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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가

강재석, 김대경, 박상진


강재석 부경대학교 건축학과
김대경 부경대학교 건축학과
박상진 부경대학교 건축학과


논가의 설계 핵심은 ‘룸메이트’입니다. 지구에 인간이 생긴 이래로 한 번이라도 인간은 다른 생물종들과 제대로 ‘공존’을 도모한 적이 있었던가요? 혹은 인간 생물과 비인간 생물을 지구에 서식하는 동등한 생태적 지위를 가진 대상으로 고려한 적이 있었던가요? 인간은 식량 생산, 산업 시설, 주거지 등 인공적인 구조물을 내세우며 지구의 대부분의 공간을 우리의 방식대로 점유하고 차지해왔습니다. 오로지 자연을 정복과 지배의 대상으로써 말이죠.

우리는 ‘모두’라는 단어의 개념을 동식물뿐만 아니라 모든 유기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인식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이라는 하나의 종이 모두의 삶의 터전인 지구에서 물리적 공간의 점유를 내려놓고 다른 종들의 움벨트를 고려하며 동등한 지위를 부여할 수 있을까요?

야생적인 공간이란, 생물군의 다양성을 높이는 것과 별개로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공간이라고 바라보았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온전한 야생보다 더 ‘야생적인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곳을 살펴보았습니다. 우리는 ‘인간 식량’의 생산지였던 ‘논’에서 그 가능성을 엿보려고 합니다. 

논은 논을 돌보는 인간의 거주지를 비롯하여 다양한 생물종의 주거지를 포용할 잠재력이 있으므로,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인간의 지배적인 지위를 내려놓고 ‘모두’를 위한 공간으로서 동등한 지위를 가지기에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에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금개구리 논을 선정하여 논의 그리드를 재구성하고, 모두와 함께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최종적으로는 생물의 보고이자, 다양한 비인간 생물군들의 중요한 생태계적 노드의 기능을 복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존의 금개구리 논은 성토되어 습지 기능을 잃었습니다. 저희의 설계안은 논의 수로를 대지 내로 유입시켜 생태습지 기능을 복구하고, 인간과 비인간 생물군들이 모두의 집이자 길로 사용할 수 있게 배치했습니다. 각 주거를 이어주는 회랑은 다른 생물군의 동선으로도 사용되며 모두의 길로 활용됩니다.

그리드 특성을 지니는 사이트인 논에 다양한 변형을 만들어 작은 대지임에도 많은 시나리오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인간 식량 생산지였던 논의 그리드를 변화시킴으로써 인간이 상위 개체의 지위를 내려놓고 관찰자 또는 룸메이트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설계안의 배치도를 보시면, 작은 논밭과 야외에서 인간과 비인간 생물이 함께 쉴 수 있는 다양한 습지 등이 있습니다. 특히 적극적인 공존의 방법으로서 비인간 생물의 공간뿐만 아니라 인간 주거 기능도 만족하여야 하므로 주거 모듈을 활용성 있게 구성하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인간 주거 유닛의 특징은 다른 종들과 적극적인 공존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천장에는 네스트 패스라는 새를 위한 모듈이 삽입되고, 입면에는 논의 다양한 생물군의 주거를 만족시킬 수 있는 비오톱 박스 유닛이 삽입됩니다. 덩어리는 땅에서 들어내 지상 생물들을 막지 않고, 그렇게 들어낸 덩어리 하부는 다른 동물들의 주거지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체 단면을 보면 우리의 길이 미생물군의 길이 됩니다. 서로의 움벨트를 존중하며 하부와 상부에 인간과 비인간 생물이 모두 함께 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인간은 오직 인간의 필요에 의해 수중에서 하늘까지, 비인간 생물 각자의 다양한 움벨트, 그들의 거주지를 짓밟았습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공존마저도 인간의 필요에 의해 진행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한편 ‘인간’이라는 종은 육지부터 바다 모두 사용하는 개체로서 모두와 거주지를 공유하는 룸메이트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버드 박스, 배트 박스, 갈대 박스 등은 주변 논가 생태계에서 직접 자재를 구해 만들었으며 지역 조류와 철새, 박쥐들, 무척추 동물들의 움벨트를 고려하여 새로운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런 비오톱 박스들은 이 공간에서 서로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은 친절한 룸메이트로서 작용하게 합니다.

