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을 꿈꾸는 폴리
윤정원
분량13,102자 / 영상 38분 43초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강연록
포럼 개요
- 제목: 건축 재료 탐구: 기후 위기와 건축적 대응
- 일시 및 장소: 2023년 11월 23일 오후 7:30~9:00, 정림건축문화재단 라운지(온/오프라인)
- 발표: 최혜정(국민대학교), 윤정원(서울시립대학교)
타임코드
- 00:00~07:37 광주폴리5와 ‘건축생산’ 파트 소개
- 07:38~09:12 광주폴리5 중 ‘이코한옥’ 개요
- 09:13~20:54 지역 자원, 재료, 기술 조사 연구
- 20:55~28:30 프로젝트 진행 과정
- 28:36~38:37 현장 워크숍
스크립트
광주폴리5 – Circular Production
(00:00~02:06) 안녕하세요, 서울시립대학교의 윤정원입니다. 저는 지금 제5차 광주폴리의 건축생산 큐레이터를 맡고 있습니다. 주로 두 해외 건축가 그룹의 폴리에 자원을 투입하거나 국내에서 (자재를) 생산하는 일들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광주폴리를 처음에 시작하게 된 계기는 (최혜정 교수님 발표와도 관련이 있는데) 해외에서는 바이오 재료나 폐기물로 건축 자재를 개발했을 때, 단순히 자재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한 건축 모델을 구축해 하나의 도감처럼 보여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이왕이면 각각의 폴리가 여러 가지 재료를 포용해서 하나의 시스템을 보여줄 수 있는 도감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재료 리서치가 아니라, 자원 채취부터 건물 적용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폐기 단계까지 이어지면 좋겠지만, 그것은 폴리 이후의 단계니까 (이번에는) 포함하지 못 하더라도, 실제 건물 생산의 과정과 거기에 관여하는 여러 주체, 장소의 이야기까지 다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02:07~03:17) 참고 사례로 두 가지 정도를 봤습니다. 스위스나 독일에서는 기본적으로 재료나 기술, 디지털 기술을 개발했을 때 그것이 실제로 건축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건물 유형의 테스트 베드 실험을 합니다. 그래서 지금 보여드리는 UMAR라는 프로젝트(02:37) 역시 각종 재활용 재료로 이루어진 건축 자재들을 실제 건물에 적용합니다. 그 이후 그 건물을 몇 년간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는 프로젝트로 지었어요. 지금은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고요. (이 프로젝트에 쓰인 재료는) 단순히 산업 폐기물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 환경이나 실제 건축물에서 나오는 폐기물들을 마이닝(mining, 채굴)해서 다시 건축 자재로 씁니다. 이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이슈를 그 도서관 안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03:18~04:11) 제가 네덜란드에 있을 때, 서울에서 (건축가들이) 업사이클링 건축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었고, 제가 네덜란드 현지 리서치를 대행했었습니다. 그 당시에 Superuse Studios에서 Villa Welpeloo라는 프로젝트(03:40)를 진행했습니다. 주변 사이트 반경 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활용 자재를 해체하거나 적용해서 건물의 외피와 구조에 적용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여기서 건축가들이 직접 그 지도를 만들고, 재료들을 발품 팔면서 찾아다니고 수거해와서 시스템화까지 했다는 게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04:12~05:37) 2021년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에서 바이오베이스드 머티리얼(Bio-based Materials)을 활용했던 사례(04:20)를 보여줬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이런 식으로 (사례를) 보여주는 게 굉장히 활성화 되어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우연치 않게 적용된 것 중 해조류 플라스터나 흙 카스터 같은 경우에는 잠시 후 소개해드릴, 폴리 참여 건축가가 실제로 만들었던 재료입니다.
