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빌리온씨’ 프로젝트
이충기
분량3,412자 / 7분
발행일2015년 5월 7일
유형서문
지난 2009년 경희궁 앞에서 개최된 명품 프라다의 이색적인 파빌리온 ‘트랜스포머’에서 전시 및 홍보 행사가 열린 적이 있다.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형태를 바꾸며 다른 모습으로 변신하는 브랜드 홍보용 파빌리온을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가 디자인 한데다가 세계 각국의 도시를 순회하며 전시, 홍보를 할 수 있도록 일시성, 조립성, 이동성을 고려하여 변신하는 로봇 같은 전시관을 선보여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프로젝트였다. 예술위원회와 정림건축문화재단이 진행하는 ‘파빌리온씨’는 프라다의 ‘트랜스포머’를 떠올리게 한다. 고정성이라는 파빌리온의 일반적 특성과 달리 이동성, 재사용성의 성격에 초점을 맞춘 것과 건축가에게 디자인을 의뢰한 점에서는 특성상 브랜드 홍보를 위한 기업홍보용 파빌리온과 흡사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참여 건축가들과 주최 측은 시작부터 제안할 디자인에 적용할 몇가지 일반적인 원칙을 공유했다. 특정 용어로 규정하지 않았으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정리를 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 할 수 있다.
- 한시성: 영구히 지속될 건축물은 아니므로 지나치게 견고할 필요는 없다.
- 융통성: 다양한 퍼포먼스와 행사에 대응할 수 있는 융통성을 지녀야 한다.
- 독창성: 실험적 구조물로 예술적으로 독특하며 그 자체가 볼거리를 제공한다.
- 조립성: 누구나 짧은 시간 동안 제작과 설치가 가능해야 한다.
- 조화성: 독특하지만 그 나머지 공간과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을 주도록 한다.
- 환경성: 세워지는 장소 어디를 막론 하고 기존 장소가 훼손이 되지 않도록 한다.
- 상징성: 제안의 내용이나 형태가 건축가가 의도한 상징적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파빌리온씨’는 찾아가는 문화 공연 행사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파빌리온의 기본적 특성에 더하여 이동성, 내구성, 유지관리성 등이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원칙으로 제시됐다 .
- 이동성: 운반할 차량크기에 적재하여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이 용이한 구조여야 한다.
- 조합성: 하나의 기본모듈을 조합하여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도록 한다.
- 내구성: 일시적 설치물이나 여러 번 재사용해야 하므로 소재, 부품의 내구성이 필요하다.
- 유지관리성: 작품에 손상이 갈 경우 쉽게 구입, 제작, 대체 가능해야 한다.
이 특성들은 이 프로젝트의 중요하고도 매우 어려운 해결 과제로 참여 건축가들의 역량을 기대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파빌리온씨’는 주최 측의 기획 및 진행, 참여 작가들의 독창성과 열정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 역량 있는 젊은 건축가들이 참여했고, 제안 설명회, 참여 건축가들의 발표와 공유, 워크숍, 건축 및 공연 전문가의 자문 등 과정을 통해 완성도 높은 작업을 수행했다고 판단된다.
공간, 구조, 재료, 디테일의 특성들
AnLstudio의 제안은 반복과 질서를 테마로 이동성과 조합성을 염두에 둔 곡선형의 초기 제안을 끝까지 일관성 있게 발전시킨 안이다. 반구 형태를 15등분한 크기를 기본모듈로 설정하고 이들을 이동과 조합이 가능하도록 경량철구조와 막구조를 결합함으로써 파빌리온이 가져야 할 특징을 성공적으로 담아내었다. 특히 기본 모듈이 가지는 방향성 즉 구심성과 원심성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조합과 변형으로 확장과 축소가 가능하고 휴식, 판매, 거리 공연과 같이 여러 가지 용도로 변환이 되는 등 융통성이 가장 큰 장점으로 읽힌다. 다만 전체 볼륨에 비해 하부측면의 높이가 낮아 가용 공간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문제와 무대에 맞는 높이와 상부 덮개면적의 확보, 그리고 이동시 차지하는 볼륨의 크기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라 판단된다.
