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쟁이들의 공간
김민영, 문은설, 최석희
분량4,419자 / 8분 / 도판 1장
발행일2015년 6월 26일
유형작업설명
김민영 건국대학교 건축설계학과
문은설 건국대학교 건축설계학과
최석희 건국대학교 건축설계학과

자본주의 도시의 상황: 도심공동화, 시루떡의 상황
먼저, 우리 도시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북한, 그리고 개성의 사회체제의 변화는 폐쇄적인 사회주의 도시에서 세계의 흐름을 따라 자본주의를 수용하게 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는데 이는 우리가 가진 도시의 문제들이 개성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대도시는 시루떡이다. 건물 하나의 용도뿐만이 아니라, 단위 계획 그리고 도시와 주변부의 상황을 보면 단일 용도, 단일 구획, 단일 지구로 이뤄졌다. 이는 시간대에 따라 비워지는 공간이 있음을 의미한다. 용도가 규정됨에 따라, 공간에서 행해지는 행위 또한 규정되고 다른 행위를 위해 우리는 시간에 따라 이동한다. 이 과정에는 막대한 에너지와 탄소가 이용되고 이동 과정의 삶의 형태 또한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를 하나의 건물로 이해해보면, 도심 업무지구의 초고층 빌딩은 사람들이 업무를 보는 일과시간 이외에는 비워져 있다. 그 의미는 그 큰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쓰이는 막대한 에너지가 사람이 없을 때에도 여전히 쓰인다는 것이다. 이런 단일용도의 건물을 조금만 더 밀도 있게 축약해보면,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을 써가며 자연을 파괴할 필요가 없어진다. 따라서 시루떡 건물들을 복합의 무지개떡으로 구성함으로써 시간에 따라 균일한 인구가 상주하여 공간들을 집약적으로 쓸 수 있다.
그렇다면 무지개떡의 도시의 모습은 어떨까
주거지구 안에서도 다양한 경험이 가능하며, 상업·업무 지구에도 지속적으로 휴식 공간, 공용 공간, 커뮤니티 공간을 영위할 상주인구가 생긴다. 그리고 이러한 지구들은 따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복합적 지구 그 자체다. 따라서 이들은 시간 별로 불필요하게 버려졌던 공간을 집약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층위의 행위와 공간이 서로 집적되었을 때, 문제점 또한 생각해야 한다. 분명 사람의 행위, 프로그램에 따라 그 공간이 요구하는 환경적 요소의 요구사항 정도는 다를 것이다. 여러 프로그램들이 간격 없이 붙어 있다면 분명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 생각했고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공극’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각자의 유닛에서 중간자적인 성격의 공간을 공극으로 내주면서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그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공극은 타인과 함께 영위할 수 있는 공간임과 동시, 서로 다른 공간 사이에서 완충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개성의 상황
사회주의 도시의 전형인 개성은 중앙집권적 힘에 의해 어느 정도 공간의 평균화와 직주 근접의 공간으로 도시 지구가 규제되어 있다. 그러나 앞으로 개성이 개방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그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려의 찬란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개성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일본과 남한, 북한 그리고 중국, 러시아, 유라시아 대륙까지 이어질 수 있는 큰 통로의 가능성을 가지게 된다. 또한 과거 고려의 수도로 개성의 인프라를 통한 문화 자원의 풍부함, 가능성 등의 요소로 세계 여러 도시와 견줄 수 있는 도시로 충분히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개성 또한 공간이 불평등, 불합리하게 나눠진 자본주의 도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말로도 해성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직물, 편직, 중공업 등 1차적 생산에 종사하고 있는 대부분의 개성 주민은 사회 변화의 흐름에 편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기회의 땅 개성으로 유입되는 수많은 자본에 주민이 도태할 수 있다.
Concept: 다공성, 각쟁이의 공간
과거 개성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가면서 고려에 대한 여러 가지 제한과 규제 등 개성에서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개성인이 선택한 것이 ‘각’이었다. 때로는 너무나도 이해타산적인 태도로 혀를 내두르게도 하지만 그들이 거래하는 품목과 방식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이 정확해, 다른 이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았다.
이런 개성인이 또다시 각쟁이가 될 상황에 놓여 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1차적 산업의 생산만 가지고선, 현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할 수 없다. 또한 개성으로 오는 여러 사람 또한 개성이라는 도시에 적응하려는 각쟁이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행위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 각쟁이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공간을 ‘각’으로 제시한다.
Ⓐ 공유의 가능성 – 각, 이득의 공간
먼저 각은 각을 내어주는 공유를 통하여 이익의 공간을 만들어 내는데, 공간을 내어준다는 것은 자기 것을 떼어내는 손실이 있어 보이지만, 각이 모여 하나의 군집을 이루었을 때 각을 공유하면 4개의 각, 어쩌면 그 이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각을 공유하는 방법으론 결합과 교환이 있는데, 결합은 각 마당에서 여러 각들이 모일 수 있는 각마당 결합과 유닛 내 각 공간에서 서로 다른 각이 만나는 각 결합이 있고, 각을 서로 바꾸어 협업할 수 있는 결합이 있다.
