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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 소비 체계로 보는 건축

최혜정

포럼 개요

정림학생건축상 2024 사전포럼 – 건축 재료 탐구: 기후 위기와 건축적 대응 – 최혜정(국민대학교)

타임코드

  • 00:00~11:25 건축재료와 생산 시스템: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 11:25~15:31 《기후미술관》
  • 15:32~29:52 파주 건축문화제 《건축, 에너지 다시보기》

스크립트

건축재료와 생산 시스템

(00:00~01:40) 반갑습니다. 최혜정입니다. 오늘 발표 대부분의 내용은 연구 주제와 관련이 돼 있기도 하지만, 같은 주제로 전시기획도 했기 때문에 연구 주제가 어떤 식으로 전시기획에 녹아들었는지도 같이 공유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제가 어떻게 이 주제에 관심 갖게 됐는지 돌이켜보면, 2014년에 광주아시아문화전당에서 ‘건축 요소와 체계’라는 주제로 개관전을 준비한 적이 있었어요. 그 당시 2014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이미 ‘요소’라는 주제로 실물모형을 만들었기 때문에, 아주 짧은 기간이 주어졌지만, 연구 아카이브를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 프로젝트가 물질과 재료에 대한 관심사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2014 ACC 아카이브 컬렉션에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선별해서 가져온 것, DDP 파사드 모형을 비롯해 자체 제작한 것, 그리고 1년 간의 워크숍 결과물로 만든 파빌리온도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실물 스케일로 제작하고 그것과 관련된 여러 가지 역사적, 담론적 자료를 정리해 전자자료로 남기는 작업을 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결국 재료는 눈앞에 보이지만, 그 재료를 만드는 연결망, 사고 과정 같은 (보이지 않는) 것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Plastics in House

(01:42~03:19) 이런 연구를 진행하다 보니 가장 최근에 발전된 플라스틱이라는 재료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현대 건축 외피에 막으로 들어가는 것들 중, 특히 단열이나 방수를 담당하는 플라스틱 재료가 굉장히 많기 때문에 주시하게 됐고요. 외장재도 그렇지만, 집의 내부 공간을 쭉 훑었을 때 보이는 플라스틱이 사실 한 종류가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많은 종류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플라스틱이 건축물에 스며드는 방식은 사실 눈에 잘 안 보입니다. 예를 들어, 돌과 돌 틈 사이를 메운다거나, 실란트(sealant)의 역할을 한다거나, 목분이나 톱밥을 뭉쳐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거나, 철근의 무게를 조금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 탄소 섬유를 넣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왼쪽 이미지를 보시면(02:46), 미국의 다우(DOW)라는 화학회사의 홈페이지에서 본사의 제품들이 집안 곳곳에 스며들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것들은 우리 눈으로 거의 식별할 수 없습니다. 오른쪽 이미지는 KCC라는 우리나라 대표 자재기업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앞의 이미지와 유사한 성격의 도판입니다. 그만큼 현대 건축 자재는 굉장히 복합적이고 복잡하다는 거죠. 

전시기획과 폐기물

(03:20~03:56)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전시가 철거되는 모습을 봤습니다. 굉장히 공들여서 만든 것들이 한두 시간만에 폐기물로 전락하는 단면을 경험하면서, 건축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식으로 끝을 맺는지도 굉장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또한 전시기획도 일시적이라는 특성상 그 부분에 더 민감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1950-2015 

(03:57~05:11) 이 그래프는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전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을 보여줍니다. 굉장히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죠.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포장재고, 두 번째로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 건설, 건축 부분이예요. 그만큼 건축이 이 재료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해야한다는 것을 제시합니다.
플라스틱의 딜레마가 바로 여기서 오죠. 83억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는데 이 중 우리가 계속 쓰는 플라스틱은 25억 톤밖에 안 되고, 나머지(58억 톤)는 일회성으로 버려집니다. 버려지는 것 중 46억 톤은 매립이 되는 거겠죠. 방치되는 겁니다. 그다음에 7억 톤만이 열로 태워져서 연료가 되는 방식이고요. 그다음에 아주 극소수의 양(5억 톤)만 재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1차로 재활용되었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중 아주 극소수의 플라스틱만이 영구적으로 순환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또 다시 1차 재활용 이후에 버려집니다. 이것이 플라스틱 재료가 가진 딜레마라고 보시면 됩니다. 

