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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발효도시

신민, 이현민


신민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이현민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인류세(Anthropocene) 담론은 지구가 맞이하고 있는 위기를 규명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주체 역시 인간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인류의 기원이자 공생의 동반자인 미생물은 인간이 지구의 유일하고 중요한 행위자가 아님을 알려준다. 미생물은 수십억 년 동안 피드백을 통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를 지원하고 모든 유기체와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인류세를 넘어 미생물세(Microbiocene)로 관점의 이동은 인간을 생태계 그물망의 일부로 재인식하고 인간-비인간의 공존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미생물과 공생함을 인지할 수 있을까? 미생물에 의한 발효는 생태계 순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생명체들이 더불어 진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는 미생물세 돌입을 위해 미생물이 생태계 영양소 순환을 돕는 자연현상인 ‘지구적 발효’와, 인간이 미생물과 함께 진화해오면서 전승된 활동인 ‘문화적 발효’를 통해 미생물-인간-지구의 공생을 인지하고자 한다.

먼저, 인간의 삶에 필요한 건축 재료는 미생물의 발효 과정을 거쳐 퇴비가 된다. 발효된 토양은 미생물 집합체로서 생태계 다양성을 대변하며, 이러한 순환을 통해 인간과 미생물이 맺는 상호작용이 지구적 규모로 확장된다. 또한, 발효 과정을 거친 음식은 체내 미생물 생태계를 지원하고 보충한다. 이러한 발효 음식은 인간이 미생물과 함께 진화해오면서 문화적 정보로 전승되어 왔다. 발효음식을 만드는 문화는 미생물의 세계를 배우고, 미생물과 더불어 일하는 법을 인간에게 선사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발효를 실천할 장소는 어디일까? 아파트는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공동주거로, 이곳은 발효를 위한 재료, 음식 저장 환경 그리고 문화적 정보 교환의 가능성이 풍부한 장소이며, 앞으로의 문화적 발효를 위한 실험의 장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계획대상지로 선정한 남산맨션아파트는 현재 유일하게 남산자락에 위치한 아파트다. 남산의 생태는 건축 재료로 활용할 수 있으며, 지구적 발효 과정을 거쳐 퇴비가 될 수 있다. 건축 재료가 될 수 있는 균사체는 남산의 주요 등산로를 따라 존재하는 군락지에 존재한다.

나아가 미생물세에서 발효를 통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는 지구적, 문화적 발효를 통해 인간이 미생물-지구의 공생을 돕는 ‘미생물 매개자’의 역할을 상정하고, 새로운 ‘발효 순환고리’를 제안한다. 미생물의 발효산물들 중 에탄올을 추출해 처리한다면 연료를, 균체와 반죽을 이용한다면 식량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주거환경에 새롭게 설치된 발효실을 통해 문화적 발효를 거쳐 발효 문화를 형성한다. 발효산물 중 남은 부산물을 통해 균사체를 배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균사체 블럭/패널은 발효실의 건축재료가 되고, 지구적 발효를 통해 자연으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 발효 순환고리를 통해 문화적 발효와 지구적 발효가 일어나는 미생물세의 도시를 구현보고자 하였다. 먼저 기존 남산맨션아파트 주거공간 입면부에 발효실을 설치한다. 이는 미생물 매개자인 인간이 발효 순환고리의 실천을 통해 미생물-인간-지구의 협업을 인지하는 과정이다. 나아가, 수직발효도시는 발효가 인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미생물과 다수 종이 공생 및 협업하는 것의 인지를 넘어 인간이 진정한 미생물세로 돌입하는 과정을 구조화한 도시이다.

미생물-인간-지구의 공생 및 협업 인지를 넘어, 어떻게 인간이 스스로를 생태계 그물망의 일부로 인지하는 미생물세로 돌입할 수 있을까? 인간의 몸은 다양한 미생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과 함께 끊임없이 변화한다. 인간 몸 안이나 위에 사는 미생물 생태계는 미생물의 개방적이고 유연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인간의 건강을 미생물 생태계의 변화와 관계시킨다. 이는 수직발효도시 안에서 미생물 교환을 통해 인지되며, 인간의 몸이 다양한 미생물 및 타자의 미생물들과 구성되고 함께 변화되어 공진화하는 군집체임을 인지하도록 한다. 

