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광장 속 밀실 기숙사
박태홍, 조보경, 김종범
분량5,831자 / 12분 / 도판 1장
발행일2015년 6월 26일
유형작업설명
박태홍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교육학과
조보경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교육학과
김종범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수리복원학과

Preface. 모든 것의 형태학
‘다공성’에 함의된 가치는 비단 장식과 의장에 그치지 않는다. ‘다공성’의 차원은 이제 ‘모든 것의 형태학(All that Morphology)’이란 이름으로 시대의 정신을 관통한다. ‘물리적 형태의 다공성’을 추구하는 건축물은 사람에게 물리적으로나 비물리적으로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본 프로젝트는 ‘건축물이 발생시킬 수많은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자 한다.
디스토피아에서 살아남기
① 공동체를 그리워하는 사회의 형태학과 오늘의 건축
Phase 1 공동체의 크기와 삶의 온도는 반비례
Phase 2 공동체는 산업화 이후 사회로 전이
Phase 3 사회는 유지를 위한 통합을 추구
Phase 4 구성원간의 마찰 발생
Phase 5 제약관계 성립을 통한 안정추구
Phase 6 대부분의 금전관계로 인한 피로
Phase 7 사회 이전을 그리워함, 그러나 돌아갈 수 없다.
Alternative. 건축은 계약관계들이 공동체의 이상을 추구할 수 있는 형태를 향한다.
② 삶의 온도
우리의 건축은 특수해가 아닌 일반해를 좇고 있다. 공동체를 향하지 않는 아름다운 건축물은 젠트리피게이션(Gentrification)과 같은 재앙일 수 있다. 우리는 공동체 아닌 사회에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건축은 더 넓고 더 낮은 곳을 향하고 있다.
③ 유미주의 못지않게 건축의 윤리적 태도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다공성’이란 단어는 굉장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적 태도를 (관습적 가치)라고도 말했다. 그의 전언이 21세기까지 전해지는 이유는 아마 세상에 대해 깊이 고민하라는 후세에 대한 그의 의지가 유효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대의 보통사람은 좋은 건축을 음미할 시간도, 번듯한 중정에서 소통할 여유도 없다. 익명의 공동체를 위한 공공장소를 추구한 수 많은 건축가가 한국의 아파트와 같은 폐쇄적인 공간(Gated Community)을 보면 무어라 답할까?
반쪽짜리 근대, 미생들의 기숙사
한국의 도시는 반쪽짜리 근대, 다시 말해 식민지배에서 탄생했다. 여기서 도시는 생산수단과 배후지, 이 거점을 연결하는 도로망이 형성되는 근대 도시다. 식민지 도시는 수탈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재편되는데, 이때 기존의 마을이 개발자본에 의해 붕괴하고 산업 배주지가 마을이 아닌, 도시 전반으로 넓어지는 현상을 겪는다. 이는 서울-개성 모두에서 같게 발생한다. 이로부터 고달픈 도시의 삶이 시작됐다.
우리는 이런 현 상황의 대안을 기숙사에서 찾고 있다. 매년 2월 중순 즈음해서 인구의 이동이 일어난다. 기숙사로 집을 옮기는 이들의 행렬이다. 새로운 학교로, 새로운 직장으로 옮겨 3월의 시작을 준비하는 자들이다. 기숙사는 사람 대 사람의 근접성 때문에 인간 관계의 지속이 쉽지 않다. 특히 직장공동체를 대상으로 하는 우리의 계획은 거리감을 조절하는 건축적 형태를 찾고자 한다.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우리 계획의 요지는 저층부의 기숙사를 놓고 3층의 공중 가로로 정의된 거리를 배치, 4~5층에 업무 및 상업시설을 놓는 것이다. 이는 주상복합의 전형적인 형태를 전복한 것이다. 기존 주상 복합 구성이 저층의 공적 영역을 두어 우리의 계획의 요지는 저층부의 기숙사를 놓고, 3층의 공중가로로 정의된 거리를 배치, 4~5층에 업무 및 상업시설을 놓는 것이다. 이는 주상복합의 전형적인 형태를 전복한 것이다. 기존 주상복합 구성이 저층의 공적영역을 두어 접근성을 극대화한 것과 정반대의 설정이다. 만약 단일 건축물에만 이 수직적 계획이 적용되면 몇 가지 예정된 문제가 생긴다.
① 저층부 기숙사의 사적 공간이 공적 영역에 놓임으로, 사생활이 침해의 우려가 있다.