플라스틱의 종류

(05:12~07:34) 플라스틱에 대해 파고들 때 굉장히 어려웠던 것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 수천 가지 종류이고 이름을 붙이는 방식과 부르는 방식이 다 다릅니다. 화학 구조도 다릅니다. 크게 두 종류로 나눠보면, 열을 가하면 원래의 물렁물렁한 상태로 돌아가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이 있고요. 한 번 제조, 생산하면 더 이상 원상복귀가 안 되는 열경화성 플라스틱이 있습니다. 
파란색으로 강조해놓은 것들(05:47)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쓰는 플라스틱인데 대부분 열가소성 플라스틱이고요.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건축자재로 굉장히 많이 사용하는데, 강도를 높이기 위해 생산 과정이 조금 더 복잡하지만 원상태로 복귀하기 어려운 과정으로 제조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플라스틱의 또 하나 어려운 점은 얼굴이 너무 많은 거예요. 모습이 너무 많죠. 그래서 멜라민(Melamine)이라는 플라스틱의 예를 보시면, 멜라민의 스펀지화가 우리가 알고 있는 매직 블록인데, 접착제로 사용되면 OSB 보드에 나무칩을 붙여주고요. 그걸 온전히 성형하면 멜라민 그릇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멜라민 라미네이트를 하면 (다른 재료 표면의) 오염을 쉽게 없앨 수 있습니다. 그래서 코팅제로든 접착제로든 많이 사용됩니다. 
페트(PET)와 폴리에스터(Polyester)는 사실 같은 것입니다. 요즈음 페트의 재활용을 많이 얘기합니다. 사실 페트는 폴리에스터 수지의 일부분(똑같은 성분은 아니지만)을 잘게 쪼개 플레이크로 만들어서 실로 뽑아내고 의류로 만들면 폴리에스터 섬유가 되고요. 필름화하면 마일라(Mylar)가 됩니다. 그리고 폴리에스터 도료를 계속 섬유 사이에 입히고 공들여 샌딩을 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플라스틱 의자가 되는 방식입니다. 얼굴이 너무 많죠. 

플라스틱과 합성재료

(07:35~08:35) 플라스틱이 워낙 얼굴이 많기 때문에 다른 재료와 합성될 수 있는 방법 또한 무한대입니다. 우측의 이미지는 1950년대에 처음으로 발견된 합성 플라스틱인 베이클라이트(입니다). 베이클라이트의 원래 이름은 페놀인데, 이것으로 만들어진 접착제를 광고하는 (이미지입니다). 이 페놀 덕분에 결국에는 합판이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합판을 만드는 방식은 나무를 과일 깎듯이 비니어로 얇게 깎아서 그걸 절단한 다음에 수직으로 교차합니다. 그러면 얇은 판재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원목이 갖는 휨이나 비틀림에 비할 수 있는 강도를 지닐 수 있어서 유용했습니다. 그리고 이 합판이 오늘날까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가 플라스틱 접착제가 점점 발전하면서 완벽한 방수 접착제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Engineered Wood

(08:35~09:38) 그래서 합판이 가장 첫 번째로 응용된 공학목재라고 한다면, (그 이후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공학목재가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1980-90년대에 만들어진 글루램(glulam)이나 CLT는 원목을 재단하고 접착한 자재로, 철골조 강도의 중목구조에 쓸 수 있는 엔지니어드 우드입니다. 그리고 파티클보드는 원목 잔여물까지도 사용할 수 있게끔 만든 것인데, (역시나 생산과정에) 플라스틱이 쓰입니다. 그래서 점점 기후위기가 극에 다다르면서 목재가 대안적인 소재로 대두되었고, 특히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매스팀버(mass Timber)라는 중목 구조를 이용해 만든 고층건물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Silicone

