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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죽기로 결심하다.-Antonius, Decides to Die

장한권, 김민정, 오찬미


장한권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김민정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오찬미
  동아대학교 건축학과


자의에 의해서든 섭리에 의해서든, 인간은 모두 죽는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자살을 결심하고 있다. ‘인간은 왜 스스로 목숨을 내 던지는가’ 칸트는 목적론에 의해 만물은 수단이자 목적이 되지만 그 연쇄 항의 정점에 있는 인간은 최종 목적이며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즉, 인간은 만물을 수단으로 삼고 이 다양한 수단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다. 이 수단은 각 개인마다 고유하며 그 수단들에 대한 가치판단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를 위한 수단(어떤 것으로도 대체 될 수 없는)의 소멸로 인해 스스로 존재의 의미를 잃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행위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이들이 가진 마지막 인권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고자 한다. 자살을 결심한 이들이 겪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자신의 죽은 모습으로 인해 타인이 겪을 괴로움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 설계를 통해 이들의 마지막까지 행복할 권리를 지켜 주려고 한다. 자신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는 공간 그 자체로 무덤이 되어 타인에게 공개 되지 않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대상설정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살은 윤리적으로 금기시 하는 행위이다. 우리나라 또한 예외는 아니어서, 자살을 하게 하거나 그를 방조한 자에게는 ‘자살방조죄, 자살교사죄’가 적용된다. 따라서 현존하는 사람을 자살하게 도와 줄 수 없다.

가상의 상황설정

우리는 실존하는 사람을 클라이언트로 섭외하되, 클라이언트에게 주어진 상황을 설명하고 그 상황에서 겪게 될 감정과 상황들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대상에 대한 분석을 이어갔다. 클라이언트의 성장배경과 2013년 이전 상황은 실제이며 이후의 상황들은 설정된 것이다. 클라이언트는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었지만, 가정을 꾸리고 생에 더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여느 남자들처럼 자신의 방을 채우고 취미생활도 종종 했었지만, 아이가 생기고 점점 남자의 방은 창고로 변해갔다. 방이 좁지 않냐는 말에 멋쩍게 웃으며 다들 이렇게 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가족이 없이 어떻게 살았었는지 상상도 못 하겠다던 남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사고로 가족을 잃는다면 어떨지, 구체적으로 자신의 집이 어떤 식으로 변할지에 관해 물었다. 결론은 삶 전체가 완전히 멈춰버릴 거 같으며 남자는 더는 살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프로그램

클라이언트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순간들이었으며, 퇴근 후 가지는 가족과의 시간에서 안락함과 평안함을 느낀다고 하였는데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는 장소라면 가족과 함께 보낸 식탁을 그대로 사용하고 싶다고 하였다. 클라이언트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식탁을 보며 행복한 시간을 회상하고 죽고 나서까지 이 사람을 기념할 만한 요소로 판단하고 묘비를 대신할 대체물로 설정하였다. 또한, 그는 자기 죽음에 대해 슬퍼할 사람도 없을 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죽은 모습이 어떻든 누구도 보지 않길 바랬고 스스로 무덤에 들어갈 수 있길 원했다.

결과물- 공간의 양면성

우리는 안토니오가 원하는 두 가지 프로그램인 ‘자살을 위한 공간’과 ‘무덤’의 기능을 하나로 만드는 데 전념했다. 이를 위해 종이접기에서 사용하는 접는 방식을 빌렸는데 3차원 공간을 구성하는 벽과 천장이 결국 2차원적 무덤의 바닥으로 접히게 하였다.

이러한 이중적 공간의 성격을 제일 잘 표현하는 요소는 바로 욕조이다. 세신을 하며 자살을 준비하는 삶을 성찰하는 성찰의 공간이지만, 목을 맨 후엔 관으로 사용하게 되는데 삶의 성찰과 무덤이라는 공간의 성격을 함축하고 있다.

작업의 의의

누구에게나 삶은 소중하다. 모두가 삶의 주체로 그 어떤 인생에도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마저도 온전히 한 사람이 감당하는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하며,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에 대해 고민하였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함과 동시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것’ 이번 설계의 목적은 삶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며 각 개별성에 대한 가치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하는 것에 있다.

안토니오, 죽기로 결심하다.-Antonius, Decides to Die

분량2,102자 / 4분 / 도판 1장

발행일2014년 7월 10일

유형작업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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