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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라는 가능성

고영성, 이성범, 박지현, 최재영, 노경록, 박중현, 임태병

정림학생건축상 2023 ‘취향거처, 다름의 여행’ 연계 포럼 첫 번째 주제는 ‘한국적 현상으로서의 스테이’다. 고영성, 이성범(포머티브), 박지현, 조성학(비유에스), 최재영(더퍼스트펭귄), 노경록, 박중현(지랩)까지 네 팀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스테이 작업을 통해 스테이 설계의 주안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모더레이터 임태병(문도호제 대표)의 진행으로 취향이 머무는 집, 스테이가 갖는 다양한 건축적 가능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적 현상으로서의 스테이
2023년 6월 22일(목) 오후 7:30~10:30

패널
고영성, 이성범(포머티브 대표)
노경록, 박중현(지랩 대표)
박지현, 조성학(비유에스 대표)
최재영(더퍼스트펭귄 대표)

모더레이터
임태병(문도호제 대표)


다른 프로그램, 일관된 태도

임태병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네 팀은 많은 프로젝트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곳곳에서 다양한 유형의 프로젝트, 예를 들어 주택 혹은 다른 유형의 숙박시설, 문화시설, 공공 프로그램 등 의뢰가 들어올 텐데, 그중에서도 스테이 프로젝트를 수락하고 디자인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을까요? 또 각 팀이 생각하는 스테이의 가능성이 무엇인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먼저 포머티브 답변 부탁합니다.

이성범(포머티브) 저희가 스테이를 디자인할 때 다른 프로그램과의 특이성이나 차별성을 크게 두고 있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저희는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일상과 비일상의 미묘한 켜 안에서 공간의 다양한 변화, 또는 그 공간 경험으로부터 비롯되는 여러 가치를 건축 공간에 담아내려고 하기 때문에 어떤 프로그램을 다루든 설계 접근 방식이 동일합니다. 저희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클라이언트는 저희가 설계한 스테이의 공간적인 경험을 해보고 오는 분이 많다 보니까 단독 주택을 의뢰하더라도 집 같지 않은 집, 조형적으로 혹은 공간적으로 재미있는 것을 요구하는 분들이 많아요. 스테이라고 해서 별도의 접근법을 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고영성(포머티브) (스테이) 프로젝트를 수락하는 결정적인 계기는 결국 클라이언트입니다. 저희가 설계하는 건물에 형태적인 공간이 많다 보니까 사람이 실제로 그 공간에서 느끼는 어떤 경험이 정형적인 건물과 다른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클라이언트가 저희의 제안을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해요.

임태병 포머티브의 작업을 보면 주택과 스테이가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근데 프로그램을 의식하지 않고 공통된 틀 안에서 설계한다고 하니, 궁금증이 풀립니다. 지금은 주거와 스테이 사이에 차별점을 두지 않고 디자인하고 있지만, 계속 작업을 하다 보면 그다음 단계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고영성(포머티브) 저희가 설계를 하는 태도는 일관되지만, 사실 스테이와 주거는 굉장히 다른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프로젝트 평면이나 단면을 뜯어놓고 보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오늘은 그 차이점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 드리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그 차이는 쭉 이어질 것 같고요. 저희는 스텝을 정해놓고 가겠다기보다 좀더 완성도 있는 건축을 설계하고 싶고, 지랩이나 더퍼스트펭귄, BUS에서 하고 있는, 저희가 생각하지 못했던 영역까지도 한 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임태병 말씀 중에 포머티브가 설계한 스테이에 묵어본 분들이 클라이언트로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좋은 기회잖아요. 건축가 입장에서 클라이언트가 스테이를 통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 스테이가 잠재적 클라이언트에게 건축가의 스타일이나 특징을 예습하는 좋은 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좀더 깊게 고민하거나 생각해 본 건 없는지 궁금합니다.

고영성(포머티브) 실제로 이 공간이 좋다는 식의 세뇌를 했던 것 같아요. 클라이언트분들이 이미 저희가 설계한 특이한 형태나 경계가 흐릿한 공간을 경험하고 찾아오기 때문에 저희 안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요. 그래서 더욱 과감해지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땅이 주는 가능성

임태병 다음으로 BUS에게 공통 질문드릴게요. 스테이를 작업하면서 느끼는 가능성이나 그걸 수락하는 이유가 있나요?