2012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행사 Floriade Pavilion 2012에서 너트쉘(Nutshell)이나 목재(Salvaged Timber)를 재활용해 만들어진 파빌리온이 이미 구축되어 있었습니다. (05:02) 그리고 2017년 더치 디자인 위크에서 People’s Pavilion은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수거한 플라스틱으로 타일을 만들어서 건물 외피로 사용했습니다. 그 다음 이 건물들을 다시 해체해 다른 건축 현장에 쓸 수 있도록 전체적인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우측 하단에 있는 사진은) 실제로 건물이 다 사용되고 난 후 각 부품별, 재료별로 해체되어 (건축 현장으로) 가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05:38~06:43) 이런 사례들을 보면, 결국 폴리를 구성하는 재료를 선택할 때, 기존에 사용해온 재료의 분류도 중요하겠지만, 폐기물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하나 추가돼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에너지나 재활용의 문제를 떠나서 지속가능성을 얘기할 때, 그 지역에서 채취 가능한지 혹은 지역의 기술을 활용해서 사회적인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와 같은 다양한 이슈들을 설명하고 고려해야 됩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단열이나 건물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에 통합해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06:44~07:37) 예를 들자면 해초 같은 경우, 우리나라만 해도 침입성 해조류가 문제가 많이 되고, 캐리비안해나 북유럽 같은 해외도 마찬가지로 그런 이슈들이 환경적으로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런 식물(해초)을 만약 건축 자재로 사용한다면 그것을 개발하는 사람들이나 장소에 대한 문제가 있고요. 결국 건물에 적용될 때에는 재료의 한계나 한계를 극복해 내는 성능에 따라서 실내에 사용할 수 있을지, 성능은 어떻게 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해요). 그리고 시공하는 방식도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와 같은 부분까지도 계획에 포함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07:38~09:12) 광주폴리는 아직 한창 진행 중인, 초기 단계의 프로젝트여서 지금까지 (진행된) 이야기만 우선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여러 폴리 중에) ‘이코한옥’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참여 작가 혹은 건축가는 총 3개 국가의 3개 회사입니다. 프랑스의 Atelier LUMA는 기본적으로 재료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입니다. 벨기에에 있는 BC는, BC Material, BC Architects, BC Construction, 즉 재료, 건축, 시공 3개 분야를 각각 다른 회사로 구성해서 운영하고 있는 통합적인 회사입니다. Assemble은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영국에 있는 건축 회사입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맡은 업무 자체도 (각자의 분야에 따라 분배했습니다). 이번에 (기존과는) 조금 다르게 한옥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건물의 전체적인 컨셉이나 디자인 방향은 Assemble에서 주로 리드하고, 새로운 해조류를 이용한 건물 자재 개발이나 테스트는 주로 Atelier LUMA가 하고요. 그 사이에서 기술적인 해결 혹은 구조 성능이 필요한 구조체의 개발은 BC Architects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09:13~10:34) 그런데 이 세 개 회사가 한국에 한번도 온 적 없는 상태로 지역 자원을 활용해 폴리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당장 (한국에) 올 수 있는 일정을 잡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재료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지는 결국 저희가 리서치해서 제공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LEED)를 보면, 거리에 따라서 지역의 범위를 두게 되는데요. 그 당시 광주를 중심으로 대략 50km, 1시간 거리 이내로 기준을 잡았을 때, 그 거리 안에 있는 지역이나 (범위를 조금 넓혀서) 전라남도에 있는 재료를 우선 살펴봤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문제는, 공예 기술이나 재료는 전라남도에 풍부했어요. 그런데 제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재료들이 주로 충청도에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부분이 앞으로 물류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예측됐습니다.
(10:35~11:44) 그리고 각 재료를 분류했습니다. 천연소재, 천연섬유 등의 원산지, 분류 방식, 지표를 마련했습니다. 그 다음 재료를 응용할 수 있는 시스템, 응용 방법을 사전에 정리해서 (폴리 작가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요즈음 얘기가 많이 나오는 침입성 식물종(에 대해서도 정리를 했습니다). 매해 여름이 되면 각 지자체가 인력을 동원해서 침입성 식물종을 수거해 폐기하고 있는데, 이미 섬유산업분야에서는 그것을 염료로 사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분류표에 들어간 재료도 건축 분야에서 나오기보다는 공예와 같은 다른 산업에서 현재 활용되고 있는 재료를 많이 제시했습니다.