건축가 김광수는 정자나무와 평상을 주제로 한 공기압 풍선구조를 제안했다. 지붕에 해당하는 풍선구조의 내부에 팽창을 잡아주는 투과성이 있는 녹색 망사부재를 나뭇잎 형태로 직조하여 넣었고, 기둥 역할을 하는 8개의 수직튜브구조는 기초 역할을 하는 8개의 타원형 평상에 고정되는 형태로 디자인했다. 기둥과 지붕을 지탱하는 타원형 평상은 무대나 관람석의 기능과 판매대, 휴식의 평상과 같은 다양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골의 정자와 같은 역할로 상징성을 부여한 것과 야간조명을 고려한 디자인이 기대감을 높이게 한다. 다만 기둥으로 제한되는 공간의 크기와 평상이 차지하는 면적으로 인해 공연의 규모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부분과 공기압을 위한 송풍기의 장치와 구조로 인한 소음 문제 해결과 조립의 난이도 해결, 제작 비용과 유지 관리의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건축가 염상훈의 제안은 움직이는 터를 주제로 하여 반구 형태의 우산과 같은 덮개구조를 기본으로 다양한 공간과 크기, 형태의 변화를 추구했다. 경량철골구조와 막구조를 도입하여 다양한 기능을 수용하고 복수의 기본모듈을 조합함으로써 공간의 확장을 꾀하였고 주야간에 효과적인 설치미술의 효과를 노린 아이디어와 형태적 단순미가 두드러져 보인다. 그러나 한정된 공간으로 영역을 설정함으로써 발생하는 공연 규모의 제한 문제와 외피의 축소와 확장을 용이하게 하는 동력 전달 도르래장치를 가동하기 위한 바닥 접지부분의 레일이나 바퀴장치, 고정장치의 문제가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축가 황경주의 제안은 나무형태를 주제로 한 철과 알루미늄 파이프, 케이블이 혼합된 조립구조와 막 우산구조로 구조디자인 전문가다운 디테일이 돋보인다. 4각 우산 1개 구조는 형태와 구조적 디테일 측면에서 하나의 완결된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복수의 조합으로 다양한 형태의 변형구조를 제안할 수 있도록 제안되었고 단순한 형태미를 보이고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앞으로 다양한 기능, 특히 무대 공간으로의 사용에 대응하기 위해 조합을 통한 집중과 확장의 문제, 무대 장치에 대한 추가적인 작업과 지붕 막을 가지에 고정하는 문제, 조립의 용이성에 대한 문제 등이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시도, 가능성의 확인
참여 건축가와 기획 부서, 그리고 전문 자문가 모두 기획 초기부터 공유하고 고민했던 이번 프로젝트의 디자인 원칙이 있었다. 앞에서 언급했던 한시성, 융통성, 독창성, 조립성, 조화성, 환경성, 상징성, 이동성, 조합성, 내구성 등의 원칙들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짚어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초 기획 회의와 중간 평가 단계에서도 논의되었으나 디자인 원칙에서 굳이 표기하지 않았던 점은 이 프로젝트의 절대적 원칙이었던 예산 부분이었다. 중간 평가 이후 예산에 대한 고려와 이동성, 조립성, 유지 관리 등에 대해 눈에 띄는 개선이 없었던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성과는 크다고 생각한다. 그 공은 흔쾌히 참여해 봉사 정신을 실천한 참여 건축가들의 몫이다. 그들이 제안한 ‘파빌리온씨’ 프로젝트의 결과에는 그들이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기본형 구조를 만들고 외피 재료를 선정하고 이들을 조합하고 제작하기 위한 디테일을 고민한 흔적이 그것이다. 처음으로 기획한 ‘파빌리온씨’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가들의 노력에 힘입어 찾아가는 문화예술 공연을 위한 지원 사업에 있어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충기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파빌리온씨’ 프로젝트
분량3,412자 / 7분
발행일2015년 5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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