박지현(BUS) 여기 모인 다른 팀들에 비해 저희에게는 스테이 프로젝트가 많이 들어오지는 않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가끔 스테이 의뢰가 들어오면 땅이 주는 가능성에 매료되는 것 같아요. 스테이 프로젝트에는 다른 프로젝트에 비해서 훨씬 더 느슨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고, 땅 자체가 주는 특수성이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저희가 가장 처음 설계한 스테이가 남해에 위치한 적정온도인데, 제 고향 근처이기도 하고 조성학 소장과 서로 경험적인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이런 바닷가 동네에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를 위주로 생각했어요. 이처럼 스테이 건축의 가능성은, 대부분의 건축가가 다 그렇겠지만, 그곳에 갔을 때 우리가 느끼는 감각과 감정에 집중하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결국 땅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발표 제목을 ‘용도 초월’이라고 붙이기도 했지만, 스테이의 특수성을 가지고 고민하기보다는 그 땅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와 건축적 생각에 그 용도를 접목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스테이 건축에 있어서 어떤 전문성이나 결이 좀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팀들이 하는 걸 보면 부럽기도 합니다.

임태병 BUS는 예전부터 클라이언트가 의뢰하면 클라이언트의 요구 조건을 명확하게 해석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게 또래 건축가들과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로스터리를 지으러 온 건축주에게 집도 같이 지으라고 제안하거나, 집에서 경제활동을 한다는 개념의 ‘계이득하우스’ 브리사 같은 프로젝트가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스테이 프로젝트를 할 때도 그런 면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건축에 집중해서 설계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그러다보니까 포머티브와 마찬가지로 주택과 스테이 설계 간의 차별점이 없다고 느껴져요. 처음에 보여준 스테이도 주어진 땅에 주택을 지으라고 하면 그렇게 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드리게 되는 질문이, 주거와 스테이의 경계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그와 관련해서 흥미로웠던 것은 (예산에 맞추려다 그렇게 된 것 같은데) 주인이 거주하면서 스테이를 운영하는 형식과 주인이 거주하지 않고 운영하는 스테이는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주인이 거주하는 스테이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왜냐하면 주인의 주거와 스테이 사이의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거든요.

박지현(BUS) 건축을 조성하는 것과는 별개로, 주인이 어떻게 손님을 환대하고 감정적 경험을 줄지, 이 스테이가 어떻게 브랜딩 되고 사람들이 계속 끊임없이 찾게 만드는지까지는 저희가 개입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더라고요. 첫 프로젝트였던 적정온도 건축주는 거기에 살면서 스테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했어요. 저희가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뒤에 보여드린 일월일지도 건축주분들이 계속 이곳에 거주하게 됐고요. 사실 저희가 이런 경우에 설계하면서 나누는 얘기는 건축주가 스테이 구석에서 안타깝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저희가 스테이 여러 곳을 답사했었는데 손님이 머무는 공간은 휘황찬란한데, 여기 거주하는 주인에게 어디 사냐고 물으면 저 뒤편에 창고 같은 공간을 가리키면서 ‘나는 이런 데면 충분하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스테이의 멋진 공간과는 전혀 감정선이 일치되지 않는 느낌이 있었죠. 저희는 운영자가 얼마나 멋스럽게 사는지를 보여줘야 손님들도 ‘나도 이런 일상을 같이 경험하고 싶다’는 감정이 들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하나로 결합되는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주인과 손님의 공간을 너무 분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적절하게 어우러지되 적정한 거리감을 두는 선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의 문제

