설명
오창경 인하공업전문대학 실내건축과
이민재 인하공업전문대학 실내건축과

우리는 이번 주제를 고민하며 근미래의 여행이나 거시적인 방향을 제시하기 보다 우리의 취향과 경험을 담은 진솔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질문하며 스스로를 돌아보았습니다. 떠오른 장면들은 우리가 모여서 했던 작업들과 추억들이었고 그 배경은 무대 위에 스포트라이트가 켜진 듯한 밤이었습니다. 또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겨울날 새벽에 패딩을 걸쳐 입고 나갔을 때의 서늘한 밤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는 밤이었습니다.
괴테는 ‘밤은 모든 아름다움의 어머니’라고 말했습니다. 수많은 창작가들은 밤의 아름다움에 대해 예찬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여행의 관점은 새로운 영감이 필요한 창작가들을 위한 밤의 여행입니다. 낮이 아닌 밤에 여행을 떠남으로써 영감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어 어둠 속에서 사유의 시간을 가집니다. 밤의 여행에서 창작가들이 영감을 얻는 오브제로 설정한 것은 달입니다. 달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주고 시선을 사로잡아 많은 이들이 달을 보며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달빛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것은 우물이며, 우물과 달은 깊은 연관성을 가집니다. 우리는 검붉은 달의 섬, 자월도 절벽에 사이트를 정하고 거대한 우물을 만들어 섬의 바위와 달을 투영시켜 매스를 생성했습니다.
페르소나

밤의 여행을 떠나는 예술가들
– 영감이 필요한 3명의 예술가들로 페르소나를 설정한다.
클래식 작곡가(Devonte Kang, 32세, 남)
흰 건반이 있다면 검은 건반이 있듯, 그는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만약 건반의 색이 한 가지라면 음악의 풍요로움은 사라질 것이다. 그는 백건반과 흑건반의 조화처럼 빛과 어둠의 하모니에 관심이 있으며, 베토벤의 월광, 쇼팽의 녹턴의 뒤를 잇는 빛과 어둠의 교향곡을 써내려가고자 한다.
– 영감을 얻는 법: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잠긴다.
실내건축가 (명형환, 41세, 남)
사람들이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다르듯 여러 재질들 또한 그렇다. 낮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질감들은 공간에 또 다른 분위길르 만들어낸다. 부드러운 달빛이 만들어내는 재질의 농담에 큰 매력을 느낀 그는 직장동료인 사진작가와 함께 어둠 속에서 나타나는 질감들의 또 다른 얼굴을 찾기 위해 밤의 여정을 떠난다.
– 영감을 얻는 법: 손끝에 느껴지는 여러 촉감을 느낀다.
건축 사진가 (유혁, 34세, 남)
사진 표현에 있어 빛과 어둠은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특히 공간을 찍을 때는 빛과 그림자의 대비로 입체감과 공간감을 줄 수 있어 더욱 중요하다. 빛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진작가에게 어두운 밤보다 좋은 도화지는 없을 것이다. 그는 무한한 영감의 캔버스인 어둠 속에서 본질을 그려가고자 한다.
– 영감을 얻는 법: 달빛의 조화로움과 자연의 움직임을 바라본다.
여행지