② 주변의 상황은 여전히 저층부의 공간이 지가를 좌우하는 상황이므로, 우리의 계획이 실제 환경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음을 예상할 수 있다.
③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컨텍스트 세트를 포기하고, 주변 필지를 하나의 지구로 묶어 함께 저층의 거주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취했다.
직주초근접의 삶에 어울리는 건축적 형태
① 준공적공간을 광장에 희석하기 구성원 간의 거리 유지와 사생활의 중시는 기숙사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모호한 소통이 발생하는 불편한 주호 진입복도를 과감히 없애고, 이를 광장 속에 희석함으로 완벽한 사생활을 기숙사에서 구축한다.
② 신고전주의의 도래
필지 내의 광장을 규정짓기 위해, ‘신고전주의’ 건축 사조를 불러들였다. 신고전주의는 민족적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고전주의를 표방했던 서양 근대의 건축 사조 중 하나다. 그 성격 자체가 민족이라는 거대 공동체를 함의 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표피적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조형물을 통해 광장은 대중들에게 더 개방된 의미가 있다.
길드 가족
① 직장공동체는 새로운 가족 유형으로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들은 공동의 목표와 공유의 의식이 있다. 지옥을 헤쳐가는 전우처럼.
② 소통에 대한 기대
건축가만 의도한 소통공간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무작정 열린 공간은 비었을 뿐, 채워지지 않는다. 가장 완벽한 공간의 공유는 공유의 의지가 있는 호명된 인간관계에서만 가능하다. 이를 위해 오직 1층과 5층만을 이동하는 개별 리프트를 배치한다.
장수명 건축과 잠재된 공동체, 그리고 도시의 공공재
① Skeleton & Infill System
새로운 건축 유형의 등장은 종종 공동체 삶의 변화를 끌어낸다. 1인 삶에 최적화된 모듈로 짜인 구조체는 시간이 흐름과 삶의 유형이 변하며, 벽체를 허물 수도 공간을 나눠야 할 수도 있다.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골격이 되는 구조체를 견고히 하고, 부속체에 해당하는 충전재는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이를 통해, 거주용도는 건식공법과 유지보수에 용이한 충전재는 유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 이를 통해 거주용도는 건식공법과 유지보수에 용이한 수직 통로, 이중천장 등이 도입됐다. 하부 모듈에 맞춰 상부구조 역시, 충정이 가능한 형태가 적용됐다.
② 공중 가로와 공공재
공공재는 도로와 가로등처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시의 시설을 포함한다. 우리의 공중 가로는 이과 같은 공공재다. 기존의 역사적 건축물에 사용된 공중 가로가 단일 건축을 위한 것이었다면, 우리는 15개 필지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네트워크를 상상했다. 도시로부터 나온 네트워크가 각 건축물에 접합함으로 저층의 온전한 거주 영역과 건축물의 유지를 위한 이해활동이 공존할 수 있으리라 본다.
재현을 위한 장식
맥락 성의 우위를 인정할 수 없는 탈-식민지적 맥락 위에서 더이상 장식은 범죄가 아니다 (Modern Ornament is not Crime). 사용자와 공공의 취향을 찾아 끊임없이 수정과 변이를 하는 과정에서 붕괴한 맥락이 자주적으로 부활한다.
Denouement. 건축의 외연으로부터
건축은 사회와 도시 일부로 공동의 맥락과 방향성, 의식이 빠진 상태에서 건축은 어떤 함의를 하든 오브제일 수 밖에 없다. 도시 재생 화두는 결국 단독 건축물과 도시가 얼마나 긴밀히 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약칭: 도시 재생법, [법률 제11868호])에 따른 도시재생 특별지구 선정 결과
- 지구: 개성시 남대문구
- 내용: 민간도시개발 프로젝트 지원을 통해 남대문 일원에 선정한 15개 필지를 도시재생 특별지구로 선정한다. 이에 따라 15개 필지는 특수중심업무지구로 지정한다.
- 거주용도: 거주용도로 준공업지역에서 일부 허용하던 공동주택 (기숙사)을 저층부 (1층과 2층, 높이 6m 이내)에 건축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저층부에 기존 주상복합의 수직 동선에 의해 사라진 인구 유동을 다시 거리 활성화의 주요 요인으로 끌어들인다.
- 업무용도: 업무시설 및 상업시설은 고층부 (4층과 5층, 높이 20m 이내)에 배치하도록 한다. 저층부의 거주용도시설은 업무시설 및 상업시설로 등록된 사업체에 소속된 자로 제한한다.