더불어, 수직발효도시의 순환고리는 발효 과정 속 발효 산물을 활용하여 인간 주거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건축적 시스템과, 균사체를 증측부에 활용하고 이를 자연으로 환원하는 지구적 발효로 구성된다.

기본적인 수직발효도시의 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세대 발효실과 공동 발효실에서 축적한 발효산물이 수거되면, 발효산물 샤프트를 따라 발효처리실로 이동한다. 이를 미생물과 함께 발효시키고, 발효산물인 에탄올을 공정을 통해 연료화한다. 이는 다시 코어의 에너지샤프트를 통해 주거 유닛으로 공급되며, 다시 주거와 발효를 위한 에너지로 재활용된다.

균사체가 순환되는 지구적 발효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남산 인근의 식생과 균류를 활용해 배양하고, 블록과 패널 형태로 생장한 균사체는 건물 증측부에 활용된다. 더불어, 외피에서 자라나는 버섯은 식량으로 활용될 수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손상되거나 변형된 균사체 블록은 분해되고, 이는 퇴비가 되어 생태계 순환의 거름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수직발효도시로의 변화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의미하며, 인간의 특권적 위치를 비인간 존재들의 요구에 응답하는 위치로 전환하는 것이다. 발효가 삶의 일부인 미생물 매개자들은 생태계 그물망의 일부로서 존재하며 진정한 미생물세로 돌입하게 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조재원  프로그램은 거주지인가?

수직발효  그렇다. 벽식조의 기존 구조물을 모두 변경하기 어려웠고 입면부 증축 외에 개입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부 프로그램은 아파트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정리했다.

조재원  발효를 통해 균을 자연적으로 채취하는 문화가 생긴다면, 발효를 통한 먹거리 생산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단순히 주거지로 그치기보다는 생산까지 이어진다면 더 풍부한 문화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미생물 목욕탕과 일반 목욕탕이 다른 지점을 설명해달라.

수직발효  일반적으로 목욕탕은 일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목욕탕은 미생물이 인간의 체외로 나가서 교환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조건이다. 이러한 공간에서 유용한 미생물을 획득한다면 미생물 목욕탕은 치료의 목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조재원  사람의 몸과 몸 밖 세상의 경계가 확실하다는 전제를 깨뜨린 점이 흥미로웠다. 이 프로젝트에서 몸의 경계가 흐려지고 몸 안과 밖이 계속 소통한다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의 건축 양식이자 삶의 양식을 보여줘서 재밌었다. 다만 이런 경계에 대한 내용과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서 아쉬웠다.

김정임  아파트 한 동 안에서 이루어질 자체적인 순환을 목표로 한 것 같다. 에너지 측면에서 몇 명이 거주했을 때, 미생물이 발효되며 나온 에탄올을 다시 주거에 사용되는 에너지로 순환시킬 수 있는지 계산해 보았나?

수직발효  일반적으로 발효 과정을 통해 얻는 바이오 에탄올 같은 경우, 미국의 대규모 경작지에서 높은 순도로 추출 가능하다. 지금 당장은 그 기술이 상용화되긴 어렵지만 추후에 기술이 발전하게 된다면 아파트 정도의 작은 규모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계산해보진 않았으나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하여 프로젝트에 시스템으로 도입했다.

최진우  수직 발효 도시가 될 수 있는 아파트 건물은 어디에 입지하는 것이 유리한지 궁금하다.

수직발효  입지 같은 경우, 주변에서 균사체를 획득하고 퇴비를 배출할 수 있는 곳이면 가능하다. 도심 한가운데보다 자연과 가까이에 위치한 아파트를 우선적으로 선정했다. 균사체와 순환고리를 만들 수 있는 곳이면 입지할 수 있다.

최진우  발효된 미생물을 누가 이용할지 알고 싶다. 사람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아오는 여러 곤충이나 새들에게 중요한 먹이와 보금자리가 될 수 있을지, 또는 주변 숲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수직발효  (자료를 통해) 식생이 잘 발달한 군락지에 균사체를 배양할 수 있는 버섯들이 훨씬 더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미생물 생태계가 풍부해지면 이러한 군락지가 잘 형성될 수 있다. 

정림학생건축상 2024 ‘모두의 집: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 공개 심사 영상 / 입선 – 수직발효도시

원고화 및 편집 심하늘

수직발효도시

분량3,877자 / 8분 / 도판 13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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