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폴리오, 머물고 싶은 집을 소개하는 플랫폼
이상묵
분량3,518자 / 7분 / 도판 4장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유형강연록
건축과 도시 설계에만 몰두했던 20대를 지나, 2011년 처음으로 아이폰 4를 만나면서 제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앞으로는 ‘기술의 변화’라는 호랑이의 등 위에 올라타야만 내가 원하는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일을 걱정 없이 할 수 있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일도 하고, 일상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건축이라는 경계를 넘어서 IT, 기술 분야로 나아가야 했고요. 그런데 저는 개발자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머릿속으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애플이나 테슬라는 제품을 제조해서 파는 기업입니다. 그들을 보면서 저는 ‘건축을 상품화하거나 제품으로 만드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울까? 그걸 할 방법이 없을까?’라는 의문을 품었어요. 그러면서 부모님의 낡은 식당을 ‘디자인 펜션’으로 개조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땐 스테이라는 말도 없었고, 펜션이라는 말을 가져다 쓰자니 거북해서 디자인 펜션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기존 숙박시설에는 없는 디자인 펜션만의 가치를 생각했고, 건물을 고치려면 몇억 원이 필요하니 대출도 받고, 매일매일 받는 숙박비로 현금 흐름을 만들어서 대출을 갚아나가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그게 자산이 되고, 자산 가치가 오르는 것을 경험했죠. 그러면서 앞으로는 아이폰 앱을 통해서 공간을 시간 단위로 사고팔며, 각자의 얼굴이나 지문으로 간단히 결제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상상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10년 전에, 집에 아이가 둘인데,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 전선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봤습니다. 첫 번째는 건축가 출신 창업가라는 타이틀입니다. 건축 콘텐츠를 다루면서 스타트업 신(scene)에 있다 보니 건축계 안팎에서 신기하게 봅니다. 왜냐하면 건축가 출신의 창업가는 대부분 ‘탈건’해서 완전히 다른 일을 하더라고요. 저는 스테이폴리오를 설명할 때 ‘스타트업’이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습니다. 이유는 건축이라는 분야가 스타트업 생태계와는 엄청나게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일을 테크 기반 스타트업으로 분류하고 싶지 않기도 했어요. 하지만 사업에 IT 비즈니스를 접목하면서 스타트업 신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에는 ‘시드, 프리A 투자를 받았다더라, 시리즈 A, B, C를 받았다더라’와 같은 업계 용어를 전혀 몰랐습니다. 그렇게 이 시장으로 입문했고, 여러 스타트업이 투자를 통해 자본을 받고 성장하는 걸 목격하다 보니 스타트업 비즈니스 신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다루는 ‘건축’과 ‘스타트업’의 속도는 너무 달랐어요. 관점도 완전히 다르고요. 그래서 그 가운데에서 나의 정체성을 찾아야 했고, 그 결과가 ‘아티스트 비즈니스맨’이었어요. ABC라고도 이야기하는데, A는 Artist(예술가), C는 Capitalist(자본가)의 약자고요. 저는 이 둘 가운데에서 다리(Bridge)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A와 C는 서로 소통하기 어려운 집단이거든요. 그래서 그 가운데서 통역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스테이폴리오는 쉽게 생각하면 하나의 집 또는 방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입니다. 스테이폴리오에 입점한 스테이가 숙박비를 받으면, 소유주에게는 청소 등에 들어가는 관리비를 제외한 이윤이 생기는 한편, 스테이가 잘 조성, 운영되어서 가치가 발생하면 그 동네가 혁신하면서 가치가 또 오릅니다. 이런 관점에서 비즈니스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또, 저희 이름이 ‘스테이 포트폴리오’라는 뜻인데, 프랜차이즈 개념이 아니라 개별 스테이를 집합시킨 개념이기 때문에 호텔 하나의 500실보다 500채의 스테이를 모아둔 것이 훨씬 더 다채롭고 강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부분을 생각하는 것은 창의성의 영역일 수 있겠죠. 이처럼 두 영역의 감각을 지속적으로 균형잡으면서 지금까지 해왔습니다.
사업에서 감각(감성) 대 논리(이성)의 문제를 풀어가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건축을 하는 사람은 정성적, 직관적인 감각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가 많지만, 투자자의 관점에서 실질적인 사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는 숫자와 논리가 많이 개입됩니다. 건축 전공자로서 사회에 나와서 가장 크게 아쉬웠던 부분은 전공 수업에서 자본주의의 개념과 재무제표 보는 방법 같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사업을 하면서 이런 감각을 키울 수밖에 없었어요. 매년 재무제표를 받고, 이걸 토대로 작년 대비 우리가 얼마만큼 성장했고, 무엇이 나아졌고, 어떤 문제가 해결됐는지 파악해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분명히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서 사업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열린 게 아니라 완전히 갇힌 세계에 있더라고요. 우리가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IPO(기업 공개)와 엑시트(투자 후 출구전략)를 인지하고 있어야 하죠. 저는 이렇게 재미있는 일, 설레는 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고 오래하고 싶기 때문에 투자받고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고 아티스트와 비즈니스맨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해요. 그러니까 그 순수한 가치와 상업과 브랜드 사이의 밸런스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입니다.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고 매일매일 도전하고 있는데, 요즘 여러 가지 고민이 많습니다. 청중 여러분 중에서도 건축사사무소 창업이나 (오늘 참석한 패널처럼) 건축의 경계를 벗어난 창업을 준비하는 분도 있을 텐데, 이러한 밸런스 게임은 사업을 이어 나가는 데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테이폴리오의 시작을 짧게 설명해 드리면, ‘집을 개통할 수 없을까?’라는 아이디어로 출발해서 개발자로 일하는 고등학교 동창에게 워드프레스 웹사이트 개발을 부탁했어요. 그렇게 스테이폴리오를 시작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처럼 스테이폴리오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자적인 스테이 ‘지스테이’를 지랩에서 설계하고 있고요. MZ세대가 프라이빗 스테이를 소비하는 시장이 커지면서 투자도 받고 글로벌로 진출하게 됐습니다. 지금 스테이폴리오 스태프가 70명입니다. 제가 예전에 다녔던 회사보다 규모가 더 커졌어요. 그래서 요즘은 HR, 조직관리 등등 수많은 것을 공부하고 있고,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한 여러분도 끝없이 도전할 마음을 가진 열정 있는 분들이리라 생각하고, 토론 시간에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이상묵
이상묵은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도시설계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코레스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등에서 실무 후 2013년 노경록, 박중현과 함께 지랩을 창업했습니다. 2015년부터 스테이 큐레이션 플랫폼, 스테이폴리오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습니다.스테이폴리오는 머물고 싶은 집을 뜻하는 ‘스테이(stay)’와 관점을 갖고 큐레이팅해 모아둔 2절판의 책 ‘폴리오(folio)’의 합성어로, 머무는 것만으로 여행이 되는 국내외 파인 스테이를 소개하고 여행자에게 연결하는 플랫폼입니다.
스테이폴리오, 머물고 싶은 집을 소개하는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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