임태병 더퍼스트펭귄의 최재영 대표는 공간 디자이너,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보다는 그걸 모두 아우르는 경험 디자이너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세밀하고 섬세한 영역을 다루고 있어요. 작업을 볼 때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측면에서는 더퍼스트펭귄을 능가할 팀이 없다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심지어 여러 가지 전략과 키워드를 빼내고 조합을 해서 사용자 경험을 설명 가능한 영역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에 또 한번 감탄했습니다.
그런데 경험 디자인이 다루는 분위기라든가 공간 환경은 사실 엄청나게 주관적이어서 공론화하거나 객관적인 틀로 끄집어내기가 어렵죠. 그래서 최초의 클라이언트에 온전히 초점을 맞춘 디자인을 했을 때 2년쯤 지나서 사용자가 바뀌어 버리면 기존의 디자인은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들어요. 예를 들어 집을 한번 지으면 100년 정도를 쓴다는 것에 내포된 의미는 특정한 사람만을 위해 세밀한 경험까지 완벽하게 빈틈없이 디자인하는 경우를 뜻하는 게 아니라, 큰 틀 안에서 유형을 발견하고 상황이나 사용자가 바뀌어도 충분히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더퍼스트펭귄에서 작업한 공간의 주인/사용자가 바뀌거나 디자인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최재영(더퍼스트펭귄) 지금까지 아주 작은 프로젝트를 포함해서 200개가 넘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그 안에서 흥망성쇠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다 보니까 공간이 주는 감수성을 만드는 능력이 타고났다기보다는 훈련된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는 특정한 사람만을 위한 순수한 주택 혹은 건축 혹은 공간보다는 상업 혹은 브랜드라는 틀 안에서 일합니다. 그렇다 보니까 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건축도 그렇게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이것이 제가 극복해야 할 지점인지 혹은 계승, 발전시킬 지점인지에 대한 고민은 진행 중이고요.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면, 그런 케이스가 많아요. 특히 공간 디자인, 인테리어 영역은 기본적으로 건축에 비해 수명이 훨씬 짧아요. 건축에 준하는 리노베이션이나 신축을 한 경우라도 주인이 바뀌기도 하죠. 왜냐하면 상업적인 논리에 의해서 매출이 적거나, 좋은 성과를 내더라도 오너가 바뀌면서 전략이 폐기되고 브랜드의 시선이 바뀌면서 문을 닫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흐름 안에서 최근 제 마음의 변화는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겁니다. 예컨대 우리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성에는 여러 가지 접근 방법이 있을 수 있어요. 어떤 후배들은 공간을 구축적으로 만들지 않고 구성적으로 만든다고 해요. 쉽게 말하면 공사를 많이 하지 않고, 가구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해서 차후에 가구를 옮겨서 재활용한다는 거죠. 이런 방식도 하나의 해법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관점은 저희의 비즈니스 클라이언트 혹은 누군가의 삶이 우리가 만든 틀 안에서 좀더 오래 지속될 수 있게 최대한 돕는 것이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저희 작업의 경향도 한때는 아주 컨셉추얼한, 소위 트렌디한 것을 많이 연구하고 쫓아가려고 노력했는데, 요즘 작업들은 어떻게 보면 특색이 줄었다고 할까요. 좀더 클래식, 기본에 준하는 요소와 구조와 색감과 소재에 천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더퍼스트펭귄의 작업이 다소 평범해졌다는 평가를 듣기도 해요.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의도하며 풀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원초적으로 창작자로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 의지와 호기심이 강한 편이에요. 그래서 앞으로도 스테이 작업이 들어온다면 그런 관점에서 프로젝트에 접근할 것 같고요. 또 하나는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통합 공간 사용자 경험 디자인이 저희 스튜디오의 주제이기도 하고 제가 계속 연구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한데, 가설을 검증해 나가는 과정에 있거든요. 꽤 많은 프로그램을 디자인해 보면서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스테이나 호텔 어코모데이션(accommodation)과 같이 새롭게 개척해야 할 다른 장르가 여전히 남아 있어요. 그래서 이런 영역의 의뢰가 들어온다면 도전해서 증명해 내고 싶습니다.

임태병 주거 설계를 해본 경험도 있나요?

최재영(더퍼스트펭귄) 주거도 앞으로 도전해야 할 영역입니다. 저는 이 자리의 다른 건축가분들과는 반대로, 스테이 작업 경험을 통해서 집을 설계해 보고 싶어요. 저에게는 스테이가 건축 특히 주택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생각해요.

