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에서의 1년
김조운, 장주영, 정세영
분량4,195자 / 8분 / 도판 11장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작업설명
김조운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전공
장주영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전공
정세영 한양대학교 건축학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건축적 연구가 왕성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바이오머티리얼의 활용은 재료적으로 미래를 그려 나가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해당방식은 다양한 농수산업 부산물의 활용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굴 껍질, 볏짚, 동물 모피 등의 재료들이 그 예시이다. 농어촌을 기점으로 한 지역재료의 연구와 활용은 바이오머티리얼 건축의 핵심가치이다.
본 프로젝트는 앞선 접근이 서울과 같은 도시 환경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 질문을 던지며 시작된다. 다양한 후보군 중 서울이라는 맥락에 가장 적합하고, 단일작물에서 활용가능한 다량의 산물이 생산되는 작물로 수세미(LUFFA)를 선정하였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뿐만 아니라 경제불황에 따른 건축비용 절감 이슈는 우리가 기존 건축자원의 재사용과 건축물의 생애주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시사한다. 본 프로젝트는 재료적인 관점에서 해당 이슈들을 바라보고, 철거 시 발생하는 건축자재를 선별하고 재사용하는 과정에 대한 고민을 프로젝트의 방향성에 반영하였다.


대상지로 선정한 혜화동은 준공 후 40년이 지난 적벽돌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다. 그 중 현 마로니에 빌라의 현황도를 살펴보면 낮은 층고, 얇은 슬라브, 그리고 저층 건물이라는 구 빌라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오래된 건물에서 진행되는 철거 및 시공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시기별 공간 구획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혜화동에서의 1년’은 재사용 자재들과 바이오머티리얼이 가공 및 혼합되어 건축에 실험되고 적용되는 과정을 기획하고자 한다. 바이오머티리얼의 활용은 시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수세미와 같은 한해살이 식물의 활용은 구체적인 연간 일정의 수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1년이라는 시간은 특정 규모의 건축물이 자리잡을 수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건축 행위가 이루어지는 대상지에서 1년 간 ‘작물재배-수확-가공-재생산’의 과정과 ‘건축물의 철거-자재 재가공-시공-운영’의 과정이 건축 현장에서 함께 이루어지는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본 프로젝트가 제시하는 연간일정은 다음과 같다. 1월은 부분적인 철거와 재사용자재를 수급하는 단계이며, 이 시기에 지하공간의 벽을 철거하여 대공간을 만들고 해당공간에서 철거된 시멘트와 벽돌을 갈아 순환골재와 재사용 황토로 만든다. 2월은 구조보강과, 수세미재배를 위한 수도 및 운반 설비를 사전에 설치하는 단계다. 3월은 본격적인 수세미재배를 준비하는 시기로, 인접덩굴과의 간섭이 생기지 않도록 화분 간 500mm를 띄우고 7.5-10m인 줄기의 최대 성장길이에 따라 건물 내에 배치된다. 그리고 재사용 황토에 거름을 주어 수세미 종자를 재배한다.

4월은 수세미를 화분에 이식하고, 오피스 공간을 시공하는 기간으로, 건물 내부뿐만 아니라 옥상층에서도 수세미는 주변건물로 연결된 그리드로 엮인 로프를 통해 재배된다. 5월은 오피스 공간의 사전 마감 단계이고 이후 3개월간은 오피스 운영과 함께, 수세미의 성장과 재배를 주된 목표로 한다. 9월은 여름동안 성장한 수세미를 수확하고, 가열 및 건조하는 시기이다. 수확한 수세미는 유기성분이 분해되어 건축재료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때문에 가열을 통해 유기성분을 제거 후, 건조하여 얻은 섬유질이 재료로 사용된다.

10월은 건조된 수세미를 분쇄하고, 단열재로 만드는 단계로, 재사용 황토와 수세미 섬유질을 배합해 단열재를 만들며, 이때 만들어진 LUFFA CLAY 단열재의 규격은 450*450mm 두께는 50mm이다.