(11:45~13:51) 그리고 각 재료가 어떤 시스템으로, 어느 부분에 사용되는지와 더불어 기술, 원산지, 협력할 수 있는 제조업체와 기관, 그리고 필요한 가공 방법까지 대략적으로 정리했습니다. 하단 이미지는 황토 다짐벽입니다. 황토는 목포대 황혜주 교수님이 황토건축학교 등을 활발하게 진행하시면서 마을도 조성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BC Architects 자체도 (지금 보여드린 이미지처럼) 유럽에서 황토 다짐벽(Rammed Earth Wall)을 굉장히 잘 사용하는 건축가고, 직접 시공하는 회사입니다.
목포에서 봤던 또 다른 황토의 쓰임은 다짐벽 이외에도 거푸집 형태로 사용하는 그런 방식들도 있었습니다. 저희가 목포대에서 소개받았던 ‘클라이맥스’라는 회사가 제천과 무안에 공장을 갖고 있습니다. 두 군데에 공장을 둔 이유는 지역별로 나오는 흙의 성분들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안 공장은 주로 플라스터에 들어가는 흙을 담당하고 플라스터들을 생산합니다. 제천 공장은 벽돌과 블록 같은 건축용 자재를 생산합니다. 대표님과 면담을 했을 때, 이 회사가 황토에 볏짚을 섞어 블록을 만드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볏짚을 다른 섬유로 대체 사용한 연구를 많이 했고, 특허도 갖고 있었습니다.
황토 유리 타일
(13:52~14:32) (우측 상단의) 이미지는 클라이맥스에서 재활용 폐유리를 황토 벽돌에 넣어서 만든 타일입니다. 제천에 있는 한 카페에 적용됐었습니다. 이런 사례처럼 재활용된 다른 재료와 (황토를) 혼합해 새로운 재료를 만드는 실험도 했습니다. 앞서 얘기한 플라스틱에서도 마찬가지지만, 결국 우리가 한 가지 재료를 활용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바이오 재료나 폐기물을 혼합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또 다른 재료 개발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황토 단열 벽돌
(14:33~15:05) 실제로 왕겨나 짚(을 황토와 혼합하여 사용합니다). 왕겨는 특히 숯으로도 만들어서 혼화 재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Claytec이라는 회사가 갈대와 혼합한 흙 점토나 패널을 만들었습니다. 독일은 황토 혹은 흙 건축에 대한 구조 기준이나 국가 기준 자체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구조에 사용할 수 있는 단계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황토 미장
(15:06~15:47) 미장은 국내에서도 많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플라스터 미장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사용합니다. 해외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피터 줌터가 설계한 건물에도 클레이텍 플라스터가 적용되었습니다. 색상은 흙의 종류, 안료에 따라서 다양하게 만들 수 있어서 일반적인 라임 플라스터에 버금가는 다양한 외장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굴패각 지오크리트
(15:48~17:22) 그다음에 제시한 재료는 굴패각입니다. 《건축, 에너지 다시보기》 전시에서 짧은 기간 동안 굴패각을 재활용해서 타일과 블록을 만드는 연구를 했습니다. 이번에는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기 위해 굴패각에 슬래그(Slag) 혹은 플라이애쉬(Fly Ash)를 혼합해서 강도를 내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학계에서는 이것을 지오크리트(Geocrete)라는 명칭으로 부릅니다.
굴패각에 대한 관심은 이전에 통영 지역을 중심으로 저희 학교에 계신 몇 분들과 함께 굴패각이라는 재료를 건축이나 공예 재료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지역 장인과 함께 연구해보자고 제안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안 됐었습니다. 그래서 그중에서 한 가지 방법에 착안해서 개인 과제를 했습니다. 굴패각을 어디서 구해야 될지, 굴패각으로 골재를 만드려면 어떻게 산업에서 주문해야 할지를 리서치했습니다.