- 공중 가로: 3층 (높이 6m)에 설치된 공중 가로는 특수중심업무지구의 도시 공공재임을 밝힌다. 이로써 지구 내 건축면적에서 공중 가로의 면적은 제한다. 이는 개성시 공공재의 일부로 공공에 개방된 시설임을 밝힌다.
모든 것의 형태학
‘모든 것의 형태학’은 약 6천 년간 지속해온 건축적 언어의 폭을 넓히려는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 건축계의 움직임을 프로젝트에 맞게 새롭게 명명한 것이다. 도면 위에서 그어진 몇 개의 아름다운 선이 인간의 모든 삶을 대변할 수 없다. 그렇기에 건축을 일종의 형식주의로 귀환시키고 삶의 모습을 유형화시켜 그 형태를 추적해가는 방식을 취했다. 여기에 더해서, 한국 건축사적 한계가 서양의 지식체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상태에서 우리 역사를 보는 시점으로 발생했다는 탈-식민지적 시각으로 개성을 바라보고자 했다. 문맥 상황을 임의로 설정할 수밖에 없는 한국적 현실이 투영된 이번 공모전에, 역사적으로 대중과 호흡한 적 없는 역사주의 건축을 ‘한국의 신고전주의 도래’라는 자체적 주제를 갖고 작업을 진행했다. 더 깊은 이야기는 추후 소통의 장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줄인다.
심사평
황두진 적극적인 태도, 성실한 자세 등이 매우 돋보였던 팀이다. 개별 사이트를 넘어 대지 전체를 아우르는 공중가로를 제안하는 등, 주어진 주제를 확장하고 새로운 개념을 도출하는데 누구보다도 열심이었다. 그런 모든 노력에 공감하면서도 일정한 한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어떤 요소로서 전체를 아우르려는 노력 못지 않게 하나의 프로젝트에 그러한 생각들을 잘 녹여서 결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태생적으로 미완일 수 밖에 없는 숙명을 갖고 있었다. 개별적으로나 전체의 일원으로서나 모두 작동하는 건축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갖기 바란다. 역사적 건축물의 요소들로 공중가로를 구성한다는 아이디어는 눈길을 끄는 개념이기는 했으나 정작 다루어야 할 과제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지정우 꽤 많은 내용이 가득 차 있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그 제안들이 파편적이었고 그들을 관통하는 것은 시나리오이나, 이 또한 설득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 건축이, 공모전이 콜라주가 될 수 있는가? 콜라주가 공모전에서 실험적인 설득력을 얻으려면 그것이 새로운 가치를 전해야 한다. 아울러 ‘다공성 무지개떡 도시’에 적합한 혹은 심사위원의 마음을 돌릴만한 제안이라 하기도 어렵다. 패기와 시도의 노력, 그래픽적 감각은 높이 산다. 이 작품과는 별개로 이 참가 학생들이 가까운 미래에 무언가 큰 일을 할 건축가가 될 것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황지은 누구보다도 도발적이고 주장이 강했던 작품이다. 대지 전체에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쳐(Infra-Structure)인 공중가로를 제안하고 그것을 전제로 3번 필지의 상황을 묘사했다. 주어진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와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전체 가설을 강조하다 보니, 실제 설계 안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모아 놓고 통합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이런 아이디어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필지와의 협의 혹은 모종의 권위를 획득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 필요한 것은 당위성을 내세우는 주장이 아니라 실천적인 근거이기를 희망한다.
임동우 프로그램의 재배치가 인상적이기도 하고 동시에 강력하기도 하였다. 또한 프리젠테이션과 공모 과정 중에 보여준 온라인 상에서의 소통과 최종 공개 발표 역시 확신에 찬 모습이 좋았다. 다만 건축을 구현하는 것에 있어, 요소들의 단순 결합만을 통해 설계를 완성하려 한 꼴라쥬 방식이 아쉽다. 꼴라쥬는 요소의 결합이기는 하나, 각개의 요소보다는 전체의 이미지가 중요하다. 이 주제의 경우 전체는 보이지 않고 각개의 요소-옥상정원, 공중가로, 수직코어, 루버 등-만이 두각을 나타내고 이들 모두 하나의 프로젝트로 융합되지 않고 있음이 보인다.‘한국의 신고전주의 도래’라는 자체적 주제를 갖고 작업을 진행했다. 더 깊은 이야기는 추후 소통의 장이 마련되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줄인다.
저녁이 있는 삶: 광장 속 밀실 기숙사
분량5,831자 / 12분 / 도판 1장
발행일2015년 6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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