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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설명회

박정현, 서재원, 김효영

주제설명회 개요

• 일정: 2021년 11월 20일 (토) 오후 5:00~7: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유튜브 생중계)
• 심사위원 : 김효영(김효영건축 대표), 서재원(에이오에이 아키텍츠 대표), 박정현(도서출판 마티 편집장)

정림학생건축상 2022 ‘지금, 한국성’ 주제설명회 영상

질의응답

Q1. 한국성을 논할 때 현시대 보편적인 한국 건축, 또는 도시에 대한 물리적인 분석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사회상이나 정신적인 부분 같은 무형적인 분석이 더 중요한가? 

서재원 둘 다 중요하다면 중요하고, 아니라면 아닌 거다. 필요하다면 물리적 분석이든 정신적 분석이든 하면 된다.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Q2. 김효영 소장님이 “자신이 애정하는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질문이 있다. 현재 한국에서 소장님이 애정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효영 건축가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는 어떤 프로젝트를 착수할 때 참조점들을 짚어보곤 한다. 르코르뷔지에, 루이스 칸, 알도 로시 같은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품을 참조할 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동네의 모텔이나 길 가다 본 어린이집의 출입구 등이 참조점이 되기도 한다. 

그 자체가 아름답다기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다 보면 다르게 보이는 시선이 생긴다. 여러분들도 이번 공모전을 통해 개인적으로 그런 시선들을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 

Q3. 지금의 한국성에 좋은 방향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과제에서 한국성의 부정적인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부정적인 측면을 긍정적으로 표현해서 제시하는 것이 좋을지 묻고 싶다.

박정현 긍정과 부정이라는 어휘 자체에 한국성에 대한 가치 판단이 들어 있다. 여러 현상에서 보이는 한국성을 21세기의 한국성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참가자의 몫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성에 하나의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러한 물음과 실천을 통해 한국적인 것을 해석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는 편이라 긍정 혹은 부정이 그렇게 중요한 이슈로 느껴지지 않는다.  

Q4. 주택설계에서는 안락함과 평안함이 최우선이라고 들었다. 한국성의 표현을 위해 안락함을 일부 해치는 것에 대한 심사위원의 의견을 듣고 싶다.

서재원 개인적으로는 주택 설계에 있어 안락함과 편안함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질문자가 들은 것처럼,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성의 표현을 위해 안락함의 일부를 해칠 수도 있다고 본다. 그것이 한국성에 대한 어떤 해석에 근거한 것인지가 명료하다면, 안락함을 해침으로써 안락함 자체에 대한 질문을 제기할 수도 있는 거다. 한국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안락함, 특히 최소 주거에서의 안락함이 무엇일까? 여기서부터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우리가 주택에 기대하는 안락함 혹은 편안함에 대한 기대가 너무 과도해서 오히려 불편한 상태가 된다든지, 이를 둘러싼 여러 상황을 한국적인 사상 혹은 상황들과 여러 가지로 연결 지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김효영 심사위원들끼리 합의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우리가 주택을 과제로 설정했을 때는 사실 주택의 기능을 잘 해석해서 만들어 올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개인적인 공간을, 개인적인 시선으로 해석해서 건축으로 표현하길 바랐다. 그렇기 때문에 주택이라는 프로그램 해석, 기능적인 부분에 너무 집중하지 않아도 좋다. 

Q5. 건축 법규에 대한 제한이 없는 프로젝트로 알고 있다. 주어진 단독주택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해석은, 기존 법규에 따라 소유권의 형태에만 따르면 되는지, 아니면 단일 가구만을 위한 주택 프로그램도 허용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서재원 다가구 주택도 법적으로는 단독주택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가 ‘단독주택’을 과제로 설정한 데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어떤 윤리성의 잣대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한 부분이 있다. 만약 단독주택이 아니라 다가구나 다세대를 과제로 설정하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공유하는 방식과 같은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았다. 그보다는 설계하는 개인이 지닌 내밀한 한국성에 대한 해석이 중심이 되기를 바랐다. 중요한 것은 이 개인의 해석이 단독주택이라는 프로그램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 다가구 주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들 간의 논의에서 다가구 주택을 아예 빼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냥 두기로 했다. 이 부분은 각자 알아서 판단하면 될 것 같다. 