영감의 원천, 달
베토벤의 ‘월광’, 이태백의 시 ‘월하독작’ 등 달은 시대를 막론하고 작가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문학과 예술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왜 많은 이들이 달을 보며 영감을 떠올렸을까? 첫번째 이유는 반복성이다. 달은 어두운 밤을 배경 삼아 빛나며 불변하는 태양과 달리 공전과 자전을 반복해 위상이 주기적으로 변해 예술가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특별한 오브제이다.
두 번째 이유는 달빛이다. 11세기 중국의 화가 곽희는 대나무 가지를 달빛에 비추어보면 참다운 형태를 볼 수 있다고 하여, 외부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그 본질을 보는 방법으로 달빛에 비추어 보기를 권하고 있다. 은은한 달빛은 색을 배제하고 농담으로 형태를 표현하기 때문에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검붉은 달의 섬, 자월도
인천 연안 부두에서 한 시간 가량 배를 타고 가면 자월도라는 섬에 도착한다. ‘자줏빛 자(紫)’자와 ‘달 월(月)’ 자를 써서 ‘검붉은 달의 섬’이라는 뜻을 가진다. 지명의 유래는 과거 관가에 근무하던 사람이 귀양을 와서 보름달을 보고 억울함을 호소하였더니 달이 검붉어지며 폭풍우가 몰아쳐 하들도 자기의 억울함을 알아준다고 하여 자월도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자월도에서는 달빛이 다른 지역보다 강하다.
자월도에는 산, 바다, 해변, 자갈밭, 갯벌 등 다양한 풍경들이 한곳에 모여 있고 그 요소들은 달빛 아래 독특한 얼굴을 드러낸다. 특히 풍화침식으로 인한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은 디자인적 영감을 받기에 충분해 보인다. 자월도는 달빛에 젖어 자연 속 다양한 요소들을 보며 영감을 떠올리기에 적합한 장소이다.
자월도 남쪽, 달 밝은 절벽 끝
달은 해와 같이 동에서 뜨고 서에서 지며 남중고도를 가진다.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할 뿐더러 해보다 고도가 낮기 때문에 달빛을 반사시켜 극대화할 수 있는 바다를 앞에 둔 절벽으로 사이트를 선정했다. 할멈섬을 비롯한 여러 섬들이 달빛을 등지고 신비로운 실루엣을 만든다.
웅진군 자월면 자월리 산 31
사이트는 선착장에서 도보 28분 거리에 있으며 이름 모를 해변 옆에 위치한다. 언덕길을 가다 무성한 숲을 지나면 탁 트인 절벽이 나오는 사이트 정면에는 할멈섬이라 불리는 섬 하나가 보이고 좌측에는 해변이, 우측에는 갯벌과 자갈밭이 보이며 뒤쪽으로는 산이 위치한다.
스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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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질의응답
노경록 발표를 들으면서 꿈꾸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래도 주제가 ‘밤’이기 때문인 것 같은데,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사이트에서 밤을 샌 적도 있나?
망월여정 자월도에 가서 하루를 머물며 밤을 보고 왔다.
노경록 자월도는 어떻게 알고 가게 되었나?
망월여정 달과 관련된 섬들을 조사하던 중, 예전에 놀러갔던 자월도가 떠올랐다. 그때 보았던 달이 무척 밝았던 기억이 있어 사이트로 선정하게 되었다.
노경록 걸어서 진입이 가능한가?
망월여정 숲을 거쳐야 해서 나무를 들추고 들어가긴 했지만 길을 뚫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노경록 표현이나 설명한 내용을 보면 쓸쓸하고 적막한 느낌이 든다. 그에 비해 규모는 작지 않다. 한 번에 머물 수 있는 적정 인원은 몇 명으로 설정했나?
망월여정 각 객실마다 최대 2명으로 설정했다.
노경록 그럼 이 스테이는 한 팀만 머무는 공간이 아니고, 객실별로 여러 팀이 머무는 것으로 기획했나?
망월여정 그렇다.
박중현 아주 어릴 때긴 하지만 나도 자월도에 가본 적이 있다. 발표를 들으면서 여기에 가려면 얼마를 내야할지 궁금했다.
망월여정 망월여정의 1박 가격은 달의 위상과 날씨를 기준으로 정했다. 망월여정에서 달을 바라보는 것이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달이 밝고 하늘이 맑은 음력 15일경에는 45만 원으로 정하고, 초승달과 같이 달이 작은 날에는 40만 원으로 책정했다. 반대로 달이 거의 보이지 않는 음력 1일 경이나 여름 장마철에는 가격을 30만원으로 낮게 책정하여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예술가나 학생들도 부담없이 스테이를 누릴 수 있게 했다.
원고화 및 편집 최정원
망월여정
분량3,506자 / 7분 / 도판 22장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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