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셜스탠다드, 다양한 삶을 담는 집
김하나
분량3,779자 / 8분 / 도판 4장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유형강연록
서울소셜스탠다드는 ‘매일의 경험이 새로운 집’이라는 슬로건으로 일을 시작했고, 주택을 기획, 공급,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창업했는지부터, 전환점, 그리고 지금의 관심사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업가에게 ‘어떻게 시작했냐’고 물으면 대부분 ‘운이 좋았다’는 답을 많이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답을 들으면 빈말이라 여겼었는데, 우리도 정말 운이 좋았어요. 2013년 창업에 영향을 준 외부 요인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PF(Project Financing)입니다. 2005년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 생기고 난 후에 국내에서 부동산, 특히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어요. 두 번째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입니다.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뉴스테이 정책으로 이 법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주택임대사업, 민간사업자가 집을 만들어 파는 것만 아니고, 임대하여 운영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만들어졌어요. 저는 제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몰랐는데 사람들이 주택임대업, 주택관리업, 임대관리업이라는 명칭을 붙여줬습니다. 그리고 이런 법과 제도가 생기면서 많은 지원을 받고, 영향도 받으면서 창업을 시작할수 있었습니다. 세 명의 대표가 모이게 된 내부적인 계기는 그야말로 시기가 맞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성나연 대표는 네이버 재팬에서 일하다가 2011년 동일본 지진으로 귀국하게 되어 같이 일해보자는 제안을 할 수 있었고, 김민철 대표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의 여파로 당시 다니고 있던 공간건축이 굉장히 어려워져서 창업에 함께하게 됐습니다.
창업 당시를 돌아보면 집의 공급 주체는 민간과 공공, 유형으로 보면 분양이나 임대로 양분화되어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이제 민간분양주택은 너무 비싸서 구입할 엄두를 내기 힘듭니다. 그리고 공공임대를 살펴보면, 서울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는 평균 연령이 56세입니다. 그러니까 서울에서는 그 나이가 되기 전엔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없는 거죠. 민간임대는 앞에서 언급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으로 생겨난 영역인데, 사실상 여기에 사는 사람을 고려한다기보다 최대한 월세를 많이 받는 방법을 찾는 데에 혈안이 된 시장이에요. 또 반대로 공공분양은 당첨되면 엄청난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는, 로또와 같은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런 시장에 어떤 균열과 틈을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공급 주체로서는 민간도 아니고 공공도 아닌 제3의 주체, 사회주택이라는 영역을 찾아냈습니다. 저희는 사회주택을 공급하고 있는 사회주택사업자입니다. 그리고 분양과 임대의 형태에서는 ‘사거나 빌리는 것이 아니라 그 중간 형태가 있지 않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게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 상기하면서 다양하게 점유하는 방식을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토지는 임대하거나(토지임대부 주택) 당장 매입하는 게 아니라, 분납을 하면서 빌려 쓰다가 결국에는 내 것이 되는 방식(지분적립형 주택)이나 환매조건부 임대주택, 다양한 지분을 공유하는 사회주택리츠처럼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실천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은 늘 과정이 새로웠다는 것을 강조해서 말씀드리고 싶어요. 집을 다르게 만들기보다 ‘집을 만드는 과정’을 다르게 하는 데 집중했고요. 주택 공급이 설계, 시공, 판매로 나뉘어져 있는 시장에 운영과 홍보를 책임질 수 있는 저희 팀이 개입하면 설계에서부터 시공, 판매의 전 과정을 새롭게 디자인함으로써 새로운 주거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을 지속했습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지금 여러분들이 자리하고 있는 통의동집이 있습니다. 저희의 첫 번째 프로젝트고, 정림건축문화재단의 협업으로 가능했고요. 통의동집은 제3의 자본, 즉 인내하는 자본을 끌어들여서 집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의 도움을 받아서 건물을 리노베이션하고 운영 방식을 개발하는 일에 투자를 받았습니다. 상환 의무가 없는 지원금 덕분에 이 프로젝트를 더욱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토지임대부 사회주택 사업으로 서울시 소유의 땅에 지은 주택이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민간과 공공이 협력하는 방식에 집중해서 어떻게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유휴 자산을 리노베이션해서 주택을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즉, 매입형 리모델링 사회주택입니다. 특히 집이 아닌 건물을 집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서울소셜스탠다드는 초기에 주택임대관리업을 주 영역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부분만 놓고 보자면 사업상 실패했다고 말합니다. 주택임대관리업은 관리하는 집의 개수를 늘려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만 업이 지속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규모화 대신 저희가 고민했었던 방법은 무인화입니다. IoT 기술과 결합해서 무인으로 주택을 운영하는 방법이죠. ‘KT-야놀자’와 함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실패했어요.

이제는 우리 생각을 좀더 확대하기 위해서 제도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법체계가 새로운 용도나 변화한 요구 사항을 받아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면적별로 나눠진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통합하고, 기존의 기준을 대체할 새로운 주거 유형을 공부하여 제도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최저주거기준의 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어요. 이와 관련해서는 최근 원룸 원 옵션을 주제로 참여한 전시 <다음 세대를 위한 집>에서 보여드렸었습니다. 1인 가구에 가장 필요한 것은 침실과 방을 분리할 수 있는 벽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국내에서 통용되는 1인 가구를 위한 집은 사실 집이 아니고 원 케이(1K-kitchen)라고 하는, 방이 없는 스튜디오입니다. 해외 사례를 보면 1인을 위한 최소한의 집의 기준은 원 베드룸이거든요. 그래서 1인을 위한 최소 면적이 적어도 방 하나가 있는 것을 기본으로 만들기 위한 기준 마련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여기에서 좀더 나아가려면 1인 가구뿐만 아니라 가구 유형 전반에 걸쳐 주택 유형의 기준이 대폭 바뀌어야 다양한 집을 만들 수 있습니다. 국내 최저주거기준에서 2인 기준의 경우 대상을 신혼부부로만 특정하고 있기 때문에 큰 방 하나와 그 외 공간으로 이루어진 것이 기본 구성입니다. 그렇지만 2인 구성 가구의 58%만이 부부에 해당합니다. 그 외 38%가 다른 가족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빠와 딸이 같이 사는 2인 가족이 기존 주거 형식에 살게 되면 누가 안방을 쓰고 누가 거실을 쓰느냐와 같은 문제가 생깁니다. 이처럼 다양한 가족 형태를 고려한 주거 유형이 많이 계획되고 개발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었으면 좋겠다는 고민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김하나
김하나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경영위치건축사사무소를 거쳐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대학원에서 휴먼 인터페이스 시스템을 연구했으며 현재 서울소셜스탠다드(Seoul Social Standard, 삼시옷) 공동대표입니다. 서울소셜스탠다드는 빠르고 밀도 높은 성장 역사를 가진 서울(Seoul)을 배경으로, 사람/시간/공간이 만드는 다양한 관계(Social) 속에서 우리가 지지해야 할 표준(Standard)은 무엇인지 발굴하고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서울소셜스탠다드, 다양한 삶을 담는 집
분량3,779자 / 8분 / 도판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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