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 마이너스
박서현, 양유진, 최맑은별
분량3,872자 / 7분 / 도판 9장
발행일2022년 9월 30일
유형작업설명
박서현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양유진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최맑은별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과

한국성을 생각하다
한국성은 간단한 방법을 택하고 특별한 힘을 들이지 않는다. 큰 글씨와 강렬한 색으로 자신을 알리는 간판이, 세심한 고민 없이 선택한 값싼 난간과 대문이, 유행을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공간과 복제되는 공간이 쉽다.
한국성은 짧은 시간 내에 해내고 이뤄낸다. 합리성에 기반해 천편일률적인 효율만능주의 건물이, 적은 투자 비용으로도 임대가 잘 되길 희망하는 집들이, 건물에 가볍게 덧붙여 만들어진 공간들이 빠르다.
한국성은 감성적인 사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표현한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수정되는 도시 경관이,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첨탑이 얹어진 교회가, 이빨이 붙은 치과 외벽이 직관적이다.
한국의 건축에는 특이점이 왔다. 건물이 사용되기 시작하면 더 이상 건축의 자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건물은 주입되는 프로그램에 따라 여러 번 옷을 갈아입는데, 한국성에 따라 그 변화가 쉽고 빠르고 직관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면서 소프트웨어인 ‘프로그램’으로 ‘건축’이라는 하드웨어가 포장된다. 건축은 가볍고 프로그램은 무겁다.
역사적, 문화적 배경
역동의 근대사를 겪어온 민족으로서 특정 배경을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 흐름 속에서 수정의 역사를 찾을 수 있었다. 1980년대 과밀해진 도시의 주택난을 해결하고자 단독주택을 개조한 주거 공간 임대가 성행했으며 1984년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다세대, 반지하, 옥외계단과 같은 덧댐의 공간이 법제화되었다.
제도적 측면에서도 한국성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건축물은 부피에 대해 강력하게 제한하는 반면 건물의 외관이나 도시적 스케일에서 일관된 디자인에 대한 제한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제도적 완충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오늘날의 한국성이 자리 잡았다.
한국성의 양면성
이러한 한국성에는 양면성이 있다. 쉽고 빠르고 직관적인 건물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을 배제했고, 사람은 자신이 발을 닫고 서 있는 ‘건물’에 순응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기능주의, 자본주의라는 이념 하에 효율적인 건물을 생산하고 그 안에 사는 누군가는 덧대고 빼는 것이 쉬운 요소들로 삼삼한 공간을 개인의 정체성과 편의, 필요에 맞게 수정한다. 이 순환의 고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견고해졌으며, ‘혼란스럽다’, ‘질서가 없다’고 말하는 한국성이 탄생했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 안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파편적인 수정본은 서툴지만 자연스러운, 고졸미가 느껴진다. 따라서 우리는 이익 창출을 위한 생각 없는 건물들이 대변하는 부정적 한국성과 그것을 쉽고 빠르고 직관적으로 자신에 맞게 수정하는 한국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한국성을 담은 주택이란
우리는 사이트와 클라이언트를 특정하지 않고 보통의 한국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사이트는 서울 어디에나 있으며 어디에도 없는 가상 공간이다. 한국 어디서든 존재할 수 있으며 한국 건축에서 특별한 지역성을 찾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시선이다.
클라이언트는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설정해서 한국성의 양면성을 표현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만들어내는 주택에는 그들의 성격이 부풀려 담기게 된다. 임대인의 건물은 최소한의 필요 요소인 구조와 코어, 그리고 건물을 수정할 수 있는 장치인 비계만이 서 있다.
그에 반해 임차인의 공간은 판매를 위해 구획된 방 몇 칸을 차지하여 필요에 맞게 재단된다. 본인에게 맞는 적절한 스케일로 공간을 구성하면서 각 프로그램의 성격이 강조되고 두드러진다. 입주자 스스로 공간을 구획해야 하는 임대 주택은 비계를 이용해 계속해서 공간을 덧댄다.
