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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아, 정민지, 김혜린


박재아 서울대학교 조소과
정민지 서울대학교 조소과
김혜린 서울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인간의 본성은 간단하여, 실외에서 쾌적의 범위를 넘어서는 열기나 한기가 느껴질 땐 쾌적한 실내로 들어가고자 한다. 하지만 이 불변의 본성이 계속 지금의 도시 형태에 적용이 된다면 미래는 돌이킬 수 없는 선을 건너게 될 것이다. 본 팀은 더 나은 미래 기후 시나리오를 위해선, 사람들의 인간중심적 인식과 태도를 개선하는 것이 도시의 기본 설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생명종들이 가진 동등한 힘을 인정하고, 인간 외 생명종들이 더 많은 가능성을 만들 수 있는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다.

공개공지의 한자 뜻을 풀어 서술하면, ‘공평하게 열려있는 땅’이다. 주어가 정해지지 않은 이 공개공지는 과연 누구를 위한 공개공지일까? 본 팀이 기존 공개공지의 조례를 조사한 결과, 공개공지의 주인은 ‘인간’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인간만을 위한 공간을 오히려 불공평하게 전복하는 ‘비공개공지’를 제시한다. 인간과 비인간이 비공개적으로 분리된 구역에서 서로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관조하며, 도시 생태계 내에서 동등한 지위를 가진 존재로 인식하게 하는 공존을 만들고자 한다. 건축법에 의해 필수적으로 조성되어야 하는 공개공지는 도심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인프라이자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다는 점에서 확장 가능성이 있으며, 일상적인 공간적으로서 인간의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한, 본래의 의도와 다르게 흡연 공간으로 사용되거나 미흡한 식재 관리로 쾌적한 도시 환경을 저하하는 등 활용도가 낮아 대안 제시가 유의미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런 공개공지가 비공개공지화된다면 분명 새로운 도시 환경을 위한 열쇠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 팀은 한국에서 도시화가 가장 활성화된 서울특별시 내에서도 가장 공개공지 비율이 높은 금천구의 가산디지털단지 일대를 대상지로 삼았다. 도시 안에서도 비인간종들이 위계가 잡힌 ‘관리’가 아닌 서로의 지위를 인정하는 ‘관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가산디지털단지의 실제 사이트에 적용하여 보여주고자 하였다.

비인간을 위한 비공개공지

기존에 인간을 위해 조성되었던 외부의 공개공지를 비인간을 위한 비공개공지로 전환한다. 이때 비인간종은 생태계 구성에 필요한 무생물, 생산자, 소비자, 분해자를 모두 지칭한다. 비공개공지의 경계는 모두 하하벽(Haha wall) 개념을 활용하여, 나뉘었음에도 시야는 변하지 않아 서로에 대한 자연스러운 관조가 가능해진다. 공간의 특성에 따라 바람구릉형, 들판형, 빗물움푹형 세가지 유형으로 나눴으며, 땅 침수 위험도, 일조량, 건축물이 내뿜는 열에너지 등을 고려해 유형을 선정한다. 생태계의 에너지 순환에 맞춰 필요한 초기 인프라를 구축하여, 이후 비인간 비공개공지가 인간의 개입 없이도 자생이 될 수 있도록 한다. 

인간을 위한 비공개공지

인간을 위한 비공개공지는 기존 건물, 공개공지, 그리고 도로와의 관계성을 고려하여 기본형, 광장형, 통로형의 총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먼저 가장 보편적으로 설계될 기본형은 상업 지구 1~2층에 다수 분포하는 상점가를 건물의 코어부분으로 이동시키고, 자연스럽게 비어지는 건물의 가장자리는 사람들이 편하게 이동하고 쾌적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확장된 복도식 실내 공간으로 조성한다. 비인간 비공개공지와 맞닿는 구간은 통유리로 설계하여 실내에서도 개방된 공간감을 선사한다. 광장형은 지하주차장을 공유하는 단지 내 건물 사이 잉여공간에 조성한다. 해당 공간은 비인간 비공개공지와 맞닿은 실외 공간으로, 기본형과는 다르게 더욱 폭넓은 감각으로 비인간 비공개공지를 체험한다. 마지막 통로형은 인근 건물, 혹은 도로변 횡단보도와 연결되어 외부의 인프라와 닿을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한다. 

이렇게 설계된 두 종류의 비공개공지는 서로 다른 레이어에서 각각의 연결성을 가진 채 도시 내에 공존한다. 비공개공지를 통해 발화되는 관조와 존중의 태도는 분명 오랜 역사 동안 박혀있던 인간 중심의 사고에 새로운 변화를 줄 것이다. 이 작은 변화의 시도가 곧 인간에게 더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오는 순간,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는 토대가 되어줄 것이라 기대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조재원  그동안 공개와 비공개, 프라이버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인간과 비인간을 지속적으로 이분화해서 얘기해왔지만, 그 중간 단계에서 인식의 경계를 계속 탐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짓느냐가 문제일 텐데, 이러한 관점에서 이 시나리오의 가장 큰 위험요소나 제한 요소가 있다면 무엇일까? 관조라는 관계를 설정했는데,  예상되는 갈등에 대비하기 위한 설계자의 제안이라고 볼 수 있을까?