 Q6. 만약 우리가 찾아낸 가치가 프로그램에 있다면, 단독주택이지만 근린 시설 같은 프로그램을 넣어도 될까?

서재원 심사위원들끼리도 이 이야기는 해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넣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효영 사실 나도 깊이 생각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번 공모전에서 너무 공공적인 성격이 강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동주택을 배제했다. 만약 큰 틀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는다면, 스토리의 설정 차원에서 다른 프로그램이 들어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Q7. 심사위원분들이 설명하신 “한국성에 대한 복잡함, 아이러니함”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그렇다면 서양의 국가 중에서는 어디서, 혹은 어느 공간에서 그 국가의 특수성이 잘 드러나는지 그 사례가 궁금하다. 

박정현 사실 한국성, 일본성, 멕시코성 같은 ‘국가성’에 대한 질문은 언제나 비서구권 국가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프레리 하우스는 미국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건축이지만, 그것을 보고 미국성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르코르뷔지에도 마찬가지다. 빌라 사보아나 빌라 가르시아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분명히 프랑스적인 특수성이 있다. 예를 들어 빌라 사보아 같은 경우, 시트로앵 자동차의 회전 반경 같은 기술적인 요소들이 건물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우리가 그걸 보고 프랑스성, 혹은 스위스성이라고 하진 않는다. 그렇게 보면 국가성이라는 것 자체가 비서구권 국가에서 제기되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실 이번 공모전이 아니더라도 지금 한국 건축계가 한국성에 굉장히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예술 분야에서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 건축에서는 감감무소식이다. 서구의 기준을 지나치게 내면화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서구인들이 한국적인 건축에 관심을 가진다면 보편적인 서구 모더니즘의 현상 속에 포섭되는 건물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한국성이라는 질문을 던진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혹은 비서구권 국가들의 고민을 드러내는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참가자들도 서양건축사를 배웠을 때를 되돌아보면, 이 질문이 어디를 향하는지 파악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Q8. 심사 기준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  

김효영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나는 여러분이 지금 목격하고 있는 사회 현상들 가운데에서 우리만이 지니고 있는 특수성을 잘 찾아내어 그것을 주택이라는 공간과 어떻게 연결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것 같다. 

박정현 나는 20세기에 한국 사람들이 만들어낸 도시적 환경을 얼마나 세심한 눈으로 관찰했는가, 또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모습을 얼마나 날카로운 시선으로 살피는가를 주로 볼 것 같다. 결국 한국성이란 화두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에, 주변을 얼마나 잘 살피고 분석했는지가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서재원 한국성에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분의 해석이 중요하다. 그게 반드시 긍정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힘을 모아 ‘한국성을 발견하자!’고 해서 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성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음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그걸 2022년에 갑자기 발견한다면 소위 말하는 ‘대박’일 것이다. 하지만 앞에도 말했듯이,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여러분 각각이 풍자든, 냉소든, 유희든, 어떤 방식이든 그 근거가 명확하고, 본인만의 시각으로 뚜렷하게 해석하고 그 결과를 제안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사실 국내 건축 담론에 오늘 주제설명회에서 논의한 한국성이 들어있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담론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제시한다면 제일 좋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프리젠테이션의 퀄리티이다. 도면에 얼마나 명료하게 표현했는가가 중요하다. 사실 이번 주제 자체가 복잡함과 아이러니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도면으로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그것을 프리젠테이션에 얼마나 정확하게 표현했는지를 볼 것이다. 건축적 형식 자체가 난잡하기 때문에 프리젠테이션 역시 난잡하다면, 그걸 좋게 평가하지는 않을 것 같다. 

