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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aCRO Economic Community

김범규


김범규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고밀도로 사유화된 기존의 도시 공간에 공극(다공성)을 투입시켜 각 주거세대 간에 단절되었던 흐름의 유속을 회복했다. 이로써 비점유된 공간에 이웃 주민과 직·간접적인 친교의 장을 만들 수 있었다. 공간의 소유권이 불분명할수록 외부인과의 커뮤니티 접근성은 좋아지며, 기능적으로 같은 공간에서 요리를 만들어 먹거나, 채소와 허브를 재배하고 책을 볼 수 있는 도시의 거실 역할을 하게 된다. 나아가 상층부와 연결 데크로 이어지는 계단 및 중심은 배타적일 수 있는 주거단지와 도시의 관계를 상호작용 시켜줌과 동시에 도시의 경계를 주거단지로, 주거 단지의 경계를 도시로 쌍방 확장하는데 의의가 있다.

주어진 조건 중 다공성 부분의 면적은 최대 건폐율의 100%, 즉 대지 면적의 50%를 용적률에서 제한다는 내용이었다. 다공성 계획 초기에는 대지면적의 250% 면적을 채운 다음 조금씩 비워나가는 데 집중했고 그 공극을 다시 어떻게 채울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졌다. 그러나 계획이 진행되면서 동등하게 주어진 면적 이외에 다공성의 개념을 확장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데에 초점을 돌려보게 되었고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주거 부분을 공유할 수 잇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각 주거 공간에서 정주하는 소유자 이외의 사람의 행위는 무엇에 영향을 받을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고 그것은 곧 소유자의 성격 및 삶의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이면 사람을 모아 바비큐 모임을 즐기는 사람, 아마추어 댄서로 춤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영화 평론가, 천체관측을 취미로 하는 사람, 주말에 학생을 상대로 그룹 과외를 진행하는 박사 출신, 커피와 베이킹을 좋아하는 사람 등등. 각자가 선호하는 생활방식에 따라 공간을 꾸미고 시간에 따라 공간을 유연하게 변형하여 사용함으로, 이전 집합 주거에서 보였던 ‘문’으로 차단된 주거생활이 자연스럽게 소통과 접촉의 생활로 전환될 수 있다. 이들은 곳곳에 마련된 커뮤니티 공간뿐 아니라, 각자의 집으로 서로를 선뜻 각자의 공간을 공유하는 생활 방식에 점차 익숙해질 것이다. 이로써 채워진 것과 비워진 것의 갈등이었던 최초의 고민은 채움과 비움, 흑과 백의 문제에서 빨강, 보라, 주황 등의 다양한 색으로 어떻게 변형하고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관찰로 이어질 수 있었다.

각 세대에 공통으로 주어지는 최소한의 공간은 화장실과 간단한 조리가 가능한 부엌이다. 이외의 공간은 소유자의 생활방식에 따라 굉장히 다양하게 변형되어 사용되며 자신의 집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생기면 해당하는 주거를 찾아 소통하여 해결할 수 잇다. 온정을 베풀어 타인에게 자신의 공간을 사용하게 하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서로서로 필요로 자연스럽게 만나고 교류하게 되는 방식이다. 위에 적힌 생활방식을 예로 이야기를 짜보았다.

“희진아, 오늘 디자인 맡기고 영준 오빠네서 치맥 할래? 오늘 영준 오빠 파티하는 날이잖아.”

천연염색 기술지원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영준은 매주 금요일 자신의 2평 남짓한 정원에서 치킨 바비큐 파티를 연다.

“어? 그러네. 좋지. 영준 오빠한테 내가 연락 해볼께. 참! 오늘 동욱 선배 집에서 영화 보여주는 날이잖아. 치맥먹고 영화도 보자!” 1층 커피숍 매니저인 동욱은 영화광이다. 집안 진열장에 DVD가 한 가득 있고 쉽게 구하지 못하는 한정판 DVD도 많아 금요일 모임 <영화나눔>은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

“그래. 나도 콜! 오늘은 기분이다. 영화 볼 때 와인은 내가 쏜다!”

위의 일례와 같이 단지 거주자 간, 각자의 생활방식과 직업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친밀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MEC경제 공동체 주거단지가 외부인에게 제공하는 갤러리, 커피숍, 탁아소, 피트니스센터 등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유형의 관계가 생성된다. 전입자의 최초 상황을 가정하면 그는 직장에서 제공해준 사택의 크기가 예상보다 매우 작아 불만일 수 있다. 내게 주어진 ‘나만의 공간’에서는 사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차츰 이곳 생활이 익숙해질 때쯤이면 어느샌가 그는 옆집 동료가 끓여주는 커피를 마시며 공용 책장에서 소설 한 권을 빼 들고 바로 윗집의 친한 동생과 그의 정원에서 한가로이 담소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최초의 그는 검은색이었다. 근처의 어떠한 색에도 관심 없이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그저 똑같은 검은색으로 만들어버릴 뿐이었다. 그러나 서로의 교류(필요에 의한 것일지라도)가 자연스러운 이곳 방식에 노출되면서 점차 그의 검은색도 묽어졌고 묽어진 부분에는 한둘씩 이곳의 무지갯빛이 물들기 시작했다.


심사평

황두진 기존에 회자되던 Mi-aCRO Economic Community라는 개념을 개성이라는 상황에 매우 설득력 있게 적용하였다. 간결한 그리드 배치에 개성 남대문으로의 조망을 건물 속에 끌어들인 외부공관과의 연계를 통해 해결하려 한 점이 돋보였다. 그러나 분석과 연구에서 바로 최종 결과물이 나온 것 같은, 그래서 결과물에 이렇다 할 참신성이 드러나지 않는 점이 유감스러웠다. 1차 제출안부터 조형을 완결하려는 경향을 상당히 보였는데 그런 태도가 오히려 한계로 작용하지 않았나 한다.

지정우 보편적인 제목을 갖고 자신의 제안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제목을 붙일 때는 그것도 자신의 창작물의 일부여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그 설명과 별개로 분명히 구석구석 잘 디자인된 건축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저층부를 보여주는 투시도에는 지층 레벨에서의 다공성이 오히려 떨어져 보인다. 위로 끌어 올리기 위한 계단 이외에 이 사이트의 잠재성과 어떻게 서로 교류하는지가 나타나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실무적으로 잘된 디자인이라 보기 쉽지만 주제를 해석해내고 그것이 치밀한 공간적 제안으로 나타나야 하는 공모전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작품이다.

황지은  근거리 자급자족의 맥락을 분절된 소규모 커뮤니티 공간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프로그램의 구성과 배치에 대한 고민이 돋보였으며 도면의 완성도도 뛰어났지만 전체적인 조형의 방식이 필요한 요소들을 배열하는데 그친 것 같아서 아쉬웠다. 예를 들어, 전체 공간을 관통하는 중앙 중정을 입체적인 안목으로 구상해 본다면 공중 데크나 브리지의 비례 등을 조정해볼 수 있겠다.

임동우  주거 패턴과 사회패턴의 분석을 통해 이들을 결합하고자 했던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제안함에 있어, 학생이 참여하는 건축 공모전에서 느낄 수 있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보다는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여 ‘문제 해결’을 진행한 접근 방식이 아쉬웠다. 요구 조건의 만족과 동선의 해결만이 좋은 건축과 질 높은 건축을 보장해주는 것이 아님을 참가자 스스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Mi-aCRO Economic Community

분량3,230자 / 6분 / 도판 1장

발행일2015년 6월 26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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