Ⓑ 각 – 모서리의 공유, 환경적 문제 해소와 접근가능성의 극대화
본래 각은 모서리를 뜻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면이 만나는 접점으로 접근성이 높다. 이러한 모서리의 장점을 살리고 채광이나 환기와 같은 환경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한 ‘각’ 공간을 만들어 공유와 교류의 공간으로 전환하고자 했다.
Ⓒ 각의 모폴로지
유닛은 황해도 지방, 평면 모폴로지 개념에 착안하여 구성했다. 황해도 평면은 대문간과 사랑방, 외양간으로 이루어지는 사랑채 영역과 광으로 이루어지는 중간 영역, 그리고 침실로 구성된 안채 영역으로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사랑방 영역은 외부인의 접근이 쉬운 반면, 대문간을 둔 안마당 영역은 폐쇄적이며 안채로 진입하는 부분에 대청을 둬, 공간 분리를 할 수 있다. 황해도 평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각’이라는 외부와의 접근성이 좋은 각 공간과 툇마루를 비롯한 작업공간, 거실로 이어지는 중간 영역, 그리고 가장 사적인 침실 영역으로 유닛은 구성되었고 이러한 모폴로지에 의한 공간 위계를 단차를 빌어 표현했다. 이 단차로 인해 거주자와 외부의 동선 분리와 시선도 차단된다.
각쟁이 건물은 1층은 상업, 3층엔 작업 5층은 주거공간이며 2층과 4층은 층 사이 성격이 섞여 상업과 작업, 작업과 주거 공간으로 구성된다. 이를 바탕으로, 각과 각을 운영하는 각쟁이들은 층과 층 사이를 필요에 따라 이동하며 기존의 시간에 따라, 비워지던 시루떡 건물과는 다르게 건물 곳곳에 생기를 불어 넣으며 채워나가게 된다.
본 건물에 거주하는 현대사회 각쟁이들의 ‘각’은 무지개떡 건물 곳곳에서 매일매일 새로운 게릴라적 이벤트를 만들어내며 이것이 개성과 현대사회 각쟁이들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나갈 것이다.
심사평
황두진 ‘각쟁이’, 그리고 ‘각’이라는 개성의 역사적 요소를 재해석하여 (심사위원의 기대를 넘어선) 소위 ‘알파공간’이라고 명명한 유동적 프로그램의 공간개념을 제시한 점이 주목되었다. 이를 통해서 복합과 다공성의 의미를 보다 유동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유동의 방식이 단순 수평 이동이나 슬로프에 의한 수직 이동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심지어 기계적이고 입체적인) 것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대지 바로 남쪽이 하천이나 그리 적극적인 대응방식을 취하지는 않았고 비교적 주제 자체에 충실한 작업이었다.
지정우 6번 대지는 전체 공모 영역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인접 대지들의 성격에 따라 방향을 정하기 쉽지 않은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대지에서 본 작품은 다소 중성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다양한 변형과 움직임을 수용할 수 있는 방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인 배경에서부터 공간의 활용, 시스템의 디테일까지 가장 착실하게 발전시킨 안이기도 했다. 다만 각이 다소 소극적인 모바일 장치로만 한정되기보다는 실제 공간이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한다. 바퀴가 달려 움직이는 것보다 유닛의 한 코너에 있으면서 가변적인 공간구조로 다양한 움직임을 담아낼 수 있었다면, ‘그라데이션’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황지은 초기안부터 최종까지 성실한 태도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킨 작품이다. 개성 상인의 유래에서 착안한 ‘각’이라는 개념을 유동적인 공간 확장의 매개체로서 다공적 활동의 중추로서 작동시켰다. 미분화된 일상의 파편들을 각을 통해 유통시키려는 생각이 참신했다. 그러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서 각의 가능성에 비해 각의 구조, 재료, 작동원리 등 건축적 실체가 모호했다. 또한 기본 배열이 모두 주거 유닛과 각마당의 내부로 향해 있어, 각의 건축적 존재감이 도시 맥락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깍쟁이 파사드가 되어 버렸다. 물론, 머지않아 우리의 열정적인 각들이 도시 곳곳을 누빌 거라는 주장을 믿는다.
임동우 각 공간들이 장치적인 요소로 제한되어 보이는 점이 아쉬웠으나 충분히 그 가능성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다양한 스케일에서 ‘각 공간’들의 도임을 고려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각 공간들의 이동성이 중요하다고 하면, 이를 이동할 수 있는 플랫폼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적극적으로 설계 반영되었어야 그 개념이 더 단단해졌으리라 본다.
각쟁이들의 공간
분량4,419자 / 8분 / 도판 1장
발행일2015년 6월 26일
유형작업설명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