김효영 첨언하자면, 여러분이 너무 한국성이라는 단어에 집중해서 그것을 찾아내고자 하면 굉장히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한국성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잠시 내려두고, 각자가 가진 섬세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그 안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Q9. 1993년에 지어진 “수졸당”이 그 시대 한국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서재원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 그 당시에 수졸당이 한국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수졸당을 이야기하는 것은 수졸당 그 자체보다 상징으로서의 수졸당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1993년 국내 건축에서 한국성을 보여주는 상징이 수졸당이었다면, 지금의 수졸당은 무엇인가? 그것을 묻고자 하는 것이다. 

박정현 서 소장 말씀대로 수졸당이 보여준 한국성의 새로운 가능성이라는 것은 그 건물 자체에 내재한 속성이라기보다는 건물을 둘러싼 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격적인 고도 소비 사회로 접어들 무렵, 수졸당이 보여준 관조하는 공간, 또 벽으로 표현된 포스트모더니즘의 파편 같은 것들이 기존 주택과는 다른 한국적인 가능성이라고 당시의 사람들이 평가했다. 

말하자면 한국성이라는 것은 대중문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성배’라는 상징과도 같다. 주인공이 성배를 찾으러 모험을 떠나지만, 막상 목적지에 도달하면 성배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만, 주인공은 성배를 찾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다. 나는 한국성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심사위원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성에 어떤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설령 누가 그것을 찾았다고 한들, 다른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보다는 찾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 좋겠다.

Q10.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지양해야 할 요소가 있다면 알려달라.

김효영 앞서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우리가 지금 사회가 추구해야 할 공공적 성격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싶다. 그것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우리 주제와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성이라고 해서 국가적인, 혹은 사회적인 차원에 주목하기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찾아보기를 바란다.

박정현 지양까지는 아니더라도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부모와 자녀 둘로 구성된 ‘4인 정상 가족’에 대한 개념이다. 단독 주택이다 보니 한 가구를 상정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꼭 전통적인 가족 형태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현재 한국에 제일 많은 가구 형태는 1인 가구이다. 이미 그런 상태에 이르렀으니, 가족에 대한 통념에서 조금 벗어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Q11. 20세기 건축에서 자세히 관찰해보라고 했는데, 20세기 건축에서 해답을 찾아도 된다는 것인가?

박정현 본인이 그것이 해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것이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20세기 건축 유형이나 형태를 정답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내가 20세기 건축 이야기를 한 이유는 그동안 국내 건축계에서 한국성을 논할 때 지나치게 전통 건축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의 한국성을 생각할 때는 20세기 건축 또한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이를 언급하지 않으면 또 전통에 치우칠까봐 노파심에 한 이야기일 뿐, 반드시 20세기 건축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Q12. 현재 우리 주변의 주거유형을 둘러보면 필로티형 다세대나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지배적이다. 그 배경에는 자본주의나 국내 건축법 등 각종 요소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현상들과 한국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김효영  앞서 말씀드렸듯이, 주택이라는 프로그램에 집중하기 위해 단독주택을 과제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 공공적인 것이 아닌, 개인적인 시선을 찾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주택이나 아파트 같은 주거 시설에 대한 논의를 더 펼쳐보자는 것과는 방향이 다르다. 

서재원  김 소장님 말씀이 맞다. 하지만 저런 현상들에서 영감을 얻을 수는 있을 것 같다. 그 영감을 재료로 단독주택을 설계하는 것이지, 그런 현상을 한국성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똑같이 재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와는 별개로, 저런 여러 요소로 인해 만들어진 상태를 일종의 한국성으로 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Q13. 주제 설명문을 읽어보니 세 분이 한국성을 바라보는 방향성이 조금씩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박정현 다 다른 것은 틀림없지만,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도 있다. 한국성, 혹은 한국적인 것을 지나치게 윤리적으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20세기에는 타자의 것들은 도덕적이지 않고, 우리의 것이 더 도덕적이라는 태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는 아니라는 것에는 모두 동의하는 것 같다.

김효영 <지금, 한국성>이라는 주제 설정에서도 엿볼 수 있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한국성에 대한 논의를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할 시점이라는 부분에 완벽한 동의가 있었던 것 같다.