(09:39~11:25) 플라스틱이 접점을 만드는 또 하나의 재료 중 하나가 유리인데요. 실리콘이라는 플라스틱 재료의 등장으로 우리는 프레임 안에 갇혀진 유리를 보는 게 아니라 완벽하게 투명한, 심리스(seamless)한 유리를 볼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실란트의 등장이 내부 공간의 위생 환경을 책임져주고, 의료 환경에서는 실리콘 없이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는 지경까지 온 거죠.
실리콘의 역사를 살펴보면 유리 회사가 주도해서 발전시켰습니다. 코닝 글래스(Corning glass)라는 미국의 유리 회사가 유리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유리 대체제를 찾고자 다우(DOW)라는 화학회사와 다우 코닝(Dow Corning Corporation)이라는 합작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이때가 1943년, 2차 대전 중이었죠. 이 당시에 아주 높게 나는 전투기가 방전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코팅제를 발랐는데, 그게 실리콘의 첫 사용이었습니다. 윤활유나 코팅제로 쓰이기 시작해서 나중에는 실리콘 고무가 만들어지고 그다음에 접착제가 상용화되기 시작한 거죠. 
2차 대전은 플라스틱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어요. 아직 민간의 영역으로 넘어오기 전에 플라스틱의 가능성을 실험했던 시기였습니다. 좌측상단의 사진 보시면 전투기 앞 조종석에 들어가는 퍼스펙스(Perspex)라는 아크릴을 제조하는 모습이고, 그 아래 이미지는 나일론 스타킹을 수거해서 낙하산이나 방탄조끼로 만들었던 것을 보여줍니다.

기후미술관

(11:25~12:45) 이 연구를 하게 된 계기는 2020년에 기후미술관이라는 전시였습니다. 당시에 기후시민 3.5라는 캠페인의 책임연구원으로 플라스틱에 대한 재료를 탐험하고 있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연구에 이어 전시까지 하게 됐습니다. 전시의 배경은, 인류세가 도래하면서 자연환경보다 인간이 만든 (기반시설의) 양이 훨씬 더 많아졌고, 동식물의 양보다 플라스틱이 훨씬 더 많아지는 시대에 접어든 거죠. 그래서 이걸 기후위기와 같이 살펴보았습니다. 저는 연구와 연관하여 플라스틱 파트를 맡아 설치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첫 번째 전시장에 ‘재료와 사물의 지도’가 있습니다. 바로 옆으로 시멘트 채굴장의 사진이 있고 맞은 편에 멸종 동식물의 박제와 알루미늄 캔 폐기물이 있고요.
(12:45~15:31) 이걸 다 보고 돌아 나오는 마지막 부분에 플라스틱 수집품을 설치했습니다. 어떻게 (작업을) 설치할지 고민하다가 복잡한 방법 말고 관람객이 직관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한마디로 쓰레기를 다 모았죠. 관계자들과 주변인들을 모아서 플라스틱 수거를 한달동안 진행했습니다. PET, PS, PE 각각 따로 모았습니다. 적어도 각각에 대한 물질성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면, 요구르트병이나 포장재로 많이 쓰이는 PS를 뻥튀기하면, 단열재로 쓰이는 EPS 혹은 스티로폼이 되는 거죠. 그래서 이 두 개는 사실 같은 과정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제조 공정만 다를 뿐이죠. 그래서 이런 식의 연결점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PP 같은 경우 가장 눈에 두드러지는 사례가 배달 포장 용기나 편의점 의자, 크레이트입니다. 심지어 아이스박스도 있을 수 있죠. PET로 가면 우리가 먹는 일회용 커피컵부터 화장품, 병까지 다양합니다. 폴리에틸렌(PE)은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밀도가 낮은 LDPE랑 밀도가 높은 HDPE가 있어요. 같은 약통인데 뚜껑 부분은 LDPE고 본체 부분은 HDPE라는 것들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경계선을 중심으로 좌측은 LDPE로 만들어지는 생활용품, 우측은 HDPE와 관련된 용품을 전시했습니다. 
재활용 코드에 보시면 6가지 플라스틱 이외에 Other라는 분류가 있는데, 한마디로 복합 플라스틱이예요. 이건 원론상 재활용할 수 없는 종류입니다. (사진 속 물건들의) 공통점이 다들 보이시나요? 화장품이죠. 이런 것에 관심이 있다면 제품 뒷면의 재활용 코드를 보면 됩니다. 의외로 라면 봉지도 Other로 분류됩니다. 같은 비닐봉지라도 소스가 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건축재료도 대부분이 합성재료이기 때문에 플라스틱과 섞여있고, 재활용이 불가능한 Other에 속합니다. 그래서 바닥재나 내부 마감재 같은 많은 건축재료 샘플들을 가져와서 같이 전시했습니다. 