TOSP  우선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부터 드리면, 우리가 관조라는 개념을 강하게 어필한 이유는 공개공지라는 사이트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공개공지는 도시 안에 있는 공간인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흐리는 것은 도시가 아닌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도시는 인간 중심적인 문명의 공간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의 공존은 관조를 통해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관조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그리고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우선 도시 내에서 대다수가 생활하는 이 공간에서 공간적으로 서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첫 번째 단서가 형성된다면 자연스럽게 도시 외부로도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이 설계를 시작할 때는 철새의 이동을 먼저 고려했다. 철새에 대해 조사하던 중, 철새 보호구역에서 산책길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인간과 비인간의 교류가 모두에게 행복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막연하게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한 공간적 공유만을 공존으로 여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서로의 지위를 동등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보았고, 그 기초 단계로서 비공개공지를 제안했다.

김정임  제시된 주제가 매우 흥미로운데, 그 중에서도 마지막에 언급된 네트워킹 가능성이 실천 가능한 주제로서 주목할 만하다. 비공개공지끼리 네트워킹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인간의 비공개공지와 모두를 위한 비공개공지가 서로 네트워킹될 때 그 레이어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존 도로를 건너야 하는 등의 이슈가 생길 텐데, 이를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해 생각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 방식을 설명해 주기 바란다.

조재원  이와 관련해서 주제 발표에서 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 제안이 표면만을 다루고 있지 않은데, 그 하부의 토양에 대한 부분도 궁금하다. 대부분의 그림에서는 지표면 위쪽만 그려져 있었는데, 혹시 그 아래 토양에 대한 고려가 포함되어 있는지, 그에 대한 추가 설명을 듣고 싶다.

TOSP  우선 통로의 경우, 발표 시간의 제한으로 설명이 미흡했다. 우리가 고민했던 것은 어떻게 서로를 인식하면서도 공간을 다른 레이어로 분리할 수 있을지였다. 그래서 비인간 비공개공지의 공간 설계에서 오른쪽에 사이 통로를 두어서 식재와 토양을 주된 고려 사항으로 삼았고, 동물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작은 사이 통로를 두어 연결했다.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장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을 위해서는 통로형을 두어 실내 공개공지끼리 이어지고, 또 광장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비인간을 위해서는 도로 아래의 사이 통로로 이동할 수 있게 설계했다. 또한, 초기 조성시에 매우 중요하게 고려한 것 중 하나가 벌레 호텔이다. 이동을 촉진하는 생명체로서 곤충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토양과 관련해서는, 초반에 설명드린 것처럼 현재 공개공지 아래에는 주차장이 빼곡하게 자리잡고 있고, 지하철 등의 이슈도 있다. 선언적인 성격으로 선택한 부지이기는 하지만 비현실적이라는 것은 우리도 인지하고 있다. 토양과 식재가 어우러지는 공간 역시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하고는 있으나,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설계안에서는 다소 제한적으로 표현되었다. 하지만 계획 상에서는 행복한 뿌리 역시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최진우  비인간이라고 명시했지만, 과연 비인간 생물이 누구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오피스 빌딩, 산업화된 도시 건물 블록에서 어떤 야생동물과 공존할 수 있을지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고민이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부 동물이나 곤충은 우리가 쉽게 환영하고 반길 수 있지만, 어떤 종류는 매우 민감하게 여길 수 있기 때문에 공개공지라는 성격 상 이곳에 살게 될 야생 동물의 성격이 우리가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단순히 충분한 간섭 거리, 물리적인 거리가 있어야 하고, 어떤 생물들에게는 더 넓은 면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소음이나, 건물에서 반사되는 햇빛, 유리창 조명 등 많은 상충되는 요소가 있다. 그래서 이 모든 조건을 고려할 때 어떤 생물이 가능할지, 공개 공지라는 제한 조건 내에서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가장 큰 타협점은 무엇일까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TOSP  토양이 건강하면 자연스럽게 건강한 식물이 자라고, 그러면 그 식물을 먹이로 삼는 동물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물보다는 토양과 미생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였다. 그래서 토양의 비옥도와 미생물의 존재를 측정하여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았다. 어느 정도는 도시 내에서 토양을 개방하는 행위 자체가 비인간적 요소를 고려하고 지구를 생각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서울의 불투수율 문제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정림학생건축상 2024 ‘모두의 집: 내일의 지구를 위한 오늘의 건축’ 공개 심사 영상 / 대상 – This Open Space is Private

원고화 및 편집 최정원

This Open Space is Private

분량4,895자 / 10분 / 도판 15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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