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신문

이재단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이준형 국민대학교 건축학과

지역 공동체의 기반인 튼튼한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에 3개의 T-Cluster(혹은 8개의 S-Cluster)와 지하의 기반 시설들로 구성된 Project AA의 첫 번째 프로토 타입(Prototype)이 설계되었다. 이 프로토 타입에서는 2개 내지 3개의 S-Cluster가 조합되며 구성하는 단차 공간을 매개로 ‘직접 민주주의에 의해 아래에서부터 위로 조직되는 자치공동체’를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협의를 통해 자유롭게 재구성할 수 있는 구조체계가 가능케한 주거 공간 내의 오피스나, 하부에 마련된 통합형 오피스 등)와 여기서 만들어내는 유 무형의 생산물의가치를 판단하는 시간환전소, 그리고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지는 광장(廣場)을 통해 ‘시간 경제 체계’를 실현시켰다. 이와 더불어 전세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지하의 수경재배시설을 통해 어느 저도 수준의 자급자족도 가능하니, 마치 규모가 축소된 하나의 작은 폴리스(Polis)를 연상케 한다.

STRUCTURE & MATERIAL

구조

일상생활과 정치, 경제활동에 필요한 모든 프로그램이 한정된 공간 안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려면, 공간의 유연성이 극대화될 필요성이 있다. (ex. 부부 +1자녀로 살던 세대에서 자녀가 독립, 여유분의 공간이 발생했을 때, 공간의 유연성이 보장되어 있다면 공동체 내에서 협의를 통해 여유분의 공간을 경제활동을 위한 공간으로 편속시킬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구조를 경량 목구조로 만들어내는 가설물로 계획하되, 설비와 배관, 단열 등 건축에서 가설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고려하여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혼용한다. 또한 경량 목구조를 단차가 연속되게 조직함으로써 건물 내부에 공용공간(계단실 혹은 복도)를 없애고, 내부의 공간이 평면적이나 단면적으로 자유롭게 변하더라도 외부와의 접근성을 항상 보장하게 한다. (이와 동시에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함이기도 하다.)

재료

철근 콘크리트의 마감재로는 영구적으로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내후성 강판으로 지정한다. 다만 태양열 패널이 설치되는 매스의 마감은 패널과의 조화와 각 클러스터간의 아이덴티티를 고려해 색상이 있는 징크로 기획한다.

SELF-SUFFICIENCY SYSTEM

식량

주식(쌀 혹은 감자)은 수경재배 방식으로, 지하의 타워에서 공동 경작된다. 생산된 주식은 식량 관리소에 저장되고, 추후 분배된다. 이외 기타 부식(채소류) 및 일부 가금류(닭 혹은 메추리)는 S-Cluster의 옥상 텃밭에서 생산되어 공급된다.

물

T-Cluster 중심의 단차 공간은 우천시 거대한 집수 장치로 작동된다. 집수된 빗물은 T-Cluster들의 하부에 각각 저장된다. 일련의 처리과정을 거쳐 T-Cluster하부에 저장된 물은 S-Cluster들의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된다.

에너지

시간거래소가 배치된 매수 상부에 태양광 발전을 위한 패널들이 설치된다. 여기에서 집속된 태양에너지는 하부의 발전시설을 작동시키는데 사용되며, 발전된 전기의 일부는 지하의 수경재배를 위한 타워에, 나머지는 각각의 S-Cluster에 보급된다.

목재

협의에 의해 평면을 교체할 때마다 목재로 만드는 부재들을 필요로 하며, 영구적으로 유지관리가 필요없는 내후성 강판이나, 긴 주기(15-20년)마다 관리하면 되는 징크와는 달리 목재는 비교적 짧은 시기마다 유지 보수와 관리를 요하기 때문에 따로 목재를 저장하고 가공할 수 있는 공간을 비치한다.

DIRECT DEMOCRACY & COMMUNITY

2개 이상의 S-Cluster가 조합되어 만들어내는, T-Cluster의 단차 공간은 공동체 내에서 일상생활의 중심이자, 자치적 의결이 결정되는 가장 주요한 장소다. 고대 도시국가 그리스의 아고라가 그랬듯이, 공동체의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삼삼오오 모여 공지된 안건에 대해 토론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제시한 의견은 즉각 공유되며, 의논을 통해 안건에 반영된다. 안건에 대한 공동체의 의사는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직접투표에 의해 최종 결정된다. 만일 안건이 하나의 T-Cluster를 넘어서서 Project AA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면, 의결에 대한 방식은 같되, T-Cluster들이 배치되며 만들어내는 중앙 광장에서 결정된다.

ECONOMY WITH TIME

공동체의 구성원은 지하의 통합형 사무 공간, 혹은 협의에 의해 마련된 지상의 개별 사무실에서 특수한 일을 하거나 식량타워, 발전시설 등 클리스터의 유지 보수 및 관리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하여 생산된 유·무형의 생산물을 시간 환전소에 넘겨 이에 대한 대가로 시간時間을 지급 받는다. 시간 환전소는 넘겨받은 유·무형의 생산물을 판별하고, 적절한 시간가를 정하여 공지한다. 공지되는 정보(‘어디’의 시간환전소에 ‘어떤’물건이 있으며 ‘시간가’가 어느 정도인지)는 실시간으로 T-Cluster들이 배치되며 만들어내는 중앙 광장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자유로운 거래가 이루어진다. 거래 이후, 시간환전소에 회수한 시간은 축적되지 않고 소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