파주 건축문화제 《건축, 에너지 다시보기》

(15:32~17:01) 마지막으로 보여드릴 내용은 지난해 파주 건축문화제의 ‘건축, 에너지 다시보기’라는 전시입니다. 이전 전시에서 건축재료인 플라스틱을 살펴보고 나니, 다음에는 재료가 포함하고 있는 에너지를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그래프(좌측에서 2번째 그래프)를 보시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과 탄소 배출량의 약 3분의 1이 건축행위에 의해서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좀 봐야 될 필요가 있었고요. 사실 에너지가 굉장히 추상적인 아이디어여서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도대체 건축가들은 이걸(이런 자료들을) 갖고 어떻게 (대응)하는지 현황도 궁금했습니다. 한편, 1인당 전력 소비량이 이렇게 치솟고 있다는 부분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전시공간 자체는 굉장히 심플해요. 높이 15m의 큐브 공간인데, 인트로로 시작해서 사물과 재료를 먼저 봅니다. 그 다음에 건축과 도시를 본 후 아웃트로를 통해서 나가는 구조입니다. 가운데 보이드는 사람들이 우회를 할 수도 있고 공간을 가로질러갈 수도 있기 때문에 비우는 방식으로 배치했습니다.

에너지 사물, 재료 – 내재에너지/내재탄소

(17:02~19:07) 처음에 마주하는 ‘사물과 재료’에서는 좌측 이미지처럼 헤어드라이기를 쓰는 게 전력을 얼마나 소비하는지와 같은 내용을 직관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그 다음에 (우측 이미지) 건축재료로 건축물을 만들 때 들어가는 내재에너지와 내재탄소라는 두 가지 개념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내재에너지는 건축재료를 자연에서 채취하는 단계부터 제조, 운송, 공사 그리고 철거단계까지 들어가는 에너지입니다. 내재에너지량과 내재탄소량, 그리고 배출되는 탄소량 모두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피라미드를 보면, 기준 수치는 나라마다, 기관마다 다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패턴은 같습니다. (내재탄소량이) 낮은 것은 마이너스 수치를 갖는데, 마이너스는 탄소를 흡수, 포집한다는 의미이고 여기에 들어가는 재료는 대체로 목재입니다. 배출을 하는 대신에 (탄소를) 끌어안는거고요. 그다음에 (피라미드) 상단을 보시면 대부분 금속류나 알루미늄이 있습니다. 근데 금속류의 좋은 점은 재활용이 가능해요. 녹여서 다시 쓸 수 있어요. 그래서 단지 (내재탄소량)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애매하게 위치한 플라스틱이 있는데, 플라스틱은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하죠. 이런 점을 고려하는 것이 미래 건축에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시에 내재에너지량과 내재탄소량을 합한 온난화 수치가 가장 낮은 재료부터 높은 재료까지 나열해서 전시한 섹션도 있었습니다.

에너지 사물, 재료 – 바이오소재/폐기물 활용

(19:10~20:15) 다음 섹션은 바이오 소재나 어떤 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이용한 새로운 재료에 대한 실험, 시도입니다. (윤정원 교수님 발표 내용과 연관되는 부분입니다.) 첫 번째는 포스코 같은 철강 제조 회사에서 나오는 슬래그로, 철강 부산물의 거의 80%를 차지해요. 슬래그와 플라스틱을 섞어서 만든 마감재, 거품집, 도로포장재가 있습니다. 그리고 커피 원두 찌꺼기에 목분과 플라스틱을 더해 데크를 만듭니다. 섬유, 폐 의류는 재활용이 많이 될 것 같지만 거의 안 돼요. 그래서 이것을 분해해서 솜으로 만든 다음에 압축하면 섬유 패널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것들을 모아서 전시했고, 사진 좌측상단이 윤정원 교수님이 제작한 콘크리트, 시멘트 블록입니다.

Exploded View Beyond Building – 바이오소재로 만든 집

(20:15~21:06) 이런 재료를 보았으니, 그 재료로 집을 짓는 하나의 예시로 해외 사례를 같이 전시했습니다. 바이오베이스드 크리에이션즈(Biobased Creations)라는 큐레이터이자 프로듀서의 작업으로, 더치 디자인 위크(Dutch Design Week 2021)에서 진행했던 ‘건축을 뛰어넘는 분해도’라는 집입니다. 구조는 당연히 목재이고 바이오 소재를 이용한 100개 이상의 재료가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잔디로 벽돌을 만들거나 해조류로 타일을 만들거나 조개껍질로 요소를 만드는 방식입니다. 

