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은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
유승완, 조슬기, 이지오
분량2,477자 / 5분 / 도판 19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작업설명
유승완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조슬기 충남대학교 건축학과
이지오 서울대학교 의학과

‘인류세’에 도달한 지구는 인간의 파괴적인 활동으로 지구열탕화(global boiling)와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더는 스스로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구를 치유하고 ‘모두’를 위한 지속가능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인간은 그간 행해온 환경 파멸적 행동에 대해서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 인간이 다시금 개입하여 지구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이 우선이다.
대전의 도시화는 일제의 경부선 건설과 함께 시작됐다. 철도의 개발로 교통의 요충지가 된 대전은 대전역을 중심으로 확장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도시는 성장할 수밖에 없었지만, 최근 출산율 감소와 수도권과밀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방 도시의 인구는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대전 역시 인구소멸을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기존의 고속철도망을 활용한 ‘압축도시’의 개념을 바탕으로, 대전이 다시 대전역 주변으로 축소하게 되는 미래를 상상해본다. 대상지인 유성구에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으면 어떻게 변할까? 인간이 사라지고 버려진 도시는 스스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대전이 다시 ‘습지’가 되고 기존의 생태계가 되돌아오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대전은 대청호와 함께 대전시 3대 하천인 갑천, 유성천, 대전천이 분포하고 있어 내륙습지가 형성되기 매우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하천과 도시의 경계가 대부분 강둑으로 막혀 현재는 습지의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곳은 매우 제한적이다.
대상지인 궁둥 대학가 일대는 ‘습지’로서 농업과 자연 생태계가 풍부하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1980년 충남대 및 카이스트 캠퍼스가 들어오면서 계획도시로 발달하게 되었고, 지금은 예전 갑천 습지의 생태환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는 대전을 기존의 생태환경인 ‘습지’로 돌려주는 ‘습지 레노베이션’을 궁동에 제안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도시의 일부를 자연에 돌려주고 인간이 가진 기술을 이용해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만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자연에 돌려주는 ‘돌려주기’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은 인구변화에 대응이 가능한 ‘메타볼라이징 하우징’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인간이 떠나도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최종목표이다.
무분별하게 확장하던 도시는 자연을 밖으로, 더 밖으로 밀어냈다. 인구가 감소하고, 인간이 만든 도시를 비워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혹은 인간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수많은 시간 동안 인간 외에 다른 생물을 배척하고 자신만의 세상을 건설하던, 그대들은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







심사위원 질의응답
조재원 심사위원들은 이 질의응답 자리가 우열을 가리는 심사의 자리보다는 각자가 연구한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프로젝트가 공유해줄 내용은 큰 스케일의 변화를 다뤘다는 지점이다. 한편으로는 논리적인 비약이 아쉽다. 특히 이 정도의 큰 스케일에서 목조 건축 시스템을 얘기했는데, 건축을 지우는 방법을 얘기하고 싶은지, 지우고 새로 짓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은지 궁금하다.
그어사 자연이 리와일딩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자리를 비켜줘야 한다. 인간은 지금 충분히 밀도높은 생활을 할 기술력을 갖췄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인간이 점유했던 도시라는 공간을 내어주는 것이 시급하다. 그런 요소로서 메타볼라이징 하우징을 제안했다.
조재원 철거가 대단위로 이루어진 다음에 새로 지을 때 목조 시스템으로 짓는다는 말인가?
그어사 그렇다. 인구 감소에 대한 예측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목조 모듈러 주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정임 다이어그램으로 표현한 목조 시스템의 단계별 변화를 봤을 때, 3단계에서 5단계로 나아가는 부분에서 목조 구조가 줄어들고 그 자리에 콘크리트로 지은 듯한 새 건물이 있다. 이 부분은 개념적인 아이디어인지, 자급자족 에코 빌리지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구조물인지 설명해 달라.
그어사 대상지에 다세대, 다가구 주택이었던 콘크리트 건물이 굉장히 많다.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고 그 위에 목조를 덧대어 짓는다. 그 이후에 목조가 사라지면서 다시 기존 건물의 골조가 드러나고 새것과 옛것이 섞여 있는 풍경이 된다.
최진우 습지 복원 과정에 대해 추가 설명을 듣고 싶다. 시간이 흐르면, 과거의 강물이 흐르던 지형으로 자연스럽게 모래가 깎이고 쌓일 수 있을텐데, 지형을 마름모 형태로 만든 이유가 있나?
그어사 강의 길을 새로 만들어주는 프로젝트인 스위스 제네바의 리버 아이어(River Aire)를 많이 참고했다. 인간이 만든 그리드 체계에서 물줄기가 흐르고 퇴적과 침식을 거치며 자연스럽게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래서 프로젝트에 그런 부분을 적용하였다.
원고화 및 편집 심하늘
그대들은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
분량2,477자 / 5분 / 도판 19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작업설명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모든 텍스트는 발췌, 인용, 참조, 링크 등 모든 방식으로 자유롭게 활용 및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문의 출처 및 저자(필자) 정보는 반드시 밝혀 표기해야 합니다.
『건축신문』 웹사이트 공개된 이미지의 복제, 전송, 배포 등 모든 경우의 재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