서재원 원래는 세 명이서 하나의 글을 써야 하는데, 다 조금씩 다르다 보니 주제글을 각자 작성하게 되었다. 내가 볼 때는 그런 것까지 포함하여 지금 우리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한번 보자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 우리의 상황을 한번 제대로 보고, 거기에 어떤 긍정적인 점이 있고 부정적인 점이 있는지를 찾아보고자 했다. 그런데 다들 약간 긍정에 가깝다고 본다. 무엇이 되었든 그것을 포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달까. 사실 나에게 못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부족한 점을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그로부터 자유로워질 때가 있다. 이제는 우리가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같다. 그래서 그동안 외면해온 것을 직시하고 거기에서 긍정이든 부정이든 발견해보자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 또한 여러분의 해석에 달려 있을 것이다.

Q14. 발표를 들으며 ‘길을 가다 마주치는 주변의 어떤 것들의 유래를 찾아보는 것’으로 한국성을 이해했다. 만약 그렇다면, 외세에 지배당하던 시절에 외부로부터 들어와서 국내 현실에 맞게 발전된 것도 지금 시점에서는 한국성이라고 볼 수 있을까?

박정현 당연히 가능하다. 한국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오천 년 역사의 단일 민족’ 같은 관용적인 표현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들이 훨씬 많다. 태권도도 사실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된 지는 50년 정도밖에 안 되었고,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하는 문화도 1970년대 박정희 정부에서 가정 의례 준칙을 만들면서 생겼다. 우리가 전통문화라고 생각하는 삼일장이나 빨간 김치도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처럼 흔히 한국 고유의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 중에서도 역사가 수백 년도 되지 않은 것들도 많다. 한국적인 것이 꼭 외래적인 것과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 또한 여러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그것을 한국성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여러분의 자유이다. 

Q15. 자유롭게 사이트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지양하거나 따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을지? 

서재원 사이트를 굳이 자유로 설정한 것은 법규상 분할되어 있는 필지에 너무 구애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이트의 필지를 2~3개 합쳐도 되고, 아니면 필지가 없는 산속이나 바닷가에 설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법규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김효영 학생 시절에 교수님이 사이트가 자유인 주택 설계 과제를 내주신 적이 있다. 그랬더니 ‘세계가 멸망해서 섬이 하나 남았는데 나 홀로 살아남아서 기도하는 집을 짓는다’는 식의 과도한 설정을 해온 친구들이 있었다. 사이트가 자유이긴 하나 이처럼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Q16. 무형적인 특징에서 한국성이 발현된다고 한다면, 이것을 가공해서 주택에 녹여낼 때 현실적인 부분이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심사위원 의견이 궁금하다.

박정현 눈에 보이는 형태적인 특징이 아니라, 무형적인, 그야말로 형태가 없는 것에서 한국성이 발현된다고 생각한다면 물론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런데 주택 설계라는 게 순전한 담론의 영역은 아니기 때문에 무언가는 그려내야 한다. 그걸 얼마나 잘 표현하는가가 관건일 것이다. 아까 서재원 소장이 강조한 것처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건물만을 보고 그 안에서 무형의 한국성을 파악하는 것은 보통은 쉽지 않다. 그것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또 논리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서재원 한국성에 대한 논의는 정말 어려운 주제이고, 우리 셋도 공모전 제목에 한국성이라는 말을 사용할지에서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거기에 대한 의견조차도 셋이 다 달랐다. 그 정도로 한국성이라는 것에는 하나의 합의된 정답이 없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한번 논의를 펼쳐보자는 의미에서 이 주제를 선택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우리는 문학이 아니라 ‘건축’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짓지는 않더라도 지어지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보면 주제는 자유롭더라도 결과물, 제출물은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도면의 스케일도 100분의 1로 정해져 있고, 설명글 분량도 2,000자로 꽤 긴 편이다. 이런 규정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여러분이 잘 해석해야 한다.

원고화 최정원 / 편집 심미선

주제설명회

분량8,831자 / 18분

발행일2022년 9월 30일

유형강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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