우리가 설정한 임차인이라면 집을 어떤 프로그램으로 채울지 고민했다. 첫 번째 임차인은 다용도로 사용되는 거실은 오히려 비워두고 건물을 감싸는 비계에 자신의 물건으로 공간을 점유한다. 유연한 커튼을 활용해 사용 목적에 맞는 공간 크기를 선택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비계에서 실내로 들여오거나 내놓는다. 침실에는 가장 내밀한 공간이 숨어있다. 빛은 일절 차단되고 간소하게 공간을 구성하며 공간 안의 공간에서 본인 만의 시간을 보낸다. 직주분리를 확실히 하며 작업실에서도 쉼과 일은 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두 번째 임차인은 작업실이 중요해서 그것을 기준으로 공간을 구획한다. 각 프로그램이 별다른 구분 없이 작업을 위한 집이 되었다.
우리가 집중한 한국성은 저해상도의 건물을 탄생시킨다. 우리는 모두 건축가가 아니다. 대중의 한국성은 부수적인 요소로 쉽고 빠르게 건물을 표현하지, 멋들어지는 공간감이나 특출한 재료에 공들이지 않는다. 예사롭지 않은 건축적 요소를 사용한 주체적이고 버내큘러적인 건물은 멀리서는 알아채기 어렵지만 가까이 들여다봤을 때 어딘가 엉성한 매력에 웃음을 짓게 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박정현 이번 공모전의 과제가 단독주택이었는데, 제출안은 단독주택이 아니다. 심사에 불리할 수도 있는데 그것을 감수하면서 이 아이디어를 선택한 이유를 듣고 싶다.
박서현 양유진 최맑은별 처음에는 보통 한국인의 집을 설계하고 싶었는데, 월세나 전세 등 임대차 계약을 맺고 사는 사람보다 단독주택을 소유하는 사람이 훨씬 더 적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단독주택보다는 다세대 주택으로 보통의 한국성을 표현하는 것이 우리 의도에 더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김효영 표현이 아름다워서 인상 깊었다. 이 작업은 계획안이 아니라 시스템 제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기에 원래 계단이 설치되지 않은 것이라면 임차인이 출입과 계단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가?
박서현 양유진 최맑은별 그렇다. 코어를 이용한 수직동선이 있고, 비계가 수평 동선이다. 비계는 코너나 바깥쪽을 선택한 사람들이 점유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만약 길이 막힌다면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것도 우리가 설정한 한국성에 맞다고 생각했다.
김효영 비용을 들여서 이 건물을 짓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저 공간을 모두 임대해서 꽉 채우는 것이 목적일텐데, 통로를 임차인 별로 구성하고, 화장실과 주방을 공용으로 하면 먼저 점유한 사람이 통로를 막아버리는 순간에 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것 같다.
박서현 양유진 최맑은별 그래서 임대인의 입장을 고려한 규칙도 만들어보았다. 예를 들어 코어와 맞닿은 8칸 정도는 대부분의 사람이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바깥 공간만 선택하다보면 안쪽 공간만 남아서 방이 빈다. 그래서 코어 안쪽을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고, 첫 번째 임차인이 들어온 후 두 번째 임차인이 집을 선택할 때 영역을 침범하는 경우가 생기면 허용하지 않도록 했다.
서재원 ‘건축은 가볍고 프로그램은 무겁다’는 말은 재밌게 들었다. 매우 본질적인 지적 같다. 그런데 이것을 풀어내는 방식은 신선하지 않다. 그리고 ‘쉽고 빠르게 직관적으로’ 한다는 말은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문장 같다. 그런데 계획안을 보면 쉽고 빠르게 직관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한국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자기 집을 설치하는 방식을 귀찮아하기도 한다. 이미 만들어진 상태로 와서 조금 치장하는 정도다. 또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최대한 돈을 덜 쓰고 티가 나는 식의 접근이 한국성에 조금 더 맞지 않나 생각한다. 사용자가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 하면 비용이나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 것 같아서 앞에서 언급한 주제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정현 ‘임대차보호법’이 있지만, 주택에 한해서 2년 또는 4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한국의 조건이다. 한편 한국 전체 폐기물 중에 건설 폐기물이 굉장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건설 산업에서 배출하는 탄소량도 굉장히 많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 ‘플러스 마이너스 시스템’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가라고 반론을 제기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박서현 양유진 최맑은별 그 점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다. 두 번째 임차인을 설정했을 때 임차인 1이 만들어낸 외벽을 이용한다고 했던 것만큼,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것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 같다.
원고화 및 편집 심미선
플러스 마이너스
분량3,872자 / 7분 / 도판 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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