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짜깁기집
우지원, 노혜진
분량3,282자 / 6분 / 도판 8장
발행일2022년 9월 30일
유형작업설명
우지원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노혜진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화려한 네온사인과 정신없이 중구난방으로 건물 입면에 붙어있는 간판들, 길거리에 즐비한 입간판. 이들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가장 큰 시각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문화적 산물이다. 많은 프로그램은 극도로 경쟁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 놓여 있고 이러한 점은 자본주의와 이기주의로 점철된 한국 사회를 보여준다. 프로그램들은 각자 자신이 어떤 프로그램인지, 그곳에서는 어떤 경험이 가능한지 보여주려 한다. 이러한 개별적인 노력은 서울의 길거리 풍경을 만들어내고 이는 짜깁기된 키치함으로 보여진다.
여러 지자체에서 간판 개선 사업을 통해 간판들을 정갈하게 정리할 정도로 한국 사람들은 이러한 거리 풍경에 대해 그다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로 외국 사람들은 이러한 광경에 대해 열광하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한국의 간판이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간판을 텍스트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우리는 홍콩이나 라스베이거스에 가서 화려한 간판들이 즐비한 풍경을 아름답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최근에 생겨나는 일명 ‘감성’ 카페나 식당, 상점 등은 간판을 크게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 또한 경쟁 사회 안에 속해 있고 그 이면에서 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그들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피드를 꾸민다. 어떤 메뉴가 준비되어 있는지, 어떻게 찾아올 수 있는지, 간판이 제공하는 정보들을 보다 함축적이고 감성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전달은 또다른 간판의 종류라고 볼 수 있다. 가게를 미니멀하게 꾸미고 간판을 달아 놓지 않더라도 사실 그곳에는 간판이 달려있다는 것이다. 즉, 한국의 경쟁 사회 속에서 간판은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문화로 받아들여야 하는 한국성이다.
간판은 비단 근생 건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프로그램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단독 주택이라는 프로그램 안에도 거실, 안방, 주방, 화장실 등의 세부 프로그램이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각자 간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간판이 방문 앞에 써 붙여 놓은 실 이름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간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앞서 언급한 이유에서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간판은 조형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이태원 짜깁기집은 짜깁기된 키치함으로 보여지는 서울의 길거리 풍경을 재해석해 보여준다. 주택의 프로그램들은 여러 종류의 평범한 직육면체 매스들 사이에서 실의 특징에 맞는 조형을 외부로 드러낸다. 한국의 주거 형태 중 가장 전형적인 아파트 단지의 출입로와 면하는 곳에 있는 주택은 아파트에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노골적으로 주택 각 공간의 프로그램을 보여주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사람들이 한국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고 의심하게 한다. 이는 한국적인 주거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며 일종의 도발이다. 이태원 짜깁기집은 오늘날의 한국성에 대한, 자본주의와 이기주의로 점철된 한국 사회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며 단호한 긍정이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박정현 작품 설명문, 발표자료에 나오는 문장 중, “자본주의와 이기주의로 점철된 사회를 확고하게 인식하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데, 그것을 “단호하게 긍정한다”고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 좋아서 긍정하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현실이므로 긍정한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우지원 노혜진 우리가 포착한, 간판이 덕지덕지 붙은 길거리 풍경이 긍정적인 것이라 보기는 힘든데, 우리는 그것을 한국성이라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지양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가져와서 어떻게 한국성으로 녹여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긍정한다”고 적었다. 김효영 심사위원의 글을 인용한 것이기도 하다.
김효영 내가 주제 설명글에서 “단호한 긍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그것이 무비판적인 긍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무엇을 구체적으로 긍정하는지 질문하고 싶었다. 또한 이것도 일종의 키치와 콜라주인데, 그게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가지고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
간판을 모티브로 시작한 것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판은 상업공간에서 쓰이는 요소로, 공간 내부의 활동이나 내용을 겉으로 드러내고 싶은 욕망이 있을 때 설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택이라는 프로그램은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간판을 통해 밖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우지원 노혜진 대지가 전형적인 아파트 출입구에 면한 곳이다. 거기에 단독 주택을 놓으면서 간판으로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것이 프로그램의 일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로 하여금 의문을 던지게 하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서재원 김효영 심사위원과 거의 유사한 의견이다. 간판을 인정하고, 한국성의 중요한 사인으로 인정하는 것까지는 좋은 생각인데, 간판은 결국 상업시설의 요소다. 나를 더 잘 팔기 위해서 간판을 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택이 나를 선전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연결 지점을 모르겠다. 또 하나는 간판에 대해서 진솔하게 긍정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그것이 매우 정제된 조형으로 나타난다. 과연 그런 태도가 간판을 긍정적으로 단호하게 끌어안으려고 하는 태도와 같은 태도인지 의심스럽다.
우지원 노혜진 첫 질문에 답하자면 이 집 자체가 집 안에 사는 사람들보다 사이트 주변을 지나다니면서, 특히 아파트 단지에 드나들면서 이 집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프로그램을 굳이 밖으로 보여줘야 할 필요나 의무가 없지만,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조형이나 덧붙여진 요소를 보고 내부의 프로그램이나 구성을 상상하고 확인하면서 한국적인 주거를 생각하게 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우리가 온갖 텍스트로 버무려진 간판 자체를 긍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발표 초반에 언급한 것처럼 텍스트로 표현하는 기존 간판이 아닌 조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정제된 조형으로 표현해 본질을 드러내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여주고자 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박정현 덧붙이자면, 주거에 간판이 없다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수많은 아파트 브랜드가 어떤 간판보다 더 확고한 사인으로 한국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조형적으로 드러내려다보니까 매스를 덧붙이는 방식의 설계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이미지를 조작하는 방식은 재미있으나 건축의 평면을 짜는 등, 흔히 말하는 “건축적 지점”에서는 신경을 덜 쓴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이태원 짜깁기집
분량3,282자 / 6분 / 도판 8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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