굴패각 콘크리트
(17:23~17:49) 굴패각 콘크리트를 만드는 데, 전남에 있는 광양제철에서 나오는 슬래그가 실제로 콘크리트 대체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여수도 파워플랜트가 있어서 플라이애쉬가 이제 많이 나옵니다. 그래서 전남에 (굴패각 콘크리트를 만들 수 있는)가능성이 있습니다.
칡 보드
(17:50~19:39) 더 이상 진행되지 않지만, 내부 큐레이터끼리 많이 얘기했던 재료는 칡입니다. 칡즙은 건강에 굉장히 좋지만, 칡즙을 짜고 나면 폐기물이 어마어마하게 나옵니다. 대부분은 거름으로 사용하고, 칡즙을 짜는 업체에서 (칡 폐기물을) 무료로 배포합니다. 그런데 위생 문제로 공장 내부는 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한편, 칡 덩굴이 자랄 때, 주변에 다른 식물들을 못 자라게 합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는 굉장한 문제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칡 섬유의 개발과 활용에 대한 국가 R&D 사업도 있었습니다. 조사해보니 칡을 전통건축이나 문화에 사용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갈포’라고 삼베처럼 칡섬유를 이용해서 만든 섬유가 있었는데, 일본은 아직도 생산을 하는 데가 있습니다. 그리고 1960-70년대에 국내에서 칡 섬유를 활용한 갈포벽지를 만드는 회사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다만 동남아에서 OEM으로 만들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우측 하단 사진) 해외에서도 칡을 활용해서 화분을 만들거나 압착해서 패널로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괭생이모자반 보드 / 벽돌
(19:40~20:31) 앞서 침입성 해조류를 언급했는데, (침입성 해조류 중) 제주와 전남 일대에 중국에서 몰려와서 문제가 된 괭생이모자반이 있습니다. 이게 카리브해에서도 문제여서 괭생이모자반을 활용하는 보드나 패널(을 제작한 사례가 있습니다). 또 괭생이모자반과 황토를 섞어 벽돌을 만드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이 벽돌은 유네스코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 건설 사업에 활용하도록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은 저희와 지속적으로 협력한 클라이맥스에서도 굉장히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왕겨
(20:32~20:54) 왕겨도 회 성분이 있어서 결국에는 이런 벽돌로 많이 개발되고 있고, 보드나 단열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REGIONAL MATERIALS & WASTES
(20:55~22:03) 그래서 이런 가능성을 폴리 작가들에게 제시했었습니다. 세 개 회사의 디자이너들과 2023년 2월에 2박 3일 동안 지역 투어를 같이 다녔습니다. 전남 장성부터 완도, 각종 양식장까지 다녔습니다. 어떤 부분들이 폐기되는지, 무엇이 환경에 문제인지, 건축에 무엇이 활용될 수 있는지 또 자재로 만든다면 어떤 부분들이 가능할지를 고민했습니다.
그 다음에 이 인터뷰에서 중요하게 다룬 이야기는 자연재이기 때문에 재료를 채취하는 기간이 딱 정해져 있다는겁니다. 그러면 자연재를 채취해서 사용하고 남은 폐기물을 갖고 오려면 채취 기간을 맞춰야 하는데,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오기 전에 어떤 재료로 만들지 확정해야 자연재를 가져올 수 있으니 그런 논의들을 바탕으로 투어를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지역의 공예 기술은 현장에 방문해서 어느 정도 숙지했죠.