11월에는 본격적으로 LUFFA CLAY 단열재(LC단열재)가 프로젝트에 입혀지는데, 이때 건축디자인은 열었던 공간의 내외부를 구분 짓는 방향으로 발전되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한 공간을 다른 공간으로부터 보호해줌과 동시에 연결시키는 건축적인 장치인 문에 LC단열패널을 적용하였다. LC단열패널은 캐스팅 시 내장되는 와이어로 문 프레임과 결합된다. 현재로써 부족한 단열 성능은 문의 내부와 외부에 이중으로 단열 패널을 붙여 보완하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은 구동 설비와 함께 12월에 설치된다.


LUFFA CLAY DOOR는 바닥에 내재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수세미의 성장기인 4월에서 9월 반년은 서측 문을 열고 수세미 그린월을 열린 입면에서 키워낸다. 해당 운영 계획안에서 1층 층고와 지하 주차공간 상부 테라스는 연결되며, 기존 건물의 버려진 외부 공간은 도심지에서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소중한 외부공간으로 탈바꿈된다. 또한 외부와 연결된 지하공간은 이벤트의 스케일에 따라 문을 열고 닫음으로써 공간을 가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재료의 활용은 다양한 인적자원과의 교류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개입되는 인적자원들이 프로젝트의 생애주기 전반에서 지식을 공유하고 향후에도 협업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고자 하였다.
프로젝트 ‘혜화동에서의 1년’은 시기별 변화 과정들을 디자인에 담아냈다. 이는 1년의 공사기간뿐만이 아닌, 향후 건물을 운영하는 단계를 고려한 계획안이다. 지속가능하고 순환성 있는 프로젝트 필드를 여는 혜화가 되기를 희망한다.


심사위원 질의응답
조재원 이 프로젝트는 특히 스케일이 매우 흥미로웠다. 시간의 스케일뿐만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적인 스케일,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특징상 하나의 고정된 클라이언트가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그 클라이언트의 스케일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개입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 서로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반드시 유도해야만 했고 이 측면에서 흥미로운 프레임을 제시해주었다. 시나리오 상에서는 1년 단위로 기획을 했지만, 수세미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이를 돌보는 참여자들이 늘어나면서 다음 단계에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더 상상해보았는지 궁금하다.
혜화동 우선, 현재로서는 1차 완공된 건물에서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수세미를 기를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앞면에 있는 루프와 도어를 열어서 재배를 하고, 재배된 재료는 다시 수확하여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재료의 특성상 흙과 루퍼가 결합되어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속적인 보강이 필요할 것이다. 또 아예 다른 방향으로 섬유지를 활용한 차량을 만드는 등의 새롭고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미래지향적인 활용 방안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김정임 나는 질문보다는 감상을 나누고 싶다. 개인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보았고, 나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예전에 우리가 농사를 주업으로 삼았을 때에는 계절이나 시간의 변화가 라이프스타일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런데 기술의 발달로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훨씬 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게 되었다.
사실 건축가들끼리는 우리에게도 농사 달력처럼 건축 달력이 있다는 농담을 한다. 건축주와 계약을 하고, 설계를 해서, 언제 현장에 착수할지 결정하는 데에도 장마 기간이나 혹한기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만약 건축 과정에 계절이나 시간의 이슈를 접목하여 농사 달력 같은 것을 만든다면, 1년 내내 24시간 일하는 느낌이 아니라 일종의 ‘농한기’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 자원의 활용이나 계절 및 시간의 개념을 건축 과정에 녹여낸 것을 매우 좋게 보았다. 이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었다.
최진우 수세미 말고 후보군으로 고민했던 다른 식물이 있는지 궁금하다. 또, 수세미의 1주기를 보면서 싹이 나고 잎이 나고 열매가 열리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곤충이나 새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는지 알고 싶다.
혜화동 우선, 리서치는 이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도시에도 적용 가능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진행하였다. 덩굴류의 식물은 수직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조밀한 환경에서도 생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수세미를 포함한 다양한 덩굴 식물을 조사하였다. 그중에서 수세미를 선정한 이유는, 다른 덩굴 식물에 비해 많은 산물을 생산하며, 그 산물이 섬유질 기반이라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단열재로 사용하기 좋은 마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였으나, 한국은 마를 재배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아니어서 수세미로 최종 결정하였다. 생물종에 대해서는 많이 찾아본 것은 아니나, 수세미는 곤충들이 좋아하는 식물로 잘 알려져 있다.
원고화 및 편집 최정원
혜화동에서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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