차이를 만들기 위한 노력

노경록(지랩) (공통 질문에 답변드리면) 저희는 처음에 스테이라는 명확한 유형을 전략화하자는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다만 창업 당시에 했던 프로젝트가 지금의 스테이에 속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남들보다 조금 먼저 이런 작업을 했기 때문에 계속 유사한 일이 들어왔고, 여전히 스테이 프로젝트 의뢰가 제일 많습니다. 저희가 브랜딩이나 MD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 이상의 퍼포먼스를 낸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맡는 일이 개인 건축주의 소규모 프로젝트가 대다수이다 보니까 전반적인 균형을 잡으면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순간부터 토탈 디자인을 논하게 되었고, 스테이를 전문적으로 많이 한다고 말하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회사는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는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저와 박중현 대표, 강해천 소장 셋이 모든 프로젝트에 관여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굉장히 비효율적인 동시에 다양성도 반영돼요. 저희는 그렇게 해야 토탈 디자인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걸 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주택이나 하나의 브랜드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프로그램보다는 스테이가 오히려 다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고요. 
요즘에 저희가 무인으로 환대하는 (독채) 스테이를 많이 설계하다 보니 고민이 많은데, 오늘 다른 팀이 소개한 스테이 중에 여러 방문객이 마주치거나 함께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 있는 경우가 눈에 띄었어요. 결국에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좋은 숙소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는 그런 스테이에도 도전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임태병 지랩의 특장점은 스테이폴리오라는 파트너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랩의 스테이 브랜드인 지스테이(Z_STAY)를 스테이폴리오에서 독점 운영하면서 계속 피드백을 받고 디벨롭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시도해 볼 수 있죠. 엄청나게 큰 규모의 사무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시스템하에서 지랩은 제주도나 서촌을 중심으로 많은 프로젝트를 했어요. 한편으로 스테이마다 차별점을 계속 만들어야 각각이 잘 운영될 텐데, 도대체 어떻게 차별화를 해내는지가 항상 궁금했어요.