고단열,고기밀 Super-E 주택 & 은평 미래주거 신모델 조성사업 친환경 특화동

(20:06~21:55) 본격적으로 건축 섹션으로 들어가면 국내 건축가와 해외 건축가의 작업이 섞여 있는데, 대부분 국내 건축가 작업입니다. 근데 (작업) 패턴이 몇 가지 보입니다. 첫 번째 패턴은 목재의 사용입니다. 왼쪽의 예시처럼 전형적인 중목구조 주택으로, 고단열,고기밀의 에너지 효율 주택을 설계합니다. 두 번째로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는 실정상 (건축자재로서) 목재를 아직도 불안해하고 친숙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익숙한 기존의 콘크리트 구조로 설계하되, 벽과 지붕을 우드 프레이밍 시스템으로 만들면 에너지 효율성이나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입장으로 우드월 시스템을 제시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Wind Flow & 태양놀이터

(21:55~22:39) 젊은 건축가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테크놀로지나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분석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달랐던 것 같습니다. 왼쪽 이미지 같은 경우, 옥상에 설치된 파빌리온인데, 유속을 조사해서 윈드터널을 만들었습니다. 윈드터널이 미세먼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합니다. 오른쪽 같은 경우는 태양광 패널을 마을 중심에 설치해 (여기서 발전된) 전기를 공용으로 사용하고,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는 방식도 있었습니다. 

신타 생태학적 발전소 & 별이 빛나는 층운

(22:39~23:14) 그리고 태양광 에너지의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한 프로젝트도 있었습니다. 태양광 패널이 지금은 검은색의 단단한 판재로 생산되고 있는데, 나중에는 말랑말랑한 책받침도 될 수 있고 투명해지거나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 건축가들도 있었습니다. 한 가지 예시로, 낮에는 태양광 패널처럼 펼쳐져 있다가 저녁에는 그게 오그라들어서 조명 역할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담은 프로젝트도 전시했었습니다.

이스트게이트 센터 – 믹 피어스

(23:14~25:17) 다음은 제가 이 전시를 하게 된 계기이자, 섭외하기 위해 노력했던 믹 피어스(Mick Pearce)라는 건축가의 작업입니다. 이 분은 보통 생체모방(biomimicry) 건축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렇게만 얘기하기에는 너무 설명이 부족합니다. 이스트게이트 센터(Eastgate Center, Harare, Zimbabwe, 1996)는 친환경 건축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굉장히 유명합니다. (23:48) 짐바브웨가 굉장히 더운 나라이기도 하고 일교차가 큰데, 여기에 에어컨이 없는 건물을 지어야 했습니다. 건축주가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거든요. 그래서 자연으로 눈을 돌린 거죠. (건축물을 설계할 때 참고한 것은) 흰개미 동굴인데요. 흰개미집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방식에서 착안해서 흰개미 동굴을 건축화했어요. 위쪽으로 한 50개의 굴뚝이 있어서 더운 연기가 그 굴뚝으로 배출이 되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쪽에서 유입되어 바닥재에 저장됩니다. 아래에서 위로 순환되는 공기의 원리를 이용해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방식으로 에어컨이 없는 건물이 탄생했습니다. 여기에 쓰인 또 하나의 레퍼런스는 바로 매끈한 면과 까끌까끌한 면(을 가진 선인장이 있습니다.) 선인장이 덥고 건조한 사막에서 생존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를 표면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래서 매끈한 유리 같은 재료보다는 까끌까끌한 벽돌을 사용하거나 면을 일부러 울퉁불퉁하게 디자인하고 식재도 같이 적용한 거죠. 이 건물은 일반 건축물이 쓰는 에너지의 10% 정도만 쓴다고 합니다. 