RE-MATERIALS
(22:04~23:20) 지역 투어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결정한 것은 (다시마와 미역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다시마와 미역을 주로 4월에 채취하는데, 대량으로 채취한 후 잎과 사용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바로 태워버리는 시스템입니다. 그 때 버려지는 것을 수거하고 건조시켜서 보관하자고 결정했습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갈파래’라는, 식용에 쓰지 않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해조류도 지역민을 설득하면서 채취했었습니다. 심지어 다시마도 완도 쪽에 직접 양식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리니까 ‘작업하기도 바쁜데 언제 이걸 하느냐’ 하는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여러 가지 인적 네트워크를 동원해서 진행했었죠. 그 후에 (이렇게 만든 것을) 직접 가져가서 유럽에서 R&D를 했습니다.
RE-PROCESS
(23:21~24:40) 투어하는 동안, 발견했던 여러 가지 식물이나 폐기물이 있었습니다. 가장 좌측에 보이는 이미지는 파래 종류인데, 이것도 양식장에 가면 필요 없는 부분이라 많이 버리시더라고요. 그것들을 저희가 직접 가져와서 물로 다 또 빨고 건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좌측에서 두 번째 이미지는 (밀인데) 전남과 광주 일대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밀 생산지예요. 세 번째 이미지도 밀대인데, 밀을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있어서 밀 폐기물을 저희가 받았었습니다. 밀대도 다 가져와서 썩은 것들도 직접 분류를 해봤습니다. 그래서 샘플로 (밀 폐기물을) 받았었는데, 프로젝트 일정상 6월까지 사용량을 결정해야 하는데 기한 내에 결정이 안 나서 활용 가능성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 재료는 쓰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우측 이미지의) 칡은 제가 혼자서 압착해보고 (실험해봤는데) 관심이 없더라고요. 미적으로 와닿지 않는 것 같아요.
RE-NOVATION : RE-HOUSE
(24:41~25:19) 사이트는 광주 원도심에 있는 빈집으로 결정했습니다. 우리가 재료의 활용이나 재사용을 얘기하는데, 사이트 자체도 적절하게 결정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한옥이 빈집이어서 주변 마을에 불쾌감과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 이 한옥을 매입해서 바꾸고자 하는 계획이 있었고, 협약을 통해 폴리의 사이트로 선정했습니다.
ON-SITE MINING
(25:20~26:40) Assemble의 도면을 보면, 원도심의 집이 대부분 그렇듯이 건축한계선 밖으로 나와 있습니다. 건축선 밖으로는 건물을 지을 수 없으니까, 워크숍을 위한 공간을 획득하는 동시에 원래 있던 건물로부터 재료를 마이닝하자는 취지로 문간채를 철거했습니다. 철거 일정이 굉장히 바빴는데도 불구하고 철거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배려해주셨습니다. 시멘트 기와를 한장 한장 다 분류해주시고, 기와 밑에 있는 황토도 다 걷어서 포대에 담아주셨습니다. 심지어 폴리 감독님도 나무를 운반했어요. 이렇게 많은 노력이 있어야 마이닝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REFURBISHMENT
(26:41~27:17) 새로 덧붙여지는 부분은 재료를 개발해서 (만드는 계획입니다). 크게는 지붕을 새로 하고, 부엌부터 화장실로 연결되는 부분은 덧대어 증축합니다. 또 담을 새로 만들자는 계획입니다. 인테리어는 어떤 재료로 만들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목구조는 최대한 유지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STRATEGY
(27:18~28:30) 재료에 있어서, 세 회사가 공통적으로 시멘트와 콘크리트, 플라스틱은 쓰지 않는다고 거의 합의가 됐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흙이나 자연재, 폐기물을 활용을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니 지붕은 흙기와(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전통기술을 적용한 거죠. 그리고 태비 콘크리트(Tabby Concrete)는 영국에서 오래전부터 쓰던 기술인데, 이 태비 콘크리트의 콘크리트 부분을 석회(lime)로 하자는 방향이었습니다. 석회도 석회석을 쓰는 게 아니라 석회석의 성분이 있는 패갑류를 활용하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페인트나 플라스터도 패갑류의 석회나 자연에서 나는 색상을 사용하고 단열은 볏짚을 사용하기로 큰 기준을 잡았습니다.