노경록(지랩) 지랩과 스테이폴리오라는 회사의 관계를 간략히 말씀드리면, 애초에 스테이폴리오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때 여러 회사를 스터디하다가 에어비엔비를 알게 되면서 좀더 스터디하고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때 이상묵 대표가 혼자서라도 창업을 해볼지 고민도 했다가 우연히 프로젝트가 생겼던 게 스테이였어요. 그게 시너지가 됐고요. 처음에는 셋이 지랩을 같이 운영하면서 건축주에게 ‘저희 이런 플랫폼(스테이폴리오) 만들 건데 들어와 주세요’하면서 영업 아닌 영업을 했다면, 지금은 스테이폴리오를 통해서 일이 오기도 하고, 또 거기에 데이터도 쌓이고, 많은 피드백이 옵니다. 다만 거기에 매몰돼서 뻔한 정답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어려움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희도 주택 설계를 하긴 하지만, 주택은 철저하게 건축주 위주로 설계하고 각 가족만의 라이프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매번 다른 설계를 할 수 있는데, 스테이는 건축주가 저희에게 거의 의지합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도 설계할 때마다 다르게 하고 싶고, 자기 복제식으로 하는 걸 계속 경계하고 있음에도 쉽지 않죠.
그럼에도 그 차별성을 어디에서 찾냐 하면, 첫 번째로 제주에서는 한 리에 한 프로젝트 이상은 하지 말자는 원칙이 있습니다. 물론 리 단위도 꽤 넓지만, 이런 원칙을 기준으로 접근했을 때 입지나 향, 풍경 등의 상황이 달라서 그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가 하나씩 나오더라고요. 로컬리티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우치고 있습니다. 다만, 마을 호텔 개념으로 작업하고 있는 서천과 조천은 제외로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담당 직원의 아이덴티티입니다. 다른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율성을 주려고 하는 편이고요. 당연히 그 책임은 대표들이 지기 때문에 모든 걸 마음대로 하라고 하진 않지만, 담당 직원의 생각을 최대한 경청했을 때 약간의 차이점이 생기고, 그 결과가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주 작업을 연속적으로 보면 유사한 부분이 있더라도 몇 년 전에 한 것과 최근 작업의 건축적인 언어가 다르다거나 지역마다의 차이점이 생겼어요. 저희가 워낙 돌집을 많이 하다 보니까 여차하면 비슷해 보이거든요. 그래서 조금은 다르게 디자인하려고 노력합니다. 실제 방문객으로부터 그 공간을 경험하고 나서 그런 차이를 느낀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자부심도 느낍니다.
오히려 서촌이 더 고민이 큽니다. 서촌 한옥은 북촌과 달리 그 당시 대량생산된 도시한옥이다 보니 굉장히 유형화 되어있어서 평면이나 높이가 거의 다 똑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차이를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점은 저희가 한옥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현대 한옥은 지금의 라이프 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런 생각이 있어서인지 서촌이 너무 편해요. 북촌에서는 뭔가 지켜야만 한다는 부담감이 느껴진다면, 서촌은 이미 많이 훼손되어 있어서 저희가 조금씩 바꿔도 사람들이 이해해 줄 것이라는 생각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 서촌 작업은 클라이언트로부터 작업의 특색을 끌어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앞서 소개한 한옥에세이 서촌도 마찬가지고, 최근에 했던 헤브레도 클라이언트 고향이 스웨덴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서 그런 점을 반영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는 장식적이라는 얘기도 간간이 듣는데, 저는 ‘다음’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한옥을 다양하게 풀어보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박중현(지랩)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우리가 이야기하는 선상에서 지역과 건축주 얘기만 하고 있지만, 실제로 스테이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손님입니다. 그 손님이 10년 전에 스테이를 만들 때와 지금은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번 공모전을 기획할 때도 결국 10년 전 여행 문화와 지금의 여행 문화가 너무나 다르고, 그걸 향유하는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들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마찬가지로 저는 스테이를 바라볼 때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부터 콘텐츠, 지역도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이걸 즐기는 사람들이 바뀌었다는 게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고, 다른 디자이너들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을 거라고 봅니다. 스테이가 한번 지어지면 결국에는 5년 이상 10년까지도 이어지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하나의 브랜드로서 스테이를 만들 때 앞으로 스테이가 어떻게 변할지, 여행이라는 문화가 어떻게 변할지까지도 내다보면서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청중 스테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만들어지면서 관광 자원이 많이 없는 지역, 딱히 볼 게 없는 동네임에도 스테이 때문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지방 소멸에 관심이 많은데, 사실 지방 소멸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건축적인 노력이 스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스테이 방문객이 숙박만 하고 떠나는 게 아쉬운 것 같아요. 그래서 그다음에 어떤 활동이 이어지면 더 좋을 것 같은데, 혹시 스테이와 연계되어 운영할 수 있는 다른 공간, 예를 들면 양조장이나 작은 스마트팜 같은 연계 공간의 사례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노경록(지랩) 대부분 스테이가 현실적으로 개인 건축주에 의해서, 농어촌민박업의 틀 안에서 만들어지다 보니까 처음부터 규모의 제한이 있습니다. 그래서 특성화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 운영하려면 할 수는 있습니다. 저희 작업 중에는 송당일상의 클라이언트가 밭을 계속 가꾸고 있어요. 거기서 나오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지금 준비 중인 프로젝트 중에는 관광농원을 운영하는 분이 그 근처에 세울 숙박 시설 설계를 의뢰한 것 정도가 있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관광자원이 아예 없는 곳에는 애초에 스테이가 들어서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저희도 의뢰가 오면 현장에 관광자원이 있는지 직관적으로도 보고 조사도 해서 여행의 씨앗이 있다는 판단이 서야 일을 시작합니다. 그게 아니면 클라이언트에게 솔직하게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프로젝트를 포기합니다. 스테이가 모든 여행의 핵심일 수는 있겠죠. 그런데 그것이 여행의 전부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지역 소멸이 되지 않는 차원에서 콘텐츠도 발굴하고, 최소한 그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임태병 저는 이번 포럼을 준비하면서 스테이를 건축적인 측면으로만 바라봤었어요. 그래서 네 팀의 건축적인 특징이 무엇인지에 중점을 두었고요. 작업에 차이가 조금씩은 있겠지만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왔습니다. 그런데 네 팀의 작업을 보면서 너무나 다르다는 점과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각자 할 수 있는 영역과 능력치가 스테이를 통해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앞서 청중 말씀처럼 관광자원과 콘텐츠를 발굴하고, 스테이를 만드는 것이 지방 소멸에 대응할 실마리가 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스테이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건축적 접근법이 일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차별점을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그 가운데에서 일상성을 발견하고 전환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앞으로 네 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는 사실을 오늘 느꼈습니다.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스테이라는 가능성

분량10,722자 / 22분

발행일2023년 11월 17일

유형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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