주거 사이를 이어주는 모두의 길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논을 인간이 관조자로서 존재하며 시선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자연을 목격할 수 있게 해줍니다. 기존의 길은 모두의 길이 되고 회랑 자체는 모두의 휴식처로 사용됩니다.

과거부터 인간 식량 생산지였던 논에 대한 그리드를 인간 중심이 아닌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재해석하고 생물군들을 같은 위계로 바라봄으로써 공간을 내어주고 비로써 이들은 공존할 수 있게 됩니다. 논은 계절에 따라 순환하며 자연과 함께 움직입니다. 기존 생산의 공간에서 탄생과 공존의 공간으로 바뀌며 인간, 자연은 합일화됩니다. 

특히 이번 설계 프로젝트를 통해서 기존의 인식적인 변화를 꾀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의 주거에서 더 이상 인간만이 사는 것이 답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경험을 통해 기존의 거주에서는 혐오감, 두려움을 가졌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그들을 존중하는 법 또한 알아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저희가 생각하는 논 리와일드의 미래 시나리오입니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조재원  논의 성격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경작지로서의 논 외에 순수하게 습지 상태의 논을 이용하여 주거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잠재성을 본 것인가? 그리고 리노베이션이라는 제안의 형식은 새로운 자원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앞으로 100년의 방향을 틀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자는 취지다. 성토된 논을 다시 습지로 바꾸고 그 습지 상황을 유지하기 위한 별도의 노력 없이 시나리오가 가능한지 알고 싶다. 논이 논으로 기능하려면 물을 관리 하는 시스템이나 대지에서 서로 연결된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논의 습지라는 성격에만 초점을 둬서 아쉽다.

김정임  조재원 심사위원의 질문에 추가적으로 질문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이기에 지금까지 논이 있었고 도시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이나 밭을 메워 아파트를 지었다. 앞으로 논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저밀도의 주거단지 프로토타입을 제안하는 프로젝트인가? 그렇다면 왜 굳이 논에 인간의 주거를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논가  기존 논 개발이 아파트 단지조성을 위한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다면, 이제는 성토시키고 공항부지의 확장으로 위기에 처한 논의 생태 습지 기능을 복구 시키고자 한다. 논은 수상과 지상 그리고 습지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태의 노드 기능을 복구 시켜 인간과 비인간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토타입의 주거를 계획했다.

김정임  모두를 위한 길이라는 개념이 인간 중심적인 시각 아닌가? 인간이 갈 수 있는 길은 비인간에게 생존 여부가 걸린 불편한 길이 될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

최진우  추가적으로 부지에 대한 고민을 듣고 싶다. 대상지 주변에는 공항과 골프장이 있고, 3기 신도시가 남쪽과 서쪽에 개발 예정이다. 논이 다 매립되고 도시가 들어설 예정인데, 성토가 된 밭은 다시 논으로 만들겠다는 단순한 접근이 아니라 주거지로 건축하겠다는 아이디어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주거지가 아닌 논에서 생물종을 관찰, 학습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시설도 가능했을텐데 굳이 주거지를 고른 이유를 알고 싶다.

논가  논에서 인간과 비인간의 직접적인 교류가 일어나기보다는 인간은 다른 생물종의 관조자, 도움닫기의 역할을 하며, 비오톱 박스와 같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시간이 지나면 비오톱에 비인간이 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생물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그들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물리적 변화뿐만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경험을 통해 인식 변화도 꾀할 수 있다. 기존의 주거에서 혐오감과 두려움을 주었던 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을 하고 더 나아가 그들을 존중하는 법도 알아갈 수 있다. 또한 여러 종류의 비인간이 존재하는데 지상,수상, 그리고 하늘을 모두 사용하여 그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개체는 인간 뿐이다. 다양한 비인간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하여 룸메이트라고 정의했다.

정림학생건축상 2024 ‘모두의 집: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 공개 심사 영상 / 입선 – 논가

원고화 및 편집 심하늘

논가

분량4,051자 / 8분 / 도판 14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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