STRATEGY
(28:36~29:25) (지금 보여드리는 영상은) 11월에 조선대와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광주에) 내려가서 폴리 팀과 함께 워크숍을 했던 광경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시멘트 기와를 열심히 빻아서 콘크리트 벤치의 골재로 사용했습니다. 뒷쪽에서도 골재 크기를 세심하게 조정해야 해서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어야 했습니다. 여기에 참여했던 학생이 그 다음날 손이 떨린다고 할 정도로 많은 노고와 노동이 들어가는 작업이었습니다.
RESOURCE COLLECTION & MANUFACTURING
(29:26~32:22) 근데 이 워크숍을 설명해드리기 전에, 저희가 앞서서 2월에 제시했던 지도가 있었는데. 어느 정도 연구를 통해서 다시 정리를 했어요. 그래서 (활용 재료는) 크게 패각류에 기반한 석회 성분, 그리고 흙, 해조류를 기반으로 합니다. 제조는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전남에서 거의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벽돌은 제천, 패널은 진천, 기와는 고령(에서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먼 거리에서 제조하고 일부는 유럽으로 가서 테스트를 해야 해서 거리상으로는 사실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건축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첫 시도로서 과정을 구축하는데에 의의를 둬야 할 것 같아요. 심지어 ‘스피루리나’라는 해조류는 제주도에서 온 재료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리지 않았던 재료 중에 추가가 된 것은 전복패각입니다. 제가 몇 년 전 (굴패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때) 협업을 하셨던 분이 개인적인 노력으로 굉장히 저렴한 금액의 (굴패각을 이용한) 분말을 만들어 주셨어요. 그런데 그때 너무 힘드셨던 거예요. 그래서 가격이 많이 올랐고 다시 못 하겠다고 해서 대신해 줄 수 있는 업체를 알아봤습니다. 근데 그 비용이 원래 상당히 높을 수 밖에 없는 거였더라고요. 그 배경을 봤더니 굴패각의 조직 자체가 유기물도 많이 껴있고 층위로 이루어져서 순수한 석회 성분을 빼내거나 갈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수분함량도 높아서 일반 볼밀(Ball Mill)시설에서는 떡처럼 굳어지기 때문에 공정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실제로 수취율을 보면, 굴패각에서 나올 수 있는 탄산칼슘이 대략 25~50% 정도 밖에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조사를 한 끝에 새로운 재료로 꼬막을 찾게 됐습니다. 꼬막 공장이 여수나 보성과 같은 전남에 원산지들이 많습니다. 꼬막은 굴과 달리 유기물의 비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꼬막을 탄산 칼슘으로 만들면 거의 80~100%에 가까운 수취율을 얻을 수 있어서 가격이 굴보다 50% 이하로 낮아졌습니다. 저희가 투어 기간 동안 다른 지역의 공장들을 찾아가서 여러 가지 실험을 했습니다.
PARTICIPACTORY WORKSHOP
(32:22~33:45) 학생 워크숍은 참여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현대 건축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회’라고 불렀던 생석회에 수화반응을 일으켜서 콘크리트 대신에 사용해 램드 벤치(Rammed bench)를 만들었습니다. 이미지에서 크게 보이는 부분들이 굴패각을 디자이너가 의도적으로 배치해서 모양을 낸 것입니다.
학생들은 황토를 빻아서 페인트를 만들기 위한 안료로 사용했습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안료 색깔을 내는 건 다 폐기물 혹은 자연재입니다. 기본적으로 해조류, 흙, 왕겨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두 번째 날에는 플라스터에 안료를 섞어서 페인트를 직접 했습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것이 예시인데, 실제로 플라스터 성분이 있어서 미장칼이나 브러시를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다양한 효과들이 나올 수 있습니다.