아웃트로

(25:20~27:29) 전시의 아웃트로는 사실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 중에 하나인데, 그 얘기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잘 안 하려고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왼쪽의 그림은 지역별 전력 자립도입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지역의 자립도인데 가장 하단의 검은 색 선이 서울이에요. 이제 막 10%에 이르렀죠. 서울은 다른 지역이 없으면 (자력으로) 살아갈 수 없는 전력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오른쪽 이미지는 OECD 주요 국가의 재생가능 에너지 비율인데,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주는 국가가 대한민국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재생 가능 에너지와 대체 에너지에 대한 생각이 없고 정책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거죠. 
결국 우리가 전력,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기대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예요.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요즘 뉴스로 많이 나오지만, 여러분이 알고 계셔야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많이 의존하는 게 석탄화력발전소입니다. 원자력은 석탄화력발전소에 비해서 비율은 높지 않아요. 하지만 이제 막 (수를) 늘리려는 추세가 있어요. 이 두 개에 (대부분의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습니다. 아직 대체 에너지인 수력, 풍력 그리고 태양에너지에 대한 부분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수도권에 전기를 가져가기 위해서 (지방에서) 전기를 생산을 하고 (수도권) 바깥에 위치한 화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인근의 마을 주민들은 이런 것(검은 석탄가루와 질병)들과 같이 살아야한다는 거죠. 어떤 면에서는 석유 경제(petro economia), 석유 환경(petro environment)이 가진 딜레마라고 얘기하면 될 것 같습니다. 열악한 (환경을 가진) 사람은 계속 (환경이) 열악해지고, 보호를 받는 사람은 계속 보호를 받는 상황을 과연 어떻게 건축적 담론으로 끌어올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물론 실행적인 방식으로 끌고 와야 하겠지만 (이런 내용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27:30~28:27) 그래서 이런 주제다 보니 전시 설치 방식을 많이 고민했어요. (전시 방식으로) 나무와 비계라는 두 가지 옵션이 있었어요. 그런데 나무도 결국에는 버려질 것 같아서 비계를 빌려서 전시하는 걸로 했고요. 모든 종이를 접착하지 않고, 스틸 케이블과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집게같은 문구류를 이용해서 비계 사이에 걸어놓는 방식으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그냥 종이가 아니라 타이백이라는 페이퍼를 사용했는데요. 그 타이백 페이퍼의 좋은 점은 헝겊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콘서트 때 팔찌로 착용하는 그런 재료이기 때문에 (나중에) 에코백을 제작했어요. (전시 이후에) 이걸 다 해체해서 버리는 게 아니라, 재생산해서 누군가는 가지고 다닐 수 있게끔 빌리고 돌려줄 수 있는 방식으로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전시 전경

(28:28~29:52) 전시장 전경을 보면, 워낙 비계 구조가 다 투명하고 (뒤에 있는 것도) 다 보이기 때문에 타이백 페이퍼들이 파티션 같은 역할도 했습니다. 사진들이 이런 공간을 만들어주는 거죠. 이 전에 언급했던 화력발전에 대한 얘기는 영상으로, 원자력발전에 대한 얘기는 사진으로 전시하는 두 가지 방식을 택했습니다. (전시 공간 중앙에 위치한) 보이드 공간은 멀리 떨어져서 봐야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캐치프레이즈, 인용구 같은 것들을 한눈으로 관망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었고요. (심리적으로) 가장 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사진과 우리한테 가장 가까운 물건들에 대한 (다이어그램을 놓고) 이 두 개를 병치시키려는 노력도 했습니다. 나무, 목재를 다루는 섹션에서는 작은 모형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을 직접 보고 만져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실물 샘플 모형을 갖다 놓기도 했고요. (전시 공간을 이룬) 비계가 모든 면을 노출시키기 때문에 정면도 있지만 측면도 다 보이고 뒷면도 다 보였고, 굉장히 독특한 시각적 경험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스크립트 정리 심하늘


최혜정

렌슬리어 공대(RPI)와 컬럼비아 대학원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다년간 주택설계와 공공 프로젝트를 하다가 서울로 이주했다. 2011년 광주디자인 비엔날레 큐레이터, 2017년 서울비엔날레 큐레이터를 역임했고, 최근에는 건축재료와 생산 시스템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기후시민 3.5》, 《기후미술관: 우리집의 생애》, 《건축, 에너지 다시보기》 등 관련 연구 및 작업을 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 체계로 보는 건축

분량11,909자 / 영상 29분 58초

발행일2024년 8월 27일

유형강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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