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의 우리
송유연, 김자현
분량2,887자 / 5분 / 도판 14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작업설명
송유연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김자현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거주하는 주체가 바뀌는 오일장
세화해녀민속오일장 리-이노베이션 프로젝트, ‘물 속의 우리’는 2100년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 프로젝트는 해당 건물의 3가지 시간 단위에 대해 고민한다. 현재까지 인간만 사용했던 건물, 리노베이션 후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게 될 건물, 그리고 인간은 떠나고 해양생물의 쉘터로 넘겨질 건물이다. ‘세화해녀민속오일장’이라는 이름처럼 해녀의 공생 정신을 이어받고 다시 해양생물을 통해 해녀의 삶에 기반이 되는 공간이 될 것이다.

소라껍데기와 같은 쉘터
미국해양청에 따르면 2100년까지 해수면이 총 2.4m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에게 맞춰진 해안도시는 해수면 상승 시 거대한 쓰레기장이 되어 해양 생태계 서식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로 인해 서식지 이동에 방해받고, 무너진 건물의 콘크리트에서 나온 탄산칼슘은 바닷속에 녹아 갯녹음(바다 사막화) 현상을 만드는 등 해안 생태계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소라껍데기는 소라가 죽어도 여전히 소라게의 안식처가 되어 생명력을 유지한다. 소라껍데기처럼 다른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다면, 건물이 바다속으로 잠기더라도 여전히 다른 생명체들의 쉘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화해녀민속오일장과 자연을 생각하는 해녀정신
해수면이 상승하면 가까운 미래에 해안 도시의 대부분이 바다에 잠긴다. 특히, 제주도는 해안마을이 55.3%에 차지하며 지대가 낮아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이트인 제주시 세화해녀민속오일장은 세화해변 앞, 저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해수면이 1m만 상승하여도 침수될 위기에 놓여 있다. 세화오일장은 1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장이 열리는 하루를 제외하고 나흘 간은 사람이 찾지 않고 있다. 어둡고 삭막한 공간 탓에 해안 경관을 저해하고 범죄에 노출되는 등 골칫거리가 되어 주민들의 폐지 요구를 받고 있다. 현재도 나흘 간 인간이 사용하지 않는 문제를 겪고 있으며, 해수면 상승시 가장 먼저 인간이 거주하지 않게 될 건물이다.
틈에 사는 생물들을 위한 공존의 ‘틈’ 만들기
많은 해양 생물은 표면이 거친 단단한 암석에 부착하거나 바위 틈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슬라브, 벽, 기둥, 보 등 건물에 틈을 형성하고 해양 생태계에 중요한 해초와 산호가 부착할 수 있는 거친 표면을 만들어 생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사람만 존재하던 기존 건물 전체에 틈을 만들고 두 개의 교차되는 램프를 설치하였다. 하나는 사람이 시장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잇고, 하나는 자연의 공간들을 잇는다. 두 램프를 사용하여 자연과 사람이 서로의 생활환경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공존할 수 있다. 중정은 인공 구조물로 채우는 대신 굴곡진 조경공간으로 구성하여 자연 해안선을 만든다. 이는 만조와 간조가 반복되면서 범람 퇴적 과정이 발생하고, 결과적으로 염습지가 형성되어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기존 오일장의 철골 기둥을 그대로 보존한다. 기존 철골 기둥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패각 콘크리트를 뿜칠하고, 보강을 위해 4개의 재활용 플라스틱철골 기둥을 추가하였다. 기둥 사이의 부재는 보강 기둥을 고정하면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틈이 된다. 슬라브와 벽은 현무암 패각 개비온으로 되어 미시적인 틈을 형성한다.



2100년, 지속가능한 쉘터
장날에는 사람들이 공간을 채우고 이용할 것이며 해녀의 쉼터와 해초건조장은 자연과 함께하는 생산의 공간으로 작동할 것이고, 생물들은 틈에서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거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건물은 방치되지 않고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된다. 해수면 상승에 따라 인간을 포함한 각 생물이 점유하는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동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건물에 거주하는 주체가 변하게 된다. 소라가 죽어도 여전히 소라게의 안식처인 소라껍데기처럼, 다른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품은 세화해녀민속오일장은 해수면 상승 이후에도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을 것이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조재원 소라껍데기에 프로젝트를 비유한 점이 흥미로웠다. 소라가 죽은 뒤에 다른 생물이 소라껍데기를 이용하듯, 시간이 흘러 다른 생물의 거주지가 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었다. 해수면 상승이라는 비극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건축이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할 지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줬다.
최진우 해수면 상승을 대비한다는 시나리오로 접근해 제주 오일장 대지를 접목한 점이 흥미롭다. 그런데 궁금한 점은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면 주변 자연물들도 물에 잠길 것이다. 오일장에 다른 자연물보다 해양생물이 더 찾아올 수 있는지 아니면 인간의 이용성만을 고려한 해법인지 궁금하다.
물속의우리 해안 생태계에 대한 문헌조사를 통해 많은 생물이 암반에 붙어 생활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대상지에 암반과 모래가 충분했기에 다른 곳보다 대상지로서 적합했다. 그리고 포장이 잘 된 콘크리트 건물에서 해양생물에게 안 좋은 탄산 칼슘이 방출된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그래서 오일장 건물에 개비온을 활용하거나 틈, 거친 표면을 형성하여 해양생물이 더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쉘터가 되도록 설계했다.
김정임 기존 구조물에 철골 기둥을 세우고 상부층에 증축하는데, 건물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탄소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 이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지 알고 싶다.
물속의우리 제주 오일장은 층고가 높은 단층 건물이고 철골 기둥이 굉장히 빽빽하다. 리모델링을 진행하면서 기둥이 불필요한 부분을 철거하고, 철거 자재를 증축할 때 재사용했다. 기존의 부재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원고화 및 편집 심하늘
물 속의 우리
분량2,887자 / 5분 / 도판 14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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