워크숍 사전제작
(33:46~35:48) 워크숍 기간에 프로토타이핑을 하기 위해서 공장에 갔습니다. 기계 사용은 제조업체에서 굉장한 배려를 해주지 않으면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사실 하루 동안의 인력과 생산을 올스톱해서 지원해줘야 하기 때문에 굉장한 협력과 투자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블록(Seashell lime brick)을 만들 때에도 재활용 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었고, 오늘이 딱 2주가 지나서 내일 공장에 가서 확인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이것은(Seaweed(kelp) panel) 다시마를 기본 바인더 재료로 합니다. 다시마가 물과 섞이면 알긴산이라는 접착제 같은 성분에 의해서 끈적끈적해지기 때문에 압착하면 패널처럼 단단해질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알긴산를 응용해 히트프레스(heat press)를 사용해서 패널을 만들었습니다. 가장 좌측의 이미지가 다시마만 들어간 것이고 거기에 굴패각 골재나 전복 분말을 어떻게 배합하는지에 따라서 여러 가지 형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의(Seaweed(kelp) panel) 가장 큰 문제는 공기 중에 두었을 때 수분을 흡수하는 성질입니다. 그래서 옻칠 테스트를 한 게 가장 우측이고요.
유럽에서 만든 것은 대략 지름 14cm 정도 였는데 공장에서 좀 더 큰 사이즈로 생산이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서 30 x 40cm로 생산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하루 동안 3개의 샘플을 만들었는데, 좌측 이미지가 다시마만 들어간 것이고 전복 패각이 들어갔을 때 이렇게(우측이미지처럼) 나오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와에 경우, 기와에 사용하는 유약의 성분을 다른 재료로 대체하고자 했습니다. 국내에서 기와에 사용하는 흙을 유럽에 가져가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했습니다. 그런데 유럽과 우리나라의 흙 성분이 달라서 생기는 문제들이 있었어요. 유럽은 세라믹, 즉 다시 말해 자기를 1200도 이상에서 굽는 기술과 지식으로 유약에 접근하는 반면에, 우리나라의 점토기와는 1050도, 저온에서 굽는 점토기와입니다. 그래서 1250도에서 녹는 유약을 적용하면 기와가 타거나 변형되면서 못 쓰게 됐습니다. 그런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공장에 방문해서 연구원들과 면담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쓰는 유약 성분에는 저화도에서 사용 가능한 석회석이 들어갑니다. 석회석을 굴패각이나 전복패각으로 대체를 했을 때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실험하고 있습니다.
CIRCULAR PRODUCTION = PEOPLE
(37:22~38:15) 결론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결국 순환의 생산은 단순히 재료의 문제가 아닙니다. 철거 현장부터 혹은 재료의 채취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지어질 때까지 제작, 테스트, 디자인, 거푸집의 형태를 만들어 주시는 것조차도 사실은 다 사람이 직접 만들어서 진행해야 했습니다. 또 일정 안에 직접 원료를 보내주시는 각 지역의 대표님을 비롯해 굉장히 사람에 대한 문제가 굉장히 크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관계들을 확장하고 더 강화하고 있습니다.
(38:16~38:37) 마지막으로 이 사진은 한옥 기초의 사진입니다. 결국에 이 기초도 앞으로 라임(lime)을 비롯한 다른 것들도 교체가 될 텐데요. 이런 과정들은 내년 5월까지 계속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크립트 정리 심하늘
윤정원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미국 뉴욕의 RMJM과 Rafael Vinoly Architects PC, 그리고 네덜란드의 OMA에서 다양한 스케일의 건축 프로젝트의 설계에 참여하면서 건축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알게 되었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할 수 있었다. 현재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로 교육과 연구, 그리고 설계실무를 지속적으로 연결하고자 노력하며, Transdisciplinary Architectural Design을 의미하는 TAD lab과 office를 운영하고 있다.
순환을 꿈꾸는 폴리
분량13,102자 / 영상 38분 43초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강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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