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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노경록, 박중현, 이상묵

정림학생건축상 2023의 발제를 하고 심사를 진행하면서 몇 가지 기대하는 바가 있었습니다. 건축공모전으로서 스테이의 공간적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심사의 중심에 두었지만, 건축공모전 이상의 가치 또한 찾아보고자 하였습니다.

코로나 판데믹을 계기로 우리의 자연과 문화를 돌아보고 국내에서 다양한 여행을 즐긴 것처럼, 이번 공모전을 통해 우리가 아직 발굴하지 못한 특별한 여행지를 발견하기를 바랐습니다. 이러한 바람은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고르게 대상지가 선정되었고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지 못한 다양한 장소를 발굴하였습니다. 많은 경우, 멋진 풍경만이 아닌, 지역적 의미가 있고 장소에 애착이 가득 보이는 특별한 장소였습니다. 이러한 장소에 대한 이야기와 지역성을 기반으로 완결된 지역 여행이 만들어졌습니다.

또다른 기대는 여행의 사회적 의미에 대한 탐구입니다. 지금 도래하는 여행 방식은 단순히 휴식과 관광에 제한되지 않습니다. 일과 여행의 합일인 워케이션, 인류의 환경 파괴를 반성하고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에코투어리즘, 게스트 심신의 건강을 목표로 하는 웰니스 호텔,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중심의 여행 등, 현대 사회의 요구와 사회 문제에서 시작된 새로운 여행의 의미에 대한 제안을 기대하였습니다. 이런 측면을 건드린 몇몇 의미 있는 작품들은 있었으나 완성도 높은 제안으로 다가오는 작품은 적어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미래의 여행은 더 큰 의미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차원의 지역성 발굴과 해석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판데믹의 종식에 가까워지며 우리의 여행 제한이 끝나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해외로 떠나고 있습니다. 그간 억눌렸던 다른 나라의 문화 체험에 대한 욕구와 기대감이 안정되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우리의 문화와 자연에 집중할 때가 올 것이라 믿습니다. 한편, 세계 대중문화의 주류로 오른 우리의 위상을 볼 때 세계인은 이제 우리의 자연과 지역성에 관심을 가질 때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로벌과 로컬은 반대말이 아니다. 서로를 빛나게 해주는 1대1의 개념이다’라고 이야기한 디자이너 하라 켄야의 말처럼, 글로벌의 관심이 우리의 로컬을 집중해올 시점에 학생들이 바라보는 지역성과 이에 대한 해석을 보고 이것이 글로벌의 관점에서 공감될 수 있는지 관심 있게 보았습니다.

이번 공모전에 제출된 모든 작품들을 평가하고, 본선에 오른 15개의 작품의 공개 심사를 하며 하나하나의 작품은 저에게 특별한 여행으로 다가왔습니다. 제안의 깊이나 신선함의 정도는 차이가 있겠으나, 제출된 모든 작품들의 땅을 찾아보고 일정을 확인하고 제안된 내용을 스스로의 체험으로 연결하는 일련의 과정은 제가 여행을 계획하는 그 과정과 기대감과 동일한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작품으로 경험한 여행은 현실의 여행이 그러하듯 제게 설렘과 영감을 주었습니다. 공개된 수상작을 보면서 여러분도 이 여행을 함께하기를 기대합니다.

심사위원 노경록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던져진 ‘스테이’라는 주제는 최근 10년간 다양한 경로를 거쳐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모전에 참가할 학생들이 스테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지, MZ라 불리는 세대가 스테이라는 공간에 어떤 경험을 담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해하며 제출물들을 기다렸습니다.

300곳이 넘는 전국의 매력적인 공간들과 그보다 더 많은 페르소나들이 경험하는 새로운 스테이의 제안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은, 지금 이 시대의 얼굴들 같았습니다. 사라져가는 매력적인 지역과 자원에 대한 이야기, 사회적인 이슈를 던지고 개인의 취향을 쫓는 페르소나의 이야기, 추억을 되살리고 새로운 미래를 그리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경험의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 앞으로의 스테이가 얼마나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스테이라는 문화와 산업

어느 시대나 그랬듯 여행은 그 시대를 반영하는 문화 중 하나로 최근 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의 깊이를 더 깊고 다양하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여행을 떠나는 여행지는 물론이고 여행의 시간 동안 꽤 오랜 시간을 보내는 스테이라는 공간은 그동안 수많은 변화를 거쳐 지금 이 시대에 자리 잡은 하나의 결과물입니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지속될지 모르겠지만, 매력적인 지역은 언제든 스테이라는 산업이 떠오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축과 경험과의 경계

스테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건축물은 유난히 건축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디자이너에게 경험이라는 숙제를 요구합니다. 주택, 상업시설 등 우리가 흔히 주변에서 보던 건축물은 그 용도를 담는 그릇이지만, 스테이라는 건축은 경험을 담는 그릇입니다.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한 장면 한 장면 그려가며 그들에게 필요한 세심한 배려와 디자인을 담아 공간을 완성합니다. 이렇게 완성된 스테이는 하루를 넘는 시간을 꼬박 보내는 동안 건축과 디자인이 갖는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우리의 일상을 변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MZ 세대가 갖는 경험의 방향과 깊이

이번 정림학생건축상에 제출된 수많은 작품들을 보면서 앞으로의 세대가 살아갈 미래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현재 사회와 제도를 읽는 시선으로부터 그들의 페르소나가 표현되어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가 경험의 전제가 되었고, 다양한 기술의 발전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고스란히 작품에 묻어났습니다.

학생 건축이 보여줄 수 있는 미래

스테이는 통상적인 건축의 틀에서 꽤 멀리 벗어나 있습니다. 오히려 건축가의 업역 바깥에 있다고 여겼던 매력적인 부분들이 한데 모여 더욱 새로운 스테이가 탄생하기도 합니다. 물론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겠지만, 학생들이 보여준 다양한 시도들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만들어질 스테이를 비롯한 새로운 영역의 건축물들이 단순히 멋진 건축물이 아닌 사회와 문화와 경험을 담는 하나의 결정체로서 완성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심사위원 박중현


경계에서 꽃을 피우다.

정림학생건축상 2023에서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이란 주제를 이야기하며 앞으로의 건축은 새로운 시각, 기술, 그리고 생각하지 못한 경험들과 연계되며, 다른 영역과의 경계에서 새로운 꽃을 피우는 과정이라 여겨졌습니다. 열정과 진심을 다해 끝까지 공모전에 임해준 모든 분들께 애정의 마음을 전합니다.

참가자 여러분이 보여준 상상력은 분명 새로운 변화의 씨앗이 되며 이전과는 다른 가치의 장을 열어주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입니다. 여러분의 열정에 저도 큰 힘과 에너지를 받았고 앞으로의 여정을 저도 더 깊은 애정으로 지켜보고 응원하겠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정림건축문화재단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멘토 이상묵


노경록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사사무소이일공오 등에서 실무를 했다. 2013년 박중현, 이상묵과 함께 지랩을 창업하였으며 지랩의 대표와 총괄 건축가를 역임하고 있다. 

박중현

성균관대학교에서 학사(건축공학), 석사(도시계획)를 마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도시계획 전공)을 수료했다. 서울연구원에서 실무 후 지랩을 창업했다. 지랩의 대표이자 브랜드 디자인 및 스타일링을 총괄하고 있다.

이상묵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도시설계 석사과정을 마쳤다. 코레스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등에서 실무 후 2013년 노경록, 박중현과 함께 지랩을 창업했다. 2015년부터 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 스테이폴리오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심사평

분량3,773자 / 7분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유형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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